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32화 (32/200)

<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32화 >

성황리에 시사회가 마무리되고 며칠 뒤에 영화가 개봉하면서 예고편도 각 포털 사이트에 광고로 뿌려졌다.

영화 ‘악마’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많이 모아왔다.

최진우 감독의 신작이기도 했고, 배우 라인업도 좋았기 때문이다.

“예고편 잘 나왔다. 그치?”

부모님은 우리와 함께 인터넷에 나온 예고편을 감상했다.

영화 예고편에는 보통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평가가 많이 들어간다. 이번 영화 예고편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시사회 반응.

-관객들의 극찬!

-최진우 감독의 또 다른 역작!

항상 나오는 영화 예고편 멘트들.

그리고 예고편 막바지에는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인터뷰가 짧게 남아 있었다.

“정말 최고에요. 영화 악마 파이팅!”

“다들 너무 연기 잘하시고 특히 아역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영화 진짜 재밌습니다!”

“영화 악마, 응원합니다!”

중간 중간에 초청장을 받고 시사회에 참석한 연예인들의 짧은 인터뷰도 함께 나왔다.

예고편이 끝나고 나서 부모님은 조심스럽게 인터넷 반응을 살펴봤다.

어제 개봉한 영화라 아직 반응을 전부 다 살핀 순 없지만, 초반 반응이 어떤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별점 9점이면 좋은 스타트네.”

“여보. 이거 손익분기점이 몇 만이라고 했지?”

“650만. 과연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요즘 영화 시장이 많이 깐깐하잖아.”

나도 호기심에 부모님과 함께 인터넷 반응을 살펴봤다.

혜나도 내 옆에 꼭 붙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역시 최진우 감독은 실망시키지 않네요. 올해 본 영화들 중 최고였습니다.

-그냥 보러 가셈. 시간 안 아까움

-배우들 연기도 매우 좋았고,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액션씬은 두 말 할 것도 없고요. 아마 2탄도 나올 거 같던데, 기대하겠습니다.

-등장하는 배우들이야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니 믿고 봤는데, 설마 아역들한테 치일 줄은 몰랐네요. 처음 보는 아이들이었는데, 너무 연기 잘하고 귀여웠습니다.

-초반은 진짜 아역들이 캐리했다. 중후반부터 나오지 않아서 실망함. 그래서 2점 뺌.

관객들이 남긴 평점 곳곳에 나와 혜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혹시 악플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어 나는 글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래야 혜나가 보기 전에 얼른 눈을 가려 줄 수 있을 테니까.

-시사회에서 혜나랑 연욱이 처음 보고 팬 됐어요. 진짜 저 세상 비주얼의 남매입니다. 제발 차기작도 빨리 나왔으면 ㅠㅠ

-영화 초반에 나오는 아역들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차라리 두 아이만 쭉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찐 남매라는 거에 소름. 유전자 무엇.

-임성곤 배우도 비주얼이 미쳤던데, 아역도 전혀 꿀리지 않아서 놀랐다.

다행히 악플은 없었다. 오히려 낯이 간지러울 정도의 칭찬만 가득할 뿐이었다.

부모님도 여러 반응을 살펴보며 입꼬리를 씰룩이셨다.

“다들 반응이 좋네. 우리 아이들 얘기도 꽤 많은 거 같고.”

확실히 초반 반응은 괜찮은 것 같았다. 거기다 나와 혜나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그 증거로 부모님에게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는 것이었다.

“응? 아. 응. 우리 아이들이 나온 거 맞아. 우리도 갑작스럽게 캐스팅이 된 거라 경황이 없었네. 하하.”

“네? 어디 기획사라고요?”

두 분 핸드폰이 아주 불이 나고 있었다.

먼 사촌들한테 전화가 오는 것은 물론,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여러 기획사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죄송해요. 지금 당장은 아이들이 기획사에 들어갈 계획이 없어서요.”

한동안 부모님은 진땀을 내며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연락을 받아야만 했다.

* * *

“형님.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곧 있으면 700만 돌파라면서요?”

“그걸 이제 봤냐? 나온 지가 언젠데.”

“하하. 요즘 일이 바빠서 시간 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재밌어서 2번이나 봤습니다. 정말이에요.”

평소 친분이 있는 GN 엔터테이먼트 강세원 대표가 선물까지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왔다.

우리나라 탑 3에 드는 기획사는 아니나, 조금씩 성장세를 밟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요. 오랜만에 형님이랑 소주 한잔하려고 왔죠.”

“흠. 무슨 의도가 있는 거 같은데?”

“에이. 또 그러신다.”

최진우 감독은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자 강세원 대표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손익분기점도 돌파했다고 하는데, 축하드려요. 바로 2편이 나오는 겁니까?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이던데요?”

“뭐, 아직은 정식으로 나온 얘기가 없어.”

“그래요? 그럼 만약 2편이 나온다면 그 아역들도 다시 나오는 건가요?”

오호라. 역시 그것 때문이었구먼.

최 감독은 강세원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역시, 혜나랑 연욱이 때문에 온 거구나.”

“하하. 아니라니깐요? 이게 다 우리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님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온 거죠.”

“왜? 그 두 아이가 탐나디? 하긴. 그 남매를 보고도 욕심이 안 생기면 그쪽 일은 깨끗이 접어야지.”

