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20화 (20/200)

<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20화 >

“아직 시간 안 됐니?”

“언니. 벌써 열 번은 더 물어본 거 같다. 공연 하려면 최소 2시간은 더 기다려야 돼.”

“하-.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아니. 그렇게 뮤지컬이 보고 싶었어?”

뮤지컬과 공연 같은 문화생활에는 일체 관심이 없던 언니가 오늘따라 공연 시작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내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응? 확인해 볼 거? 어떤 거?”

“그런 게 있어. 나중에 확실해지면 얘기해 줄게.”

“뭐야. 싱겁게. 그럼, 이거나 한번 봐봐.”

효영은 SNS 어플을 켜고 아영에게 보여 주었다.

“뭔데?”

“연욱이랑 혜나 SNS. 진짜 너무 귀엽지 않아? 언니도 팔로우 해 놔.”

김아영이 오늘 뮤지컬을 온 목적이 바로 연욱이와 혜나 때문이다. 그 둘의 SNS가 있다는 말에 얼른 동생 핸드폰을 가져다 보았다.

“오-.”

포스터 사진 밖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SNS에 이렇게 많은 사진이 있다니.

절로 눈 정화가 되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때? 예쁘지? 여기 팔로워들 따라 들어가면 연욱이랑 혜나 팬들이 찍어 놓은 사진 엄청 많아.”

“벌써 팬들이 있어?”

“그럼~. 이 남매를 한번이라도 무대에서 보면 팬이 안 될 수가 없다니깐? 그리고 이 사진들 좀 봐봐. 내가 저번에 찍어 놓은 것도 여기 있다?”

연욱이와 혜나의 팬들이 올려놓은 사진에는 같이 찍은 것도 있고, 아니면 멀리서 찍은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연욱이가 직접 사인을 해 준 뮤지컬 포스터를 올린 팬도 있었다.

“음······.”

김아영은 진지하게 화면을 내려가며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너무 집중을 하고 있어서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 시간 다 됐다. 이제 가자, 언니.”

“응? 벌써?”

“어휴. 뭔 사진을 1시간이나 넘게 봐? 얼른 일어나.”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아영은 먼저 카페를 나서는 동생의 뒤를 따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 줄은 전혀 몰랐다.

두 사람은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이 넓은 대극장이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이 많네.”

“이 뮤지컬 대박 났어. 넘버들도 좋고, 연출도 아주 잘해 놨고. 거기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거잖아. 스토리가 이상할 리 없지. 거기다 연욱이랑 혜나 나오는 무대는 진짜 표 구하기 힘들어. 이것도 내가 새벽마다 홈페이지 체크하면서 간신히 얻은 거라니깐?”

“그랬구나. 고생했네.”

“헐. 영혼 없어.”

지금 김아영 귀에 동생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곧 있으면 공연이 시작된다.

김아영이 오늘 공연을 보고자 하는 목적은 단 하나 밖에 없다.

연욱이와 혜나.

이 두 사람을 보기 위함이다.

사진으로 봤을 땐 정말 예쁜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찾던 아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사진으로만 확인할 순 없는 노릇.

오늘 이 두 눈으로 직접 그 아이들을 봐 볼 것이다.

두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앙상블들이 뛰어 나와 합창을 불렀다.

무대 효과가 펑펑 터지고 웅장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을 보고 김아영은 무대는 잘 만들었네-라며 속으로 짧게 평가했다.

사실, 저 화려한 무대도 김아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쯤이면 연욱이와 혜나가 나오는 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무대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

슬슬 기다리기가 힘들어질 때쯤.

갑자기 관객들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고조된 긴장감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옆에 있는 동생부터 시작해 앞뒤에 있는 관객들마저 그러니, 김아영도 왠지 모르게 자세를 고쳐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다.

“아빠는 미쳤어!!”

우렁차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은 목소리가 꽂혀 들어왔다.

무대로 뛰어 오는 한 남자 아이.

그 아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김아영은 참았던 탄성을 작게 내질렀다.

“아······.”

그토록 찾던 아이가 바로 저 무대 위에 있었다.

* * *

11월에 시작한 뮤지컬이 어느새 해가 바뀌어 1월 달이 되었다.

