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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54화 (15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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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 집으로 후다닥 달려간다.

빠르게 문을 열고 집 안으로 향했다.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다.

민우가 집으로 달려온 이유는 당연히 다연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지금 민우는 뭘 해야 할까.

“다연이가 좋아하는 거···.”

다연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가지고 가야 한다.

누가 보면 다연이나 다른 사람이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눈에 불을 켜며 찾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민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냥 본인이 그러고 싶었다.

우울한 건 다연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빨리 찾아야 해..!”

민우는 다연이에게 줄 선물로 적당한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

나는 고기를 굽기 위해 불판에 불을 올린다.

뜨거운 불길에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불판. 이 식당에는 여러 번 왔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건지 우리 식당과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뭔가 묘한 기대감이 차오른다.

“빨리 고기 먹짜..!”

“조금만 기다려.”

“응.”

아직 불판이 충분하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고기를 구우면 될 거다.

“우와···”

다연이가 달아오르는 불판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완성될 고기를 상상하는 듯했다.

그러고 있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가인이가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보니까 더 귀여운 거 같아..”

그러고 보니 같이 있던 민우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고기에 집중하는 동안 어디론가 간 모양이다.

“나 저번에 고기 머거본 적 이써. 소고기.”

“그래.”

다연이는 오랜만의 고기가 기대되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흐르고 불판이 충분하게 달아오르자 나는 먼저 등심을 불판 위로 올린다.

등심부터 먹는 편이 더 좋다고 사장님께서 말했기 때문이다.

치이이.

등심의 겉면이 달궈놓은 불판에 지져지는 소리가 들린다. 붉은빛의 소고기가 불판과 맞닿은 부분부터 천천히 갈색빛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꼬기다아···”

흘러내리는 듯한 다연이의 목소리와 같이 소고기의 부드러운 냄새가 불판의 열기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은은한 버터 냄새 같기도 한 향이 콧속으로 스르르 흘러 들어온다.

부드러워서 더 중독적인 향이다. 이 향을 맡고 있으니 왜인지 소고기가 입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기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지만, 아직 완전히 익기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얌전히 앉아 있는다.

“고기 냄새나니까 더 배고파져따···”

다연이는 여태까지 아파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나마 먹었던 것들은 내가 사 온 죽이나 직접 해줬던 흰 쌀죽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다연이가 얼마나 고기를 먹고 싶어 할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맞는다는 듯 다연이는 배고픔에 못 이겨 밑반찬을 집어 먹기도 했지만 시선은 늘 등심을 향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다 익은 고기를 잘라주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

나는 다연이의 시선을 받으면서 고기 굽기를 이어나간다.

“미리 상추 먹꼬 이써야지···”

다연이가 기어이 토끼처럼 상추만 씹어 먹고 있을 때, 식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솔직히 고기를 굽고 있느라 문이 열리는 소리는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소음이 들려왔을 때 누군가가 식당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후우···”

거친 숨소리의 주인은 민우였다.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 품에는 뭔가를 잔뜩 안고 있다.

나는 고기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지만 뭔가를 품에 가득 안고 있는 민우에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저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

심지어 다연이도 시선을 빼앗긴 채 후다닥 달려가는 민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우가 식당을 완전히 가로질러서 어딘가로 향하자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만 있던 다연이가 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민우 오빠 뭐하는 거지..?”

다연이가 물어봤지만 나도 민우가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몰라."

***

민우의 누나인 가인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식당 문을 열고 후다닥 달려오는 민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평소에도 민우가 나이에 걸맞게 귀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이해 못 할 행동을 하지는 않았었다.

민우가 품에 안고 온 것은 과자와 장난감들이 섞인 거대한 덩어리였다. 저게 정확하게 뭔지도 모르겠고 왜 가져왔는지도 모르겠다.

“너 뭐해?”

“응..?”

가인이가 물어봤을 때 민우는 품에 물건들을 한가득 안은 채 그 자리에 멈췄다.

“너.. 뭐하냐고..?”

“이거.. 다연이한테 주려고 가져왔어.”

가인이는 그 말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뭐, 민우가 다연이를 좋아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사실 그것도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정작 다연이는 모르고 있지만, 이 동네의 남자아이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다연이에게 관심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 민우의 행동은 평소보다 더··· 과하다.

과하다는 말이 맞을 거다. 아무리 봐도 저건 조금 많다. 저 모든 것을 다연이가 받을 순 없을 거다.

“너무 많은데. 이걸 전부 다 다연이한테 준다고?”

“아니, 이거 중에서 줄 거야. 오늘 다연이가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아서.”

가인이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오늘 다연이의 기분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민우가 지금 하는 이상한 짓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이상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민우가 말했다.

“나 이거 갖다 놔야 해.”

“아··· 그래. 가.”

그리고 민우가 다시 후다닥 달려서 어딘가에 그것들을 쏟아붓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인이는 생각했다.

평소에도 민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적은 몇 번씩 있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티격태격하는 것은 여느 남매나 다름없이 똑같았기에 그럴 때마다 한마디씩 하거나 격해지면 꿀밤을 쥐어박곤 했지만 이번에는 민우의 표정이 조금 달랐다.

뭔가 중요한 사명이라도 지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다.

지금의 민우야 가인이가 한 손으로도 제압할 수 있지만 지금 하는 짓은 왜인지 막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민우의 인생에서 중대한 한순간인 것 같았다.

“미쳤나 봐.”

그럼에도 가인이의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일 뿐이다.

***

우리는 민우의 이상한 행동을 뒤로하고 고기를 굽는 데에 집중한다.

