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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75화 (17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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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는 생각했다. 지금 다연이의 눈앞에 있는 배현우라는 남자아이가 왜 자신하고 친해지고 싶다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쁜 쪽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다연이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배현우가 싫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오늘 얼굴을 처음 보는 사이인데 왜 이렇게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어..?”

반면에 현우는 주변에 있던 다연이의 친구들이 왜 저런 살벌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현우가 오늘 처음 얼굴을 본 다연이에게 이렇게까지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냥 뭔가 호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다.

물론 처음은 엄마가 친해지라고 말해서 관심이 생겼다.

‘오늘 우리 매장에 다연이라는 꼬마애가 왔더라고! 너랑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한대. 정말 예쁘더라. 나중에 만나면 꼭 친하게 지내.’

조금 더 격앙된 목소리였고,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었지만,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현우는 개학한 다음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었고, 대화를 더 나누다 보니 다연이가 쓰는 일기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래서 어제 다연이의 일기장에 댓글을 남겼던 것이다.

물론 사진으로 본 다연이가 예뻐서 그런 것도 맞다. 어쩌면 그게 거의 대부분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현우는 그냥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다연이 앞에 선 것이다. 둘은 다른 학년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주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야?”

다연이 친구 중 하나가 물었다.

“나.. 3학년···”

현우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현우는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최민우···”

올해 같은 반이 된 친구다. 이전부터 다연이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애다.

빠르게 다가온 민우는 그것보다 더 빠르게 현우를 낚아채 간다.

민우는 그렇게나 다연이를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인사보다 현우를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둘은 그렇게 멀어져가고, 다연이는 멀어지는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뇽! 나중에 보자!”

민우는 그런 와중에도 다연이의 말에 대답했다.

“안녕.”

그리고 다시 멀어진다.

다연이와 같이 있던 친구들이 저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야..?”

그 말에 다연이가 대답했다.

“나도 몰라.”

“?”

“그냥 인사하고 시펐나바.”

다연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연이도 인사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던 길을 재촉한다.

다연이의 친구들도 처음엔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다연이와 같이 있을 때면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나곤 했었던 일이었다. 드문 일인 것도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서 그냥 납득하고선 같이 걷는다.

어느새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다연이와 친구들은 고학년이 되면 지금 시간에도 학교에서 공부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 밖으로 나섰다.

***

다연이와 친구들이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민우는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현우 치우기를 끝내고 나니 그새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 됐다.

물론 현우가 순순히 따라와 주진 않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됐다.

현우는 지금 자기 자리에 앉아있고,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다연이가 하늘 초등학교로 진학을 했을 때, 이런 일이 있을 거란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니 일일이 막아내기 힘들다.

다연이가 예쁘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벌써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래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

민우는 계속해서 수업을 듣는다. 새로 올라온 학년의 수업은 당연히 그 전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할 만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학교에서 다연이도 만날 수 있었으니 안 좋을 건 더더욱 없었다.

“자··· 곱하기는···”

교탁 앞에선 선생님이 여전히 수업을 진행 중이다.

민우는 그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민우는 다연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몇 년이 걸려도 딱히 상관없다. 지금도 다연이가 초등학교로 입학하기까지 2년을 기다렸으니까.

민우가 다연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솔직히 예뻐서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흐흠···”

그냥 좋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곱하기는 이렇게 하는 거예요. 알겠어요?”

선생님이 말하고 다른 아이들이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민우는 모르겠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했다.

“흐으흠···”

하지만 공부도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집에 가서 복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늘은 주말이다. 다연이도 학교에 가지 않고 식당도 문을 열지 않는, 얼마 되지 않는 날.

나는 오늘을 기념 삼아 옥상에 앉아있었다.

봄날이라서 따뜻하니 좋다.

“...”

오늘은 온 가족이 옥상에 앉아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따뜻해서 그런 것 같다.

훌쩍 다가온 봄날처럼 곧 있으면 열릴 축제도 다가왔다.

다연이도 처음에는 곧 열릴 축제에 들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오는 때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하얗게 만개한 벚꽃은 지금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기 때문에 다연이는 봄 날을 좋아했다.

사실 꽃잎은 분홍빛에 더 가깝지만 이렇게 멀리서 보니 하얀 것 같기도 했다.

“벌써 저기에 사라미 마나.”

“그래.”

다연이는 옥상에서 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편이라 함은 벚꽃이 만개한 곳을 말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어제 저기에서 가치 놀아써찌.”

다연이의 말처럼 다연이는 올해 저곳에 이미 갔었다.

아무리 매년 축제가 열리는 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벚꽃이 만개할 때면 한 번쯤은 구경을 가줘야 한다.

가지 않을 이유도 없었고, 벚꽃도 예뻤으니까.

어제는 열심히 놀았지만, 오늘은 쉬기로 했다. 얼마 뒤, 본격적으로 축제가 열리면 그때부터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작년에는 식당에서 기존 메뉴와 함께 핫도그도 같이 팔았었다.

여러 의견을 모아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기존 메뉴와 같이하려니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꽤 성공적이었다.

