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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73화 (17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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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우리는 잘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가 같이 살게 된 뒤로는 예전보다 저기 전에 더 북적거리게 됐다.

그렇게 잘 준비가 한창일 때 다연이가 말했다.

“음··· 내가 사실 할 마리 이써.”

“뭔대?”

내가 묻자 다연이가 다시 대답한다.

“어··· 이거어.. 엄마한테 허락 바든 거야..”

“응, 뭔대..?”

다연이가 평소답지 않게 말을 얼버무린다.

사실 나는 여기서 다연이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알아차렸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연이가 우리 식당으로 아는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았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핑계 삼아서 말이다.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아직은 안 했는데에··· 오빠한테도 허락 바들려고.”

“응.”

벌써 말한 줄 알았는데 나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서 꺼낸 말이었다.

대견한데. 벌써 예전보다 더 성장한 것 같다.

“말해도 돼.”

그러자 다연이가 말했다.

“나.. 오빠가 아는 사람들한테 전부 말하고 시퍼.”

“뭘?”

“오늘 우슨 거..! 엄마한테는 이미 말해찌!”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직접 말하기엔 조금 쑥스러워서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연이가 엄마한테 말하자마자 바로 나에게 다시 물어봤었다.

엄마가 말했다.

“엄청 대단한 일이야.”

조곤조곤 말했지만, 평소보다 더 생기 넘치는 목소리였다.

내가 봐도 오늘 있었던 일은 말도 안 된다. 그때의 감각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다연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어..! 내가 말하고 시픈 거야..! 그렇게 해도 돼..?”

사실 그 일을 누구에게 말한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

고작 이런 일로 아는 사람들을 전부 부르다니. 나로서는 대단한 일이 맞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엄마가 말했다.

“해도 돼..! 그렇지?”

나는 그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대신 전부 다는 안 되고 열심히 골라서 정인이와 예나까지만 된다고 말했다.

예나는 내가 이 식당에 일할 때부터 알던 유일한 동생이었으니 이 정도는 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인이는.. 당연히 말해야 했고. 낮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자기 전이 전화를 하려고 했었다. 나도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흐음··· 전부 다 부르고 시픈데에··· 그러며언 밥돌이까지만 말할래.”

“그래.”

나름대로 타협을 본 다음,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은 뭔가 포근한 꿈을 꾼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느꼈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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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됐고 다연이가 지인들을 부른 시간이 됐다.

“...”

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홀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안 거야···”

“오빠가 말해주던 대요?”

밥돌이의 동생인 민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식당에는 민혜 말고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와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었을 때는 민혜와 비슷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쁜 건 없다. 어차피 숨길 필요도 없던 거고, 숨기려 하지도 않았으니까. 심지어 다연이가 나에게 다른 사람한테 말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그렇게 하라고도 말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전부 올지는 몰랐다. 다른 일도 많을 텐데.

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나 때문에 이렇게 없는 시간을 쓰게 하고 싶진 않았을 뿐이다.

“흠···”

“나 잘해찌!”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다연이를 보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냥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다연이는 더욱더 당당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걸어가서 무용담을 펼치기 시작한다.

내가 웃었던 날에 대한 무용담이었다.

“...그러케 해찌!”

그 순간을 묘사하는 다연이를 내버려 두고, 나는 주방으로 도망갔다.

한참을 안에 있으니 다연이의 무용담이 끝난 것 같아서 슬금슬금 밖으로 나온다.

“진짜예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우와..!”

나는 더 호들갑을 떨지 못하게 물었다.

“그래서··· 뭐 먹을래?”

“지금 먹는 게 중요해요? 절대 안 일어날 일이 일어났는데..!”

“...”

그건 맞지만 그래도 조금 부담스럽다.

“이거 뉴스에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만약에 형님이 방송인이었으면 지금 실시간 인기 영상 일등이었을 겁니다!”

많이 부담스럽다.

“마찌!”

그런 말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은 다연이와 엄마뿐이었다.

다연이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에 서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웃음을 지었고, 엄마도 만족스럽게 웃고 있다.

“진짜 그랬어?”

나는 정인의 물음에 대답했다.

“응.”

“그러면 지금 한 번 웃어봐!”

“응?”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말했다.

“맞아요! 웃어봐요!”

이렇게 주목을 받으니까 더 오글거리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진짜 내가 웃기 전까지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 말대로 했다.

“.....”

그러자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상한 모양이다.

“..거짓말 같은데?”

“그러게···”

거울이 없어서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 자신이 웃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미소가 잘 지어지지 않는 것 같다.

예전처럼 못하는 건 아니다.

나는 잠시 그러고 있다가 홀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뭐 먹을래?”

내가 그렇게 물으니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밥돌이가 먼저 말했다.

“...저는 된장찌개요. 된장찌개 먹고 갈게요..!”

아무도 다연이의 말을 믿는 것 같지 않으니 다연이가 당황한 얼굴로 나서서 말했다.

“아.. 아닌데..! 진짜 우서써..!”

그러자 밥돌이가 대답했다.

“큭큭, 다연이 알겠어. 근데 오늘은 잘 안 되나 봐. 나중에 다시 와서 볼게!”

“그.. 그래! 나중에 다시 오면 볼 수 이쓸 거야..!”

다연이가 그렇게 받아들여서 다행이다.

“그러면.. 밥 먹꼬 나중에 다시 와!”

“알겠어.”

다연이의 바람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 대신 오랜만에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다.

