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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50화 (15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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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는 짜장면이지!”

나도 얼핏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짜장면이랑 졸업식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내가 그 사실에 대해 깊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 혜원이네 아빠는 우쭐한 얼굴로 우리들을 식당 안 쪽으로 안내했다.

누가보면 점원인줄 알겠다.

“조치..! 짜장면!”

“나도 조아요!”

아이들도 왜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튼 짜장면을 먹게 된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어찌됐든 아이들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우리도 짜장면을 안 먹은지 꽤 오래됐으니 먹는 재미도 있을 거다.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는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적었다. 아무래도 평일이기도 하고 아직 직장인들은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나와 다연이는 평소에도 다른 식당들을 가끔씩 방문하곤 했다. 이유는 다연이에게 여러가지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럼에도 이 식당에 직접 온 건 처음이었다.

식당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여기에는 직접 오기보단 배달로 시켜 먹곤 했다.

짜장면이라고 하면 보통 배달음식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에 직접 올 생각은 못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록 다연이는 그런 사실도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식당 안을 살피던 다연이가 말했다.

“아저씨..! 그런데 왜 오늘 짜장면 머거야 하는 거에요?”

다연이의 물음에 혜원이 아빠는 우쭐한 얼굴로 대답했다.

“음··· 왜냐하면..!’

“응!”

“아저씨도 잘 몰라!”

“?”

그러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다연이와 혜원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혜원이 아빠를 바라본다. 잠깐 흐르는 정적.

혜원이네 아빠가 웃는 얼굴로 가만히 있는 중에 혜원이가 말했다.

“아빠는 아무거또 몰라.”

그러면서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그 모습을 본 혜원이 아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혜원이를 달랬다.

“아니야, 혜원아. 사실 거짓말이야. 아빠는 알고 있어.”

“정말..?”

“응, 아빠는 천재라고 했잖아!”

“마찌!”

그러면서 혜원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맞장구를 친다.

“음..”

부녀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시덥잖은 장난이겠지만 혜원이의 입장에서는 엄청 재밌는 장난인 모양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혜원이 아빠가 좋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눈높이에 맞게 놀아주는 것도 중요하군.

나는 그런 혜원이네 가족을 보면서 육아에 대해 또 한 가지를 배웠다.

한참 장난을 치던 혜원이 아빠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졸업식에 짜장면을 먹는 이유는 말이야..!”

“응!”

“아빠 때는 아닌데..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할아버지 때는 짜장면이 엄청 비싼 음식이었대! 그래서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거지!”

“그렇구나!”

“오··· 그러쿠나···”

그랬구나. 나도 새로 얻은 지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놀란 눈을 하고서 바라본다. 그러고 잠시 후에 다연이가 나를 툭툭 치더니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우리는 하라버지 없어..?”

“.. 응.”

내가 알기로는 없다. 아마도 어딘가에는 살았을 테지만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물론 나로서는 궁금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다연이가 하니 와닿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다연이가 커가다보면 많은 질문들을 받게 될 거다. 내가 어린 시절에 받았던 질문들과 비슷하겠지. 다연이는 그런 말들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나만의 상상에 빠져서 괜한 자책을 하고 있을 때, 오히려 다연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음..! 그러쿤!”

그리고 아무 상관없다는 듯 다시 혜원이와 놀기 시작했다.

“..?”

다연이는 딱히 신경 조차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래, 언젠가는 그런 질문에 걱정하는 때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저 재밌게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음..”

대신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도 공부해야겠다.

언제 다시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고,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그 시절을 겪어본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배고프다아.”

다연이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마침 식당의 주인이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이 이 시간에 다 오네. 오늘 무슨 날이니?”

사장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딱히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아이들에게 건네는 인삿말과 비슷한 말이다.

그 말에 아이들이 대답했다.

“네! 오느른.. 졸업식을 한 날이에요..!”

“오, 졸업식? 유치원?”

“아니, 어린이집이요!”

“아.”

사장님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메뉴판을 건넨다.

유치원이면 몰라도 어린이집 졸업식이란 그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사장님도 그저그런 반응을 보였다.

사장님은 굉장한 반응 대신 무덤덤한 얼굴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오늘 애기들 졸업했으니까···”

그러면서 메뉴판에 담겨 있는 사진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저씨가 서비스로 이거 줄게.”

