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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2화 (14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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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등원 준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연이가 커가고 있다는 걸 의미했고, 그 말은 이제 곧 요리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빨리 요리사가 될 수 있단 사실은 지금 다연이를 움직이게 말들기 충분했다. 오히려 그러고도 남을 정도의 동기였다.

“갈 거야.”

다연이는 등원 준비를 위해 머리를 감으려 화장실을 향해서 당당하게 걸어간다.

***

오늘은 날이 많이 춥다. 어제는 눈이 오지 않았지만 거리에 쌓여 있는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도 어제처럼 추웠다.

일어나보니 이불 밖으로 내민 얼굴에 느껴지는 기온이 차가워서 이불 속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평일에 식당을 닫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면 이번 한 번 쯤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요즘 안일해져서 그렇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잘 일어나지지 않았다.

그만큼 여유롭기도 했고, 추운 것도 사실이었다.

“아··· 일어나기 싫다..”

난생 처음 해보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옆을 봤는데 다연이가 보이지 않았다.

또 어디론가 간 모양이다.

그 때문에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향했다.

콰아아.

나가자마자 들리는 물소리와.

“하하! 하..!”

웃음소리. 분명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짐작이 가지 않았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다연이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후.. 나는 이제 혼자서 다 하는 사라미야.”

다연이는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서 자랑을 했다.

“나 혼자 머리 감아써!”

“왜..?”

“어제 티비에 혼자서 잘 하는 애기들이 나왔거든.”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나에게 다연이는 설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제 봤던 예능과 다연이가 했던 다짐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오늘 혼자 등원 준비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방금 했던 건 혼자 씻어 보는 것이었다. 머리를 감는 데에 그쳤지만 그것마저 매번 내가 해줬던 것을 떠올리면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가 없었다.

“대단한데.”

“그러치.”

당당하게 말하는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이전에 했던 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출근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나도 다연이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겠다.

“이제 밥 먹자. 밥 먹고 빨리 어린이집 가야지.”

“응!”

그리고 등원 준비를 이어나간다.

.

.

.

여전히 눈이 잔뜩 쌓인 길. 사람들이 나와서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

새하얀 그 길을 나와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걷고 있었다.

“미끄러우니까 안 넘어지게 조심조심 걸어야 돼···.”

다연이가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덕에 등원 시간이 한참이나 더 길어졌다. 하지만 애초에 다연이가 아침부터 미리 등원 준비를 했기에 시간은 많다.

시간도 많으니 이왕이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걷기로 했다.

“...”

이제 이 등원길을 걷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3월이 지나면 그 때부터는 태양 유치원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걸어서 등원 하는 것이 아니라 통원 버스로 다니게 될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등원길을 걸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길을 걷다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다연아, 조금 있으면 어린이집도 졸업이야. 알고 있어?”

내가 그렇게 물었음에도 다연이는 빙판길을 걷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알고 이찌. 그래서 태양 유치원에 가는 것또 알고 이써.”

“그래도 괜찮아? 선생님이랑 헤어지는 건데?”

여태까지 다른 일들을 많이 겪어 왔음에도 슬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물었다.

다연이는 여전히 눈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응, 괜차나. 왜냐하면 나중에 또 만나면 되잖아. 선생님은 계속 우리 식당에 올 거고, 친구들은 전부 다 나랑 같은 유치원에 갈 거니까.”

다연이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완전히 헤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니까 이번 기회에 언급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 나중에 완전히 헤어져도 괜찮아? 이사를 가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괜차나. 또 만나면 되는 거니까.”

나는 다연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가 온다면 정말로 다연이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그래도 다연이가 그런 상황을 무작정 피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피하지만 않으면 배울 수 있는 점도 있을 테니까.

사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금방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어린이집의 외관은 여전히 눈으로 덮혀 있었다. 그래서 왠지 동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건물처럼 보였다.

“이제 나는 어린이집에 갈 거야.”

“그래.”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도착한 다연이는 나를 보면서 다짐하듯 말했다.

마치 이제부터 어린이집에 갈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통보하는 것 같다. 물론 내 추측일 뿐이지만.

“그러면 나는 갈게. 빨리 어린이집에 가서 인사하고 시퍼.”

“그래, 잘 놀고. 나중에 데리러 올게.”

“응!”

그렇게 말하고나서 어린이집으로 도도도 달려간다.

나는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늘 하던 일상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다연이가 끼여 있으니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당을 향해 걷는다.

***

어린이집에 도착한 다연이는 선생님께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다연이는 얼음길을 조심하느라 늦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전부 어린이집에 도착해 있었다.

“안뇽.”

“안녕, 다여니.”

다연이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틈에 끼었다.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먼저 친구들을 찾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조금 있다가 진학하는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물론 친구들이 전부 태양 유치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다연이가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자 친구들이 대답했다.

“마자. 나도 태양 유치원에 가. 엄마가 말해줬어.”

