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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47화 (47/200)

<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47화 >

혜나가 나오고 연욱이가 녹음실로 들어가자 박성호 트레이너에게 프로듀서들이 물었다.

“이제 12살이라고 했나?”

“예, 초등학교 5학년이요.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빠르다잖아요. 저도 처음에 봤을 때 중학생인 줄 알았다니깐요?”

“혜나도 그렇지만, 저 아이도 얼굴 하나만 밀고 나가도 충분히 먹고 살겠다.”

가수의 노래를 작곡하고 그들이 갖춰야 할 스타일과 발성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프로듀서들에게 예쁘고 잘생긴 얼굴은 아주 좋은 재료였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얼굴만 보고 상대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 않던가.

잘생긴 게 최고라는 어떤 이의 명언처럼, 이 바닥도 결국 비주얼이 갖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노래까지 잘 부르면 금상첨화이겠으나, 보통은 둘 다 가지기 힘들었다.

“노래 실력은 전혀 모르고?”

“예전에 뮤지컬을 했었다는데······. 그것 말고는 정보가 없어요. 지금부터 들어봐야죠.”

“아직 변성기도 안 왔을 거 같은데?”

“좋은 목소리는 원래 떡잎부터 다르잖아. 한번 들어보지 뭐.”

프로듀서들은 죄다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다.

변성기도 안 온 12살짜리 아이가 부르면 얼마나 잘 부르겠냐는 표정들이었는데, 앞서 부른 혜나가 워낙 잘 부르기도 해서 비교가 많이 될 것 같았다.

‘연욱이는 괜히 부르라고 한 건가?’

아무리 몇 년을 바라보고 데뷔 준비를 한다 해도 지금 목소리를 들어보진 않을 수 없다.

박성호 트레이너는 연욱이가 녹음실로 들어가기 전 고른 곡을 MR로 틀었다.

“Just two of us? 혹시 그 그룹 노래인가? 프라다라하?”

“네, 그 인디 밴드였다가 확 뜬 혼성 그룹 있잖아요.”

“잘 알지. 그런데 그쪽 노래들은 음역대가 다 높을 텐데. 여자 키로 부르는 것도 많잖아. 우리한테 뭔가 어필을 하고 싶어서 무리하는 거 아니야?”

“글쎄요.”

‘프라다라하’는 R&B/소울 혼성 그룹으로 남자 보컬 2명, 여자 보컬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노래가 여자키로 맞춰 부를 때가 많아 남자들이 부르기에는 고난도에 속한다. 그렇다고 여자가 부르기에도 음의 높낮이가 자주 바뀌고 음역대도 높아서 쉬운 게 아니었다.

‘Just two of us’라는 노래 역시 그중 하나에 속해 있었는데, 일단 가사가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 곡을 여기서 선곡하다니.

뭔가 단단히 각오하고 온 것일까, 아니면 그냥 본인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뽑은 것일까.

“동생이 좋아하는 노래에요.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기도 하고요.”

“그래?”

혜나의 말을 들어보니 후자인 것 같았다.

이 말을 들으니 나름 기대도 됐다.

“I see the diamond rain drop~”

곡이 시작되고 12살 아이의 유창한 영어 발음이 들려왔다.

“음~”

짧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프로듀서들의 표정만 보면 첫 시작이 좋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연욱이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고 내심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총 3절로 이루어져 있고, 2절부터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왜냐하면 2절부터는 여자 키로 노래가 확 올라가 버리기 때문이다.

“Darling, the beauty of it all. It becomes morning dew.”

대망의 2절이 시작되고 음역대가 확 높아져 버렸다.

그런데 연욱이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락커가 된 것마냥 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감미로움을 유지한 목소리로 높은음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성이 깔끔한데?”

“그러게. 원래 이 노래 2절은 남성 보컬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성으로 부르거든? 근데 가성으로 불러도 음이 높아서 삑사리가 많이 난단 말이지. 저 애는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여.”

“아직 변성기 전이라서 단정 짓긴 어렵지만, 목소리가 참 좋네. 가성 들어보면 그거 생각나지 않냐?”

