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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60화 (16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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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가 인기 많은 이유.

“안녕! 오늘 기분 조아 보인다!”

“응! 나는 오늘 기부니가 엄청 조치..!”

그 이유는 다연이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누구나와 금방 친해지는 성격과 주변을 유쾌하게 만드는 목소리.

그것만으로도 인기가 많은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다연이 예쁘다···”

“다른 애들도 예쁜데 다연이는 엄청 예뻐···”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치원 최고로 인기 많은 아이가 될 수 없다.

물론 외모도 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다연이의 좋은 성격과 외모 같은 그런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다연이만의 분위기가 다연이를 유치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민재와 하민이의 생각일 뿐이지만 거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연이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아져따.”

“응.”

오늘따라 기운이 넘치는 다연이를 보면서 민재와 하민이가 말했다.

둘은 다시 덧붙였다.

“민우 형한테 말해야게써.”

둘은 경쟁자가 많아졌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딱 좋은 해결방법을 찾기엔 둘은 아직 너무 어렸다.

“식땅에도 더 자주 가고.”

“응.”

둘이 작게 말했다.

***

나는 식당에서 다시 봄날이 돌아왔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온도는 따뜻했고 나른한 기분이 든다. 자연스럽게 다연이가 처음 왔던 날이 떠올랐지만, 오늘은 그때와 분명히 달랐다.

꼭 집어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그렇게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다연이 엄마가 돌아왔다.

“안녕.”

“네.”

뭔가 가기 전보다 더 우울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대답만 했다.

다연이의 엄마는 식당에 있는 많은 의자 중 하나에 골라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주변 눈치를 살핀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여기 자주와도 돼?”

떨림 없는 목소리였지만 많이 고민한 다음 말하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내가 물었을 때와 다른 답이었다. 그리고 그 답이 다연이를 데려다주고 온 뒤에 바뀌었다.

아마도 다연이와 같이 있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다.

내가 대답했다.

“네.”

“불편하게 안 할게.”

“네.”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없다.

엄마가 다연이와 놀아준다면 나는 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더 편하다.

그래도 다연이 엄마가 다연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연이가 적어도 나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는 계속 이어서 장사 준비를 해나간다.

“흠···”

오늘은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평소보다 적다. 평소라면 한두 손님 정도는 식당으로 찾아왔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식당 안은 더 조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아니면 어색해서 그런 것이 거나.

“..”

생각해보니 다연이 엄마와 이렇게 둘이서만 있었든 적은 없었든 것 같다.

애초에 만났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조용하네.”

“네.”

심지어 처음 만났을 때는 다연이가 왔었던 그 날이었고, 그 이후로는 얼마 전에 만났던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더 어색하다.

다연이가 없으니 딱히 이어갈 말도 없었다.

나는 가만히 내 일에만 몰두해 있다가 대화거리가 문득 생각나서 다연이 엄마에게 말했다.

“저기요.”

“응.”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어요? 그래도 음식은 할 수 있어서요.”

나름 고민하다가 꺼낸 말이었다. 다연이가 올 때까지 계속 이렇게 조용히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엄마는 다연이가 유치원에 갔다 올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다연이와 약속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2층으로 갈 생각도 없는 것 같았고.

그래서 음식이라도 만들어 주면 시간이 빠르게 가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결국엔 어색해서 그랬다.

내가 그렇게 말하니 다연이 엄마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메뉴판에서 고르면 돼?”

“네.”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내가 다연이 엄마에게 음식을 해주다니.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화만 났었는데.

이 상황이 아주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을 때 다연이 엄마가 한참 보던 메뉴판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떡볶이 해줘.”

“네?”

“떡볶이. 왜, 안 돼?”

내가 되물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떡볶이가 내가 지금 느끼는 여자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편견이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건 그랬다.

“아뇨, 돼요.”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거든.”

“네.”

떡볶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여태까지 가장 많이 한 음식이 아마 떡볶이일 정도로 숙달이 된 음식이다.

물론 그 손님이 다연이 엄마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다.

“금방 해드릴게요.”

“응.”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기 전 요리에 적응한다고 생각하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많이 해 와서 습관처럼 해나갈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 삼아서 떡볶이를 시작한다.

떡볶이를 하는 건 간단하다.

실제로 간단하기도 했지만 일단 많이 해봤기 때문에 빠르게 할 수 있다.

떡볶이는 다연이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해준 음식이기도 하다. 물론 떡볶이보단 만두가 더 빨랐지만 그건 요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먼저 떡볶이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간장 같은 양념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옆에 놓는다. 내가 할 떡볶이는 국물이 있는 떡볶이였기 때문에 물도 충분히 준비한다.

“..”

굳이 이렇게 재료 하나하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미 몸에 밴 동작이었기 때문에 막힘없이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한다.

다연이의 엄마는 아직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내 일을 이어간다.

그다음은 물을 담고 불을 올려줘야 한다. 국물이 있는 떡볶이니까 이렇게 슬슬 온도를 높이다, 준비해놓은 재료들을 넣어주면 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곧바로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을 순서대로 넣는다.

“슬슬 매운 향이 나는 것 같네.”

고춧가루를 넣고 슬슬 끓이고 있으니 다연이 엄마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 국물을 천천히 휘젓는다. 재료들을 국물 전체로 퍼뜨리게 하기 위해서 젓는 행동을 쉬지 않고 이어나간다.

맛을 보면서 슬슬 저어 나가다 국물의 맛이 완성되면 그다음은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를 넣는다.

