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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1화 (14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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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다 했다면서 자신있게 말하는 다연이. 한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내려놓고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뭔가 대담한 고양이 같기도 했다. 사냥을 마치고 어미에게 자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밥도리도 왔네?”

“응, 근데 이거 다연이가 한 거야?”

밥돌이가 잘 썰린 파프리카를 가리키며 말하자, 다연이는 더욱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응! 내가 다 한 거에요!”

“오.. 대단한데? 다연이 칼로 한 거구나?”

“그러치! 내 칼로 이러케 썰어써.”

다연이가 써는 모습을 보여준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충분히 밥돌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손짓이었다.

“이거 봐. 오빠, 나 잘해찌?”

“그래, 잘했어. 이거 아무나 못하는 건데.”

특히 다연이 나이대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아이는 없을 거다.

파프리카를 써는 것만 해도 그랬는데 이제보니 두께도 일정하게 잘 썰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민혜가 파프리카 조각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우와, 두께도 나름 맞춰서 썰었구나. 다연이 진짜 잘하네! 천재야!”

“흠..! 마찌. 나는 언니가 천재라고 하면 천재인 사라미야!”

칭찬을 들으니 자세가 더 꼿꼿해졌다.

한참 그렇게 서 있던 다연이는 이제 충분히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주섬주섬 의자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민혜에게 자리를 내준다.

“내가 저거.. 빨간 거 썰어써. 그러니까 이제 언니가 요리하면 돼.”

“그래, 고마워. 근데 저건 빨간 게 아니라 파프리카야.”

“음··· 파프리카. 이제 아라따.”

“그래, 똑똑하네.”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칭찬을 챙긴 다연이는 내 옆으로 와서 선다.

“나, 잘해찌?”

“그래, 잘했어.”

“후··· 나는 요리왕이야. 나중에 엄청 머찐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파프리카도 잘 써러야 하지.”

보통 어린 아이가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다연이는 달랐다.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 다연이는 커서도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할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밥돌이가 말했다.

“다연이는 커서 꼭 요리사가 돼야 해. 꼭 유명한 요리사가 돼서 내 방송에도 나와주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줘야지.”

“마찌..! 밥도리가 만드러 달라고 하면 만들 수 이찌. 왜냐하면 밥도리는 나한테 엄청 마니 줘짜나. 그래서 나도 요리사 되면 밥도리한테 마싯는 거 줄 거야.”

“그래! 좋아. 다연이 이거 잊어버리면 안 된다? 나중에 다 커서 잊어버렸다고 하면 안 돼?”

“나는 안 이저버리는 사라미야!”

“좋아!”

밥돌이가 보험을 들어 놓은 것처럼 든든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 있을 때 민혜가 뒤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밥돌이가 말했다.

“오..! 다연아, 저거 봐. 이제 만든다.”

“어디?”

밥돌이의 손가락 끝에는 민혜가 피자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븐에 들어갈 그릇 위에 반죽을 넓게 펴고 있다.

“우와···”

민혜가 다연이와 민우의 감탄을 배경 음악 삼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

반죽이 얇지만 오븐에 들어가면 충분히 부풀어 오를 거다. 민혜는 그 위로 토마토 소스와 아까 자른 양파, 고르게 썰린 파프리카 같이 피자에 필요한 토핑들을 얹어준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재료가 올라왔다. 넓은 소시지나 올리브 같이 낯선 재료들도 있었다.

물론 나한테만 그런 거겠지만.

민혜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다연이가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머그면 되는 거야..? 바로 먹고 싶따···”

“크크, 아니야. 아직 먹으면 안 돼. 이대로 먹으면 배 아플 걸?”

잠시 피자를 보며 생각하던 다연이가 말했다.

“배 아파도 괜차나··· 마시쓰면 되는 거지이···”

벌써 피자에 혼을 빼앗긴 것 같은 목소리와 눈빛으로 말하는 걸 보니 정말 기대가 많이 되긴 한 모양이다.

“아직 치즈도 안 뿌렸고, 이건 오븐에 구워야 더 맛있어 지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응··· 나는 참을 수 이써..”

다연이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준비된 피자에서 눈을 떼지는 못했다.

민혜는 다연이의 눈길을 받으면서 준비가 다 된 피자 위로 새하얀 치즈 조각들을 뿌린다. 피자에 들어가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치즈였는데 이 치즈가 피자를 더욱 피자 같은 맛으로 만들어 줄 거다.

