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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연이는 선생님 커플이 식당을 떠난 뒤에도 한참 그런 소리를 냈다.
“오호···”
둘이 결혼을 한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축제 날을 위한 장사는 모두 끝이 났다.
다연이의 새로운 도전은 만족스럽게 끝이 났고, 다연이도 자신의 장래 희망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호오오···.”
다연이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계속 그런 소리를 낸다.
나는 그 소리가 한 번 더 나올 때쯤, 다연이에게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다연이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냥 선생님이 결혼하는 게 싱기해.”
“...”
나는 다연이가 무사히 일을 마쳤다는 것에 뿌듯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결혼 소식이 다연이에겐 크게 와 닿는 모양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다연이가 말했다.
“아, 결혼하는 거또 싱기하지만 내가 김빱 마싯게 만든 거또 아주 조아.”
혹시 다연이는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둘의 결혼 소식에 우리는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다연이에게 특별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바로 화동인데 남자 선생님이 꼭 다연이가 하길 바라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특이하게도 두 분 다 어린 조카나 동생이 없어서 다연이가 허락만 하면 됐었다.
뭔가 모양새가 이상하긴 했지만 두 분은 적극적인 태도로 다연이가 해 준다면 너무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연이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근데에···”
“응.”
다연이가 물었다.
“화동이가 뭐야?”
“아까 말해줬잖아.”
“또 말해줘.”
그래서 설명해줬다.
“나중에 결혼식 할 때 반지 갖다주는 거.”
“예쁜 드레스 입고?”
“응.”
다연이가 배시시 웃었다.
“나는 드레스 한 번도 안 입어봐써.”
“그렇네.”
다연이가 말하고 생각해 보니 한 번도 그런 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딱히 입을 만한 일이 없기도 했었다. 대신 유치원에 다닐 때 한복은 입어 봤었기 때문에 나와 엄마는 다연이가 한복 같은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고는 있다.
“근데에.. 결혼식 언제 한다고 해찌?”
“다음 달 쯤에.”
“흐음··· 그러쿤..”
그렇기에 다연이는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화동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사실 열심히 준비할 정도로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준비 없이 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나 엄청 열씨미 준비해야 게따!”
“그래.”
화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도 말해줬는데 이건 나중에 준비하기로 했다. 아직 결혼식 날짜까지는 여유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나중에 사진도 찌거야지!”
다연이는 그렇게 한참을 더 신나했다. 난생처음으로 해보는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연이가 좋아할 동안 축제 기간 동안 다연이의 임금을 계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우리는 사장과 직원의 사이는 아니지만, 임금 계산은 늘 완벽하게 해야 하는 법. 게다가 다연가 우리 식당의 매출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더 완벽하게 임금을 지불해 주려고 한다.
“우와아··· 나는 결혼식 한 번도 안 가봐써···”
다연이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나는 계산대 앞으로 가서 다연이에게 줄 적당한 임금을 생각해 본다.
“음···”
사실 다연이의 기여도를 생각해 본다면 100만 원도 아깝지 않다. 실제로 그보다 훨씬 더 벌었으니까.
SNS에도 나름 홍보가 잘 되어서 맛집 같은 취급을 받았다. 게다가 다연이를 보러 온 손님들도 많아서 이 정도를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히 다연이는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큰돈을 가지고 있는 건 그리 좋지 않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적당한 임금을 결정했다.
“다연아, 이리 와봐.”
“응!”
내가 부르자 곧장 이리로 온다. 표정을 보니 다연이도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다연이가 일한 거, 돈 줄 거야.”
“오..! 나 그거 먼지 알고 이써. 월급을 받는 거지!”
“알고 있네.”
나는 그런 다연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미리 생각해 놓은 금액의 돈을 건넨다.
“자, 축제 기간 동안 일한 거 돈이야. 다연이가 잘해서 주는 거야.”
“내가 잘한 거 나도 알고 이찌!”
내가 정한 금액은 10만 원. 다연이의 기여도와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나이와 비교한다면 많은 금액이다.