아이들은 사장님이 가리킨 사진을 본다. 그리고 놀란 눈을 했다.

“이고..! 고기야..!”

“내가 조아하는 거다!”

사장님이 가리킨 건 탕수육이었다.

“큰 건 안 되고··· 작은 거. 메뉴판에도 안 나올 정도로 작지만.. 너희들이 먹기엔 충분할 거야. 그 정도는 줄 수 있지.”

“우와아..!”

아이들은 고기라면 무조건 좋아했다. 신난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는 멍한 눈으로 사장님을 보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살게요. 얻어 먹을 수는 없죠!”

“네.”

우리가 그렇게 말하니 사장님이 다시 대답했다.

“꼬맹이들 그 정도는 줄 수 있죠. 무려 어린이집을 졸업했는데!”

“마찌!”

사장님이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지만 다연이는 자신을 칭찬하는 줄 알고 밝게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탕수육도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사장님께도 그렇게 말했다.

"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대신 양을 많이 드릴게요. 중 같은 소. 바로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이 자신있게 말하고선 당당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무려 어리니집을 졸업해찌!”

다연이는 여전히 놀리는 말인 줄 모르고 사장님의 말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러치!”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논다.

나는 혜원이 아빠와 잡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식탁에 올라올 짜장면을 기다린다.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만 기다리자 금방 짜장면이 나왔다.

쫄깃해보이는 면발 위로 진한 갈색의 소스가 흩뿌려져 있다. 익숙한 냄새와 정갈한 세팅까지.

짜장면은 집으로 배달 시켜 먹을 때와 식당에 직접 찾아와서 먹을 때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느낌도 그랬고, 분위기도 그랬다. 뭐가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둘 다 각자만의 매력이 있었다.

“호오··· 마싯는 거···”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사장님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말했다.

“여기 탕수육도 있지!”

그러면서 손에 쥔 그릇을 내려놓았다.

“고기다아..!”

사장님이 테이블에 올려 놓은 탕수육은 양이 꽤 많았다.

우리가 시킨 건 가장 작은 크기의 탕수육이었는데 사장님의 인심이 더해지니 사장님의 말대로 거의 중간 크기의 탕수육이 됐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안 주셔도 되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장님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애기들이 이렇게 귀여운데 이것도 안 주면 못 배기죠. 그리고 주방에 있는 제 아내가 더 갖다주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많아진 겁니다!”

그러고 웃었다.

사장님이 말을 잇는다.

“그래도 많다고 생각하시면.. 저희가 나중에 사장님 식당가면 서비스 많이 주면 되겠네요! 사장님 저기 분식집 하시죠?”

“네.”

“역시! 저 꼬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더라니 그 식당 사장님이 맞았군요. 꼬마가 이 근처에서는 유명하니까요!”

사장님도 다연이를 알고 있었다.

“나는 유명해!”

“그래!”

“다여니는 유명해!”

“그래!”

탕수육을 받아서 신이 난 다연이가 혜원이랑 같이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사장님도 같이 맞장구를 쳐주자 다연이와 혜원이는 더욱 신날 수 밖에 없었다.

한참 맞장구를 쳐주던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지금 많이 놀아. 어린이집 막 졸업했을 때는 엄청 좋은 때니까. 알겠지?”

“네! 지금도 엄청 재미께 놀고 이써요!”

“그래. 아빠한테도 놀아달라고 하고. 아, 너는 오빠지?”

“네!”

내가 다연이의 오빠라는 것도 유명한 모양이다.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고선 쿨한 얼굴로 돌아선다.

“후.. 아저씨가 지금 마니 놀라고 해써.”

“마자. 나도 이제부터 어린이집 안 가는 날에도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해야지.”

그 말에 혜원이 아빠가 뜨끔한 얼굴을 했다. 나도 살짝 뜨끔했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놀아줘야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짜장면을 앞에 두고 있으니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짜장면을 거의 사랑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던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비벼죠.”

“그래.”

다연이와 혜원이의 몫은 우리들의 몫에서 조금 떼어 내서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하나를 온전히 못 먹으니까.

짜장면의 노르스름한 면이 짜장 소스에 점점 물들어간다. 원래 면이 탱글한 편이었기에 소스와 섞여들어가니 더욱 먹음직스런 빛깔을 낸다.

