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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3화 (14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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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가 오늘 아침에 혼자 머리를 감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나만의 걱정이 있듯, 다연이도 다연이만의 걱정이 있는 법이니 이해하기로 했다. 게다가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다연이 혼자 보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 대신 다연이의 뒤를 밟아줄 아이들이 필요하다. 때마침 예나와 친구들이 여기에 있었고.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혼자서는 위험한데··· 일단 잠시만 기다려줘.”

“알게써! 나는 혼자서도 잘 기다리는 사라미지!”

나는 잠시 다연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아이들을 찾아간다.

예나와 친구들은 내가 어떤 부탁을 할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내가 다가가자마자 예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하실지 알고 있어요..! 다연이 뒤따라가 달라는 말이죠?”

“응.”

어차피 다연이의 다짐을 꺾을 수는 없다. 물론 다연이가 떼를 쓴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않을 테지만 예나와 친구들이 있는 이상 그럴 이유는 딱히 없었다. 아이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상관없을 테니까. 대신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내 말에 예나가 곧바로 대답했다.

“무조건 따라 갈게요! 너무 귀여울 것 같아!”

“후··· 오늘 여기 오길 진짜 잘했어. 나중에 애들한테 자랑해야겠다.

“꼭 애들 나오는 예능 찍는 거 같은데요?”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하긴 지금 다연이는 그 예능을 보고 따라하는 거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내가 다연이에게 말을 들었을 때처럼 뜬금없는 부탁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오히려 반겨줘서 다행이다.

조금 떨어져 있던 다연이는 창밖에 멍하니 시선을 두고 있었다.

입을 웃고 있었는데 눈은 멍하다.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모양이다.

“아저씨, 그러면 언제부터 따라가면 돼요?”

기대감에 잔뜩 젖은 눈으로 말했다.

“전부 다 가면 다연이가 알아차릴텐데.”

“괜찮아요! 안 들키게 조심조심 갈게요.”

그런 건 아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만약 들킨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래, 다연이가 출발하면 천천히 따라가.”

“네.”

아이들을 붙여서 보내는 거지만 솔직히 다연이 혼자 보내는 것이 불안하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일을 겪었으나 아직 다연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예전에 다연이를 잃어버렸던 경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계속 다연이를 감싸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다연이가 지금 그러길 원하니까. 예나와 친구들도 잘할 거고.

나는 다연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알겠어, 다연이가 그러고 싶으면 갔다 와도 돼.”

“응..! 나는 어르니가 될 준비를 해찌. 혼자서 잘해야 어른이 되는 거야.”

“그래.”

다연이가 입술을 꾹 다물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면 머 사올까?”

“소세지. 오늘 핫도그 먹기로 했잖아.”

사실 오늘은 다연이의 간식으로 핫도그를 만들기로 한 날이다.

냉동 핫도그가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주는 핫도그. 이렇게 번거로운 간식을 만들기로 했던 이유는 여러가지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지금은 꾸준히 노력해서 식당을 발전시키고 싶으니까.

그리고 다연이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다연이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다연이가 그토록 바라는 요리사가 되는 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 마따. 그런데 오빠는 왜 소세지 안 사와써?”

“잊어버리고 안 사왔네.”

사실 거짓말이다. 핫도그를 먹는데 소세지를 빼먹을 수는 없기에 미리 준비해놨지만 다연이가 이렇게 가고 싶다고 하니 그냥 말해 본 거다.

“그러면··· 소시지랑.. 사탕 사 와도 돼?”

“...그래.”

은근슬쩍 사탕을 끼워 넣었지만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혼자 심부름을 갔다 온 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알게써. 그러면 갔다 올게.”

“지금 바로 가려고?”

“응, 바로 가야대.”

“...그래, 조심히 갔다 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안 잃어버릴 거야.”

다연이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런 다음 내게 손을 내민다.

"나 돈 죠. 소세지랑 사탕 사려면 돈 이써야 대."

"알겠어. 잠시만."

"응."

나는 다연이에게 심부름을 하고도 남을 만한 돈을 쥐어준다.

혹시 먹고 싶은 다른 과자가 생기면 살 수 있게 충분히 줬다.

"그러면 나, 갔다 올게! 갔다 오면 조금 더 어르니가 되는 거야!"

"그래, 조심하고."

"응!"

다연이가 나에게 말하면서 식당을 나선다. 그리고 예나와 친구들이 다연이의 뒤를 따라나선다.

그 모습이 어설펐지만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별 일 없겠지.

***

사실 다연이가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뭐든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했던 생각처럼 뭐든 혼자서 잘할 줄 알아야 어른이 빨리 될 수 있으니까. 그러면 요리사도 더 빨리 될 수 있다.

이번에 하는 심부름은 어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연습일 뿐이다.

“흐음···”

다연이는 식당을 나서자마자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차갑다. 이렇게 밖에 혼자 서 있으니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솔직히 아주 조금 무섭긴 하지만 괜찮겠지. 어차피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

“갈 거야.”

다연이가 한 걸음 옮기려던 순간, 위에서 고양이가 떨어졌다.

