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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9화 (14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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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좋은지 말해주까?”

“웅···”

“왜냐하며언··· 유치원 가자나!”

“그런데.. 선생님은 못 보자나···”

다연이가 그 말을 하자 순간 혜원이의 표정이 굳는다.

지난 1년 동안 혜원이를 봐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혜원이는 조금 단순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더.

하지만 그 말의 뜻은 혜원이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다연이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한글을 떼는 속도도 빠를 뿐더러 여러 가지 면에서도 똑똑하다.

단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조금 더 감정적으로 행동했다.

“..!”

“나도 유치원 가는 건 조은데에··· 선생님 못 보는 건 시러.”

다연이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혜원이가 묘책을 떠올리고선 말했다.

“그러면 보고 싶을 때마다 어린이집에 다시 보면 되지! 저번에 다여니가 말해짜나.”

다연이는 분명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혜원이와 같이 캠핑을 가면서 배웠던 사실이었는데 다연이는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늘 그렇게 말했었다.

헤어져도 괜찮다고, 다시 만나면 되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매일 보고 시픈데··· 못 보자나..”

“괜차나!”

혜원이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매일 보자나!”

그러면서 우쭐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킨다. 다연이도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웃었다.

“마찌..! 혜워니는 매일 볼 수 있는 거였지?”

“응!”

“그러면 선생님 보고 시플 땐 혜워니랑 가치 오면 되겠네?”

“마찌!”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 둘은 호탕하게 웃는다.

혜원이네 부모님은 한 분만 와 계셨다. 일 때문이기도 했고 어린이집의 졸업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혼자 와 있던 혜원이네 아빠가 내게 물었다.

“지훈 씨는 오늘 식당 문 완전히 닫으시는 거에요?”

“아뇨, 오후에는 열려고요.”

“음.. 그렇군요. 지훈 씨도 바쁘게 사시네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안 쉬는데 오늘 같은 날도 식당 문을 열잖아요.”

“옛날부터 해 오던 거라서요.”

이제 혜원이 아빠와의 대화도 자연스러웠다.

예전에는 조금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때 나름의 속마음을 털어낸 다음에는 혜원이네 가족이 나를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머물렀던 곳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어린이집의 선생님들이 마중나와서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연이의 선생님도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평소의 친분 덕인지 다른 사람을 맞이할 때보다 목소리가 밝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고, 여러 가지 과정과 인사들을 끝낸 다음 드디어 졸업식의 마지막 과정이 다가왔다.

마지막 과정이라함은 당연하게도 단체 사진을 찍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시간 중 일년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서 찍는 사진이다.

지금이야 별 다른 감흥이 없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보는 사진은 지금 보다 더 재밌을 거다.

“하..!”

친구들과 웃고 있던 다연이는 선생님의 부름에 따라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우리는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다.

잘 놀던 다연이는 막상 졸업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자 다시 우울해졌다. 분명 혜원이와 대화를 하면서 조금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사진 찍을 차례가 다가오니 아침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졸업식 시른데에···”

벌써 몇 번이나 한 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혜원이 아빠가 나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다연이는 정말 졸업하기 싫은 가봐요.”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친구들은 전부 같은 유치원에 간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그렇죠! 만약 안 그랬으면 우리 혜원이도 졸업하기 싫다고 난리를 쳤을 거에요.”

그렇게 아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드디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얘들아, 웃어.”

선생님의 말에도 다연이는 살짝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졸업하기 싫은 감정을 숨기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다. 어차피 다시 만날 수 있는데도.

나는 그런 다연이에게 말했다.

“다연아, 웃어.”

“웅···”

그리고 다연이가 어색하게 미소 짓는다.

“웃어야 사진 예쁘게 나오지.”

“응..”

내가 그 말을 하고, 옆에 있던 다연이의 친구들과도 같이 이야기를 하고 나니 다연이의 표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닌 듯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단순하다.

졸업식이 슬픈 다연이도 막상 친구들과 놀다보면 전부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사진 찍을게!”

“네!”

사진은 어린이집 측에서도 찍었고 나도 따로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생각보다 더 잘 나왔다. 혹시 다연이가 사진 속에서 울상으로 남을까 걱정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밝은 얼굴이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어린이집의 조촐한 졸업식이 모두 끝이났다.

큰 행사 같은 건 아니었지만 나름 끝을 맺는 과정이었기에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후련하지만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연이는 다른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내 휴대폰에도 졸업식 사진들이 갤러리를 가득 채웠다.

요란하게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눴지만 어차피 다연이와 친구들은 전부 같은 유치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도 같은 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꼭 그런 것처럼 원없이 놀고 있었다.

친구들과 충분히 사진을 찍은 다연이는 혜원이와 같이 털레털레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어린이집에 막 도착했을 때만해도 울상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웃고 있었다.

다연이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졸업식 끝나따! 그러면 우리 언제부터 유치원 가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다연이에게 물었다.

“이제 졸업식 하는 거 괜찮아?”

“응! 이제 진짜 알아써. 어차피 친구들은 다 같은 유치원 가자나아.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 식땅에 자주 올 거니까 그 때 만나면 되는 거지이!”

