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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67화 (16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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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무슨 마리에요?”

다연이의 물음에 밥돌이가 대답했다.

“내가 티비에 나온다는 말이야. 다연이 덕분에!”

“우와..! 조은 거네?”

“응!”

다연이는 밥돌이가 티비에 나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좋다는 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웃는 얼굴로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다연이가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는지 밥돌이에게 묻는다.

"근데... 방송은 원래 해짜나요?"

다연이가 알고 있는 방송은 휴대폰 속 영상이나 티비 방송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밥돌이는 그런 다연이를 나무라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했다.

“티비에 나오는 거랑 나 혼자 찍는 거랑은... 엄청 많이 달라.”

“음.. 수바기랑 애벌레처럼?”

밥돌이는 다연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걸 알아챈 내가 그냥 밥돌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고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결국은 두 가지가 많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밥돌이가 대답한다.

“응, 맞지.”

“흠.. 그런 거면 무슨 말인지 알게따.”

이제 밥돌이가 한 말의 뜻을 완전히 이해한 다연이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청 조은 거란 말이야.”

다연이는 의자에 앉아서 중얼거렸고, 나는 밥돌이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어디에 나오는 거야? 다연이랑 챙겨봐야겠다.”

“예능에요. 그냥 인터뷰 조금 하면서 제 이야기하는 거라서 10분 정도만 나올 것 같아요.”

“예능인데 인터뷰?”

“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떤 예능인데?”

“제가 나오기엔 조금 과분한데.. ‘오늘도 간다’라는 프로그램이거든요.”

“..!”

그 말에 주저앉았던 다연이가 다시 벌떡 일어선다.

밥돌이가 말한 프로그램은 예능을 잘 보지 않는 다연이도 알 정도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인데, 주제는 딱히 예능 같지 않지만, 진행자 둘이서 하는 토크 실력이 매력적이어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심지어는 다연이도 몇 번 챙겨봤었다.

“그거···! 엄청 유명한 거자나요..!”

“맞아. 유명해.”

“우와···”

감탄을 터뜨린 다연이가 말을 이었다.

“밥도리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어꾸나···”

“그러치! 근데 그것도 다 다연이 덕분이야.”

“내 덕뿐···”

다연이는 감탄을 하면서 자신의 손을 들여다본다. 아마 다연이도 자신이 조금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나느은··· 밥도리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드러써···”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되고싶따···”

다연이가 되고 싶은 대단한 사람이란 하나뿐이었다.

바로 다연이의 꿈인 요리사가 되는 것. 그 사실은 밥돌이도 알고 있다.

“다연이도 대단한 사람 될 수 있지!”

“나도··· 나도 대단한 사라미 될 수 이써!”

밥돌이의 말에 힘을 얻은 다연이가 의자에서 내려와 당당하게 서서 말했다.

“대단한 사라미 되려면 지금부터 열씨미 해야 해..!”

다연이가 밥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밥돌이가 성장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연이는 그 모습에 더 자극을 받은 것 같고.

밥돌이가 말했다.

“지금도 다연이는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자주 요리한다고 들었는데.”

“마찌. 나도 열씨미 하고 이써..!”

다연이의 말대로 지금 다연이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매번 기회가 될 때마다 요리를 했었고, 오늘도 저녁 대신 먹을 요리를 하려고 했다.

물론 7살 아이가 할 수 있을 만큼이지만 요리 공부도 하고 있었다.

밥돌이의 소식에 자극을 받은 다연이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밥도리한테도 보여주께! 내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대단한 사라미 될 수 있는지 보여 주꺼야!”

다연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야만 할 것 같이 단호한 목소리였다.

밥돌이가 말했다.

“지금..?”

“응! 왜? 안 되는 거야?”

다연이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밥돌이가 말을 잇는다.

“아니, 그건 아닌데. 조금 갑작스러워서. 그래도 괜찮아! 다연이가 해주는 거면 다 먹어야지!”

“마자!”

“근데··· 뭐 해줄 거야?”

“흠···! 바로.. 유부초밥!”

사실 유부초밥은 원래 우리가 오늘 하려고 했던 음식이었다. 저녁으로 먹으려고 했던 음식.

그런데 다연이는 그걸 지금 해주고 싶어 한다.

이야기의 주제가 밥돌이의 방송 출연에서 다연이의 유부초밥으로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밥돌이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차피 밥돌이는 다연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할 뿐이다.

“유부초밥! 좋지! 다연인가 직접 해주는 거야?”

“네!”

“좋아, 그러면 다연이가 해주는 유부초밥 먹을 테니까 다연이는 내가 나오는 티비 방송 꼭 봐야 해.”