그중에 예나나 예나의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시간도 많이 없을 텐데 다연이의 말만 듣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물론 다연이가 부른 건 예나 뿐이었지만 어찌 됐든 고마운 건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맛있네요..!”

"대학교 가서도 계속 생각나던데 진짜로 여전히 맛있어요!"

늘 똑같은 음식이었지만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활기찬 목소리로 칭찬을 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한 다음에는 당연하게도 우리 식당에 자주 찾아오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는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다연이의 부름에 이렇게 와준 건 다시 생각해봐도 고마운 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학교는 재밌어?”

“네! 재밌긴 한데.. 다연이가 없어서 아쉽죠!”

“마찌!”

다연이도 오랜만에 놀러 온 아이들이 반가웠는지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

“계속 다연이 생각나서 그런데.. 오늘 사진 찍어가도 돼?”

“되지!”

다연이는 점점 더 우쭐한 얼굴을 했다.

마치 팬을 위하는 연예인 같은 모습이었다.

“사진 찌거..! 언니들은 매일 못 오니까 내 사진을 찌거서 가지고 이써야지..!”

“좋아! 오늘 진짜 많이 찍어야겠다!”

아이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식사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만난 밥돌이는 요즘 넘치는 스케줄로 바쁘다고 한다.

가만히 있던 밥돌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저는 항상 다연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마음을 잊는 날이..! 방송인으로서의 마지막 날일 거예요!”

밥돌이의 다짐이 조금 뜬금없었지만 그만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겠지.

특히나 엄마는 예전에 밥돌이가 처음 우리 식당에 방문했을 때를 모르니 더 직접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고마워.”

“제가 더 고맙죠!”

지금 밥돌이를 보니 아마 그 말처럼 시간이 많이 지나도 다연이의 덕을 잊지 않을 것 같았다.

한참 뒤, 요란했던 식사가 끝났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늘 그렇듯 좋은 시간은 빨리 흐른다.

나는 빨리 흘렀기에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면서 하나, 둘 차례차례 배웅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그래.”

작별 인사가 오가고, 어느 새 식당에 남은 건 정인과 예나 뿐이었다.

지금 예나는 다연이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중이다. 얼핏 듣기로는 다연이 덕분에 앞으로의 진로에 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그런 말이었는데 그 두 가지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예나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게 맞는 거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둘의 대화를 듣기로 했다.

“다연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나 몰라.”

“흠흠..!”

다연이는 그 말에 우쭐한 얼굴을 했고, 그렇게 한참 다연이와 대화를 하던 예나는 불현듯 나를 보며 물었다.

“아, 근데 아저씨, 다연이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사귀신다면서요?”

“응.”

다른 아이들에게 그 사실은 내가 웃었다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이었기에 대부분은 알고 있는 소식이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도대체 어떻게 사귀게 된 거예요..?”

예나는 그게 정말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누가 먼저 말한 거예요?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그 말에 정인이 신나서 말했다.

“지훈이가 먼저 말했지! 더 자세하게 말해줄까?”

“네!”

나는 그 이야기가 많이 부끄러워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주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

그때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

그때, 나는 정인이의 말대로 먼저 사귀자고 말했었다.

정확하게는 하려고 했었다.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때는 정인이를 내가 집으로 데려다주는 때였는데 가는 길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밤길을 같이 걷고 있었다.

“...”

그때의 침묵은 길었지만, 회상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 우리.. 사귀···”

“좋아!”

“?”

“좋다고!”

*

별 볼 일 없는 회상이 더 빠르게 지나가서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다.

말 그대로 별것 아니었지만 이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하지 못한 이유는 그냥 말하기 쑥스럽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인이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그때의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다. 나중에 들었는데 처음부터 내가 그 말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너무 조용해서 언제 말할지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도 말했었고.

“오··· 그렇군요..”

정인과 예나는 긴 이야기를 끝냈다. 그새 둘이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했다.

“큭큭, 그래.”

얼마 가지 않아서 둘도 식당을 나섰다. 이제는 가야 할 때였으니까.

“안뇽!”

“안녕!”

다연이는 평소처럼 인사를 했고, 둘도 손을 흔들었다.

다연이가 말했다.

“언니 둘이 원래 저렇게 친해써?”

“음.. 원래 친했는데 오늘 더 친해진 것 같은데?”

“호··· 그러쿠운..”

다연이가 둘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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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와 정인이 식당을 떠나고 우리도 집으로 왔을 때, 내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뭔지 확인해보니 다연이의 일기장에서 온 알림이었다.

“무슨 소리야?”

다연이가 물어서 나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건네준다.

다연이는 글자를 읽어내려간다.

“배.. 현우.. 누구지이?”

배현우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가방 가게 아주머니의 아들이자 민우가 경계하는 대상.

하늘 초등학교의 3학년 학생이다.

“아..!”

다연이도 그 이름을 기억해낸 모양이다.

그런 다음 천천히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나도 댓글이 궁금해서 귀를 기울인다.

“흐음··· 우리이.. 친하게 지내자..?”

글을 읽은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으응..?”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이 오빠가 나랑 친하게 지내자고 해써.”

“그래.”

다연이의 일기장은 이미 유명했으니 누구에게 들었거나 혼자서 찾아낸 모양이었다.

“친하게 지내.”

민우가 조금 힘들겠지만 다연이의 입장에서는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게 좋다.

“흐음··· 알게써.”

민우가 이 상황을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

외전 3. 달라진 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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