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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71화 (17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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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의 입학식에 온 가족이 모여서 초등학교 향했다.

정인이 다연이를 보고 말했다.

“우와··· 다연이 진짜 초등학생 같은데···?”

“나 오늘부터 진짜 초등학생이야. 가짜 아니고.”

다연이는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부터 기다려 왔던 날이니 그럴 수 있겠다.

초등학교 근처로 가니 다른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은 다연이 한 명 뿐은 아니니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가면서 같은 유치원에 다녔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오..”

이 초등학교에는 예전에 이미 와본 적이 있었다. 예비 소집 때도 그랬고, 그것 말고도 여기까지 오는 길을 파악하기 위해서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다.

학교는 일단 운동장이 넓었다. 인조 잔디가 깔려 있었고, 학교 건물도 큼직했다.

체육관도 있고 저기 뒤에는 밥 먹는 곳도 있었다.

“우와아··· 내가 초등학생이 되면.. 내가 가고 시픈 곳에 전부 다 갈 수 이써···”

다연이가 감탄을 내뱉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미 온 적이 있었음에도 다음부터 계속 다니게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설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연이가 그렇게 한참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입학식이 시작됐다.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연이는 유치원 입학식 때 그랬던 것처럼 쪼르르 달려가 줄이 쭉 서 있는 팻말 앞에 서 있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정인이 말했다.

“이제 와서 또 새삼 느끼는 거지만··· 다연이 진짜 많이 컸다, 맞지?”

“응, 많이 컸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만했는데.”

정인이 자기 팔뚝을 잡으며 큭큭 웃었다.

“응.”

진짜 그랬던 것 같은데.

엄마도 다연이를 아련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뭐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눈빛이었는데 말로 나타낼 수 없어서 더 와 닿는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 같은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더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좋네.”

엄마가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식은 유치원 때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진행도 아니었고, 그때보다 더 딱딱하게 진행됐다.

그렇기에 아이들도 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다연이의 표정도 그랬다.

“저기 다연이 표정 봐.”

나는 정인의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말처럼 다연이가 서 있었는데 처음 학교로 들어왔을 때와 비교해서 표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굳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를 다짐한 듯 눈빛이 살아있었다.

“꼭 시합 나가는 운동선수 같아.”

그러면서 큭큭 하며 웃는다.

따뜻한 봄날에 시작된 입학식은 늘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엄마의 말에 따라서 다연이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더 빨리 흘렀던 것 같다.

“애들이랑 인사하는 것도 찍어줘.”

“네.”

엄마가 손가락으로 다연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어주기 바빠서 셔터만 누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니 운동장에서 하는 입학식이 끝났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다.

“나, 갔다 올께!”

“그래.”

다연이는 처음 보는 친구들이 어색하지도 않은지 밝은 얼굴로 말했다. 하긴 다연이가 헤어짐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지는 꽤 됐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중에 점심을 먹기 전에 하교한다고 했으니 그때 다시 데리러 올 생각이다.

다연이가 가고 엄마가 말했다.

“우리도 가자.”

“네.”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

.

.

정인은 오늘 휴가를 냈다고 한다. 다연이의 입학식을 보면서 놀려고 그랬다고 했다.

우리는 다연이가 하교를 할 때까지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하교 시간에 맞춰서 다연이를 데리러 갔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다연이가 후다닥 달려왔다.

손에는 준비물이 적힌 종이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등교를 하기 전에 사 놓아야 할 것들이었다.

다연이는 우리를 보더니, 입가를 움찔거리다가 말했다.

“후··· 나 이제 초등학생이야?”

“응. 초등학생 맞아.”

그렇게 말했더니 다연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초등학생이 되는 것에 한이라도 맺힌 사람 같다.

“흠..! 나는 초등학생이야! 이제 요리를 더 많이 할 수 이따는 말이지!”

“...그래.”

아무래도 다연이는 나이를 먹으면 더 어려운 음식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정인이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 다연이가 더 맛있는 요리 해주겠네?”

“네..! 마자.”

그 말을 들은 다연이는 더 자신만만한 얼굴을 한다. 이제서야 진짜 요리사가 되는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엄마와 내가 보기엔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그런 포부가 재밌을 뿐이다.

“학교는 좋았어?”

“응, 선생님도 많고 친구들도 마나. 근데 모르는 친구도 마나서 조아."

"그래."

다연이는 오히려 모르는 친구가 많아서 좋았다.

"그러면..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아니, 준비물 사러 가야지."

"오··· 그거또 조아."

그렇게 우리는 다연이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고 나서 집으로 갔다.

오늘은 일찍 하교했지만 다음부터는 이것보다 조금 더 늦을 거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닐 때보다는 하교 시간이 빠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점심을 먹고 짧은 수업을 마친 뒤, 바로 하교한다고 했다.

