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63화 (163/181)

-------------- 163/181 --------------

나는 여전히 하늘의 별을 보고 있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말했다.

“왜요?”

그런 여자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여자를 처음 봤을 때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같이 있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다연이를 나에게 맡겼을 때, 여자가 했던 결정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내가 만약 여자의 입장이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내가 이렇게 묻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랐던 여자의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단지 그런 생각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너랑 다연이가 더 보고 싶어졌어. 혼자 있을 땐 이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가 말을 잇는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없어도 네가 다연이 돌봐줄 수 있잖아.”

옥상까지는 가로등이 비치지 않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에서 여자가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뭔가가 속에서 울컥하고 차올랐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 느낌이 가라앉았을 때 내가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거울에서 보는 모습도 그랬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 여자가 죽는다면 다연이가 어떨지, 나는 어떨지 그런 생각들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병원에 갈래. 가서 치료할래.”

문득 그런 여자의 말투가 어린아이 같다고도 생각했다.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할 말을 열심히 찾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잘 될 거예요.”

나름 고민해서 꺼낸 말이었다.

잘 될 거라고. 정말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더 길게 위로의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이러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여자도 내가 많이 생각하다 꺼낸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진심 어린 말투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말없이 있다가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돈은.. 충분해. 보험도 들어놨고.. 내가 지금까지 번 것도 있어··· 네 아버지 보험금도 있는데... 그건 안 쓰고 줄 거야. 집도, 다른 재산도..”

여자는 우리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여자에게는 나와 다연이 몫의 재산을 남겨두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치료는 뒷전이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여자의 재산도 확인한 적 있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하다면 다른 돈으로 메울 수 있다.

이건 여자를 위한 행동이기도 했지만 다연이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더 컸다.

나중에 다연이가 컸을 때, 그냥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고 나도 이렇게 했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그게 큰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전부 주려고 했었는데··· 못 그래서 미안해..”

“...괜찮아요.”

“더 오래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랬어.”

여자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차오르는 뭔가를 눌러 담으며 말했다.

“네.”

여자는 그 이후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느리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였다. 그동안 열심히 약을 먹어왔고, 그래서 괜찮을 거라는 말과 다연이에겐 병원에 가는 날 말해주겠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다연이가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여자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여자가 말했다.

“잘 될 거야.. 그렇겠지?”

“..네, 잘 될 거예요.”

내가 그렇게 대답했다.

잘 될 거냐고 묻는 여자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드시 잘 됐으면 하고 바란 말에 내가 그렇다고 대답했을 때 여자도 비로소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여자는 감정을 추스르고 얼굴을 쓸어내린 다음 말했다.

“...먼저 내려갈게.”

“네.”

옥상에는 나만 남아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밤공기는 평소보다 따뜻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도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잘 있었다.

조용했지만 적막하진 않았다.

“...”

그렇게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가 문득 내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볼이 따뜻했고, 내가 쓰다듬고 있던 고양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낯선 이 느낌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

나는 울고 있었다. 여자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이 망할 상황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감정이 격해졌고 눈물이 나왔다.

나는 그런 와중에도 계속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도 도망가지 않았다.

계속 그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작은 거로 봐서는 다연이인 듯했다.

나는 얼굴을 쓸어넘기고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내가 올라온 다연이에게 말했다.

“일기 쓴다며. 다 했어?”

“응, 다 해찌. 엄마한테 검사도 받았어. 전부 다 잘 썼대.”

“...잘 했네.”

그래도 목소리가 떨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올라왔어?”

“내가 일기짱에 글을 썼는데 다른 언니들이랑 오빠들이 오늘은 특별히 벼리가 많이 보이는 날이래. 그래서 또 올라와써. 별 또 보려고.”

“그래.”

오늘 별이 유난히 더 많긴 했었다.

그렇게 말하던 다연이는 내 손 아래에 있던 고양이를 봤는지 아까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이다..!”

그리고 쪼르르 달려와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가 여기에 있는 줄 몰라써. 언제 올라와찌?”

다연이가 올라오니 방금까지 우울했던 분위기가 금세 사라진 것 같았다. 나 혼자 있었는데도 그렇게 느껴졌다.

“아까 다연이가 내려가자마자 바로 올라왔어.”

“오.. 그러쿤. 고양이는 내가 집에 간 줄 모르고 올라와써써.”

“응.”

고양이가 올라온 걸 뒤늦게 알게 된 다연이는 더 열심히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마치 자기가 없었던 시간만큼 더 쓰다듬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본다.

“우와··· 지금 보니까 벼리가 더 많은 거 가타···”

다연이가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던 손도 어느새 멈춰있었다.

그런 다연이의 반응에 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불과 몇 분 전에도 봤었던 하늘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지금 보는 하늘은 또 달랐다.

조금 전에 봤던 하늘보다 더 별이 잘 보이는 기분이었다.

“별이 많네.”

그 순간은 유난히 별이 많다고 생각했다.

.

.

.

다음 날이 됐다.

어젯밤 동안에는 생각이 많아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다연이 엄마에 대한 생각도 물론 많았지만 그 못지 않게 어제 울었던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음으로 몰아쳤던 감정과 울컥했던 그 느낌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전에는 슬픈 감정이 들어도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았었다면 어제부터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착 가라앉는 감정과 울대를 넘어오는 숨의 느낌. 그 숨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면 속에서 머물러 있을 것이고 목구멍을 넘어간다면 그 느낌은 눈물이 되어 쏟아진다.

