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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55화 (15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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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고기에 손을 대지 않고 다연이가 잘 먹는지 지켜본다. 오늘은 다연이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내준 고기이니 먼저 맛있게 먹는지 보고 싶었다.

식당의 사장님과 아이들도 저 멀리서 나처럼 다연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져서 그런지 그 고기를 바라보던 다연이의 눈빛이 간절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의 시선이 다연이에게 쏠려 있었다.

“오..!”

간만에 먹어보는 고기를 음미하면서 먹는다. 쩝쩝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고기 조각을 삼키는 소리도 들린다.

아직 말은 하지 않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고 다연이의 표정만 보더라도 고기가 맛있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맛있어?”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습관처럼 물었다.

“응..! 이거 진짜 마시따..! 먹었는데.. 입 안에서 녹아서 없어져써..!”

다연이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듯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조용하던 주변에서 그제야 소음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음들 중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기 구울 때부터 애기 반응이 귀여워서 계속 보고 있었네..”

“큭큭, 맞아. 무슨 고깃집 광고 보는 것 같아..!”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대화 소리였다. 지켜보고 있던 민우와 가인이도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전에 느껴졌던 시선은 소고기를 집은 다연이의 반응과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것들이었다.

익숙해서 그런지 나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다연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나보다.

아니면 밥돌이의 먹방을 보면서 쌓아온 먹방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거나.

“하나 더 머글래. 이번에는 상추랑 가치 먹을 거야.”

“그래.”

다연이가 어떻게 먹을 건지 설명했던 탓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쏠렸다.

어차피 고깃집에서 먹을 건 고기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조차 궁금한지 다연이가 쌈 싸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고기는 그냥 먹는 거랑 상추에 싸 먹는 거랑 마시가 달라. 나는 마니 먹어봐서 알고 이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연이는 먹는 재미를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밥돌이의 영상에서 배웠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저번에 다연이에게 먹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했던 다연이의 대답은 이랬다.

‘전부 다 다른 맛이자나..! 그래서 더 먹꼬 시픈 거지이.’

그 말 안에 다연이 나름의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겠지만 결국엔 다양한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다연이가 음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소고기도 굽기의 정도에 따라서 한 번씩 나누어 먹어 보는 것이다. 한 번은 상추에 싸 먹고 한 번은 그냥 먹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라 생각했다.

다연이는 상추에 싼 고기를 곧바로 먹으려다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나에게 말했다.

“오빠도 머글래?”

“아니, 먼저 먹어.”

그러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호로록 먹는다.

평소였다면 한 번 더 물어봤을 테지만 지금의 다연이는 너무나도 배가 고프다. 그저 눈앞에 놓인 고기를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할 뿐이다.

“오··· 내가 고기를 머그면 고기가 사르르 씹혀. 버터 마시가 나는 거 가따.”

그렇게 고기를 먹어치우면서도 소고기에 대한 감평도 빼놓지 않았다.

먹방 방송처럼 성실하게 맛에 대한 표현까지 쏟아내면서 먹고 있으니 다연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손님들이 침을 꿀꺽 삼킨다.

곧이어 다시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도.. 소고기 먹을까..?”

“응..”

다연이가 고기를 먹는 것이 의도치않게 홍보가 된 것 같다.

며칠만에 제대로 먹는 음식인 만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인 모양이다. 고작 어린 아이인데도.

뒤이어 손님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뭐 시킬까?”

“저 애기가 먹었던 게 뭐지..?”

“등심.. 인 것 같은데?”

“등심은 너무 비싼데..”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한 듯 주문을 시작했다.

“그냥 오늘 돈 좀 쓰지 뭐.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사장님! 여기 일단 등심 2인분 주세요!”

“네..!”

사장님은 뜻밖의 주문이 좋으셨는지 웃는 얼굴로 고깃 덩어리를 가져다 준다.

“사장님, 여기도 주문할게요!”

“네!”