그런 사실은 다연이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당장의 우울함에 젖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막상 졸업식이 끝나고 나니 긍정적인 생각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고.

그렇게 어린이집의 졸업식은 전부 끝이났지만 다연이는 아직 졸업식의 잔향에 취해있는 상태였다. 처음엔 그렇게 하기 싫어했으면서.

조금 있으니 다연이의 친구들도 하나, 둘 어린이집을 떠났고 이제 우리 차례도 떠날 됐다.

내가 그렇게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다연이는 다연이의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다연이도 조금 있으면 유치원에 가겠네?”

“네..!”

다연이와 선생님은 잡다한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쉬움과 축하가 섞여 있는 대화들.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쪼금 아쉬워요.”

“왜?”

“이제 선생님 매일 못 보자나.”

“크크, 그 말은 많이 했잖아. 다시 볼 수 있다고.”

“마자.”

예전에 한 번 봤던 것 같은 장면이다. 그만큼 다연이는 아닌 척 했지만 아직 헤어지는 게 무서운 거다.

그렇게 말한 다연이는 선생님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내가 졸업하는 게 조은 거 가타. 왜 그러지?”

“서.. 선생님이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 아..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누가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연이를 싫어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죠? 내가 잘못 생각한 거지?”

“응..! 다연이가 잘못 생각한 거야. 선생님도 다연이가 졸업하는 거 슬퍼..!”

전혀 그렇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최선을 다하고는 있었다.

“음.. 그러케 생각 할게요!”

“응!”

“그러면 선생님.. 나 졸업하고 나서도 우리 식당에 자주 와야돼요. 알게찌?”

“알겠어! 매일매일 갈게. 다연이가 오지 말라고 해도 갈 거야.”

“조아.”

선생님과 대화를 마친 다연이는 고개를 꾸벅 숙여서 인사를 하고 나와 혜원이 아빠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인사 다 해써. 이제 가자.”

“응.”

다른 아이들은 전부 어린이집을 떠나갔다. 선생님들만 남은 곳에서 우리들이 걸음을 옮기는 소리만 총총 들린다.

이상한 기분이다. 지금까지는 세월이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더 그랬다. 꼭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빈 어린이집을 보니 일 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와닿는다.

해가 지나갈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모순되게 시간이 흐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디에도 내 나이를 말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내 시간이 다연이가 졸업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

“안녕, 다연아. 나중에 또 보자. 조심히 가세요.”

그 때 다연이네 선생님이 인사를 했다.

“안뇽! 나중에는 우리 오빠 보러 와요!”

다연이의 말에 선생님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우리는 졸업식이 끝난 어린이집을 걸어 나왔다.

나오면서 혜원이네 아빠가 말했다.

“저 오늘 휴가냈는데 같이 점심이라도 먹죠?”

“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같이 먹는 것도 좋았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혜원이 아빠가 정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혜원이와 같이 걸어가고 있는 다연이를 봤다.

그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생각을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꺼낸다.

“다연이, 많이 컸네.”

***

한편 이제 7살이 된 아이들이 모두 떠난 어린이집에는 다연이 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몇몇 선생님들만이 남아있었다.

다연이 선생님은 그 곳에 서있었다.

“음···”

그러고 있으니 문득 뿌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으로 맡은 아이들이 벌써 7살이 됐고, 안 올 것만 같았던 헤어짐의 순간도 찾아왔다.

이 순간이 감격스러우면서도 뿌듯한, 그런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감상에 빠져 있던 선생님은 문득 아까 다연이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선생님이 다연이가 졸업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묻는 질문이었다.

“...”

그 질문에 당황했던 이유는 정말 그랬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다연이가 졸업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당연히 다연이가 싫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연이처럼 착하고 예쁜 아이는 찾기 힘들었으니까.

그럼에도 다연이의 졸업이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다연이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내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다연이의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생각보다 큰 족쇄였다. 다연이네 오빠와 친해지기에는 조금 무거운 족쇄.

그렇게나 무겁거운 족쇄를 달고도 지금까지 다연이네 오빠와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준비 단계일 뿐이다.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다연이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내려놔야 한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 된 것이다.

다연이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괜찮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거니까.

“정인씨! 무슨 생각해요? 이거 치워야죠.”

“아..! 죄송합니다. 얼른 갈게요!”

그렇기에 다연이의 선생님에게 졸업식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

우리는 혜원이네 아빠의 안내를 받으면서 한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고 강조하며 말했기 때문이다.

“오늘 머거야 하는 음식이 뭘까? 엄청 기대 된다..!”

“나도!”

다연이와 혜원이가 자매처럼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크크··· 조금만 기다려. 다 왔으니까.”

나도 혜원이네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은 날에 먹는 음식이라니. 그런 것도 있었나.

조금 더 걷던 혜원이네 아빠는 어떤 식당 앞에서 멈춰섰다.

“자! 여기야. 오늘 같은 날에 꼭 먹어야 하는 거!”

“우와···!”

“마시게따!”

다연이는 혜원이 아빠의 식당 선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혜원이네 아빠가 오늘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말했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다연이가 감격스런 얼굴로 말했다.

“짜장면 마싯게따!”

우리가 간 식당은 짜장면을 파는 식당이었다.

짜장면과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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