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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58화 (15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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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는 그런 아이들을 흥미로운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나에게는 최근에 생긴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티비 속 영상물들을 보는 것이었다.

주로 영화를 즐겨봤지만 종종 다연이와 같이 드라마도 보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아이들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던 와중에 고개를 돌려서 혜원이네 부모님과 선생님을 살펴본다.

둘은 아직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다시 아이들을 바라본다.

“왜 우리는 친구하면 안 되는데?”

다가온 남자 아이가 물었다.

“안 된다면 안 돼. 일단 우리랑 먼저 친구하면 친구하게 해 줄게.”

민재와 하민이는 오랜만에 둘이서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자주 지켜보진 않았지만 둘은 손발이 썩 잘 맞는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다연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은 종종 봤던 것 같다. 그런 둘이 지금은 서로 합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 친구하자.”

“아니, 지금 바로는 안 돼. 너희가 안 착할 수도 있잖아.”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목소리를 흘렸다.

“오···”

아이들은 다연이와 친구가 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착한 아이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볼 때, 민재와 하민이는 다연이의 주변에 다른 남자 아이들이 오는 것을 여전히 싫어하는 모양이었지만 착하다면 다연이를 위해 막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우리 착해!”

새로 온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민재와 하민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음.. 그러면 나중에 같이 놀아보자. 놀아 보면 알 수 있어.”

“나 착한데..”

“놀아보면 알아.”

아이들은 단호했다. 착한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쉽게 친구가 되는 길을 열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민재와 하민이가 지금까지 다연이를 잘 지키고 있었다.

왜인지 둘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식당에 오면 음식을 푸짐하게 줘야겠다.

둘이 다연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도 많이 줬었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 더 대견해보인다.

전보다 더 맛있게, 많이 줘야겠다.

“음··· 알겠어. 나중에 놀아보자.”

“응.”

남자 아이들 간의 이야기는 의외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둘이서 막는 모습도 멋있게 보인다. 무작정 오는 사람들을 전부 막는 게 아니라 나쁜 아이들만 골라서 그런 거라니.

물론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도 다연이가 친해지고 싶다고 말한다면 아이들도 길을 내줄 것이지만 지금 다연이는 새로운 여자 아이들과 친구를 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니까 민재와 하민이는 다연이와 혜원이의 경호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연이에게 접근하는 건 뭐든 막고 보지만 다연이가 괜찮다고 말하면 언제든 비켜준다.

이렇게 보니까 더 멋진데.

“하하..!”

다연이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잠시 그렇게 웃고 있으니 입학식이 시작됐다. 뒤이어 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이크에서 들려온다.

“아이들은 전부 앉고 부모님께서도 정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곧이어 입학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러자 유치원 안이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순식간이었다. 입학식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과정은 여타 다른 입학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어른인 내가 보기엔 조금 유치하다는 것과.

“오···”

다연이와 혜원이 주변에 앉은 아이들의 시선이 묘하게 다연이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입학식이라 정면을 봐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여자 아이들은 다연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했고 그건 남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연이는 그런 시선을 모른 채, 오늘 새로 사귄 친구와 같이 앉아서 정면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연이 이렇게 다른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걸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입학식 시작하나 봐요..!”

내 옆에 있던 선생님은 혜원이네 부모님과의 대화가 끝났는지 나를 툭툭 건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의 말처럼 이제 입학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

.

입학식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입학식의 과정도 별 것 없었다.

단지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서 조금 유아틱하게 진행됐다는 것과 아이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친절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초등학교 입학식과 다른 점이었다.

사실 이 과정은 아이들이 유치원 생활에 조금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새로 사귈 친구들도 만나고, 유치원의 건물에도 적응하고. 그만큼 설명은 친절했다.

이러고 있으니 뭔가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있으면 안 되는 자리에 온 기분이다. 나른하지만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끝났네요.”

“네.”

어찌됐든 입학식은 끝나고 의자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다시 부모님의 품으로 되돌아간다.

원장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고 선생님의 말을 따라서 아이들이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러자 방금 전에 민재와 하민이가 막아섰던 남자 아이들이 민재와 하민이를 바라본다.

같이 놀기로 했는데 지금은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문득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져서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오늘은 못 놀 것 같아.”

“응.”

아이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그렇게 진지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듯 했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고 있던 민재가 대안을 생각해냈는지 번뜩이는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 내일부터 유치원 다니니까 내일 놀아 보자.”

“음.. 알겠어.”

정상 회담처럼 진지했던 아이들의 대화가 그렇게 끝났다.

아마도 그 아이들이 착한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내일 결정이 날 것이고, 이 아이들이 다연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내일 정해질 것이다.

아직 완결 나지 않은 드라마였고, 결말도 내가 알 수는 없을 테지만 그렇게 찝찝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알게 될 테고, 그 결말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있을 때 다연이와 혜원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민재와 하민이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을 하면서 자신의 부모님에게로 되돌아갔고.

걸어온 다연이가 말했다.

“우리 내일부터 유치원 가는 거지?”

“응.”

“호오··· 유치원 엄청 재미쓸 거 가따..! 벌써 새 친구도 생겨써. 그리고 그 친구가 그러는데 다른 친구들도 나랑 친구 되고 싶대!”

“그래.”

처음 다연이에게 다가온 친구가 꽤 인맥이 넓은 친구인 모양이다.