“마시게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밥돌이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아, 내가 다연이 주려고 치킨도 사 왔는데. 피자 만들어지는 동안 그거 먹을래?”

“치킨..!”

그러자 다연이의 눈이 더 커졌다.

순식간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다연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치킨을 머글까··· 아니면 피자랑 가치 머글까···”

고민하던 다연이는 곧 결정을 내렸다.

“나는 피자랑 가치 머글래요! 왜냐하며언··· 피자도 마싯고 치킨도 마싯으니까 두 개 가치 먹으면 두 개로 마시써지니까!”

“큭큭, 알겠어. 그러면 그렇게 하자.”

한편 피자 준비를 끝낸 민혜는 준비된 피자가 담긴 그릇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오븐 안으로 넣었다.

이제 맛있어질 일만 남은 피자는 그대로 놔두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다연이는 언제 봐도 귀엽네요.”

밥돌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 식당에 찾아왔을 때는 이전의 일 때문인지 얼굴에 약간의 근심이 보이는 듯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응.”

나는 1층으로 내려와서 아이들이 올 때까지 간만의 여유를 만끽했다.

.

.

.

잠시 후에 완성된 피자를 들고서 민혜가 내려왔고, 다연이와 아이들이 그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왔다.

“마싯는 거다아···”

다연이 말처럼 맛있는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1층에 도착한 피자는 먹음직스럽게 완성이 되어 있었다.

오븐에서 막 꺼냈는지, 겉면에는 다 녹은 치즈가 지글거렸고 치즈에서 새어나온 기름기가 완성된 피자를 번들번들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 이건 다연이를 위해서 만든 거니까 다연이부터 먹자.”

피자의 반들반들한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 다연이가 고개를 저었다.

분명 지금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물고 싶을 텐데도 열심히 참고 있다.

“아니야. 다 가치 머거야지. 그래야 차칸 사라미지...”

“오··· 엄청 착하구나. 착해···”

아이들은 의외의 반응에 감탄을 하면서 다연이를 바라본다.

피자를 조각내고 있던 밥돌이는 그런 다연이를 보면서 감격 젖은 얼굴로 말했다.

“우와··· 다연이는 진짜 착한 사람이야.. 상으로 내가 특별히 다연이 몫을 크게 떼 줄게.”

“오···! 그건 조아요!”

밥돌이는 일부러 조각을 크게 잘라서 떼어내준다.

피자를 조각내서 떼자마자 잘 녹은 치즈가 길게 늘어진다. 실랑이를 하는 것처럼 길게 늘어지던 치즈는 밥돌이가 겨우 끊어내고 나서야 툭 하고 쓰러졌다.

조각난 피자의 이음새에서 안에 갇혀 있던 김이 다시금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피자 조각이 있던 자리에는 끊어진 치즈만 남아서 원래 그 자리의 주인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마싯는 거다아···”

다연이에게 덜어준 피자에서도 김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서 손으로 들고 먹을 수는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내가 대신 잘라주려고 할 때, 다연이가 준비한 플라스틱 칼과 포크를 들어서 직접 잘라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리지만 예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대신 해줘야 할 때는 지난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자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자아, 오빠 먼저 머거.”

“아니야, 다연이 먹어. 나는 또 있으니까.”

“오··· 그러쿤. 알게써.”

나도 내 몫으로 나눠진 피자를 앞에 놔둔다.

집에서 만든 피자 치곤 모양이 그럴 듯 했다. 동그란 모양에다 올라간 토핑도 가게에서 파는 것 같다. 크기가 조금 작긴 했지만 그릇에 맞춰서 만들었기에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사람이 전부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으니까.

“우와···! 마시따아!”

피자 조각을 입에 넣은 다연이가 외쳤다. 피자 맛에 다연이가 눈을 크게 뜨고선 감탄을 내뱉었다.

“진짜 조아··· 나는 치킨이랑 피자랑 한 번 씩 머거야지.”

다연이는 치킨도 한 조각 집어서 접시에 놓는다. 그런 다연이를 보고 밥돌이가 말했다.

"오.. 다연이 먹을 줄 아는 구나?"

"알지요."

그러고 있는 사이에 나도 피자 한 조각을 한 입 먹어 보기로 한다.