“빈 소년 합창단? 나도 딱 그 생각했어.”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빈 소년 합창단은 10살에서 14살까지만 단원을 뽑는다. 그 이후부터는 변성기가 찾아오기 때문.

이 합창단은 천사의 합창단이라고 불릴 만큼, 마치 하늘에서 천사들이 부르는 목소리와 같다는 평이 많다.

“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노래 내주고 싶다.”

“하하. 비주얼도 완벽하지, 거기다 노래도 좋은데 앨범을 안 내줄 이유가 있나?”

“성호야. 네가 왜 욕심이 난다고 하는지 알겠다. 저기서 조금만 다듬어 주면 진짜 대성할 거 같은데?”

프로듀서들의 극찬을 듣자 박성호 트레이너는 왠지 자기 일처럼 뿌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3절까지 연욱이가 부드럽게 소화를 해내면서 곡은 마무리가 되었다.

노래를 마친 연욱이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녹음실을 나왔다.

“괜찮았나요?”

“아주 좋았어. 진짜 잘 부르던데? 특히 2절부터 가성으로 음을 치는 게 아주 자연스럽더라.”

“왜? 연욱이 넌 뭐가 마음에 안 들었니?”

그 말에 장연욱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2절 후반 부분이랑 3절 초입에 음이 흔들렸던 것 같아서요. 마지막 부분도 끝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제 귀에 그냥 거슬렸어요.”

“그래? 우리는 괜찮았던 거 같았는데. 한번 다시 들어볼까?”

방금 전 부른 노래를 녹음해 놓았기 때문에 다시 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로듀서들은 연욱이가 불렀던 노래를 틀어 귀를 활짝 열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지적한 부분들이 명확하게 들려왔다.

“음, 미세하지만, 연욱이가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네.”

“네가 말한 게 이 부분이었지? 살짝 흔들리긴 했어. 그런데 이 정도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제 귀에 거슬려서요. 지금 다시 들으니까 또 거슬리긴 하네요.”

뭔가 이상함을 느낀 프로듀서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 하나가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귀에 거슬린다고? 그럼 혜나가 불렀던 걸 다시 들어볼까? 여기서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지 한번 찾아볼래?”

“그······.”

연욱이가 슬쩍 혜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혜나는 괜찮다며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마음껏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이윽고 혜나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참 청명하고 특색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민감한 연욱이의 귀에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이 부분.”

노래를 중간에 퍼즈 시키고 거슬리는 곳을 지적했다.

“여기가 왜?”

“아주 살짝 음 이탈이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는 곡 그대로의 음을 따라서 부르기보다는 차라리 키를 조금 높여서 부르는 게 임팩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잠깐만. 음 이탈이 조금 있었다고? 난 못 들었어.”

“나도 눈치 못 챘는데. 다시 틀어 봐.”

그들은 연욱이가 지적한 부분을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손뼉을 쳤다.

“그러네. 정말 살짝 음이 새어 나갔네.”

“그리고 연욱이 말대로 한 키 높여서 부르는 게 훨씬 좋게 들릴 것 같다.”

“야야. 여긴 이제 넘어가고, 그 이후 걸 들어보자.”

그들은 잔뜩 신난 얼굴로 노래를 다시 재생시켰다.

중간까지 잘 가다가 이번에도 연욱이가 퍼즈를 시키고 귀에 거슬리는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도 약간 음이 흔들렸어요. 그리고 30초 후에 나오는 마디도 조금 키를 높여서 부르는 게 어떨까요? 누나의 음색이랑 아주 잘 맞을 거 같던데.”

정신 없이 피드백을 주는 연욱이를 보고 프로듀서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연욱아.”

“네?”

“혹시 너 아까 혜나가 부른 노래 다 외웠니? 내 말은 선물이란 노래를 외운 게 아니라 혜나의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다 외웠냐고 묻는 거야.”

“네. 어느 정도는요.”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대답이었다.

고작 한번 듣고 노래를 거의 다 외워 그 안에 있는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던가.

“그게 가능한 건가?”

“혹시 연욱이 절대음감이야? 고작 한번 듣고 어떻게 다 외워?”

“방금 지적해 준 걸 보니까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인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천재 아니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성호 트레이너가 거들었다.