반응도 좋았다. 좋은 반응이 SNS에 올라올 정도였으니까.

나는 휴대폰을 들어서 작년의 반응을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굳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뭔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맛있는 핫도그와 예쁜 벚꽃! 식당에서 물컵 갖다주던 꼬마도 귀여웠다!]

[#맛집 #핫도그 #벚꽃···]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의 태그가 걸려 있었는데 그냥 좋았다는 말이었다.

이 게시물 말고도 여러 가지가 더 있었다. 그만큼 우리 식당은 작년 축제 때 꽤 좋은 수완을 보였다.

다연이의 영향도 나름 크겠지만 나도 많이 노력했다.

“....”

나는 곧 있으면 다가올 축제 날을 생각하면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이렇게 앉아있으니 어딘가의 여행지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봄날이라서 햇볕은 적당히 따뜻했고, 너무 덥지 않게 바람도 슬슬 불어온다. 뭔가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잠시 후, 눈을 뜨니 내 앞에는 참새와 고양이가 같이 앉아 있었다.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둘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참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참새야.”

그러자 고양이도 말했다.

“나는 고양이야.”

둘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

“나는 여기에 살아.”

“나도 여기에 살아.”

참새와 고양이가 말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던 엄마도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둘은 다시 말했다.

“나는 다여니 고양이야.”

“나도.”

“다여니가 예전에 집도 만들어줘써.”

“우와.”

아주 예전에 다연이가 집을 만들어줬었다. 물론 그 집을 얼마 가지 않아서 망가졌기 때문에 새 걸로 바꿔줬었던 기억이 있다.

상자로 만든 집이 바깥에서 오랫동안 버틸 리가 없었다.

어찌 됐든 다연이가 고양이에게 집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고양이가 말을 이었다.

“밥도 주고 쓰다듬어 줘쓰니까 계속 여기에 이써야지. 나는 여기에 사는 고양이야.”

“나도 밥 줘쓰니까 여기에 사는 참새야.”

“그래.”

언제인지도 모르게 둘의 유치한 대화가 끝났다. 물론 나는 그 대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 진짜로 참새와 고양이가 한 대화는 아니었다. 동물이 말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참새와 고양이 대신 말했던 건 옆에 있던 다연이였다.

인형극 같은 모습에 엄마는 뿌듯하게 웃고 있었고 나는 그냥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형극 같은 재롱잔치였다.

“흠..!”

재롱잔치를 끝낸 다연이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러간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모처럼 모여있는 참새와 고양이를 보고선 즉석에서 지어낸 역할극이었다.

짝짝.

물러가는 다연이를 보고 엄마가 박수를 쳤다. 진짜 역할극을 마친 것 같았다.

“잘했어.”

“나는 잘하는 사라미야.”

다연이가 우쭐한 얼굴을 하면서 걸어왔다.

사실 처음엔 진짠 줄 알았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시작했으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다연이가 전에 보여준 행동에는 드루이드 같은 행동도 많이 있었으니까. 사실은 진짜 드루이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흠···”

나는 다시 의자에 머리를 기댄다.

그리고 그날은 평화롭게 지나갔다.

.

.

.

시간이 흘렀다. 이제 축제 날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여태까지 잘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됐으니까.

다만 다연이에게는 조금 달랐다. 왜냐하면 다연이 나름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뭐 해?”

다연이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전에는 나에게 부탁해서 주방에 있는 식자재들을 체크했었고, 그보다 더 전에는 올해 축제 때도 핫도그를 팔 거냐고 물어봤었다.

핫도그는 어떻게 팔았냐고 물어보는 건 덤이었고.

다연이가 숨을 내뱉었다.

"음···."

가만히 생각하던 다연이는 나를 멍하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마싯는 거 팔고 시퍼. 핫도그 가튼 거."

"응?"

그리고 다연이가 자신만의 장대한 계획을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김빱을 마니 만드러서..! 여기다가 놔둘 꺼야."

열심히 늘어놓는 다연이의 계획은 마치 거대한 파도 같았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계획에 대한 연설!

"....그러면 사람드리 내 김빱을 먹게찌!"

나름대로 논리 정연했고 그럴듯한 말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유창한 단어 선택과 웅변 실력.

강조할 말에는 손짓을 크게 했고 그렇지 않은 말에는 조곤조곤 말하며 나로 하여금 다연이의 대화에 집중시켰다.

"그러케 되면···! 나는 엄청 머찐 요리사 될 수 있게 되는 거지! 아마도···!"

마침내 장대한 계획의 발표가 끝이 났다.

"오···"

좋은 발표였다. 다연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계획이다.

다연이가 물었다.

"어때?"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좋은데.. 천천히 다시 한 번 말해볼래..?”

“...”

“뭘 하고 싶다고..?”

하지만 다연이가 너무 기분에 휩쓸려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연이의 발표가 끝이 났을 무렵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다연이의 신나는 표정과 뭔가 장대한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다시 말해 주께.”

“미안..”

다연이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천천히 말을 잇는다.

외전 5.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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