피자 위에 토핑으로 올라간 건 아까 내가 썰어줬던 양파와 파프리카, 올리브처럼 보편적인 콤비네이션 피자에 올라가는 것들이었다.

다연이와 둘이서도 종종 시켜 먹곤 했던 메뉴였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피자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마시찌?”

“먹고 말해줄게.”

피자를 먹기도 전에 물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넓게 녹은 치즈가 토핑을 감싸고, 감싸인 토핑들은 기름기 덕분에 윤이 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피자 한 조각을 입으로 베어 물었다.

특유의 기름진 맛이 입 안에 스며든다. 동시에 포근한 도우도 느껴진다.

직접 만들어서 조금 다른 맛이 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피자 가게에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다.

더불어서 토핑으로 올라간 채소의 맛도 좋다.

“맛있어. 진짜로.”

“오··· 우리 오빠가 진짜 마싯다고 하면 진짜로 마싯는 거야···”

“감사합니다!”

그렇게 피자와 치킨을 먹다가 조금 목이 답답해진다 싶으면 같이 사 온 콜라를 한 잔 마신다.

“크으! 마시따!”

콜라를 먹은 다연이가 주류 광고 모델처럼 말했다.

치킨과 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냥 사라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부 빠르게 먹어 치웠다.

남이 만든 음식은 오랜만에 먹어본다. 평소에 식당을 하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후.. 나도 맛있었어. 고마워.”

“아저씨가 잘 드시니 저도 좋아요!”

배가 부른 다연이는 옆에서 늘어진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제 피자도 먹었으니 다연이의 바램도 금방 해결됐다.

“이제 다 먹었으니까 빨리 치우자!”

밥돌이가 늘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형님은 쉬고 계세요. 저희가 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밥돌이에게 나도 도와주겠다 말하고 싶었지만 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그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알겠어.”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던 것 답게 빠른 속도로 정리해 나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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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끝낸 밥돌이와 아이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전부 챙기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재미써써. 다음에 또 놀러 와요.”

다연이는 반말을 하다가도 헤어지는 사람들에겐 존댓말을 했다. 정말로 다음에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헤어지려던 때, 밥돌이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아, 맞다. 세진이가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세지니?”

“응, 저번에 봤잖아. 초록이 준 사람.”

“아..! 초로기라면 알고 이찌. 그 사람 누군지 아라.”

“응, 오늘 회사가서 만났는데 걔가 다연이한테 안부 전해달래.”

“안부..?”

모르는 단어에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잘 지내라고 하는 거야.”

“오..! 나는 잘 지내지!”

다연이와 이야기를 하던 밥돌이는 이제 나를 보고 말했다.

“제가 다시 감을 되찾아가기 시작하니까 세진이도 탄력 받아서 열심히 하고 있대요. 그래서 다연이한테도 고맙다고 전해달라 하더라고요.”

그 말에 나 대신 다연이가 대답했다.

“알게써! 열씨미 하면 조은 거지. 아주 조은 거야.”

“그래. 나중에 또 올게. 이제는 가야겠다.”

“안뇽!”

“안녕.”

그렇게 말하고 열심히 손을 흔든다.

열심히 손을 흔들던 아이들 중에서도 단연 민우가 돋보였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손만은 열심히 흔들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던 다연이는 더 이상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후··· 엄청 배불러따..”

“맛있었어?”

“응, 엄청 마니!”

다연이는 불러서 터질 것만 같은 배를 붙잡고 식당 안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아침.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다연이는 드디어 가고 싶었던 어린이집을 가게 됐다.

여태까지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못 갔지만 오늘에서야 드디어 등원 금지가 풀리게 된 것이다.

“가자아..!”

그 설렘 때문인지 다연이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덩달아 큰 소리도 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빠는 깨지 않았다.

‘휴··· 오빠가 자고 있는 줄 잊어버리고 이써따..’

뒤늦게라도 깨달은 다연이가 이부자리를 대충 접고 밖으로 나갔다.

사실 다연이는 어제 티비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예능을 봤었다.

그건 다연이처럼 어린 아이들이 나오는 예능이었는데 티비 속 아이들이 둘 씩 짝지어서 심부름을 하러 가는 내용이었다.

“대단해찌.”

다연이는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멋지다고도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다연이도 혼자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 티비처럼 둘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정은.

“일단 나 혼자 씨서보자..!”

등원 준비를 혼자 해보는 것이었다.

자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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