보통의 떡볶이에 넣는 재료라고 하면 떡이나 어묵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배추나 대파 같은 채소도 중요하다. 떡볶이에는 없으면 서운한 재료들일뿐더러 식감을 좋게 만드는 재료들이기도 하니까.

건더기를 넣고 계속 저어가다 보니 국물이 서서히 졸아들었다. 밍밍했던 떡볶이 국물도 전보다는 조금 더 걸쭉해진다. 이제야 진짜 떡볶이 같은 모양새다.

코끝을 자극하는 적당한 매운 향. 입맛이 없던 사람도 입맛을 돋우게 하는 향이다.

그런 향이 풍겨오니 입속에서 떡볶이의 맛이 어렴풋이나마 그려지는 것 같다.

쫀득한 식감과 중독적인 매운맛.

매운맛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 매운맛들은 보통 일정한 선을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선을 넘는 매운맛은 짜증만 나게 할 뿐이다.

하지만 적당한 매운맛과 향은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런 매운맛의 선.

그 선을 지키며 매운맛을 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공적인 매운맛 대신 청양고추나 마늘 같은 것들로 매운맛을 내는 건데 물론 그것들뿐만 아니라 비율도 중요하다.

적당하면서도 맵다고 느껴질 만한 정도. 나는 그 정도로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완성된 떡볶이를 접시를 덜어낸다.

“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나는 거기에다가 마실만 한 것도 준비해서 같이 테이블에 내놓았다.

“다 됐어요.”

“응, 다 보고 있었어. 요리 잘하더라.”

“네.”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뜬다.

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그냥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랬다.

나는 원래 내 자리로 돌아와서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여자는 떡 한 조각을 집어 들어서 먹는다. 다른 손님들을 볼 때와 다르게 담담한 모습이었고, 그래서 기계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별다른 감정도 생각도 없어 보였다.

다연이 엄마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놓여 있는 상황을 봐도 그랬으니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매워서 땀과 같이 빠져나가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사라질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와는 전혀 달랐으니까.

그냥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고 바랐다.

“음.. 맛있네. 다연이가 엄청 유명하다고 말한 이유를 알겠어.”

떡볶이를 먹은 여자가 말했다. 전보다 눈이 더 반짝였고 목소리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네.”

“진짜 맛있어.”

내 짧은 대답에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남은 떡볶이를 열심히 먹을 뿐이다.

아직 초봄이라 식당 안은 냉기가 감돌았는데도 여자는 더운 듯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러면서도 미소 짓고 있는 걸 보니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내가 바랐던 것처럼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지금은 여자의 평가를 듣고 나중에 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줘야 했다.

여자는 떡볶이 국물까지 전부 깔끔하게 먹은 다음에야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았다.

“후아..! 진짜 맛있었다!”

다연이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떠오르지도 않던 엄마가 생각났다. 그냥 그랬다.

그리고 저렇게 말하니 다연이의 목소리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연이 엄마는 반짝이는 눈을 하면서 말했다.

“우리 아들 요리 잘하네!”

그 말이 많이 낯설었다.

처음 듣는 말이기도 했고, 이 말을 다연이 엄마에게서 들을 줄은 몰랐다.

“...네.”

나도 낯설게 대답했다. 그래도 싫진 않았다.

“더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아침도 먹어서 배불러.”

이제야 지금 상황이 어색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늘 있었던 일처럼 자연스럽다.

다연이 같은 말투를 하던 여자는 천천히 다시 원래의 말투로 되돌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소는 짓고 있었다.

여자가 말했다.

“그럼 나중에도 또 해줘. 그때 먹을 테니까.”

“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도 또 해주고 싶었다.

나는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 기분은 곧 다시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기억할 수는 있었다.

여자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나는 위에 올라가 봐도 되지? 구경 좀 하게. 옥상도 있다며.”

“네, 그렇게 하세요.”

“그래.”

여자가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식당에 혼자 남은 나는 잠시 다른 생각을 떠올리다가 싱크대에 있는 접시를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달그락.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접시를 닦았다.

지금처럼 평소와 다른 분위기도, 나름 좋았다.

.

.

.

다연이의 엄마가 우리 집에 자주 오게 된 날로부터 몇 주 정도 지났다.

그동안 다연이 엄마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과도 가끔 만났었다. 예나도 그렇고 다연이의 어린이집 선생님도 그랬다.

그 밖에도 여러 사람과 만나기도 했었다.

지금 나는 통원 버스에서 다연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은 다연이 엄마 대신 내가 가기로 했다. 가끔은 나도 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었고 다연이 엄마도 집에서 쉬는 게 더 나았으니까.

“배고프다.”

다연이가 걸으면서 말했다.

“밥 안 먹었어?”

“아니, 머겄는데 점심 머근지는 오래돼짜나.”

“그러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까?”

“응, 마싯는 거면 다 조치.”

“그래.”

우리는 늘 했던 대화를 반복하면서 식당에 도착했다.

도착한 식당 홀에는 다연이의 엄마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내가 가기 전부터 그랬는데 아직도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읽는 책은 집 안에 꽂혀 있는 아무 책이나 골라서 가지고 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종류는 일정하지 않았다. 다연이가 한글 공부를 할 때 쓰는 책도 있었고, 요리 관련 책, 그림책도 있었다.

우리가 식당 문을 열자 다연이 엄마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향했다.

다연이도 그 모습을 확인하고서 활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와따!”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치는 목소리다. 마치 승리 소식을 전하는 전쟁터의 전령 같기도 했다.

“그래, 고생했어.”

“웅!”

다연이가 대답했다.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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