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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동안 반죽이 잘 발효 됐는지 확인한다.
“잘된 것 같네.”
아이들을 기다리고, 다연이의 말을 듣는 사이에 반죽이 딱 알맞게 발효됐다.
반죽이 잘 됐으니 이제 다연이가 사온 소세지에 반죽을 묻혀서 튀기기만 하면 된다.
우선 다연이가 사온 소세지를 꺼내서 나무 젓가락에 꽂는다. 핫도그를 먹기 위한 막대로는 나무 젓가락을 쓰기로 했다. 막대는 이걸로도 충분할 것 같았고, 먹는 데에도 지장이 없을 테니까.
“이거 내가 사 와찌.”
그렇게 하나하나 꽂고 있을 때, 다연이가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손가락으로는 소세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굴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도 있다. 다연이는 혼자서 심부름을 잘 끝마쳤다는 것이 꽤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그래, 다연이가 사 와서 만들 수 있는 거야.”
“그러치..!”
그 말에 다연이는 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멀다면 먼 길을 혼자서 갔다 왔기에 아무래도 심적인 부담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전혀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단지 뭔가를 혼자 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그런 다연이의 뒤로, 예나와 친구들이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늘어져 있었다.
표정은 느슨했고, 자세는 흐트러져 있다. 아마도 다연이를 쫓아다니느라 나름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다연이처럼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들키지 않고 마트에서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늘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고생했어.”
“네에..”
아이들은 여전히 늘어진 채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다연이가 묻는다.
“응? 근데 언니들은 왜 힘든 거야?”
“그냥···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얼버무렸고 다연이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있던 다연이가 곧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이찌..! 나도 한글 공부하는 거 힘들거든.”
“응..”
그러면서 계속 늘어져 있다. 다연이는 아이들을 멍하게 바라보더니 그런 아이들을 따라서 옆에 누웠다.
그 사이에 나는 계속해서 핫도그 만들기를 이어나간다.
소세지에 반죽을 묻히기 전에 제일 먼저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는다. 반죽을 묻힐 때까지 시간이 비기 때문에 그 때 동안 기름의 온도를 높여주려고 한다.
그리고 온도가 천천히 높아지면 그 다음에 반죽을 묻힌 소세지를 튀기면 된다.
그렇게 불을 올려두고 이제 소세지에 반죽을 묻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일일이 꽂아놓은 소세지와 만들어둔 반죽, 그리고 빵가루도 준비한다.
나는 기다란 소세지를 꽂아 넣은 막대 하나를 들고 반죽을 담아 놓은 통 속으로 집어 넣었다.
묵직한 감각이 느껴진다. 그런 감각을 이겨내며 적당히 휘저은 막대를 들어올리자 반죽이 알맞게 소세지를 감싸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더 메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떼어내 준 다음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묻히고 충분히 온도가 올라간 기름 속으로 넣는다.
치이이.
기름이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세지를 감싸고 있는 반죽이 끓는 기름과 만나면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다. 묘하게 기분 좋아지는 소리다.
우리 식당은 튀김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축제 당시 길거리의 노점상처럼 기름을 가득 담아두고 튀길 수 없다. 그렇기에 직접 만든 핫도그가 기름에 완전히 잠기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문제 없이 튀겨질 수 있게끔 기름을 채워넣었다.
“오.. 조은 소리.”
저기 멀리서 보고 있던 다연이가 작게 말했다.
안 보고 있는 척 하면서도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핫도그를 끓는 기름 속으로 차례차례 집어 넣는다.
튀기는 도중에 기름 방울이 간헐적으로 튀긴 하지만 괜찮았다. 그리 많이 튀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겨울이니 긴 팔 옷도 입고 있어서 그리 아프진 않다.
게다가 이런 것도 요리의 한 과정이니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다 됐다.”
꼼꼼하게 돌려가면서 튀기니 어느 새 핫도그가 완성되어 있었다.
핫도그의 겉면을 감싼 반죽은 이제 연한 노란빛을 띠고 있었고, 기름을 툭툭 털어내니 핫도그의 겉에 묻어 있던 빵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마치 노점상에서 금방 만들어준 핫도그 같다. 오늘 처음으로 해보는 건데도 말이다.
내 성격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물어서 맛을 보고 싶지만 그러기 보다는 먼저 아이들에게 내주기로 했다.
핫도그는 한 입 먹으면 티도 많이 날 뿐더러 홀에서 나를 보고 있는 눈빛이 지금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 아저씨 꽤 잘 만드는데요..?”
“원래 잘 만들지이.”
나는 만들어 놓은 핫도그를 가지고 홀로 나선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핫도그는 튀긴 직후에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나름 맛있다.
튀김 종류 특유의 바삭한 맛과 요리를 끝난 다음, 곧바로 먹기에 느껴지는 온기. 하지만 무릇 핫도그라면 겉에 뿌리는 설탕과 취향에 맞게 얹는 케첩이 있어야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설탕과 케첩도 같이 가져왔다.
준비한 핫도그는 한 사람 당 한 개씩이다. 소세지는 더 있지만 일부러 많이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어차피 많이 만들어도 다 먹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원하면 그 때 만들어도 되니 일단 하나씩만 만들어 왔다.
“오.. 핫도그다..!”
다연이와 아이들은 핫도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먹어도 된다고 말하자마자 하나씩 집어 들었다.
“다연이는 그거 하나 전부 먹을 수 있어?”
예나가 다연이에게 물었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다연이가 먹기에는 핫도그의 크기가 조금 컸기 때문이다. 처음하다보니 반죽의 양을 잘 맞추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다연이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거보다 더 커도 다 먹을 수 이써..!”