“못 들으셨구나. 이 감독님이 대표님한테 연욱이랑도 꼭 계약해 달라고 부탁하셨잖아요.”

“진짜? 이은지 디렉터님이 연욱이 꽂아 넣은 거였어?”

“오~ 그럴 만하네. 나라도 연욱이 정도면 탐이 나겠다.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듣는 귀가 장난 아니잖아. 피드백도 훌륭하고.”

이은지 디렉터가 그러했듯, 그들도 연욱이에게 다른 욕심이 생겨났다.

“연욱아. 이 형이 요즘 작업하고 있는 곡이 하나 있는데, 이따 나랑 작업실 가서 한번 들어볼래?”

“아니야. 저 새끼 거는 들을 필요도 없어. 민감한 네 귀에 쓰레기를 때려 박는 거랑 똑같을걸? 차라리 나랑 같이하자.”

“내가 언제 쓰레기를 만들었다고 그래!”

“쓰레기 맞잖아. 그런 걸로 좋은 귀 망치지 마라. 원래 소믈리에 같이 미각 좋은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거 먹으면 하루 종일 고생하는 거 알지? 귀도 똑같아. 별 개떡 같은 노래 들으면 그게 트라우마처럼 남는다니깐?”

누가 한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들 사이에 경쟁이 붙어 버렸다.

결국 보다 못한 박성호 트레이너가 중재에 나섰다.

“어차피 혜나랑 연욱이가 데뷔하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해요. 연습생 생활이 기본 5년인 거 아시죠?”

“굳이 5년까지 가야 하나? 이 정도 실력이면 2년도 가능한 거 아니야?”

“아직 둘 다 나이가 어리잖아. 최소한 혜나가 고등학생은 되어야지. 그리고 연욱이는 변성기가 와야 하고. 지금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긴 하지만, 이게 변성기 한번 잘못 오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거든.”

소속사에서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을 우선적으로 캐스팅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리 비주얼이 뛰어나고 노래 실력이 있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습생 생활을 5년 정도 보내야 한다. 물론, 연습생 생활을 한다고 해서 다른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먼저 광고나 모델 같은 걸로 얼굴을 알리고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다가 그룹이나 솔로로 데뷔를 시키는 것이 보통 루트였다.

“그래도 우리 소속사랑 계약을 했다며. 당장 데뷔하는 거 아니니까 프로듀서들이랑 작업 좀 같이 할 수 있지!”

“맞아. 이은지 디렉터님이 직접 뽑았다면서. 결국 이쪽 일 시켜 보려고 데려온 거 아니었어?”

“연욱아. 형이 잘해 줄게. 옆에서 어떻게 하는 건지 세세히 알려줄 테니까, 다른 놈 연락은 다 씹고 형한테만 와. 이런 노하우는 어디에서도 못 배운다니깐?”

박성호 트레이너가 말려 봐도 소용없었다.

이미 경쟁은 불이 붙었다.

* * *

본선 2차 무대.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무대를 통해 1등부터 3등이 결정된다.

이번 콩쿠르 우승자는 개인 음악회를 열어 준다고 하는데, 별로 관심은 없었다.

“연욱아~”

가족들과 함께 공연장에 도착해 나는 대기실로 가려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저 멀리서부터 지연이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안······.”

나도 인사를 하려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걸 갑자기 누나가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나를 대신해 지연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지연아?”

“예? 누, 누구세요?”

“응. 난 연욱이 누나야. 이름인 장혜나라고 해.”

“아! 그러시구나. 안녕하세요.”

나는 혜나 누나를 툭 치며 말했다.

“뭐해?”

“뭐? 그냥 서로 인사하는 거지. 지연이랑 미리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엥?”

혜나 누나는 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콩쿠르 기대할게, 지연아.”

“감사해요.”

“그리고 우리 연욱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진 말고.”

“네?”

“그럼 이따 콩쿠르 끝나고 보자~”

손을 흔들며 혜나 누나가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런 누나의 뒷모습을 지연이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건가?

“연욱아.”

“으응?”

“너희 언니······.”

변명 거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너무 예쁘시다. 그리고 박력 있어. 나도 저렇게 멋있어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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