처음 겪는 감정이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느낌을 계기로 예전과는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도 있었다.

그 감정과 어제의 분위기는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어찌 됐든 그랬던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오늘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꽤 중요한 날이었다.

어제 다연이 엄마와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눴었고, 그런 이야기 중에는 내일 당장 병원에 가자는 말도 있었다.

여자가 나는 따라올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냥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식당을 쉬고 따라가기로 했다.

다연이는 유치원에 갈 테니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 다연이에게는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다. 병원에 갈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건 쓸데없는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다연이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물론 쓸데없이 자세한 건 설명하지 않을 거다.

여자가 아프다는 건 알고 있으니 그것 때문에 병원에 간다고 말할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방에는 나 혼자 있었다. 먼저 일어난 모양이다.

나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집 안에서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벌써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놀고 있거나.

“..?”

나는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확인하고 조금 놀랐다.

“눈이..”

눈이 부어있었다.

어제 울어서 그런 건가.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을 때도 그때의 감정이 기억에 남아서 눈물이 조금 나오긴 했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나.

내가 그러고 화장실에서 다시 나왔을 때는 내 앞에 다연이가 서 있었다.

“어..?”

다연이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도 이렇게 눈이 부어 있을 줄 몰랐다. 지금까지는 울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많이 붓는 체질이었던 모양이다.

“크크..!”

고개를 갸웃거리던 다연이는 곧이어 웃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이 우스운 모양이다.

“눈이..! 엄청 커졌네?”

“그래?”

“응! 만지면 말랑말랑할 거 가타! 만져봐도 돼?”

이게 그렇게 재밌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다연이는 내 눈가를 만져보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엄청 말랑말랑하잖아? 오빠가 이런 거는 처음 보는 거야!”

“그래.”

뭐가 그렇게 재밌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어하니 다행이다.

나는 그곳에서 가만히 있다가 다연이가 만족했을 때쯤 다시 일어섰다.

만족스럽게 웃던 다연이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눈은 왜 젤리가 됐어?”

“....몰라. 자고 일어났는데 이렇게 됐어.”

어제가 밤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연이에게 운 것을 들키지 않았으니까.

내가 모른 척하니 다연이가 말했다.

“나도 젤리가 되면 재밌을 거 가따.”

“...재미없을 거야.”

“왜?”

다연이는 저번에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많이 울었는데도 나처럼 눈이 붓지는 않았다.

나는 다연이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잘 안 보이거든.”

그러자 다연이는 다시 웃었다.

“크크! 그럴 거 가타! 눈이 작아져서 잘 안 보이게따!”

“응.”

내가 그렇게 말하니 다연이는 더 이상 젤리가 되는 법을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여느 때처럼 빠르게 등원 준비를 이어나간다.

준비하는 것도, 아침을 먹는 것도 평소의 다른 날들과 똑같았다.

우리는 준비를 전부 끝낸 다음, 출발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물론 다연이에게 오늘 엄마와 내가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이미 말했다.

다연이는 엄마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연이에게 이 사실을 말했을 때 다연이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연이는 집을 나서는 도중에 말했다.

“그러면 엄마 오늘 병원 가는 거 오빠랑 가치 가는 거야?”

“응.”

나도 여자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식땅은?”

“병원에 갔다 올 때까지만 닫을 거야.”

“음··· 그러면 엄마랑 오빠는 오늘 오는 거야?”

거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줄 수 없었다.

당장 입원해서 치료를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니까.

그 물음엔 여자가 대답했다.

“응, 오늘 꼭 올게. 만약 병원에 있어야 하면 다연이한테 말해주고 갈게.”

여자는 예전처럼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다연이가 대답했다.

“응, 알게써!”

다연이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를 잃어버리더라도 이 식당에 찾아오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식당에 오면 내가 있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는 각자 할 일을 위해 식당을 나섰다.

다연이는 유치원에 가기 위해,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 걷는다.

다연이도 우리의 행동이 마냥 유쾌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행동이 평소보다는 조심스러웠다.

여자는 그런 다연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아, 다연아. 엄마가 다연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지금 말해줄까?”

“하고 시픈 말? 뭔데?”

나는 혹시 감상적인 말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여자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 우울하기도 한 다연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말한 건지 여자의 얼굴은 밝았다.

“나중에 다연이가 오빠한테 해줬으면 하는 말.”

“내가..? 오빠한테? 왜? 엄마가 오빠한테 바로 말하면 되자나.”

그리고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다연이가 말해주면 재밌을 것 같거든.”

“재밌는 거? 흠! 그러면 내가 드러줄게.”

나한테 하면 재밌을 말이라니. 어떤 말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다연이가 흥미 있어 하는 것 같으니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여자는 다연이에게 귓속말로 어떤 말을 전해줬다.

그러더니 다연이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마자..! 엄마는 다 알고 있었네?”

“응.”

내가 다연이에게 물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

“내가.. 나중에 말해주께! 유치원 갔다 와서! 그러면 더 재미쓸 거 가따.”

나는 지금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다연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크크, 마자. 엄마도 선생님이 오빠 조아하는 거 알고 이써꾸나..! 나중에 오빠한테 말해죠야지. 말해주면 더 조을 꺼야..”

다연이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때마침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말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