왜 초등학교가 유치원보다 빨리 마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다연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면 다연이가 해내야 할 일은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혼자서 등하교를 하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혜원이네에게도 물어보니 보통 아이들은 처음 입학한 1학년 때에도 혼자서 등하교를 한다고 했다.

이건 엄마도 내게 했던 말이었다. 그렇기에 며칠만 데려다준 뒤, 혼자서 등교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집에 도착했다.

나는 그런 말들을 예전부터 다연이에게 했었지만 한 번 더 말하기로 한다.

"나도 아라. 말해짜나. 나 혼자서도 할 수 이찌!"

"정말?"

그러자 다연이가 대답했다.

"음···. 사실 처음에는 데려다줘야 할 거 가타. 일주일만. 그러면 나 혼자서도 할 수 이써."

"그래."

다연이는 항상 이렇게 패기가 넘쳐서 보기 좋다. 다연이가 못할 건 없었으니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 온 준비물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실내화나 자물쇠처럼 학교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다연이가 처음으로 보는 것도 있었다.

다연이는 그것 중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눈.. 이름이 뭐하고 해찌..?"

"실내화."

"아, 마따. 이름 알고 있었는데."

다연이와 그런 잡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식당 문이 벌컥 열린다.

큰 소리가 나는 바람에 전부 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소리를 낸 사람은 민우였다.

다연이보다 한 살 많은, 이제는 같은 초등학교의 선배인 남자아이.

민우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크··· 큰 일 나써..!"

"왜?"

민우의 갑작스러운 말에도 다연이는 차분하게 말했다. 민우가 저렇게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이제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민우가 말했다.

“우리 학년에··· 배현우가.. 너 알고 있대..!”

“?”

민우가 말한 이름을 떠올려 보니 분명 저번에 다연이 가방을 사러 갔을 때, 만났던 아주머니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다연이의 얼굴을 모른다. 사진을 찍어갔던 것도 아니고, 알려준 건 이름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민우가 말을 이었다.

“얼굴은 모르는데··· 이름이랑 우리 학교 다니는 거 알고 있어..!”

“누군지 기억나써. 가방 아줌마 아들이야.”

“?”

“근데 왜 그게 큰일 나는 거야?”

“어..”

민우는 다연이의 말에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다연이의 입장에서 그건 전혀 큰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연이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다연이는 알게 돼봤자 어차피 그냥 친구가 될 뿐이지만 민우는 다르다.

민우에겐 경쟁자가 한 명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연이에게 변명할 수 있는 말이 있지는 않았다.

“....큰일 아니야···”

결국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마자. 그냥 친구 하면 되지.”

“응···”

다연이의 말에 시선을 슬쩍 내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나는 그런 민우에게 마실 것을 가져다주기로 한다.

“진정해. 다연이는 너랑 더 친하잖아.”

“아··· 맞아요..”

그제야 민우의 상태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물을 홀짝이던 민우는 식당에 온 김에 다연이와 같이 놀고 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봐!”

“응··· 학교에서.”

다연이가 그렇게 인사를 하자 민우가 살짝 웃는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건 그만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민우는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았다.

“안녕.”

담백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던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학교 가면 엄청 재밌겠다. 맞지?”

그리고 내가 대답했다.

“응.”

바람이 불어온다. 근처에 피어있는 나무와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스레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벚나무에 꽃봉오리가 지어있었다.

벚꽃이 피려나 보다.

.

.

.

일주일 동안 다연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줬다.

그동안 다연이가 등굣길에 익숙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연이도 뭐든 혼자서 해야 하는 때가 올 거고 초등학교는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공간이었다.

그중 하나가 혼자 등교를 하는 일이다.

그랬던 연습의 날이 지나가고 오늘은 드디어 다연이가 혼자서 등교를 하는 날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등굣길에 혜원이와 같이 만나서 걸어가겠지만 일단 집에서 나서서 혜원이와 만나기 전까지는 혼자다.

그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는지 오늘 아침을 일찍 일어났다.

“후우··· 후··· 나는 준비 다 돼따..!”

다연이가 아직 집을 나서기 전에 말했다.

“응, 그러면 엄마한테 인사하고 가자.”

“알게써.”

다연이는 늘 그랬듯 엄마에게 가서 인사를 한다.

“안뇽, 나 갔다 올게.”

“응, 갔다 와.”

엄마의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다연이가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 아닐 만큼.

아마도 꽤 오랫동안 사실 것 같다. 왠지 그럴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나 갈게!”

“응, 조심히 가.”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는다. 오늘은 문 앞까지 배웅을 하지 않을 생각인 듯하다.

나는 다연이를 앞장세워서 집 밖으로 나간다.

나는 문 앞에 서서 다연이가 잊어버리고 챙기지 않은 건 없는지 살펴본다.

“나 전부 다 챙겨써.”

“그렇네.”

