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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72화 (17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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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을 때, 다연이는 조금 쌀쌀한 바람을 기꺼이 맞으며 학교를 향해 걷고 있었다.

“안뇽!”

“안녕.”

혜원이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에서부터 같이 학교로 가는 중이다.

다연이에게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빠가 웃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해?”

그런 다연이를 의아하게 보던 혜원이가 물었다.

“음···”

다연이는 그 사실을 말할까 말까 생각하다가 그냥 말하기로 했다.

“오늘 오빠가 우서써.”

“...!”

혜원이도 다연이의 오빠가 절대 웃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란 얼굴을 했다.

“지··· 진짜..?”

“응.”

“이··· 이상하다아···”

혜원이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흠···”

둘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평소보다 조용하게 학교로 향했다.

.

.

.

하늘 초등학교는 다연이의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곳이었다. 물론 다연이는 이미 초등학교의 학생이고, 나름 학교에 많이 왔다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린이집보다 유치원보다도 훨씬 더 넓다. 학생도 엄청 많고.

지금은 수업 시간이다. 평소의 다연이라면 열심히 수업을 듣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 상황이 다르다.

다른 상황이라 함은 단연 오늘 오빠가 웃었다는 것을 말한다.

“흠···”

다연이는 그게 엄청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분명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다연이가 직접 보기도 했고.

“으흐흠···”

그렇기에 다연이는 생각했다.

이건 아주 특별한 일이다. 그리고 특별한 일은 아는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법이다.

지훈이 웃었다는 건 그만큼 기록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야 하는 일이었고.

다연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그래서 다연이는 이 사실을 다연이가 알고 있고, 또 오빠와도 친한 사람들에게 말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 아는 사람에게 전부 전화해서 수제비를 먹으러 왔던 일처럼.

다연이는 그렇게 다짐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다연이가 앉아있는 곳은 교실 안. 그중에서도 며칠 전 다연이의 자리로 지정이 된 책상 앞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반들반들한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있으니 그제야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 주부터는 받아쓰기 시험을 시작할 거예요.”

“네.”

대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비록 일 년 차이일 뿐이지만 유치원과는 확연히 다르다. 뭔가가 더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딱딱한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됐든 다연이는 둘 다 마음에 든다.

“네.”

다연이도 같이 대답했다.

고민과는 별개로 받아쓰기 시험에 대해서는 다연이도 자신 있었다. 여태까지 열심히 공부했고, 얼마 전에 한글 왕이 되기 위해서 온 정신을 다 해 집중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랬다.

“나는 왕이야..”

다연이 옆에 앉은 같은 반 남자아이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

다연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후,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이었다.

“....”

그때 이후로 뭔가가 시원하게 뚫린 기분이었다. 답답하게 막혀 있었던 뭔가가 이제는 사라진 것만 같았다.

단순하게 웃는 것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막혀 있던 뭔가가 이제는 전부 사라졌다.

후련하다.

“음···”

오랫동안 쌓여있던 쓰레기를 한 번에 치운 기분이었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기분을 말로 표현하자면.

“...좋네.”

그냥 좋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옆으로 시선을 옮긴다. 나 혼자서 깊게 생각해봤자 자세한 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달라진 점은 앞으로 시간을 더 보내면서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

옆으로 옮긴 시선의 끝에는 딸기가 놓여 있었다. 이건 학교 앞 토스트 집 아저씨가 준 딸기다.

나도 보답으로 냉장고 안에서 있는 것, 없는 것들을 전부 털어서 나눠주긴 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딸기의 양은 너무 많았다.

예전에는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먹을 것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람들이 늘었다.

비록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많이 없지만 큰 발전인 것만은 분명했다.

“흠..”

딸기에서 달콤한 향이 난다. 다연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간식으로 뭘 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딸기로 만든 뭔가를 주면 괜찮을 것 같다.

일단은 위에 있을 엄마에게도 갖다줘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맛이 궁금하니까···”

아까부터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향 때문에 먹어보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나도 딸기를 많이 먹어봤지만 이렇게 달콤한 향은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딸기 하나를 집어서 물에 씻고 한 번 먹어본다.

“오···”

향만큼 맛도 달콤하다.

아주 달콤하지만 신맛도 적당히 남아있어서 입맛을 돋워 주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다.