뒤이어 다른 손님들의 주문도 물 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밥돌이의 방송을 보면서 쌓았던 먹방 실력이 꽤 좋았던 모양이다. 다연이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된 걸보니 다연이의 먹방이 매력적이긴 한 것 같다.

“오.. 마시따..!”

물론 다연이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소고기를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다연이가 그렇게 고기를 열심히 해치우고 있으니 등심은 금새 바닥이 났다. 물론 그 동안 나도 꽤 먹었다.

내가 먹지 않으면 다연이가 눈치를 주거나 나도 먹으라고 직접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바닥을 드러낸 불판을 놓고서 다연이가 말했다.

“후우.. 마시써따..”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배가 부른 것 같진 않았다. 다연이는 배부를 때면 보이는 표정과 행동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자에 쓰러지 듯 기대는 행동이라던지.

등심이 배부를 만큼 많진 않았기에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부채살이 남아있으니 괜찮다.

이것까지 먹다보면 다연이도 배부를 것이다.

내가 다음 고기를 구우려 하고 있을 때, 식당의 사장님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손에는 또 다른 고기를 들고 있다.

생각보다 주문이 더 많은 모양이다.

“다연아..!”

“네.”

사장님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면서 우리 테이블 위로 고기를 내려놓는다.

뭔가 감격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고기는 왜..?”

내가 당황한 얼굴로 물으니 사장님이 대답한다.

“다연이가 맛있게 먹어줘서 지금 고기가 많이 나가고 있어요..! 이러려고 부른 건 아니었는데 너무 고마워서 더 먹으라고 드리는 거에요!”

사장님이 내려놓은 고기는 아까 전과 같은 등심인 것 같았다. 아까보다 마블링도 좋고 빛깔도 더 좋아 보인다.

“이.. 이거 또 머거도 돼요?”

다연이는 신난 얼굴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방금 전에 했던 내 생각이 맞는 모양이다. 다연이는 아직 배부르지 않았다.

“당연하지! 다연이가 더 먹고 싶으면 당장 말해도 돼. 전부 갖다 줄 테니까.”

“오..! 네.”

“좋아."

잔뜩 신이 난 사장님이 미소를 한껏 머금은 채 자리에서 물러난다.

쌓여 있는 고기를 본 다연이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싯는 고기가··· 이렇게 많다니..! 이거는··· 엄청 조은 거야..”

다연이는 고기를 보며 감탄하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마싯게 머거서 더 주는 거라고 해써. 밥도리 영상을 많이 보니까 그런 거 가따. 이거 엄청 대단한 거야..!”

“그래, 대단하네···”

다연이는 고기를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등심을 더 벌어왔다.

사실 나보다 다연이 덕분에 생기는 것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빨리 먹꼬 싶따..! 내가 고기 구울 수 이쓰면 좋을 텐데.”

“빨리 구워줄게.”

나는 다시 고기 구워주는 사람으로 되돌아가서 열심히 등심을 굽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배부르지 않을 것만 같던 다연이도 어느 새 부풀어 오른 배를 붙잡고 의자에 늘어져 있었다.

“배부르다아···”

소고기만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기에 물리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연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조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원래 고기를 다 먹은 다음에 후식으로 냉면 같은 식사류를 먹으려고 했는데 지금 다연이의 상태를 보니 더 먹진 못할 것 같다.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배부르지? 그러면 이제 갈까?”

그러자 다연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이. 그거 머거야 되잖아. 냉면.”

“배 안 불러?”

“배부른데.. 냉면은 머글 수 이찌.”

고기를 먹는 배와 후식을 먹는 배는 따로 있다곤 하지만 아직 7살 밖에 안 된 다연이도 그럴 줄은 몰랐다.

다연이는 먹는 걸 좋아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 그러면 냉면 시킬게.”

내가 냉면을 시키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근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민우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냉면 가지고 올게요.”

“....그래.”