다연이도 이제 민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민우의 행동이 궁금할 테지만 지금은 그것보단 고기가 더 중요했다. 지금 다연이는 맛있는 음식을 못 먹은 지 꽤 오래된 상태니까.

“우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반응이 더 확실하다.

확실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생고기를 뜯어 먹을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다연이는 당연하게도 그러지 않았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같은 다연이의 눈빛을 애써 이겨내고서 불판 위에 올라간 소고기를 뒤집는다.

철퍽.

반대편의 아직 마르지 않은 소고기의 핏물이 불판을 때린다. 그와 동시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우와··· 못 기다리게써···”

다연이는 완벽하게 익은 소고기 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당장이라도 젓가락으로 고기를 찍어 먹을 것 같은 눈빛이다.

젓가락을 쥔 다연이의 손이 꿈틀대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민우가 스르르 걸어 나왔다.

그리고 조금 전에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 다연이 저거 먹을래..?”

“응? 저게 뭐야..?”

“과자랑 장난감. 내가 가지고 있는 거 전부 다 들고 왔어.”

그렇게 말하는 민우의 목소리에서 묘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뭔가 뿌듯한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했다.

“왜?”

이유를 몰랐던 다연이는 해맑은 얼굴로 묻는다.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 민우는 다연이의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름의 뭔가를 준비해 온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민우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그것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연이한테 주고 싶어서 가지고 온 거구나.

“너한테 주려고..!”

그 말에 다연이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냥!”

아마도 민우는 다연이가 우울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지만 다연이가 그 말을 싫어할까 봐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 배고프잖아..! 근데 나는 너한테 과자 줄 수 있어. 장난감도 많으니까 가지고 싶은 거 가져가도 돼.”

“진짜..?”

“응.”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뭔가 오래전에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말 아낌없이 주는구나.

멍하니 있던 다연이가 대답했다.

“음.. 아니야. 우리 오빠가 그래찌. 밥 먹기 전에는 과자를 머그면 안 된다고.”

“어... 맞아.”

민우는 인정하기 싫은 듯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과자를 머그면 밥이 맛없어지지.”

“그것도.... 맞아. 내가 해봐서 알아.”

민우는 다연이가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빠르게 납득했다.

“그러면 나중에 와서 먹어. 엄청 많으니까.”

“응!”

민우는 그러면서 아쉬운 얼굴을 하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러고 난 뒤, 다연이를 보니 처음보다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우울감을 한 꺼풀 걷어낸 느낌이었다.

민우의 노력이 성공한 모양이다.

민우 역시 그 사실을 조금 느꼈는지 처음보다 더 뿌듯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다연이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나는 과자도 좋지만 마싯는 고기가 먹꼬 시퍼. 지금 바로. 그래서 나는 과자를 안 먹는 거지.”

“그래.”

확신에 가득 찬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인터뷰에서 하는 말 같았다.

실제로 다연이는 고기라는 분야의 전문가였으니 그렇게 생각할만 했다.

“그래서 나는 고기가 빨리 익어쓰면 좋게써..!”

다연이가 재촉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렇게 말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그만큼 배고프다는 말이겠지.

나는 그 말에 더 힘을 받아서 고기를 구워나간다.

나는 불판 위의 소고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소고기는 굽기의 정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너무 유명해서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레어나 미디움, 웰던 같은 명칭으로 불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레어에 가까운 미디움. 그러니까 미디움 레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다연이는 조금 다르다.

다연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할지라도 다연이만의 취향은 분명했다.

다연이가 선호하는 굽기는 없다. 말 그대로 전부 하나씩 먹어보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다연이의 식성과 딱 맞았다. 가리는 것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다연이와 같이 소고기를 먹을 때면 고기는 미디움 레어 정도에서 잘라놓고 아주 천천히 구워가며 모든 과정을 맛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할 생각이다.

“내가 자르는 거 도와주까?”

앞에서 구경만 하던 다연이가 물었다.

“아니, 빨리 잘라줄게.”

“응.”

빨리 먹고 싶은 모양이다. 안 그래도 지금 자르기 시작하면 딱 맞을 것 같다.

나는 가위와 집게를 이용해서 불판 위에 늘어져 있는 등심을 집어 들었다.

“오···”

고기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기름방울. 배가 고프니 그 기름 한 방울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흐아···”

그건 다연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서둘러 등심을 자르기 시작한다. 잘 익었는지 가위가 부드럽게 고기를 가른다.

중간중간 걸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힘으로 모두 끊어냈다.

치익.

불판에 닿은 고기 조각들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나 이거 머거도 돼?”

“응. 먹어.”

내가 대답하자 다연이는 곧바로 젓가락을 들어 소고기를 푹 하고 찔렀다.

아직 젓가락을 완벽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다연이만의 방법이었다.

내가 집어 주려고 했지만 다연이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젓가락 끝이 등심에 꽂혔다. 뚫린 고기 사이로 육즙이 주욱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육즙은 다시 불판에 닿아서 치르르,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증발하여 사라진다.

다연이가 말했다.

“나··· 나아.. 이거 머글꺼야..!”

나도 그제야 불판에서 시선을 떼고 다연이를 본다.

그러자 주변에서 다연이를 보고 있던 수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다연이의 목소리가 커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연이를 보고 있었다. 민우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어찌 됐든 주변 사람들은 전부 고기를 집은 다연이를 보고 있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기도 했다.

왜 그런 거지.

“세상에서 제일 마싯는 고기···!”

그런 내 생각과 상관없이 다연이가 고기를 집어 올렸다. 이렇게 보니 티비에 나오는 광고 속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먹는 다아..!”

그리고 고기 한 점을 크게 먹는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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