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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5화 (15/200)

<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5화 >

“음······.”

효진은 핸드폰을 만져가며 앓는 소리를 냈다.

주변 사람들이 다 SNS를 하고 있을 때, 효진과 재현은 직장도 다녀야 하고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 바쁜 삶을 사느라 SNS는 꿈도 꾸지 못했다. 아니. 시간이 있었어도 SNS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딱히 SNS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문샛별 감독의 제안을 받고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외부에 노출 되는 것이 꺼려지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머님. 혜나와 연욱이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이대로 잘 자라준다면 정말 스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 모으는 것이 어떨까요? 어차피 배우들이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 싫든 좋든, 아이들의 얼굴은 곧 알려지게 될 겁니다.’

문 감독의 설득도 있었고, 효진이 생각하기에도 SNS를 한번 시작해 보는 건 괜찮아 보였다.

“우리 애들의 추억을 저장한다고 생각하자, 효진아. 너무 많은 관심은, 사실  필요 없어. 그냥 우리끼리 예쁜 사진첩 하나 온라인에 만들어 놓는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런데 생각보다 SNS가 좀 복잡하게 되어 있네? 가입도 다 했는데, 주변 친구 찾기 설정도 해야 하고··· 어휴.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한 걸 어떻게 하는지 몰라.”

효진은 어찌어찌 설정을 마친 뒤 새로 개설한 아이디의 이름을 정했다.

[H&Y]

혜나와 연욱이란 뜻으로 H&Y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우리 토끼들~ 잠깐 소파에 앉아 볼래?”

“우웅~.”

“네~.”

찰칵-.

“둘 다 너무 떨어져 있다. 가까이 붙어 봐.”

“웅~! 연욱아. 일로 와.”

"옳지. 너무 예쁘다! 호호."

혜나는 연욱이에게 가까이 붙어 옆에서 꼭 안아 주었다.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에 효진은 쉴 새 없이 버튼을 누르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그중에서 좋은 사진을 골라 SNS에 올리고자 했다.

“여보. 어느 사진이 좋을까?”

“아-. 어렵네. 내가 부모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애들 인물이 너무 잘나서 그런 건지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진짜 다 잘 나왔어.”

“그치? 우리 애들이 실물도 예쁘지만, 카메라빨도 엄청 잘 받는 거 같아. 고민 되네. 뭘 올려야지?”

보통 사람들이 SNS에 사진을 올릴 땐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수십, 수백 번 시도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최종 사진을 고르게 되면 편집 어플로 열심히 보정을 해 준다고 하는데, 효진과 재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사진들이 하나 같이 다 잘 나와 뭘 골라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하아-. 뭘 올려야 되는 거지? 사람들 올리는 거 보니까 잘나온 사진 한 장씩 올리던데······.”

“여보.”

“응?”

“그냥 다 올리자.”

“뭐?”

“고민해서 뭐해? 어차피 우리 애들 예쁜 모습 보려고 찍은 거잖아. 사진 많이 올린다고 해서 불이익 보는 것도 없고.”

재현의 말을 듣고 보니 효진은 진중하게 고민하던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음-. 그러네.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잖아. 당신 말대로 그냥 다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다 잘나온 사진이니까.”

그녀는 방금 찍어 둔 30장이 넘는 사진들을 한꺼번에 다 업로드 시켜 버렸다.

* * *

[‘괴물’ 뮤지컬 연습 들어갑니다~. 그전에 너무나도 귀여운 제 아역 배우 소개 한번 할게요!]

만들어 놓고 몇 년 동안 방치해 둔 류재한 배우의 계정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글을 업로드 했다. 팔로우만 해 놓고 아예 잊고 살았던 류재한 배우의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릴 정도였다.

-아니. 이 오빠 무슨 일이야?

-류 배우님. EMS한테 협박을 받고 있는 거라면 사진에 당근을 넣어 주세요.

-TV에도 안 나와, 뮤비도 안 찍어, SNS도 안 해. 그런 사람이 갑자기?

-EMS가 돈 준 거네. 이 오빠가 뮤지컬 홍보도 다 하고.

-류재한 봇이라는 게 학계의 점심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류재한 배우는 꿋꿋하게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나를 닮아 똑같이 잘생긴 연욱이]

[서 있는 것만 봐도 귀여운 연욱이]

[선남선녀 혜나와 연욱이]

온통 연욱이와 혜나 얘기 밖에 없는 사진첩.

처음에는 의아해 했던 팬들의 반응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헐? 이 아이가 이번에 뽑힌 아역 배우라고요?

-뭐야. 비주얼 뭐야? 실화야?

-아니. 도대체 이 존잘 아가는 어디서 튀어 나온 겁니까? 이모들의 심금을 울리려고 작정을 했나?

-류 배우님 팬입니다. 그런데 ‘나를 닮아 똑같이 잘생긴’이라는 제목이 불편하네요. 수정해 주세요.

