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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66화 (16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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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옥상에 있었던 화분은 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다.

다연이는 그것들에 빨강이와 파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그 이름은 아직 이름표에 적혀서 화분에 꽂혀 있다.

화분들은 겨울을 맞아 얼어 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 집 안으로 들여놨었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집 안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얼어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살아날 거다.

“빨강이랑 파랑이 사라이찌?”

화분을 옥상으로 옮겨 놓기 위해서 다연이가 왔다. 다연이는 화분을 옮기기 전에 먼저 화분에 그렇게 물었다.

“....”

당연히 대답은 없다. 다연이도 그건 알고 있다.

다만 만약 식물이 대답한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상으로 찍어서 다연이가 자주 보는 영상 사이트에 올리면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까, 하는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면서 화분을 옮긴다.

“흡..!”

화분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애초에 크기도 크지 않았기에 7살인 다연이도 알아서 잘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연이의 오빠가 다연이에게 이 화분을 옮기라고 시킨 적은 없었다. 그냥 다연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렇게 빨강이와 파랑이를 차례대로 옥상에 옮겨 놓는다.

“후우..”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을 멋있게 마친 다연이가 숨을 내쉬었다.

비록 지난겨울 동안 움츠려 있느라 예전에 봤었던 빨강이와 파랑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봄도 찾아왔으니 햇볕에 잘 내놓고 물도 잘 준다면 그때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러케···”

다연이는 화분을 열심히 끌어서 식물이 햇볕을 잘 받게 했다.

“돼따..”

이렇게 하면 또 맛있는 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연이는 그 순간이 너무 기다려졌다.

“조아!”

이렇게 빨강이와 파랑이를 놓으니 초록이도 생각이 난다.

다연이는 그것도 가져와서 바깥에 내놓았다.

“후..”

비록 초록이는 이렇게 할 필요가 없지만 보기가 좋았기 때문에 잠시 이렇게 놔야겠다.

나중에 다시 내려야지.

그때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해?”

***

“이거 해.”

다연이가 대답했다.

보니까 옥상으로 화분을 옮겨 놓았던 것 같다.

“응.”

어제 다연이가 미리 말하기는 했었다. 이걸 옥상에 다시 올려놓을 거라고.

어차피 하려고 했던 일이라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가 해도 되지만 다연이가 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나는 하품을 하면서 옥상을 걸었다.

오늘은 다시 평일이 됐다. 그러니까 다연이가 유치원에 가야 하는 날이라는 거다.

다만 오늘은 하루가 일찍 시작되어서 조금 더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다.

나는 옥상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다연이 엄마는 다연이와 같이 이번 주에 만나기로 했다.

사실 더 빠르게 가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검사들이 많아서 만날 시간이 없을 거라 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다연이가 말했다.

“고양이다.”

언제 소리도 없이 올라왔는지 다연이 말처럼 고양이가 올라와서 다연이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이제는 고양이도 우리 식당의 가족 같은 존재여서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다연이가 평소처럼 고양이를 만지고 있을 때 익숙한 뭔가가 날아들었다.

“참새다!”

오랜만에 보는 참새였는데 옆에 작은 뭔가가 같이 있었다.

“저게 뭐지..?”

다연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참새와 같이 있던 작은 뭔가는 원래 자주 오던 참새보다 덩치가 조금 작았다.

“아기 참새인가 봐!”

다연이가 말했다.

진짜 다연이 말처럼 그런 것 같았다.

아기 참새라니. 그래서 한동안 안 보였던 건가.

“그런데 아기라기엔 조금 큰데?”

“아기 참새 때문에 지금까지 안 온 거 가타!”

“응.”

날아온 아기 참새도 다른 참새처럼 다연이를 피하지 않았다.

다연이는 마치 드루이드라도 된 것 마냥 예전처럼 그렇게 앉아있었다.

주위를 날고 있는 참새와 옆에 놓인 식물. 사자처럼 엎드려 있는 고양이까지.

뭔가 숲속의 여왕이 된 것 같다.

“조아, 아기 참새! 그러면 아기 참새도 우리 식땅 참새로 정할게!”

다연이만의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뒀다.

노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오랜만에 나른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이대로 잠들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아침인데도 그랬다.

아니면 어제 잠을 뒤척여서 그런 건가.

어제 아버지의 집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지 잠을 설쳤다.

그렇게 나른한 기분으로 멍하니 다연이가 놀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이 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그러다 한참 열심히 잘 놀고 있던 다연이가 순간 표정을 바꿨다. 뭔가가 생각난 듯 심각한 얼굴이다.

“왜 그래?”

내가 물으니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다연이가 대답했다.

“배고파.”

“....”

밥을 먹긴 해야 한다. 다연이가 배고파한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유치원에 가기도 해야 하니까.

내가 대답했다.

“밥 먹자. 유치원도 가야지.”

“응!”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

.

.

다시 주말이 됐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다연이 엄마가 있는 병원에 가는 일이다.

다연이에겐 엄마가 잘 있다고 확인시켜주는 일이었고, 여자에게는 어쩌면 의지를 다져주는 일이었다.

“나는 준비 다 해따!”

다연이가 밝게 말했다.

지금 다연이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밝은 이유는 다연이 엄마가 전화로 했던 말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연이가 밝게 지내야 엄마도 빨리 낫는다는. 그런 말이었다. 그건 다연이에게도 쉬운 일이었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갈까?”