“알게써. 원래 꼭 보려고 해써요.”

“아주 좋아.”

밥돌이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다연이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밥돌이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기세였다. 어차피 저녁으로 먹으려 했으니 밥 양만 조금 더 늘려서 같이 먹으면 될 것 같다.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하자! 나는 작아서 밥 만드는 데 오래 걸리니까.. 지금 해야대.”

“알겠어.”

갑자기 음식을 만들게 됐지만 당황하지 않고 해야 할 것들을 이어나간다.

다연이가 오늘 만들 유부초밥은 평범하다. 평범하다는 말은 마트에서 사 온 유부초밥 세트로 만든다는 의미였다.

유부초밥 세트를 이용해서 만들면 유부초밥은 금방 완성된다.

잘 지은 밥과 적은 노력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만든 유부초밥 위에 삶은 계란을 으깨어서 토핑처럼 얹거나 참치마요를 만들어 얹어도 맛있을 거다.

하지만 다연이 혼자서 하기엔 힘들 테니 다연이는 유부초밥을 만드는 것까지만 시킬 생각이고 유부초밥 위에 올라가서 나름 색다른 맛을 내게 할 토핑은 내가 할 생각이다.

모든 유부초밥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은 아니고 몇 개만 그렇게 만들어서 다연이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끔 할 거다.

“밥도리는 쪼끔만 기다려요.”

“알겠어. 어차피 오늘은 여기에 온다고 스케줄 다 뺐으니까 괜찮아.”

“그거는 아주 조은 거야. 그러면 내가 마싯는 걸 할 수 있으니까.”

다연이는 마치 유명 레스토랑의 일류 셰프처럼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나는 다연이가 요리 실력을 뽐낼 수 있게 얼른 밥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잘 지은 밥이다. 밥 짓는 건 늘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잘 지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나는 다 만든 밥을 적당하게 퍼낸 다음, 유부초밥 세트에 담겨있는 소스와 건더기를 같이 넣어준다.

그것들을 전부 넣으니 진한 식초 향이 올라온다. 입맛을 돋구게 하는 향이다.

나는 그것들을 충분히 섞은 다음, 다연이에게 건네준다.

“다연아, 이제 이걸로 유부초밥 만들면 돼.”

“알게써!”

“전부 식히긴 했는데 뜨거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너무 뜨거우면 조금 기다렸다가 하면 되니까.”

“응!”

비닐장갑을 손에 낀 다연이가 비장한 눈빛을 했다. 손에 비해 장갑이 너무 커서 다연이의 팔꿈치까지 전부 덮을 것 같았지만 다연이는 그런 것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맛있는 유부초밥을 만들어서 밥돌이를 놀라게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잘 섞인 밥을 유부 안에 넣어주는 일이다.

다연이가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다른 것들도 잘해 왔으니까.

나는 그동안 유부초밥과 같이 얹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기로 한다.

“다연이가 잘하는지 봐줘.”

나는 앞에 앉은 밥돌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이가 듣는다면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할 것이 뻔했으니 다연이가 알지 못하게 밥돌이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네.”

밥돌이도 내가 말하는 의미를 알았는지 작게 대답한다.

“나는 잘하는 사라미야···”

내가 그러는 와중에도 다연이는 열심히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다.

밥알들을 한주먹 집은 다음, 유부를 펼치고 그 안에 차곡차곡 쌓아넣고 있었다.

“잘하네.”

“마자.”

“그렇게 하는 거야.”

“웅.”

오늘 처음 하는 건데도 잘한다.

어떻게 하는 건지 말해주긴 했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서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이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다연이는 천재야.”

“그거또 마자.”

다연이는 그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서 일을 이어나간다.

몇 번 해본 것처럼 손놀림이 자연스럽다.

나는 그런 다연이를 내버려 두고 내가 할 것들을 시작하기로 한다.

우선은 계란을 삶는다. 밥도 그렇고 계란도 그렇고 둘 다 뜨거운 것들이어서 그런지 주방에 점점 열기가 차오른다.

아무리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다 해도 더운 건 더운 거다.

그랬기에 나는 우선 다연이를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아직 나는 여기에서 나갈 수 없지만 다연이는 바깥에서 해도 상관없다. 지금은 손님이 많은 시간대도 아니니까.

“더우면 나가서 해도 돼.”

“응, 쪼끔 더워.”

다연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난 뒤, 나는 조금 더 기다려서 계란이 완벽하게 삶아졌을 때쯤, 불을 끄고 삶은 계란을 꺼낸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유부초밥 위에 올려놓는 것들은 종류가 다양했다.