오히려 많아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다연이는 핫도그를 집어 들고 나에게 말했다.
“설탕이랑 케첩 뿌려죠.”
“그래.”
나는 설탕과 케첩을 적당하게 뿌려준다.
너무 많으면 설탕과 케첩 고유의 단맛이 핫도그와 어울리지 못할 거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그 맛이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차라리 적다면 나중에 다시 뿌려 먹으면 되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적당함보다 살짝 적게 뿌려준다.
“오오···”
한동안 감탄을 내뱉던 다연이가 핫도그를 먹기 시작한다. 다연이를 따라서 다른 아이들도 핫도그를 맛보기 시작했다.
나도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번 먹어보기로 한다.
나는 설탕이 많은 걸 좋아해서 듬뿍 뿌렸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이 찌푸려질 만큼 달아선 안 되지만.
그렇게 한참 동안 설탕을 뿌리다가 만족했다 싶으면 바로 케첩도 얹어준 다음, 나도 핫도그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와삭.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식감이 느껴진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한 입. 가볍다고 느낀 건 핫도그 겉의 바삭한 튀김이었고 묵직하다고 생각한 것은 한 입 베어물 때, 입 안 가득 느껴지는 빵과 덩달아 들어오는 소세지의 식감이었다.
거기다가 혀 끝으로 달콤한 설탕과 케첩의 맛까지 느껴지니 이 앞에서 축제가 열릴 때쯤, 아주 가끔 먹었던 그 때의 핫도그가 생각났다.
말 그대로 가볍고도, 묵직하다. 아주 맛있다.
“소세지가 업따···”
다연이도 나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지만 소세지가 있는 부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텁텁한 빵을 씹고 있었다.
예나와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쿡쿡거리며 웃는다. 어차피 저 표정은 곧 풀어질테니 나도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곧이어 소세지가 있는 부분까지 닿으니 다시 표정이 풀어지면서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아저씨, 이거 진짜 맛있어요. 파는 것 같아요.”
뒤이어 다른 아이들의 평가도 쏟아졌다.
평은 모두 다 괜찮았다. 특히나 갓 튀겨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뭐든 금방 만든 건 맛있는 법이니까.
게다가 핫도그나 튀김처럼 따뜻해야 맛있는 음식들은 더욱 그랬다. 튀긴 겉면도 더 바삭하고 속도 따뜻해서 더 맛있다.
아이들은 이어서 칭찬을 늘어 놓는다.
“이거, 올해 축제하면 팔아도 되겠어요! 그만큼 맛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축제 때만 파는 메뉴로. 그러면 평소에는 많은 메뉴로 번거롭지 않을 테고, 축제 때는 그 때 나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래, 생각해 볼게.”
“네.”
일단은 생각만 해두고 그 때가 되어서 다시 떠올려 봐야겠다.
나는 핫도그와 더불어서 마실만한 것들을 내어준다. 사실 겨울철에는 시원한 마실거리보단 따뜻한 것들을 많이 준비해 놓는 편이다.
유자차나 다른 종류의 차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핫도그가 있다면 같이 곁들일 마실거리는 단연 탄산이 어울릴 거다.
그래서 탄산 음료를 내놓았다.
“콜라 조아!”
다른 아이들과 내가 핫도그를 거의 다 먹어갈 때에도 다연이는 아직 열심히 핫도그를 먹는 중이었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혼자서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식사를 그만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다연이는 혼자만 먹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마시써서 조아.”
그냥 지금이 좋을 뿐이다. 전부 핫도그를 다 먹었는데 그런 와중에 다연이 혼자만 아직 핫도그가 남아있다는 이 사실이 좋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먹고 있는 다연이를 내버려둔다고 해도 자리까지 뜰 수는 없었다.
그래서 멍하니 허공만 보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을 때, 예나가 나를 툭툭 친다.
“아저씨.”
“왜.”
“이거 보세요.”
그러면서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 화면에 있는 건 어떤 사진 한 장이었는데 대강 봐도 잘 찍었다고 생각 될만큼 빛도, 구도도 좋은 사진이었다.
예나는 다연이가 듣지 못하게 속삭인다.
“이거.. 다연이 몰래 따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제 인생의 역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사진을 보니 그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다연이였다. 옆에는 고양이가 따라 걷고 있었으며 조명도, 주변 환경도 모두 적절하게 잘 어울린다.
누가보면 일부러 이렇게 상황을 만든 줄 알 정도로 보기 좋다.
“진짜 잘 찍었네···”
“저희가 다연이 안 따라갔거나, 도중에 다연이한테 들켰으면 절대 이렇게 못 찍었어요. 진짜.. 이건 한 번 밖에 안 나오는 사진이라구요.”
“그러네..”
담담하게 말했지만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말 잘 찍었고, 내가 찍어준 어떤 사진보다 더 잘 나왔다. 예나의 말처럼 다연이에게 들켰으면 나오지 못할 사진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일 년이 지난 배경 사진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작년에 다연이가 우리 식당 앞에서 수박 인형을 들고 찍었던 그 사진 말이다.
우리가 다연이 몰래 사진에 대한 감상평을 나누고 있던 도중에 문득 다연이가 있어야 할 곳을 바라봤다.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
그런데 그 자리에 다연이는 없었다.
왜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는 나야..! 근데 언제 찌근 거지..?”
다연이가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심부름을 다녀올 때는 들키지 않았던 아이들이 어처구니 없게도 도착한 다음에야 들키게 된 것이다.
“응? 뭐야?”
두리번거리며 되물었지만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면서 대답을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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