더는 최 감독을 속일 수 없을 듯 보였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확실히 그 아이들, 탐이 나더군요. 제가 두 번 봤다고 했죠? 영화가 재밌었던 것도 있지만, 그 남매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거예요.”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예. 형님이 기가 막히게 장면을 뽑아낸 것도 있고, 아이들 연기 실력도 출중하고요. 딱 느낌이 왔었죠. 저 남매는 뭘 해도 되겠구나- 하고.”

“흐흐. 내가 아주 귀하게 모신 보석들이야. 그런데 왜 나한테 찾아왔어? 그쪽에다 전화하면 될 일을. 강 대표 정도면 그쪽 부모님 전화번호 알아내는 거 일도 아닐 텐데.”

“당연히 연락해 봤죠.”

“근데?”

“바로 까였어요.”

강 대표의 침울한 표정에 최 감독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 심각합니다. 진짜 그 아이들이랑 같이 일해 보고 싶은데, 벌써 다른 소속사를 구한 건지 제대로 설명도 듣지 않고 거절하시던데요?”

그러자 최 감독은 쓰라린 기억이 관통했다.

“아마 다른 기획사는 안 구했을 거야.”

강 대표가 눈을 반짝였다.

“감독님은 뭐 알고 계신 거라도 있으세요?”

“혜나가 영화 촬영 중에 갑자기 쓰러졌었거든. 그걸 부모가 눈앞에서 목격했고.”

“아. 설마······.”

“응. 그거 보고 부모 마음에 충격이 컸던 거지. 그래서 당분간 이쪽 일은 쳐다도 안 보겠다고 선언했었어.”

“보통 부모라면 아이들이 유명해지는 걸 보고 욕심이 날 텐데요?”

“그 남매 부모님이 참 대단하신 분들이야. 돈 욕심이 요만큼도 없어. 아이들이 피곤에 절어 쓰러지면서까지 돈을 벌게 할 순 없다고 그러더라.”

기획사를 운영하는 강 대표는 자신의 아이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을 많이 봐왔다.

대다수는 아이들을 가혹하게 다루며 살인적인 스케쥴을 견디게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강 대표는 아역들을 스카우트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초반부에만 나오는 혜나와 연욱이는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것을 증명하듯, 영화 관객 수가 쭉쭉 올라가면서 두 아이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올라갔다.

특히 그 둘과 같이 촬영을 했던 배우들 역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혜나와 연욱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건 기획사들 입장에서도 신선한 일이다.

영화 한 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두 아이. 그것도 영화 설정이 아닌, 진짜 남매였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지만, 나도 그 기분을 조금은 이해하겠더라. 내가 그때 혜나 쓰러지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그냥 죄책감이 들어서 며칠 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 부모는 오죽 충격이 클까.”

“그렇긴 하지만······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재능이 너무 아까워요.”

“그 남매 보고 눈 안 돌아가는 사람 없었을 거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기획사를 안 구했다는 건 부모의 의지가 확실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포기해.”

이대로 그 남매가 연예계를 떠난다고?

다시는 스크린에서, 뮤지컬 무대에서도 두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강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유비도 천하를 위해 제갈량을 얻고자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한다는 정신으로 회사를 세운 강세원 대표였다.

그는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이대로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최 감독도 강 대표와 같은 마음이었다.

가급적이면 오래 그 남매가 여러 대중 매체에 나오는 것을 꼭 보고 싶었다.

* * *

영화 ‘악마’는 마침내 8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최진우 감독의 또 다른 성공작으로 이름이 남게 되면서 사람들은 과연 2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심사는 바로 나와 혜나였다.

영화 출연 이후 우리 남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뜨겁게 관심을 모으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 남매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한번 번쩍.

키즈 모델로 번쩍.

그리고 영화에서 번쩍.

홍길동마냥 여러 분야를 섭렵하며 사라지는 우리 남매가 흥미로웠는지, SNS 계정을 통해 우리의 행적을 추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느니, 대형 기획사들과 계약을 했다느니 같은 루머도 같이 퍼졌다.

“와아아아~”

“얘들아! 뛰면 안 돼! 다쳐!”

“얼른 다들 들어가서 레슨 받아야지! 문제지는 다 풀었어?”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 남매는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가득한 꿀벌 피아노 학원에서 열심히 피아노 수업을 받고 있었다.

뮤지컬부터 영화까지 찍으면서 피아노 학원을 안 가게 되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다니게 됐다.

원장 선생님은 우리 남매가 돌아온 이후부터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다녔다. 특히 위층에서 예술고 진학을 위해 준비 중이던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 남매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자주 구경하러 내려오기까지 했다.

그중 몇몇은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 혜나에게 접근하는 남자애들은 내 선에서 모두 쳐내 버렸다.

“그런 사인 함부로 해 주는 거 아니야, 누나.”

“웅? 왜?”

“······아무튼, 안 돼.”

“그럼 연욱이도 함부로 해 주지 마.”

“으응?”

“아까 봤어. 언니들한테 둘러싸여서 열심히 사인해 주고 사진도 찍는 거.”

“······.”

나는 다시 한번 주의를 주고 레슨방에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치느라 감을 좀 잃은 듯했지만, 곡을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곡을 연주하다 보면 저번 생에 열심히 뒹굴었던 생각도 나고, 뭔가 그립진 않으면서 그리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연욱아~ 많이 기다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창 곡을 치던 중이었다.

내 개인 레슨을 담당하고 계신 원장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그 뒤로 처음 보는 어느 중년의 남성이 함께 들어왔다.

“오늘 원장님이 특별한 손님을 모셔왔거든. 같이 레슨해도 괜찮지?”

뭔가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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