보통 뮤지컬은 3~4개월 정도를 극장에 올려놓는데, 이번 공연은 2월 말에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 공연은 나와 혜나가 올라가는 것으로 스케쥴이 잡혀 있었다.

“얘들아. 아빠랑 같이 놀까?”

오늘은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찍 집에 들어오셔서 어머니는 요리를, 아버지는 우리 남매와 같이 놀아 주고 계셨다.

“이거 봐, 혜나야. 아빠가 오늘 오면서 사온 장난감이야.”

아버지는 손바닥만한 드론을 거실에서 날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남매 때문에 산 게 아니라, 아버지가 갖고 싶으셔서 산 것 같다.

혜나는 그냥 덤덤한 얼굴인 것에 반해, 아버지는 해맑게 웃으며 드론을 날리고 것을 보면 말이다.

“네~ 여보세요?”

그때 부엌에 있던 어머니 핸드폰이 울리면서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맞아요. 누구시죠? 네? 어디시라고요?”

이윽고 어머니는 화들짝 놀란 목소리를 내어 드론 삼매경에 빠진 아버지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네? 정말요?!”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어머니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보. 방금 그게 무슨 전화였는지 알아?”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 어디서 온 전화였는데?”

“당신 핑크베어라는 브랜드 알지?”

“어. 알지. 애들 옷 만드는 곳이었던가? 꽤 비싼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아. 나름 고급 브랜드로 유명한 곳이야. 거기서 전화 온 거였어.”

“왜?”

“글쎄 우리 혜나랑 연욱이를 모델로 쓰고 싶대.”

“뭐, 뭐라고?!”

아버지도 놀랐고 거실 소파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나도 몸을 들썩였다.

나와 혜나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아니. 우리 애들을 어떻게 안 거지?”

“뮤지컬에서 본 거겠지.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어. 내일 편한 장소에서 한번 만나자는데, 어떡하지?”

“그거야 당연히······ 잠깐. 우리가 섣불리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혜나랑 연욱이 의견도 들어봐야지.”

그런 아버지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난 이런 부모님이 너무나도 좋다.

나와 혜나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님은 마음대로 우리의 진로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와 관련된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 먼저 두 사람의 의견을 묻고, 존중을 해 준다.

참 부모라는 게 있다면 딱 우리 부모님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혜나랑 연욱이~ 잠깐 이리로 모여 보세요.”

우리 남매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가 부모님 앞에 앉았다.

“얘들아. 뮤지컬은 많이 재밌니? 힘들지는 않고?”

“웅-! 재밌어! 연욱이랑 같이 노래 부르니까 너무 좋아!”

혜나는 무대 공포증이 많이 나아졌다.

여전히 무대 올라서기 전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지만, 등을 몇 번 토닥여 주면 금방 괜찮아진다.

“연욱이는?”

“저도 누나랑 같이 뮤지컬 해서 좋아요.”

“그래. 아주 대견스럽다. 귀여운 내 새끼들.”

아버지는 우리 두 사람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방금 들었겠지만, 엄마가 핑크베어라는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어. 너희들 그 회사가 어딘지 알지?”

“응! 나도 핑크베어 옷 있어. 귀엽고 예쁜 옷이야.”

“그래. 거기 핑크베어 캐릭터가 유명하지. 그런데 그쪽에서 혜나랑 연욱이를 모델로 쓰고 싶다네?”

“모델?”

“응. 혜나랑 연욱이가 핑크베어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거야. 그럼 그 회사는 그걸로 광고를 하는 거고. 어때?”

“좋아! 해 보고 싶어!”

고민하지도 않고 혜나에게서 즉답이 나왔다.

키즈모델이라.

전혀 생각도 못 한 일이다.

스타급 연예인들 중에서도 키즈모델로 시작한 이들이 몇몇 있지 않던가.

이건 혜나의 커리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미래가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저번 생에서 혜나는 키즈모델을 한 적이 없었다. 즉,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미래가 한 단계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뮤지컬을 하지 않았다면 키즈모델로 섭외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당장 모델이 되는 건 아니야. 거기 회사에서 연욱이랑 혜나를 직접 만나보고 싶대. 그런 다음에 모델로 선정을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할 거야. 괜찮겠니?”