떨어지기 보단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건데 그 때문에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

“냥.”

“가치 가자.”

혼자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고양이가 같이 간다고 해도 상관없을 거다.

사실 다연이도 고양이와 같이 가는 편이 더 좋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이다.

“냥.”

고양이는 작게 운 다음, 다연이와 같이 걸음을 옮긴다. 고양이도 다연이와 같이 가는 편이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예나와 친구들이 그 모습을 휴대폰 사진 속에 담았다.

“너무 귀여워..”

찰칵.

다연이를 사진에 담으면서 예나는 생각했다.

오늘 식당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이렇게 좋은 컷을 남기다니. 마침 구도도 좋고, 모델도 좋아서 정말 화보 같은 느낌이다.

“이거 봐.”

예나는 친구들에게 그 사진을 내밀었다.

“우와.. 사진 작가야..?”

“...진짜 잘 찍었네..”

묘한 각도로 내리쬐는 햇볕과 아직 완전하게 녹지 않은 눈. 그리고 너무 귀여운 다연이와 그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고양이까지.

아주 완벽하다 못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좋은 사진이다.

“그거 우리 단톡방에 보내. 다른 애들한테는 절대 주지 말고. 우리만 간직하자.”

“....응.”

화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퀄리티다. 예나는 카메라 기능이 좋은 휴대폰을 샀던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며 친구들에게 약속했다.

“다연이 간다. 나중에 식당 가서 보내줄게.”

“응.”

예나와 친구들은 서둘러 다연이의 뒤를 쫓아간다.

한편, 길을 걷고 있던 다연이는 문득 자신이 너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도 헤매지 않았고, 고양이와 함께 잘 가고 있다. 이러다 금방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유명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길을 걷는다.

당당하게 걷다가 뭔가를 마주한 다연이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또 만나따.”

다연이의 바로 앞에 있는 건 수박이 탈을 쓴 사람이었다.

수박이는 다연이를 발견하자마자 손을 흔들면서 아는 척을 했고, 고양이는 곧바로 수박이의 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그 수박이는 저번에 다연이네 식당에 왔던 그 수박이가 맞았다.

다연이는 밝은 얼굴로 수박이의 손을 잡았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예나와 친구들이 말했다.

“어··· 쟤, 걔 맞지? 저번에 다연이가 수박이 친구냐고 물어본 애.”

“맞는 것 같아. 다연이랑 잘 어울려주는 걸 보니까 맞는 것 같네.”

그렇다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렇다고 눈을 뗄 수는 없었지만.

잠시 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다연이가 드디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시 따라가자.”

이어서 다연이를 뒤쫓아간다.

길을 걷던 다연이는 저기 멀리에 있는 마트를 발견했다.

다연이는 마트를 향해 걸으면서 수박이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나중에 또 식당에 오라는 대화.

수박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연이도 만족스럽게 마트로 향했다. 사실 수박이와 조금 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수박이도 시간이 없다고 했고 그건 다연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괜차나. 수바기 만났으니까.”

다연이는 고양이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곧이어 도착한 마트는 오빠와 같이 왔을 때보다 더 커다랗게 보였다. 꼭 처음보는 건물 같다.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진다.

다연이가 마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마트의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다연아, 혼자 왔어?”

“네, 오늘은 혼자 와써요.”

“어머, 지훈이 이 놈은 뭘하길래. 일단 들어와.”

“네에.”

다연이는 마트 안으로 들어간 다음,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그런데 우리 오빠가 가라고 한 거 아니에요. 내가 오고 시퍼서. 그래서 와써.”

“다연이가..?”

“네.”

마트 아주머니는 다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이에 다연이는 마트 안 쪽으로 들어가 버렸고, 뒤이어 예나와 친구들이 들어왔다.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납득했다.

“그런 거야? 무슨 예능 찍는 것 같네.”

“저희도 그런 기분이에요.”

예나와 친구들은 입구에서 잠시 다연이를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들이 그러고 있을 때, 다연이는 마트 안 쪽에서 원하는 것들을 고르고 있었다.

“일딴.. 소세지를 사야 대..”

소세지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골라 담는다.

이건 잊으면 안 된다. 맛있는 핫도그를 만들 재료일 뿐만 아니라 오빠가 부탁한 거니까. 무조건 기억해야 한다.

“그 다음은···”

사탕. 다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이자 오빠한테 사와도 된다고 허락받은 것.

다연이는 커다란 사탕 봉지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자리를 뜨려던 다연이의 앞에 모습을 보인 건 진한 갈색빛을 띤 초콜릿이었다.

사탕 이외에 다연이가 좋아하는 과자, 초콜릿!

“마시게따···”

다연이는 알지 못했다. 진짜 어른이 되려면 혼자서 뭔가를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진짜 어른은 당장하고 싶은 것이 눈앞에 있더라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 하고 싶었던 그 일을 참지 못하고 하게 된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기꺼이 지는 사람.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다연이는.

“하나만··· 살까..?”

당연하게도 아직 완벽한 어른은 될 수 없었다.

나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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