비장한 얼굴로 대답한 민우는 다시 비장한 발걸음으로 주방을 향해간다.

“음···”

민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민우가 다연이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흠.”

아마 내가 웃을 수 있었다면 지금 웃었을 것이다. 왠지 인기 많은 딸을 자랑하고 싶은 아빠 같은 기분이다.

나중에 초등학교로 가게 되더라도 민우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겠다. 물론 민우 말고도 보디가드들은 많다.

“냉면도 마시써쓰면 좋게따.”

아무것도 모르던 다연이는 젓가락을 쥐고선 그렇게 말했다.

잠시 후, 민우가 직접 냉면을 들고 걸어나온다. 서빙하는 모습이 다연이보다 서툴어 보이지만 열심히 하고는 있었다.

저렇게 서툰 모습을 보니 다연이가 있다고 직접 서빙에 나선 것 같은데 부디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으..”

열심히 걸어온 후에 안정적으로 냉면 서빙을 끝마쳤다.

“휴..”

“잘 먹을게.”

“잘 머글게 오빠!”

다연이의 말에 민우는 조금 수줍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쏜살같이 도망간다.

우리 앞에 놓인 냉면은 여느 때처럼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고기를 먹고 난 직후였기에 더욱 그랬다.

고기와 냉면은 시너지가 좋으니까. 아무리 좋은 고기를 먹었다곤 하지만 입 안에 남아있는 기름진 고기의 향과 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후식이 필요했다.

그 후식으로 잘 어울리는 건 단연 냉면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앞접시에 다연이 몫의 냉면을 덜어준다.

다연이는 접시를 건네주기 무섭게 주스를 마시는 것처럼 면을 들이켰다.

호로로록!

나도 얼른 냉면 한 젓가락을 집어 든다.

기다란 면발에서 옅은 식초의 향이 풍겨온다. 그 향을 맡으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냉면의 맛이 입 안에 느껴지는 듯 했다.

상쾌하고도 깔끔한 맛. 곧바로 면발을 먹기 시작한다.

살짝 찌릿한 맛과 함께 탱글한 면발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기름기가 흘렀던 입 안이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입에 물고 있던 면은 이로 끊어내지 않고 끝까지 먹는다. 나는 입 안 가득 면이 채워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었다.

그런 다음엔 시원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신다.

“크으···”

맛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국물. 그리고 탱글탱글한 면발이 중독적이다. 곧바로 이어서 다른 면발을 먹고 싶을 정도로 좋다.

나는 한참 그렇게 냉면을 즐기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나뿐만 아니라 다연이도 그렇게 느끼는 듯 했고.

“후아..! 기분 조아져따. 아팠던 거는 하나도 기억 안 나.”

“다행이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민우가 우리 테이블을 향해서 걸어나왔다.

마치 게임 속 npc같은 모습이다. 게임에 대한 영상은 저번에 우리 식당에 놀러왔던 밥돌이의 동료 방송인 덕분에 다연이랑 같이 몇 번 본 적 있어서 npc라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기계처럼 행동하는 게임 속 프로그램. 지금 민우가 딱 그것 같았다.

“그거는 뭐야?”

그런 민우를 본 다연이가 물었다.

민우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내가 깎은 사과..!”

“오빠가 깎은..!”

“응..!”

민우가 자신 있게 접시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다연이도 그런 민우의 반응에 걸맞게 기대하는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주방에는 사장님이 계셨기에 진짜 민우가 깎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칼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썼거나.

민우가 물었다.

“어때? 잘 깎았지?”

마치 칭찬을 원하는 듯한 얼굴이다.

한편 다연이의 얼굴은 접시를 바라보는 순간 천천히 굳어졌다.

나도 민우가 내놓은 결과물을 보자마자 왜 다연이가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왜..? 이상해?”

민우가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사과의 모양이 너무 괴상하다. 이걸 사과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은 정도로.

그리고 다연이가 대답했다.

“....응.”

“..!”

민우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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