“빨리 갖다줘야겠다.”

나는 엄마에게 주기 위해서 그릇에 딸기를 담고 위층으로 가져다준다.

“맛있네.”

엄마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뭔가 평소보다 더 눈이 커지고 목소리도 한 층 더 높아졌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그랬다.

“엄청 달콤해. 다연이 오면 하나 줘야겠어.”

“네.”

하지만 다연이에게 준다고 해도 아직 딸기는 많이 남아있다.

그냥 그대로 먹어도 맛있겠지만 뭔가 더 맛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 생각을 엄마에게 말했다.

“음··· 그러면 주스 같은 건 어때?”

“주스도 좋은데 다연이는 이미 많이 먹어봐서요.”

“그러면···”

엄마는 휴대폰에 한 번 검색해보더니 말했다.

“여기에 딸기 샌드위치도 있다던데? 다연이가 좋아하겠다.”

엄마가 사진을 내밀었다.

딸기 샌드위치라. 사진을 보니 샌드위치라기보단 딸기 케이크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생딸기를 생크림으로 덮어 놓고 위아래로 식빵을 얹어놓은 모양새였다.

이렇게 보니 만들기도 편할 것 같고, 다연이가 좋아하기도 할 것 같다.

“아, 그냥 이런 것도 있다고 말해주는 거야.”

괜히 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한 번 해볼게요. 진짜 다연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래.”

나는 빠르게 장을 보고 필요한 것들을 사 온다.

오늘따라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식당에는 비는 시간이 무조건 있었기 때문에 장을 보고 오는 건 힘들지 않았다.

“재료가..”

사 온 재료는 간단했다.

주스를 만들 요구르트와 딸기 샌드위치에 필요한 생크림이었다.

“지금 바로 하면 되겠지.”

딸기 샌드위치는 생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완성하고 난 다음에 냉장고에 넣어 굳혀야 한다. 그래야 생크림이 굳어서 흘러내리지 않을 테니까.

그러려면 지금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샌드위치부터···’

두 가지 음식 중에서 먼저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한다. 이번에는 완전히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 생각이다. 다연이는 조금 어른스러운 입맛 이긴 아이들의 입에 맞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완전히 달달하게 만들 거다.

딸기 케이크처럼.

우선 딸기를 씻는다. 모든 요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단연 청결을 유지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잔여물이 묻어 있지 않게 열심히 씻어준다.

딸기를 씻고 옆에 놓으니 달콤한 향이 더 짙게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흠···”

나는 딸기 향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냉장고에서 생크림을 꺼낸다.

이건 빵집에서 사 온 생크림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식빵을 꺼낸 다음, 그 위에 딸기를 올린다. 그리고 다시 빵집에서 사 온 생크림으로 덮어준다.

“....”

솔직히 이런 건 해본 적이 없어서 많이 어색하다. 이건 요리라기보단 제빵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래도 대충할 수는 없으니 일단 최선을 다해본다.

여전히 달콤한 향이 나는 딸기 위에 생크림을 꼼꼼하게 덮는다. 옆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제 모양을 유지할 수 있게 다시 덧 발라준다.

이렇게 하다 보면 반듯하게 네모 모양이 잡힌다.

딸기만 해도 달콤한 향이 진동하는데 생크림까지 얹었으니 어떤 맛이 날지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연이는 이런 것도 좋아할 거다. 애초에 다연이가 못 먹는 음식이라는 건 없으니까.

“다 됐다..”

열심히 모양을 잡고 나니 딸기 샌드위치가 완성됐다.

식빵의 귀퉁이는 남겨놔도 상관없지만, 딸기 샌드위치는 맛만큼 모양도 중요하다.

조금 더 모양을 잘 잡기 위해 가장자리는 잘라내 주기로 한다.

“맛있겠네.”

다연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먹는 건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달콤한 샌드위치라 하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완성한 샌드위치는 랩을 싸서 고정한 다음, 냉장고에 넣어서 굳힌다. 그래야 나중에 반듯하게 자를 수 있을뿐더러 먹기에도 편할 거다.

‘다음엔 주스···’

다연이는 내가 한 주스를 많이 마셔봤다.

블루베리 주스도 한 적이 있었고 딸기 주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나도 주스를 만드는 건 익숙하다.

