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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7화 (14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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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많이 맛있는 건 아니지만.. 맛있어. 먹을만 하네."

수제비를 먹은 손님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흠..! 그럴 줄 아라찌."

영양사의 말을 들은 다연이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을 척 내밀고 말했다.

"마시께 머거요!"

"....그래."

지금이 빠질 때라는 것을 알아차린 다연이가 자신 있게 말하고선 쪼르르 달려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손님의 반응에 충분히 만족한 듯 후련한 미소를 지었고, 방금 다연이의 행동으로 손님들의 분위기는 한 층 더 산뜻해졌다.

후루룩.

다연이가 빠져나온 손님들의 테이블에서 어느 새 대화 소리는 사라지고 수제비를 먹는 소리만 들린다. 다연이는 그런 손님들의 모습을 휴대폰 속 영상이라도 되는 것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다.

혹시라도 그런 다연이의 시선을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고 다연이에게 말했지만 그 말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진짜 괜찮아요.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네.”

오히려 그런 눈으로 지켜보는 다연이가 귀엽다는 듯 식사를 하는 중에도 흘깃 시선을 던졌다.

계속해서 보고 있던 다연이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마시쓸 줄 아라써.”

조금 까칠한 모습을 보였던 영양사가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보니 다연이도 덩달아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한편, 영양사는 아직 완전하게 풀어지지 않은 얼굴로 수제비 한 숟갈을 퍼올렸다.

적당하게 잘 떼어낸 수제비 반죽과, 평소와 똑같지만 그래서 맛있을 수제비 국물까지 그 위에 올라가 있다. 숟가락 위에 올려져 있는 음식들은 때마침 그 쪽을 향해 내려쬐고 있던 햇빛을 받아서 더 반짝거리고 있었다.

먹음직스럽다. 늘 해오던 수제비였지만 오늘따라 더 그렇게 보였다. 내가 직접 만들었음에도 그랬다.

영양사는 한동안 수제비를 노려보다가 처음과 똑같이 한 입 먹는다.

수제비 맛이라면 이미 처음에 먹어봐서 알고 있을 터였다. 영양사는 그럼에도 진지한 얼굴로 한 숟갈 더 삼킨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음··· 뭐, 맛있네.”

그 말을 하자 주변에 앉아있던 다른 선생님들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교감 선생님의 얼굴이 밝았다. 자기가 했던 말이 맞지 않냐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못 이긴 영양사가 말했다.

“네, 교감 선생님 말이 맞네요.. 근데 저희가 하는 급식도 맛있어요. 그러니까 여기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급식 안 먹고 함부로 나가시면 안 된다는 거죠.”

“네···”

교감 선생님이 작게 대답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연이가 웃기다고 생각했는지 큭큭 거리며 자기 입을 막았다.

입을 가린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웃는 건 타이밍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다연이의 바람대로 웃음소리는 손바닥을 넘어가지 않았다.

식사는 빠르게 끝났다.

영양사가 진지한 얼굴로 수제비를 먹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도 덩달아 조용하게 식사를 이어나갔다.

표정은 진지했지만 그릇을 말끔하게 비운 걸 보면 맛은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아주 조아. 원래 표정이 이랬는데 수제비를 먹으니까 다시 이러케 돼따.”

만족한 다연이는 바뀐 표정을 따라하며 말했다.

최근 들어서 이렇게 밝은 얼굴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원래도 웃음이 많긴 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신났다.

선생님들은 식사를 끝내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 다음, 천천히 일어서서 밖으로 나선다.

다른 선생님들이 일어서는 와중에도 영양사는 일어서지 않고 다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진 않아 보였다. 노려보는 것 보다는 그저 다연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

그 모습에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영양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

그리고 천천히 걸어나온다.

영양사가 다연이에게 가까이 올 때쯤, 다연이가 물었다.

“마시써쬬?”

“...”

그러자 조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던 영양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아까도 물어봤잖아.”

“그냥 또 궁금해써.”

그 말에 다연이를 유심히 보고 있다가 말했다.

“...귀엽네.”

그리고 빠르게 다연이를 지나쳐간다.

그 말을 들은 다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연이를 지나쳐가는 영양사는 입술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간신히 그 말을 내뱉고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영양사가 다연이에게 귀엽다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평소에 보여주던 성격과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내 생각과 비슷하게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다른 선생님들도 놀란 얼굴을 했다.

원래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듯 하다.

“오··· 뭐야. 저런 말을 다 하시네.”

“그러게요. 귀엽다는 말은 커녕 저런 뉘앙스의 말도 처음 들어보는데···”

무뚝뚝한 성격의 영양사가 그렇게 다연이를 완전히 지나쳐 갔고, 다연이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연이의 옆에 앉아있던 예나와 친구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인 듯 다른 말은 못하고 그냥 영양사와 다연이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우와··· 다연이가 진짜 귀엽긴 하나봐.”

“그러게.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 들어보네..”

“원래 귀여운 것도 맞긴한데.. 다연이를 너무 오래봐서 이렇게 귀여운 줄 잊어버리고 있었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고, 포식한 선생님들은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섰다.

이 길로 퇴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몇몇은 집으로, 몇몇은 다시 학교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서는 영양사가 문득 뒤돌아서 다연이를 힐끗 바라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나중에 또 올게.”

“오..!”

음식이 맛있었는지, 식당의 분위기가 좋았는지, 아니면 이 식당의 마스코트가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다연이도 이렇게 대답했다.

“안뇽! 다음에 또 와요!”

“....그래.”

저 목소리와 말투는 여태까지 많이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저렇게 말하는 손님들은 꼭 다시 식당을 찾아왔었다.