다연이 말처럼 전부 다 챙겼다.

내가 말했다.

“길 기억하고 있지?”

“응.”

“안 잃어버릴 자신도 있지?”

“이써..!”

다연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드디어 다연이가 뭔가를 혼자서 하는 때가 왔구나.

여태까지는 늘 내가 같이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마치 둥지에서 날아갈 준비를 하는 새 같다.

많이 넘어지겠지만 결국엔 날아갈 수 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바람이 불었다.

“아.”

바람을 타고 날아온 벚꽃잎이 얼굴을 훑고 지나간다.

다연이가 얼굴에 붙은 꽃잎을 떼어낸다.

“벚꽃이네?”

“응.”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벚꽃이 폈나 봐..!”

며칠 전에만 해도 아직 꽃봉오리였던 것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 피어있었다.

다연이가 그 꽃잎을 나에게 준다.

“자, 이거 가지고 이써.”

“응.”

꽃잎을 보고 있으니 문득 다연이랑 처음 벚꽃을 봤을 때가 생각났다.

벚꽃을 봤던 기억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도 덩달아 기억이 난다. 그때는 비가 많이 내려서 벚꽃나무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벚나무는 사라지지도, 누군가가 가려놓지도 않았는데 나와 다연이는 비가 그치기 전까지 그곳에 벚나무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나는 알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못했다. 아마 그때의 복잡한 심경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나는 다연이에게서 어린 시절의 나를 봤다. 그래서 둘 다 그 나무를 보지 못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 때는 나무를 볼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나도 다연이를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의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다연이를 바꾸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놔두면 커서 나 같은 사람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바꾸고 싶었다.

그게 내가 다연이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었던 이유였다.

나와 달랐으면 좋겠다.

“...”

다연이는 내 어린 시절이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내 어릴 적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뭐든 해줬다.

지금 다연이는 나와 다르다.

“뭐 해?”

“.....그냥. 생각.”

그래서 다행이다.

내 어린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뭔가 처음 느끼는 감정이 차오른다.

슬픈 감정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다.

목구멍이 먹먹하지만, 이 느낌이 눈물로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한없이 편안했고 밝은 느낌이다.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벚꽃과 따뜻한 햇볕이 생각났다.

“응..? 모지?”

다연이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속에서 머물러 있던 그 이상한 느낌이 밖으로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어지는 표정이었다.

“어..?”

다연이가 나를 보며 놀란 얼굴을 한다.

“우.. 우서따..!”

다연이가 호들갑을 떨며 제자리에서 방방 뛴다.

“우서써!”

아마도 그 느낌은 미소가 지어질 때 느껴지는 것들 같았다.

거울이 없어서 나는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연이의 반응을 보니 내가 웃고 있는 것 같다.

“이거는···! 처음인데..!”

놀란 얼굴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많이 놀란 건 처음이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던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뭐야..? 어떠케 해써?”

“나도 몰라.”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다연이가 늦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대로 나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다연아, 지금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 없어.”

“어··· 어···! 알게써! 나 갈게!”

후다닥 움직이던 다연이가 말했다.

“이.. 일딴 학교 가야해. 오빠 우서쓰니까 나중에 내가 언니랑 엄마한테 다 말할 꺼야!”

“그래.”

다연이는 이제야 감정이 조금 진정된 모양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들갑을 떨던 다연이가 편안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나, 갔다 올게!”

“응, 갔다 와!”

나도 대답했다.

점점 멀어지는 다연이를 사라져서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내가 웃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입가가 올라가 있었다.

“....”

그때 바람이 불고, 나는 피어있는 벚꽃을 본다.

오늘이 지나고 계절이 흘러간다고 해도 봄이 다시 온다면 지금 이 느낌은 그때마다 떠오를 것 같다.

지금 느껴지는 이 따스함은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다연이를 만나고, 다연이를 만나서 있었던 많은 날은 봄날의 벚꽃처럼 그때마다 다시 생각이 날 거다.

그 모든 것이 다연이 덕분이었으니까.

다연이는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내게 없는 것들을 가지고 왔다.

항상 비가 오는 줄 알아서 안에서만 있었는데 사실 바깥은 비가 오지 않았다.

겨울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따뜻하네.”

나는 겨울만 기억하고 있어서, 바깥도 늘 겨울인 줄 알았는데.

“봄이다.”

사실 바깥은 봄이 오고 있었다.

겨울은 지나가는 계절 중 하나였다. 언젠가 다시 겨울이 오겠지만, 나는 겨울 뒤엔 봄이 온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다연이 줄 간식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웃으면서 식당으로 들어간다.

누구나에게 봄은 언젠가 다시 올 거다.

나에게 다연이는 올 것 같지 않았던,

봄 같은 아이였다.

그리고 나이 차 많이 나는, 딸 같은 늦둥이 동생이다.

외전 1. 달라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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