-저 혜나라는 아이는 왜 이렇게 예쁜 거죠? 거기다 연욱이랑 남매라는 게 진짜입니까?

-말도 안 돼. 대체 무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거냐?

“으하하. 이거 봐라. 팬들이 지금 난리다.”

류재한 배우는 자기 핸드폰을 매니저한테 보여 주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매니저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형님. 오늘 SNS 하셨어요?”

“응? 아, 응. 어제 문 감독이 저번에 찍은 사진 다 SNS에 올려도 된다고 허락 떨어졌거든. 그래서 바로 연욱이랑 혜나 사진 올렸지~.”

매니저는 잠깐 벙찐 상태로 류재한을 바라보다 전화기를 들어 소속사 대표에게 연락을 하려 했다.

“흑흑. 인터넷과는 담을 쌓으신 분이 SNS를 하시다니. 제가 당장 이 기쁜 소식을 대표님에게 알려야겠습니다.”

“야야. 오바 하지 마. 그냥 잠깐 한 거니까.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잖아?”

-류 오빠~ 연욱이랑 혜나는 SNS 안 하나요?

-저 비주얼 남매가 SNS 안 할 리가 없지!! 당장 좌표를 내놓으시오!!

-류 배우님··· 연욱이 혜나 남매 SNS 아이디··· 공유 부탁 드립니다···.

“창식아. 사람들이 자꾸 좌표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대체 좌표가 뭔 뜻이냐?”

“잠시 만요.”

김창식 매니저는 류재한 SNS 계정을 쭉 살펴본 뒤 말했다.

“연욱이랑 혜나 SNS 계정이 뭔지 알려 달라는 뜻이에요.”

“그래? 근데 나 모르는데.”

계정을 만들고 나서 팔로우 한번 해 본적이 없는 류재한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SNS를 통한 팬관리는 필수이지만, 류재한은 옛날부터 이런 것에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소속사 대표가 사정사정 해서 계정을 팠겠는가?

“제가 한번 알아볼 게요.”

매니저는 어딘가에 연락을 한 뒤 아이디를 받아왔다.

“다행히 혜나랑 연욱이가 SNS를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네요. 아이디 공유 할까요?”

“당연하지.”

류재한 배우 계정을 통해 혜나와 연욱이 SNS 계정이 공유되었다.

언제 좌표가 뜨나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글이 올라오자마자 당장 클릭해 H&Y 채널로 들어갔다.

* * *

“얘들아. 준비 다 됐니?”

“웅!”

“네~”

계약을 맺은지 일주일이 되는 날.

나와 혜나는 오늘이 첫 연습날이었다.

“다른 배우님들은 평일에 연습을 다 하셨대. 아마 가면 우리 연욱이랑 혜나 노래랑 연기를 지도해 주실 선생님이 계실 거야. 그분 말씀 잘 따라서 하면 돼. 알겠지?”

“우웅! 너무 기대 돼!”

“호호. 엄마도 괜히 기대가 되네?”

평일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하신 터라 주말에는 좀 쉬셔야 하는데, 나와 혜나를 소속사까지 데려다 주느라 그러지도 못 하신다. 그래도 두 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어머니는 쌀과자를 하나씩 나눠 주셨고, 운전 중인 아버지 입에도 쏙쏙 넣어주셨다.

“여보. SNS 봤어?”

“응. 갑자기 팔로워 숫자가 확 늘었던데?”

“나도 보고 깜짝 놀랐잖아. 갑자기 어제 팔로워가 5천명이나 됐더라. 이거 애들한테도 보여줘야겠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우리 둘에게 보여 주며 자랑하듯 말씀하셨다.

“얘들아. 이거 봐. 벌써 우리 귀여운 남매한테 팬들이 생겼네?”

혜나는 SNS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난 달랐다.

나는 사람들이 남겨 놓은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아. 전 오늘 여기 드러눕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존재할 줄은······.

-흑흑. 이모가 이번 뮤지컬은 너희들 보려고 3연 4연도 할 거다.

-내가 아역 배우 보고 설레는 건 또 처음이네

-222222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살펴보니, 다들 뮤지컬 배우가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여기까지 유입된 것처럼 보였다.

문 감독도 이런 효과를 노렸던 것일까.

나와 혜나가 분명 사람들한테 먹힐 걸 알고 SNS를 시작하게 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동시에 뮤지컬 홍보까지 하게 하는 고도의 설계······?

-문샛별 님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문샛별 님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문샛별 님이······

“······.”

30장이 넘는 사진에 문샛별 감독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곳이 없다.

홍보라는 핑계로 왠지 사심을 채우려는 거 같기도 하고.

“오셨습니까?”

“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넵!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습 끝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우리 토끼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연습해야 한다?”

“우웅~!”

“네에~.”

소속사에 도착하고 나서 부모님은 먼저 우리를 데려다 주고 돌아가셨다.

나와 혜나는 실장을 따라 연습실로 이동했다.