손을 열심히 흔드는 다연이와 다르게 그 손님은 무심하게 손을 한 번 흐느적 거리더니 뒤돌아서 학교로 향했다.

아마도 저 손님은 며칠 내로 다시 식당에 찾아올 것 같았다.

그런 손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저 선생님이 우리 식당에 엄청 자주 올 거 가따.”

“왜?”

“음··· 그냥. 그냥그냥이야.”

“그래.”

여태까지 다연이의 촉은 전부 잘 들어맞았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안으로 향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온 나는 손님들의 테이블을 치우기 위해서 움직인다.

그렇게 다가간 테이블 위에는 다 먹은 그릇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수저도, 그릇도 잘 정리해서 한 곳에 모아져 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예나가 말했다.

“오.. 이러면 그릇만 바로 치우면 되겠네요.”

“응.”

배려심 있는 행동이었다. 선생님들이 그릇을 치우는 모습을 봤다면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행동이 고맙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선생님들 엄청 착한 분들이었네요. 아니면 아저씨가 해준 음식이랑 다연이가 마음에 들었나?”

“그러게."

뭐가 어찌됐든 고마웠다. 이렇게 작은 배려라고 하더라도.

당장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랬다.

“저희도 같이 치울게요!”

“나도!”

나는 아이들을 보다가 대답했다.

“그래.”

.

.

.

시간이 조금 흘러서 아이들이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됐다.

그런 때에 다연이는 아이들의 옆에서 치근덕 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에··· 아까 엄청 예쁜 사진 마리야. 그거 언니가 찍은 거지?”

“응, 내가 찍었어. 왜?”

사진은 다연이가 심부름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말하는 거다. 지금은 내 휴대폰의 배경화면이 된 그 사진.

“그 사진 엄청 예쁘던데··· 그러면 언니 꿈은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되는 거야?”

“사진사? 음···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아마 아닐 거야.”

“왜? 사진 찍는 걸 조아하면 사진 찍는 사라미 돼야지!”

다연이는 아주 간단하다. 뭔가를 좋아하면 그걸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다연이의 꿈인 요리사가 되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음···”

하지만 예나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거다.

“좋아하는 걸 직업을 삼으면 좋긴 하지만··· 언니는 사진 찍는 걸 그 정도로 좋아하진 않아서.”

“?”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이기도 하고.

“왜..?”

“음··· 지금 다연이한테 설명해주기는 어려운데.. 다연이도 나중에 언니처럼 크면 알 수 있어.”

나중에 다연이도 지금의 꿈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 때가 온다면 예나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연이가 다시 물었다.

“...알게써. 그러면 언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모르겠어.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긴 한데.. 그러려면 일단 공부를 잘해야겠지?”

“음··· 나는 잘 모르는데 그럴 거 가타.”

오늘도 뭔가를 알게 된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에 잠겼다.

“하고 시퍼도 다 할 수 없꾸나..”

뭔가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지금 다연이는 이 정도만 아는 것도 충분했다.

그 뒤로 여느 때처럼 다시 집으로 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둘만 남은 식당에서 다연이가 말했다.

“음···. 그러면 나중에 요리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아직 예나와 했던 대화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요리사가 되고 싶으니까 요리도 많이 해야하고, 요리 공부도 많이 해야지. 그렇다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알게써. 잘 모르지만 공부를 열씨미 해야 하는 건 알게따.”

“그래.”

오늘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열심히 공부해.”

“응.”

비장한 얼굴로 다짐한 다연이가 주방으로 걸어들어가더니 말했다.

“나 김빱하는 거 가르쳐죠!”

당장 만드는 김밥이 다연이의 요리 공부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연이가 요리를 좋아하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그래.”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진짜 요리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

.

시간이 많이 흘렀다. 차갑기만 했던 바람은 다시 따뜻해졌고, 난방을 해도 늘 제자리였던 집 안 기온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

다시 봄이 오는 건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다연이에겐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다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졸업식 날이기 때문이다.

“아···”

다연이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어린이집 졸업식은 다연이가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던 이상한 날이었다. 졸업해서 유치원에 가기를 원하면서도, 선생님들과는 헤어지기 싫은 날.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어린이집 가기 실타.. 가면 졸업해야 하자나···”

“...”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만히 있던 다연이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배고푸다..”

“...그래.”

일단 밥부터 해줘야겠다.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까 말한대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하다기보단 약간의 위로가 필요한 날.

“....”

다연이는 내 뒤에서 고개를 툭 떨군 채 서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뭘지 생각해봤다. 그런 생각 끝에 내린 나름의 결론은 다연이의 기분을 전환 시켜 줄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이었다.

맛있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 우울한 기분을 바꿀 수 있는 음식.

두 가지의 차이라면 음식을 먹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떡볶이처럼 단순하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뭔가··· 상쾌하게 기분을 전환시켜줄 수 있는 음식.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음···”

단순하게 맛있는 음식이라면 자신있다. 다연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이라.

이런 건 해본 적 없다.

“가기 실타···”

다연이의 푸념을 계속 듣고 있으니 뭔가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다연이가 예전에 했던 말이었는데 그 때의 상황은 다연이와 같이 삼겹살을 먹고 있었던 때였다.

분명 그 당시에 고기만 먹으면 그냥 맛있는데 고기에 상추를 싸 먹으면 두 배로 맛있어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되새겨 보니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다연이의 마음에 들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한 말이지만 그렇게 떠올린 건 생각보다 더 좋은 방법이었다.

“채소···”

다연이가 고기에 싸먹은 상추처럼 아삭아삭한 채소를 씹는다면 조금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간단하고 단순한 결론이었지만 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 아침은 채소가 메인이 될 수 있는 음식을 해야만 했다.

그런 음식은 뭐가 있을까.

“졸업식 시러···”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다연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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