나와 다연이도 지금까지는 그냥 유부 속을 채운 밥만 먹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어졌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니 으깨어 만든 삶은 계란은 몇 개밖에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우와.. 다연이 진짜 잘하는데?”

손으로 유부초밥을 주물 거리며 만들고 있는 다연이에게 밥돌이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신기한 모습인데 밥돌이가 보기엔 나보다 더 그런 것 같았다.

다연이는 그런 밥돌이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나.. 집쭝해야 해···”

“알겠어, 맛있게 잘 만들어 줘.”

“응..”

다연이가 계속해서 음식 만들기에 집중하고, 나는 다 삶아진 계란을 꺼낸다.

안 그래도 더운 주방에서 삶은 계란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계란 껍데기를 까고 나니 특유의 담백한 냄새도 같이 피어올랐다.

계란이 식을 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난 뒤, 포크를 이용해 계란을 충분히 으깨어 준다.

부드러운 계란이 포크 사이로 삐져나온다. 흰자와 노른자는 구별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먹어도 맛있을 거다.

잘근잘근 으깨어진 계란이 잘 섞이면서 노른자의 짙은 향이 한층 더 강해진다. 답답하면서도 식욕을 돋구는 향.

여기에 마요네즈를 넣어준다.

끈적하게 섞이는 계란과 마요네즈. 충분히 섞은 다음 다연이가 만들고 있는 유부초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와줄까?”

다연이는 아직 유부초밥을 완성하지 못했다.

잘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다연이는 7살이라는 나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직 해야 할 유부초밥이 조금 남아있었다.

“아뉘··· 내가 할 꼬야···”

다연이는 단호했다. 벌써 이렇게 고집을 부릴 나이인가 새삼 감격스럽다가도 힘들어 할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다연이가 전부 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후회할 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유부초밥과 씨름을 하던 다연이가 결국 완성을 시켰다.

“다 돼따!”

다연이는 뿌듯한 얼굴로 우리들을 본다.

“엄청 잘했어.”

“응!”

다연이가 밥돌이에게 자랑을 늘어놓고 있을 때, 나는 미리 만들어 놓은 삶은 계란 토핑을 유부초밥 위에 얹어준다.

먹음직스럽게 세팅을 한 다음, 밥돌이에게 내놓았다.

“우와..! 다연이가 만든 거! 잘 먹겠습니다!”

“잘 머거!”

밥돌이가 식사를 시작하고 우리도 하나를 집어 먹는다.

나는 먼저 삶은 계란이 올라간 유부초밥을 먹었다.

“오..”

계란의 담백한 맛과 유부초밥의 짭조름한 맛이 꽤 잘 어울린다.

“나도 마시써!”

다연이도 마음에 드는지 열심히 먹는다. 꼭 소풍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홀에 나오니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고 음식도 맛있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특히나 지금은 밥돌이의 티비 방송 진출을 축하하는 때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오.. 이거 꽤 잘 어울리네요.”

밥돌이는 내가 만든 유부초밥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연이가 만든 것도 맛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꾹꾹 잘 눌러 담았고, 모양도 멋있게 잡았다.

게다가 지치거나 집중력을 잃을 만한 데도 끝까지 잘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다연이도 잘했어.”

“진짜로! 너무 고마워. 이거 먹고 열심히 할게.”

내가 말하고 밥돌이가 덧붙였다.

“흠흠..! 나는 잘 먹는 거 보는 게 조아!”

다연이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

우리는 순식간에 식사를 해치웠다. 밥돌이에겐 저녁 식사로 적은 양이었겠지만 그래도 다연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특별했다.

“안녕.”

“안뇽!”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온다.

밥돌이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며칠 뒤, 밥돌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방영하는 날이 됐다.

다연이 덕분에 티비에 나오게 됐다는 밥돌이의 이야기를 들은 뒤로, 다연이는 이날만을 손 꼽아 기다려왔었다.

다연이는 자신이 키운 스타라고 생각했었는지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7살이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을 할 수 있는지 몰랐지만 지금 다연이를 본다면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다연이가 말했다.

“선생님도 빨리 와! 조금 이쓰면 밥도리가 나와요!”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라고 하라니까···”

밥돌이의 소식에 선생님도 우리 집에서 같이 보기로 했다.

사실 그건 핑계일 뿐이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제 한다.”

밥돌이의 분량이 시작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티비를 본다.

“내가 만든 밥도리야··· 아기 밥도리가 어른이가 되써···”

밥돌이가 저번에 전화로 했던 우스갯소리를 다연이가 작게 따라 했다.

“나도 머찐 어른이가 되야지..”

다연이의 다짐이 한결 더 강해졌다.

피로 회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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