“나도.”

“나도야. 다연이도 그렇지?”

“응.”

다시 한 번 확답을 얻은 다연이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답을 얻으니 안심이 된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다연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딜 가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다연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한테!”

이유는 선생님들한테 주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기 전에 꼭 주고 싶은 것이었다. 물론 아직 어린이집 졸업까지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왜인지 다연이는 오늘 그것을 주고 싶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선생님!”

다연이가 선생님들이 모인 곳의 문앞에 선다. 그리고 똑똑, 하고 노크를 했다.

곧이어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다연이는 안으로 향했다.

“다연이구나, 무슨 일이야?”

“선생님한테 주고 시픈 게 이써서요.”

다연이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온 무언가를 꺼낸다.

사실 다연이는 어젯밤부터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뭔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다연이가 줄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은 바로 종이 물고기였다.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왔을 때 배웠던 종이접기.

접는 방법은 당연하게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물꼬기!”

다연이는 선생님들의 손에 물고기를 하나씩 쥐어주고 나서야 편안한 얼굴을 했다.

“이거 왜 주는 거야?”

“내가 주고 시프니까요! 그러니까 이거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거에요.”

“그래, 알겠어. 안 잃어버리고 꼭 가지고 있을게.”

“조아.”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다연이는 선생님들이 물고기를 잘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한 뒤, 선생님들이 모인 방을 빠져나왔다.

다연이가 나간 방에서 선생님들이 하나, 둘 입을 열었다.

“다연이, 조금 있으면 졸업한다고 저러는 거 같죠?”

“네, 그런 것 같네요.”

다연이 나름대로 이유를 철저히 숨겼지만 어른들의 시선은 속일 수 없었다.

먼저 입을 연 선생님이 말을 잇는다.

“아이들이 벌써 또 졸업하네요.”

“그러게요. 이번 아이들은 전부 다 착해서 더 정이 가는 것 같아요.”

다연이의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나 처음으로 맡는 아이들이 저 아이들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도 저렇게 착한 아이들이 올까요.”

“오겠죠.”

하지만 늘 그렇듯 좋은 아이들은 또 온다. 그렇다고 해도 다연이를 잊어버리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괜찮잖아요.”

그 때 다른 선생님이 다연이의 선생님에게 말했다.

“왜요..?”

“다연이네 오빠 분이랑 친하신 것 같던데.”

다른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선생님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친한 것도 사실이고 괜찮은 것도 사실이니까. 그냥 아닌 척할 뿐이다.

그리고 다연이가 졸업을 하는 건 하나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다연이의 선생님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니까. 어떤 입장으로 만날 건지는 두고 볼 수 있는 거니까.

그러던 선생님은 오늘 또, 그 분식집에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

오후가 되어도 여전히 눈은 쌓여있다.

다연이는 어린이집에서 다시 데려왔고, 나와 다연이는 각자의 일을 하면서 식당에 있었다.

나는 손님을 맞았고, 다연이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보고, 다시 생각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뭘 하길래 저러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 일을 하기로 했다.

저녁 시간보다 조금 빨리 찾아온 손님에게 제육덮밥을 요리해서 낸다.

손님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일하고 있을 때면 사장님이 해주신 제육덮밥이 계속 생각나네요.”

“생각난다니 제가 더 감사하죠.”

이제는 이런 칭찬이 익숙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손님께 요리를 낸 다음, 의자에 앉아서 다연이를 지켜본다.

계속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나도 그런 다연이에게 시선을 맡기면서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을 때.

“안녕하세요, 아저씨!”

예나와 친구들이 찾아왔다. 아직 방학이라서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식당에 도착했을 때, 다연이도 뭔가를 깨달은 듯 몸을 들썩였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다.

그리고 다연이가 나에게 걸어왔다. 뭔가 자신만만한 얼굴이기도 했고, 결의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오빠..!”

“응?”

그러더니 다연이가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선 말했다.

“나도 이거 하고 시퍼!”

그러면서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 영상은 어제 다연이가 봤다고 하던 예능 속 한 장면이었다.

“혼자서 심부름 하는 거지..!”

다연이의 말처럼 아이들이 심부름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다연이는 왜 이게 하고 싶어.?”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다소 뜬금없기도 했으니까.

그 질문에 다연이가 대답했다.

“이제 나도 혼자서 할 줄 아라야지! 티비에 나오는 다른 친구들은 혼자서도 잘 하니까 나도 연습해야 해!"

오늘 아침부터 다연이는 유독 자립심을 키우는 데에 관심이 많아졌다.

다연이가 보던 영상 때문인 것 같기도 했고, 한 살을 더 먹는 바람에 늘어난 책임감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더.. 머찐 다여니가 되려면... 나 혼자서도 전부 다 할 줄 아라야 대...! 그래야 머찐 어른이 되는 거지!"

언제 저렇게 똑똑해졌는지 모르겠다.

진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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