다연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10만 원이면 하고 싶은 건 전부 할 수 있을 거다.
“흐음···”
받은 돈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자, 이거 가져.”
그렇게 말하면서 받았던 돈 중 절반인 5만 원을 내 손에 쥐여준다.
“왜 주는 거야?”
내가 물으니 다연이는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예전에 말해짜나..! 내가 돈 벌면 오빠한테 다 주 꺼야.”
그러면서 뿌듯한 얼굴을 했다. 마치 열심히 번 돈을 이제야 내게 주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대견했다.
다연이에게 받은 돈을 손에 쥐고 있으니 괜스레 감동적이었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뭔가.. 난생처음 딸에게 용돈을 받은 아빠 같은 마음이었다.
그냥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은 그랬다.
비록 내가 준 돈이 다시 내게 돌아온 거지만 딱히 상관은 없다.
“고마워.”
“응!”
고마웠지만 궁금해지는 것도 하나 있었다.
바로 다연이는 남은 돈으로 뭘 할 건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는 그 의문을 머릿속에 남겨두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다연아, 그러면 남은 돈으로는 뭐 할 거야?”
그러자 다연이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선생님들 결혼할 때 줄 꺼야! 그거.. 이름 뭐더라아··· 어쨌든 그거에 돈 줄 꺼야!”
“축의금..?”
“마따! 축의금!”
다연이가 축의금이라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것보단 축의금을 줄 생각을 했다는 것이 또 대견스러웠다.
나름 힘들게 번 돈인데 결국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전부 쓸 생각이었던 거다.
“대견하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연이가 대답했다.
“마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10만 원을 더 꺼낸다. 그리고 이건 다연이만을 위해서 쓰라고 말했다.
다연이는 그 돈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오···. 돈이 더 생겨따···”
“그래, 그걸로는 다연이 하고 싶은 거 해.”
“아··· 알게써··· 너무 돈이 마나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게써.”
“그래.”
다연이는 돈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일딴.. 마싯는 거 사고오.. 다른 것도 생각해야 게써..”
앞으로는 매달 용돈을 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나··· 마트 갔다 와도 돼?”
“그래.”
이제 다연이는 혼자서도 잘 가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식당을 나서는 다연이의 뒷모습을 본다.
이렇게나 빠르게 커가는 것이 조금 신기하다. 언젠가는 집을 나가는 날도 있겠고 또 언젠가는 결혼하는 날도 오겠지.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 감성적인 기분이 든다.
“잘 되겠지.”
뭐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될 거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다연이가 크면서 돈이 얼마나 들었던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다.
만약 다연이가 없었다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없었을 테니까.
그냥 고맙다는 생각뿐이었다.
“정리해야지.”
나는 감성적인 생각을 놓아두고 당장 필요한 정리를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다.
.
.
.
시간이 꽤 지났다.
흐드러지던 벚꽃은 전부 다 졌고 날씨도 봄의 끝자락으로 가는 중이었다.
오늘은 그런 날 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날이다.
선생님들의 결혼식에 다연이가 화동으로 가는 날. 이번 결혼식에는 다연이와 나, 정인이 같이 가기로 했다.
엄마는 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게 그 사람들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인도 마찬가지였지만 나 혼자는 그런 곳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다연이의 케어 문제도 있어서 그냥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엄청 예쁘다!”
화동으로서 입는 드레스는 아주 화려했다. 그림책 속의 공주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진짜 예뻐! 사진 찍어 놔야지.”
다연이의 모습을 본 정인은 사진 찍기 바빴다.
옷과 필요한 것들은 그쪽에서 준비해줬다. 보통은 우리가 준비하지만 그쪽에서 고맙다고 보내준 것이다. 우리는 다연이의 옷 사이즈만 알려줬다.
아직 출발하기 전이었는데 다연이는 미리 옷을 입은 상태였다.
다연이는 8살이다. 굳이 따지자면 화동을 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를 더 먹었지만, 꼬마들 못지않게 귀여웠다.
“너무 귀여워.”
엄마도 사진 찍기 바쁘다.