배우들은 이미 평일에 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대다수 쉰다고 했었지?

아쉽군. 류재한 배우와 다른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을 직접 이 눈으로 보고 싶었건만.

뭐, 날이 오늘만 있는 건 아니니까.

“후후. 얘들아. 혹시라도 연습실 안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지 마렴.”

“네?”

“들어가 보면 알 거야. 하여튼 가끔 보면 어른들이 더 애들 같다니깐?”

실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연습실 문이 열리고 나서야 이해했다.

“오-! 왔다! 왔어!”

“연욱아~ 혜나야~”

주말에는 없을 거라던 배우들이 연습실에 다 모여 있었다.

보통 배우들끼리 연습 일정을 나눠서 스케쥴을 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굴을 보니 이번 뮤지컬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전부 모인 듯보였다.

오늘 시츠프로브(오케스트르와 모든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래를 맞추는 연습)라도 있는 날인가?

“이야. 선배님이 하루 종일 자랑할 만하네요. 나는 왜 갑자기 SNS를 하시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어.”

“애가 진짜 나이에 안 맞게 잘생겼다. 뭐라 그래야지? 귀족 같이 품위가 있는 외모라고 해야 하나?”

“어머. 언니가 말한 대로 혜나 진짜 예쁘네. 얘, 눈 큰 거 좀 봐. 너무 부럽다.”

“혜나랑 연욱이 부모님은 진짜 좋으시겠네. 매일 봐도 안 질리겠다.”

대화 나누는 걸 보니 나와 혜나를 보기 위해 모두 연습실에 모인 듯하다.

류재한 배우부터 시작해 다른 배우들 모두 나와 혜나 사진을 올려 열심히 홍보를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번 주에 우리 두 사람을 보지 못했던 배우들이 전부 모이게 된 것이리라.

“자자. 배우님들. 그만 애들 둘러싸세요. 숨 막히겠다. 그리고 다들 왜 오신 겁니까? 오늘 연습도 없으신 비싼 분들이.”

“우리 연욱이랑 혜나 연습하는 거 구경하러 왔지~”

“호호. 저번 주에 혜나랑 잠깐 얘기 나눠 봤는데 말하는 게 너무 예의 바르고 귀여운 거 있지. 그래서 연습 좀 도와주려고 왔어요.”

“연습은 제가 코칭해야지, 왜 배우님들이 하십니까? 어휴.”

배우들의 대답에 한숨을 푹 쉬며 나와 혜나에게 어느 여자 분이 다가왔다.

“안녕, 얘들아. 오늘 선생님이 너희 연기 지도를 하게 될 거야. 잘 부탁한다. 선생님 이름은 김수빈이라고 해.”

“네에~!”

“그래그래. 얘들이 귀엽고 얌전해서 좋네. 혹시라도 힘들면 바로바로 얘기하렴. 알겠지?”

“네~”

수빈 선생님은 나와 혜나를 의자에 앉혀 놓고 각자에게 대본을 나눠주었다.

또한 이 큰 연습실 안에는 피아노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에 수빈 선생님이 앉았다.

“음. 누구부터 해 볼까? 그래. 혜나부터 해 보자. 혜나야. 저번에 오디션곡 기억나니?”

“네에-!”

“좋아. 그럼 가볍게 그거부터 해 볼까?”

혜나는 벌써부터 흥이 폭발해 선생님이 치는 건반에 따라 몸을 들썩였다.

아무리 신이 난다고 해도 무작정 춤을 출 순 없기에 간신히 흥을 억누르는 게 눈에 훤히 보여 나도 모르게 풉 웃음이 터져나왔다.

참 언제 봐도 귀여운 내 누나다.

“와아~!”

“우리 혜나 잘한다!”

아예 자리를 깔고 앉은 배우들이 혜나의 연기와 곡이 끝나자 박수 갈채를 날렸다.

어느새 이 자리가 삼촌 이모 팬들의 관람석이 되었다.

“자. 다음은 연욱이!”

혜나가 예쁘게 관객들을 향해 인사까지 하고 자리에 돌아가자 이번에는 선생님이 날 불렀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금 전까지 혜나가 서 있던 곳에 가서 섰다.

“연욱아. 너도 오디션 때 했던 거 기억나니?”

“네.”

“그래. 그럼, 그걸로 해 보자.”

바닥에 착석하고 있는 배우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내게 집중되고 있었다.

뭔가 저렇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니, 부담이 돼서 쉽게 집중이 되질 않는다.

오디션 때와는 뭔가 다른 공기라고 해야 할까.

방금 전까지는 혜나가 연기하는 걸 보느라 긴장할 틈이 없어서 몰랐다.

지금은 두 손에 땀이 흐르기까지 했다.

이런. 이러다가는 노래 가사까지 다 까 먹겠는데?

“연욱아~”

그때 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의자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는 혜나가 보였다.

“화이팅~ 내 동생!”

갑자기 모든 긴장감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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