아이들의 시선이 묘하게 다연이를 향해 있었던 것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다연이가 예뻐서 그런 것이 거나.

다시 우리는 왔던 때처럼 자연스럽게 밖으로 빠져 나온다.

그 때 옆에 같이 있던 선생님이 말했다.

“우와··· 유치원 선생님들은 더 힘드시겠어요··· 아이들이 되게 많네요.”

“그래요?”

“네, 그리고 유치원은 행사도 엄청 많잖아요..!”

선생님이 대단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나는 유치원을 다녀본 적도 없고 경험해 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다연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본 적은 있었기에 유치원이 행사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직 선생님의 말에 공감을 할 만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런가요.”

“네!”

선생님이 아는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은 전부 반차를 내고 오셨는지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모두 되돌아가고 남은 건 우리 뿐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이대로 돌려보내는 것도 죄송해서 이렇게 말했다.

“점심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

“밥 먹짜아..! 나는 너무 배고파.”

사실 아까부터 다연이는 배고파 보였었다.

아침은 충분히 먹었지만 입학식 날이라 긴장해서 더 빨리 배가 고파진 것 같았다.

“네!’

“밥!”

나는 둘을 데리고 근처의 밥집으로 향했다.

.

.

.

“후..”

점심을 다 먹은 다연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부풀어 오른 배를 통통 두들긴다.

이번 점심은 초밥이었다.

유치원 근처에 새로 생긴 초밥집이 있어서 점심은 거기에서 해결했다.

다연이는 평소보다 더 배가 고픈 상태여서 그런지 초밥을 허겁지겁 해치웠었다. 저러다 체하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됐지만 튼튼한 위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건지 다연이가 체하는 일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초밥 진짜 마시써따.”

사실 다연이가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초밥은 그리 좋은 메뉴 선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추냉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초밥은 다연이가 직접 선택한 메뉴였다.

내가 일일이 고추냉이를 빼줘야했지만 그럼에도 잘 먹어서 다행이다.

“다연이는 매운 거 잘 못 먹는데도 맛있었나 보네?”

“네..! 말랑말랑해서 마시써써. 나는 거기에 있는 초밥 전부 다 머글 수 있는데..!”

“큭큭, 그래. 나중에 또 가자.”

“또..!”

다연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선생님이 또 가고 싶따고 말해쓰니까 내가 다음에 또 불러 줄게요! 매일 불러줄 수도 이찌!”

그러자 선생님이 다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아. 앞으로도 재밌는 일 생기면 먼저 선생님한테 말해야 돼. 알겠지?”

“후후··· 내가 선생님 매일매일 불러 주께.”

나는 둘이서 속삭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왜인지 다연이가 유치원에 다니게 된 뒤에도 선생님과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헤어졌다.

“안뇽, 선생님. 어차피 나중에 또 볼 거지만.”

“그래, 안녕. 안녕히가세요.”

다연이가 했던 혼잣말처럼 진짜로 곧 다시 볼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지 여태까지 했던 작별 인사 중에 가장 여운이 남지 않는 것 같은 인사를 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느낌이 그랬다.

“우리도 가자.”

“응!”

다연이도 내일부터 유치원에 가야했고, 나도 얼른 식당 문을 열어야 했으니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길을 걷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봄 날에,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 걸었다. 다연이는 내 옆에서 막대 사탕을 먹고 있다.

이건 우리가 갔던 초밥집의 사장님이 잘 먹는 다연이가 멋있다며 준 사탕이었다.

“오오..! 이 사탕에서 콜라 마시가 난다..!”

그래서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먹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다연이는 하나 더 받은 막대 사탕을 들이밀며 말했다.

“오빠도 먹을래?”

“아니, 다연이 다 먹어.”

“으흠.. 알게써. 나중에 집에 가서 더 마싯는 거 내가 만드러 주면 되니까..!”

“응.”

그런 말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문득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일인데. 어린이집에 출근 해야 하는 날이 아닌가?

문득 든 생각 때문에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아, 혹시 선생님이 오늘 일해야 하는데 오는 거라고 말한 적 없어..?”

“응..?”

다연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 생각나따! 선생님이 일하는 날이라고 해써써. 근데 그래도 올 꺼라고 해써.”

“혹시... 다연이가 꼭 오라고 한 거야?”

그 말에 다연이는 약간 서운한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아니이! 나는 선생님 일 이쓰면 안 와도 된다고 해찌.”

“응.. 미안.”

“갠차나.”

다연이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는 선생님에게 더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연이의 연락만 받고 일까지 쉬다니. 휴가를 냈는지 반차를 썼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해주신 배려는 언젠가 꼭 갚아야겠다.

.

.

.

입학식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오늘 우리는 다연이의 엄마를 만나러 왔다. 처음 다연이 엄마와 만난 이후로 우리는 가끔 이 곳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듯이 다연이를 위해서도 그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온 횟수만큼 다연이도 엄마와 더 친해졌으니 내 생각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던 것 같다.

엄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다연이는 도중에 뭔가가 생각났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왜 그래?"

엄마의 물음에 다연이는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엄마.”

“응?”

“나... 내일 유치원 가는데 데려다죠.”

“응..?”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의 표정은 비장했고, 다연이 엄마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나에게 언질이라도 했다면 짐작은 했을 텐데.

나와 다연이 엄마가 여전히 당황하고 있을 때, 다연이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가..?”

“응!”

엄마의 작은 목소리와 다르게 다연이는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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