“응!”

우리는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순탄했다.

오늘 다연이가 예쁜 옷을 입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사로잡긴 했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여느 때처럼 사탕을 받거나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신기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다연이도 그런 것 같았지만 나에게 배운 대로 감사 인사를 하는 건 빼먹지 않았다.

“감샤합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간호사분께 사탕을 받은 다연이가 말했다.

“너무 귀여워···”

“사탕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다연이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거 봐. 나는 벌써 사탕이 이러케나 이따.”

한 주먹 가득 사탕을 받은 다연이가 말했다.

“나중에 엄마한테 자랑해.”

“응.”

그렇게 찾아간 여자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치료가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는 몰라도 대략적인 것은 알고 있다.

여자가 받아야 하는 건 항암 치료라는 것도, 그게 굉장히 아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섭기는 할 것이다.

“안뇽!”

다연이가 인사를 하자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의 시선이 다연이에게로 닿았다.

다연이도 그 시선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묘하게 자랑스러운 걸음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자가 입원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었지만 다연이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거 봐라! 이거는 어제 오빠가 입었던 옷이야! 머시찌?”

다연이가 저번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저번에 선생님과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을 만났던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그런 나와 달리 다연이와 엄마는 자기 말이 맞았다면서 웃고 있었다.

“흠···”

솔직히 여자의 말이 맞았다.

선생님과 만나게 된 건 다연이 덕분도 맞지만 그날 다연이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해서이기도 했다.

한참 웃고 있던 다연이 엄마가 말했다.

“내가 잘 말한 거지?”

“...네. 감사합니다.”

그러더니 더 웃는다.

그다음은 다연이가 여기까지 오면서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여기에 오면서 다연이가 귀엽다는 말을 들은 횟수와 받은 사탕들까지.

“우와, 대단하네?”

“마자! 엄청 대다네.”

다연이가 그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옆 병상에 있던 다른 환자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

“딸이에요?”

“네.”

“너무 예쁘네..! 연예인 해도 되겠다.”

자신의 칭찬이라는 것을 단번에 안 다연이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면서 당당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너무 예쁘네? 오빠도 잘생겼고. 연예인 하는 거 아니죠?”

“네.”

조금 칭찬이 과했지만 다연이는 여전히 기분이 좋다. 솔직히 나도 조금 그랬다.

입꼬리를 씰룩대던 다연이가 수많은 사탕 중 하나를 집어서 갖다준다.

“이거요.. 나한테 귀엽다고 한 사람들이 줘써요..! 원래는 내가 다 머거야 하는 건데 너무 많아서 하나만 줄게요! 나한테 사탕 준 사람들도 끄덕끄덕할 거야.”

“고마워.”

다연이는 웬만하면 받은 선물은 다 먹는다.

다연이가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었고,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러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받은 사탕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하나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우리 딸 착하네.”

“헤헤..!”

그렇게 병원에서 한참을 보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앞으로도 자주 올 것이니 오늘 하는 인사는 많은 이별 중 하나가 될 거다. 그런데도 다연이는 아쉬운 얼굴이었다.

오늘이 더 재밌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안뇽.. 또 올게.”

“응, 안녕.”

“안녕히 계세요.”

나도 인사를 한 뒤, 다연이와 같이 병원을 빠져나온다.

바깥은 어두워져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저벅저벅 걷다가 문득 다연이가 물었다.

“엄마, 나중에는 우리 집에서 살겠지?”

“응.”

“다 나아서?”

“응, 다 나아서 우리 집에서 살 거야.”

다연이는 그 말을 다시 한번 곱씹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 말없이 걷다가 입을 열었다.

“오빠도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 내 엄마이기도 했으니까.

“오빠도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

“나두.”

우리는 다시 밤길을 걸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여름이 됐다.

춥기만 하던 날은 점점 따뜻해져서 다시 더워졌고, 엄마의 상태도 조금이지만 전과는 달라졌다.

“엄마 안뇽! 나중에 봐!”

지금 다연이는 엄마와 통화를 하는 중이다.

엄마의 상태는 전보다 호전되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전화를 끊은 다연이가 말했다.

“재미써따! 다음에도 전화해야지!”

“그래.”

전화를 끝마친 다연이는 선풍기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었는데도 더웠던 모양이다.

우리가 손님이 드문드문한 식당에서 자잘한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창밖에서부터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밥도리다!”

뒤이어 밥돌이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최근 들어서는 자주 못 보긴 했다. 밥돌이가 점점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해야 할 일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바쁜 밥돌이여도 우리 식당에 올 때마다 다연이의 선물은 절대 빼먹지 않았다.

“안녕, 다연이!”

“안뇽!”

이번에는 산더미 같은 과자다.

“과자 조아!”

다연이는 과자의 산에 파묻혀서 웃고 있었고, 그 틈에 밥돌이가 내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자주 못 와서 죄송합니다, 형님. 할 일이 많아서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밥돌이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그 말에 다연이도 고개를 들었다.

“저 공중파 나가게 됐어요!”

"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다.

밥돌이는 흥분한 말투도 말했다.

“이게 전부 다연이 덕분인 거야..! 고마워, 다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다연이도 그 말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고마운 사라미야..!”

“고마워요, 다연님..!”

“나는 님이야!”

신난 다연이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따라 했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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