“응. 괜찮아. 오디션 같은 거네?”

“맞아. 일종의 오디션이야.”

“연욱이도 같이 하는 거지?”

“응. 혜나랑 연욱이, 둘 다 같이 하는 거야.”

“연욱이가 하면 나도 할래.”

혜나는 이제 선택권을 내게 넘겼다.

부모님은 기대감 가득한 눈동자로 내게 시선을 옮겼다.

“연욱아. 네 생각은 어때?”

“좋아요. 저도 하고 싶어요.”

혜나의 커리어가 달린 일이다. 하기 싫어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언제 모델 같은 걸 해 보겠는가.

특히 키즈 모델은 이 나이대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나도 물론 기대가 됐다.

거기다 핑크베어 정도 되는 회사라면 돈을 두둑이 챙겨 주지 않겠는가.

우리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야 그깟 사진 몇 백장도 찍어 줄 수 있다.

“하하. 그래. 그럼 내일 다 같이 그 회사 사람들 만나러 가 보자.”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서 나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부모님은 핑크베어 회사와 약속 장소를 정한 뒤, 다음 날이 되어 우리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약속 장소에는 몇몇 사람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오자 상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벌떡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핑크베어 대표, 김아영이라고 합니다. 연욱이랑 혜나도 안녕~?”

“대표님이요? 어머. TV에서도 대표님 얼굴 몇 번 봤었는데?”

핑크베어 CEO라면 나도 예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다.

성공한 여성 CEO로 유명하기도 하고, 핑크베어 브랜드로 크게 히트 치면서 외국에도 진출을 했다고 들었다.

“호호.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직접 나와 주실 줄은 몰랐네요.”

“당연히 나와야죠. 제가 사실 혜나랑 연욱이 팬이거든요.”

“네? 정말요?”

“뮤지컬 ‘괴물’이요. 거기서 혜나랑 연욱이가 나와서 노래하는 걸 보고 푹 빠져서 저도 모르게 그만······.”

김아영 대표는 자기 노트를 꺼내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내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이렇게 사인도 받아 놨습니다. 제가 좀 주책이죠?”

“아니에요. 우리 얘들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내가 저 사람한테 사인을 해 준 적이 있던가.

내 사인이 귀엽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서 하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여기 앉으세요. 제가 간단히 설명을 해 드릴게요.”

김아영 대표와 핑크베어 회사 직원들이 계약서를 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계약 설명을 하려 하자 부모님이 당황한 듯 말했다.

“오늘 바로 계약을 하는 건가요? 전 오늘 그냥 얘들 면접 보는 줄 알고······.”

“호호. 면접은 이미 뮤지컬에서 끝났어요. 전 꼭 혜나랑 연욱이가 핑크베어의 새로운 얼굴이 되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계약서부터 가져온 거고요. 혹시 두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가 있나요? 브랜드 광고를 한다든가 하는······.”

“아니요. 아직 소속사는 없어요. 광고 찍은 것도 없고요.”

“아! 다행이네요. 오늘은 천천히 계약서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최대한 맞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계약금도 업계 최고로 맞춰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언뜻 봐도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특히 업계 최고의 금액을 맞춰 준다는 것만 들으면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부모님도 얼떨떨한 모양이다.

“저희 아이들이 이제 처음 모델이 되는 건데, 이렇게 계약을 해 주셔도 되는 건가요?”

“아버님. 제가 여러 모델들을 만나봤지만, 혜나랑 연욱이만 한 아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분명 저 둘은 커서도 크게 될 겁니다. 제가 이런 쪽으로는 직감이 항상 잘 맞거든요. 그래서 다른 회사가 빼앗아 가기 전에 얼른 도장부터 찍으려는 거죠. 호호.”

김아영 대표는 핑크베어 회사의 좋은 점들을 모아 놓고 말하며 나와 혜나가 최적의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결국 그런 김아영 대표의 열정에 감독한 부모님은 마지막으로 우리 남매의 의사를 물은 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연욱아. 앞으로 이 누나랑 잘해 보자?”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줌마이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네. 누나.”

나와 혜나의 팬이라면, 그것도 광고주라면 이런 서비스는 언제든 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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