물기가 살짝 묻어있는 소스에 형광등의 불빛이 아주 작게 비친다. 그래서 더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렇게 열심히 섞은 끝에 짜장면이 완성됐다. 소스에 섞여 있는 고기와 감자, 그리고 양파 같은 채소들도 조금씩 눈에 띤다.

우리가 주문한 건 단순 짜장이 아니라 간짜장이기 때문에 채소가 더 많이 섞여 있었다.

“우와아··· 우리가 집에서 머거떤 거보다 더 마시쓸 거 가타···”

짜장면에 홀린 다연이가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더 맛있을 거야.”

나는 다연이 몫의 짜장면을 덜어내서 건네준다.

면은 그릇에 가득 차게끔 덜어주고, 소스도 숟가락으로 퍼준다. 면 위에 올라간 진한 소스. 그리고 소스의 재료였던 고기와 채소들이 느릿느릿하게 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다연이의 입맛을 돋구기에는 충분한 음식이다.

“마··· 마싯게 머글게요오···”

다연이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습관처럼 말한 뒤,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다연이를 따라서 먹는다.

한 젓가락 들자마자 짜장 소스의 향이 느껴진다.

잔잔하게 들어오는 향은 가장 먼저 입맛을 돋군다. 나는 그 향을 충분히 즐긴 다음 면을 맛본다.

후루룩.

사방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과 뒤이어 함께 씹는 소스의 건더기가 맛있다.

고기도 잘게 씹히고 많이 들어간 채소도 좋다.

“나는 이고.. 전부 머글 수도 이써.”

다연이와 혜원이는 입가에 소스를 묻혀가면서 열심히 먹고 있는 중이다.

호로록 넘어가는 면발은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다연이에게 짜장면을 더 덜어내주고, 입가에 묻은 소스도 닦아줬다.

“너무 마시따!”

다연이의 격한 반응에 멀리서 지켜보던 사장님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나 였어도 이렇게나 맛있는 먹는 손님에게는 정이 가기 마련이다.

다연이는 뒤이어 탕수육도 한 점 집어들었다.

“내가 다 머글 꼬다!”

“나도 머글 거야.”

아이들은 사장님이 젓가락 대신 내와주신 포크로 탕수육을 찍었다.

그리고 소스에 푹 담군 다음, 맛깔나게 입 안으로 집어 넣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탕수육 소스의 달콤함과 바삭한 튀김, 그리고 그 안을 꽉 채우는 고기. 다연이를 따라 먹고 있는데 정말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탕수육은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다.

지금 아이들은 거의 기계처럼 먹고 있었다.

혜원이 아빠가 이 식당을 선택한 건 정말 탁월했다. 나조차도 아이들이 이렇게나 좋아할지 몰랐으니까.

“천천히 먹어. 체할라.”

“웅!”

귀엽게 대답한 아이들이 나 말대로 천천히 먹는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또 다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자랐으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 같은 성격이었을까.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생각이지만 그랬다.

요즘 다연이의 모습을 보면 자꾸만 내 생각이 났다. 내가 못했으니까 다연이에게는 해주고 싶었다.

왜 계속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연이와 계속 살아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왜인지 그럴 것 같았다.

아이들은 한참을 즐겁게 먹다가 드디어 포크를 내려 놓았다.

“후, 마시써따. 아저씨! 이거 최고로 마시써요!”

“그래! 맛있었으면 자주 와.”

“네! 그 대신 아저씨도 자주 와야 돼요!”

“그래!”

호탕한 대화가 끝나고 뒷정리를 한 다음,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포식도 했고, 충분히 맛있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던 도중에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 나 오늘 찍은 사진 보여죠.”

“응.”

사진은 많이 찍었다. 다연이가 만족할 만한 사진을 골라낼 수 있을 만큼 많이.

내 휴대폰을 받아든 다연이가 사진을 고르고 있다.

나는 그런 다연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다연이가 좋은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나랑 다르게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오글거리지만 오늘이 다연이의 졸업식이라서 그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다연이의 졸업식으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다연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 다연이는 유치원 생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다연이가 유치원 생이 되면 사줄 더 좋은 장난감과 책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정신 없는 시간들이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 채 지금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날들 중 하나에 그녀가 왔다.

“안녕.”

1년 전에 봤던 다연이의 엄마와 비슷한 나이와 분위기의 여자.

다행스럽게도 다연이의 엄마는 아니었다.

대신,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 다연이 엄마 친군데.”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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