믹서기에 딸기와 요구르트를 넣고 잘게 갈아준다. 달콤한 것 두 가지가 같이 섞인다.

방금 전의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나는 잘 갈린 딸기 주스를 맛본 뒤, 꿀을 조금 더 넣는다. 뭔가 꿀의 끈적한 달콤함이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다 됐네.”

나는 완성한 딸기 주스와 샌드위치를 냉장고에 함께 넣어둔다.

턱.

냉장고 문을 닫고 나서야 식당이 조용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주스와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주스 갖다줘야겠다.”

나는 엄마에게 주스를 갖다주기로 하고 남은 주스를 컵에 담아 위로 가지고 올라간다.

.

.

.

점심이 지나고 조금 더 있으니 다연이가 하교를 했다. 이제 혼자서도 잘한다.

“나 와따.”

“그래.”

혜원이네 집까지는 혜원이와 같이 왔을 테지만 그래도 잘했다.

“나 유치원 다닐 때보다 빨리 와써.”

“그래.”

초등학교로 진학하게 된 지 벌써 2주 정도 됐지만 다연이는 여전히 그 사실이 신기한 모양인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헤···”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웃음기가 넘친다.

아마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인 것 같은데 다연이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혜원이와 놀러 간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왜?”

내가 대신 물으니 다연이가 고개를 젓는다.

“아무거또 아니야.”

“흠···. 그래.”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나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 놓은 주스와 샌드위치를 꺼내준다.

“우와..! 마싯는 거!”

다연이는 그냥 맛있는 게 먹고 싶은 것 같다.

주스와 샌드위치를 보니 그새 다른 건 전부 잊은 것 같았다.

“그래, 먹어.”

나는 다연이를 시켜서 샌드위치 조각도 엄마에게 올려보낸 다음에야 시식을 시작했다.

“이거는..! 사진으로만 봐떤 건대..!”

다연이는 샌드위치의 모양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잔뜩 기대하는 목소리로 샌드위치를 집어 든다.

“나 먹는 다아..!”

“그래.”

샌드위치를 미리 잘라놨기 때문에 한 조각씩 먹으면 된다.

순식간에 한 조각을 먹어 치운 다연이가 말했다.

“이··· 이거는..!”

다연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듯한 반응을 보이며 오물오물 씹는다.

“마시써! 엄청 달콤한 마시야.”

나도 한 조각을 먹는다.

“...그래. 맛있네.”

샌드위치라는 이름치고는 지나치게 달콤했지만 이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맛있게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다연이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먹었다.

딸기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생크림이 포근하면서도 딸기의 달콤함과 덧대어서 케이크 같은 맛을 낸다.

게다가 위아래로 덮어놓은 식빵까지 전부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 넣어두어서 그런지 생크림도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주스도 죠.”

“그래.”

딸기 샌드위치를 먹는데 딸기 주스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다연이는 딸기 주스를 받아 마셨다.

“크으..!”

역시나 소주를 마신 것 같은 소리를 낸다.

딸기를 잘게 갈긴 했지만, 조각은 남아있어서 입안에 씹힌다. 다연이는 그것들을 오물거리면서 주스를 꿀꺽 삼킨다.

“또 죠!”

“응.”

다연이는 두 번째 주스를 전부 다 마시고 나서야 말했다.

“아..! 엄마는? 엄마도 주스 머거써?”

“응, 먹었어.”

“그러쿤.”

그렇게 대답한 다연이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이거 엄마랑 가치 또 머거도 돼?”

“그래, 그렇게 해.”

내가 대답하자 다연이가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챙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많이 서툴러 보여서 내가 말했다.

“내가 해 줄게.”

“응.”

내가 주스와 샌드위치를 쟁반에 담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나, 휴대폰 죠.”

“휴대폰.. 왜? 영상 보려고..?”

뜬금없이 말하는 다연이의 의도가 궁금해져서 물었을 때 대답이 돌아왔다.

“음··· 어.. 마자..”

내 눈을 묘하게 피하는 것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건 아닐 것 같아서 내 휴대폰을 건네준다.

“자.”

“오..! 내가 바다써!”

“....그래.”

혹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문득 예전에 다연이가 아는 사람들을 전부 식당에 초대했을 때가 떠올랐다.

“...아니겠지.”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쟁반을 든다.

외전 2. 달라진 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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