그 말대로 특별히 귀엽긴 하다. 옷 자체도 원래 그런 옷이었지만 다연이와 아주 잘 어울려서 더 그랬다. 오히려 다연이 덕분에 옷이 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귀여워!”
다연이는 더욱 신나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있으니 이제 가야 할 시간이 됐다.
결혼식장까지 가기 위해서 차를 대여 했었는데 운전은 내가 하기로 했다.
비록 운전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면허는 있다.
최근에는 차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차를 빌려서 운전 연습도 해봤다.
“이제 가자. 지금 가야 안 늦어.”
“응!”
우리는 곧장 차로 향했다.
엄마는 문 앞에서 우리들을 배웅한다.
“잘 갔다 와.”
“네.”
“안뇽!”
다연이가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곧바로 차에 올라탄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익숙하게 자리에 앉았다.
“우와..! 오빠 운전 한다아!”
다연이는 내가 운전하는 걸 처음 본다. 나는 다연이가 있을 때 운전하지 않았으니까.
“...”
나는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밝은 얼굴로 웃으며 나를 보는 다연이, 그리고 조금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인.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브레이크가 이거지?”
“아니야!”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이렇게 큰 반응이 나오다니. 사실 조금 불안했던 모양이다.
나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농담이야. 출발할게.”
“그런 농담하지 마···”
“출발 한다아!”
둘의 상반되는 반응을 들으면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
.
.
도착한 곳은 예상대로 화려한 곳이었다.
화려하다는 말은 다연이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우와··· 징짜 머시따아···”
다연이가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면서 말했다.
지금 다연이는 화동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서 힐끔힐끔 훔쳐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렇게 차려입은 다연이는 연예인 못지않았으니까.
“사람들이 전부 다연이 보고 있어.”
정인이도 내게 그렇게 말했다.
“안뇽하세요!”
다연이는 그런 시선을 즐기면서 온 사방에 인사하고 있었다.
“귀여워··· 화동인가 봐···”
“조카가 없다고 해서 안 할 줄 알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다연이는 연예인처럼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그런 시선을 즐기고 있던 우리는 빠르게 축의금부터 내기로 했다.
“여기에 내 이름 쓸 거야.”
“그래.”
다연이도 준비해온 축의금이 있었기 때문에 서툴게 종이봉투 위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이.. 다.. 연. 다 해따. 이거 봐죠. 내가 잘했는지.”
“응.”
나는 이름을 새긴 봉투를 확인한다.
“잘 썼어.”
글 쓰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삐뚤빼뚤하지만 예전과 비교해서는 아주 많이 늘었다.
“멋있어.”
“머시쓰면 웃어죠.”
내가 다연이 말대로 하니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조아.”
아마 축의금을 8살짜리 꼬마 이름으로 내는 경우는 아예 없을 것이다.
나도 그냥 다연이가 그러길 바라서 그런 것뿐이다. 나중에 연락이 오면 그냥 내가 다연이 이름으로도 냈다고 말해야겠다.
“이제 선생님 보러 가자!”
“응.”
우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을 헤집어서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연아!”
먼저 신부가 있는 곳이었는데 다연이가 그곳으로 들어서자마자 그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쏟아졌다.
“나보다 예쁜데?”
“선생님보다 예쁘면 안 되는데!”
다연이가 그렇게 말했다.
“우와··· 다연이 진짜 예뻐요..”
감탄하듯 칭찬을 쏟아낸다. 이러다 주인공보다 다연이가 더 주목받진 않을까.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이어서 신랑까지 만난 후에야 조금 쉬기로 했다.
결혼식이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흠···!”
다연이가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던 다연이는 별안간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근데 마리야. 나 이거 물어봐도 돼?”
“뭔데?”
내가 되물으니 다연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주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랑 언니는 언제 결혼해?”
“응..?”
“..!”
안 봐도 정인이의 표정이 상상된다.
다연이가 여전히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해죠.”
내가 할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일부터 식장 알아볼까?”
“오..!”
이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외전 7.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