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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36화 (13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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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다!”

다연이가 쓰러진 고양이를 보며 소리쳤다.

고양이는 힘없이 그 자리에 누워있다. 눈에 젖은 털과 풀린 눈.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고양이 왜 이래..?”

“... 몰라.”

다연이가 물었지만 나도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털이 젖은 걸 보니 눈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집이라도 만들어 줄 걸.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이런 일에 관심을 준 적도 없었던 터라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냐아앙···”

고양이가 옅은 울음소리를 낸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더 미안해진다.

한참 고양이를 지켜보던 다연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 생각에는 고양이가 너무 추웠나봐··· 눈이 마니 와짜나···”

“...그런가 보네.”

고양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고 털이 젖은 것에 비해 몸도 떨고 있지 않았지만 이대로 바깥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다시 생각하던 다연이는 묘책을 떠올리고선 말했다.

“우리 눈 안 올 때까지만 고양이 돌봐주자···!”

내가 고양이를 집에 들이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털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털을 청소하려면 힘이 들 것이다. 게다가 한 번 우리 집에 고양이가 온다면 다연이도 내보내기 싫어 할테니까.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게다가 다연이의 말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우리 식당을 지켜준 거니 이 상황에선 우리도 고양이를 돌봐줘야 된다.

“그래. 그러면 다연이가 고양이 잘 보고 있어. 핫팩이나 다른 것들 가지고 올게.”

“응!”

고양이의 상태를 보니 당장 병원으로 찾아가야 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고양이야.. 힘내..”

다연이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

창문을 통해서 다연이네 집으로 들어가기 전, 고양이는 옥상의 난간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조금 낯선 하얀 풍경 때문이기도 했고, 그 때문에 오늘은 다연이가 밖으로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고양이만의 숨을 곳이 있었기에 이런 폭설에도 고양이는 딱히 영향을 받지 않았다.

“냐앙..”

다연이가 나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조금 심심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바깥이 생각보다 더 춥다는 것.

물론 고양이는 여태까지 계속 바깥에서 지냈고, 바로 어젯밤에도 바깥에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눈이 너무 많이 온다.

바깥의 거친 풍파에 이미 익숙해진 고양이는 이런 눈도 이겨낼 자신이 있지만 다연이를 알게 됐으니 무작정 밖에서 견뎌야 될 이유는 없었다.

이런 상황을 위해 인맥을 쌓았던 거니까.

“냥···”

잠시 고민하던 고양이가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잘 쌓은 인맥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다연이에게 가는 방법이었다. 온 몸의 털이 눈에 젖은 채로 간다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 집 안은 금단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고양이는 지금 떠올린 방법이 꽤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냥.”

곧 결심한 고양이가 눈밭에 구르고선 다연이네 집의 창문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다연이가 창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속셈이었다. 고양이치곤 많이 똑똑한 생각이다.

물론 고양이도 알고 있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턱.

어느 새 창문이 열리고.

툭.

고양이는 예정대로 힘없이 집 안으로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다연이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냐앙..”

고양이가 힘없는 척 울음소리를 냈다.

***

“고양이···”

고양이는 따뜻할 거다. 핫팩도 가져다 줬고, 담요도 덮어줬다. 그리고 먹을 만한 밥과 물까지. 게다가 다연이도 옆에 있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다.

사실 처음에는 고양이가 꾀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털이 젖은 것 외에는 몸도 그리 차갑지 않았고 더군다나 떨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흐리멍텅했던 눈도 내가 보지 않을 때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갔기도 했다. 하지만 꾀병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해서 따뜻하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고양이는 다연이와 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고양이와 아는 사이였으니까. 원했던 어린이집도 못가게 됐는데 둘이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고양이 기엽따.”

다연이가 고양이에게 말했다.

내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밥돌이였다.

“여보세요.”

“형님!”

전화를 받자마자 밥돌이가 소리쳤다.

다급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뭔가 잔뜩 신이 난 목소리였다.

“왜..?”

나는 혹시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봐 조금 뜸을 들이고선 묻는다.

“왜라뇨, 저희 사이에!”

평소보다 텐션이 더 높다. 밥돌이가 말을 이었다.

“다연이 오늘 어린이집 안 가죠? 눈 많이 와서요.”

“응, 오지 말래. 그래서 집에 있어.”

“그렇쿤요. 그러면 형님 식당은 문 여나요?”

식당 문은 열거다. 딱히 닫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다연이를 돌보는 거라면 어차피 손님들이 몇 없을 테니 그리 힘들지도 않을 거다.

“응, 열 거야.”

“좋아요! 사실 형님 식당에 놀러 가려고 했거든요.”

“지금?”

“네! 지금 눈 엄청 많이 오잖아요. 그러면 다연이는 어린이집에 못 갈 거고, 다연이 성격 상으론 어린이집 못 가는 게 아쉬울 테니 집에서 혼자 놀면 심심하겠죠!”

“오···”

밥돌이도 다연이와 친해서 그런지 다연이의 성격과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것들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진짜로 다연이는 지금 밥돌이의 말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놀러가려고요. 아, 물론 형님이 허락해 주셔야겠지만요.”

옆에서 고양이를 만지고 있던 다연이가 전화 내용을 엿듣고선 말했다.

“진짜··· 밥도리는 내가 오라고 하면 올 거에요..?”

다연이의 목소리는 약간 풀이 죽어 있었다. 아마 다연이가 보기에도 지금 바깥은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지금 얼마나 눈이 많이 내리는지, 바깥을 걷는 사람들의 발목을 가뿐히 넘게 쌓여 있었다. 거의 러시아의 날씨 같다. 그래서 그런지 다연이는 오늘 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밥돌이가 말한다.

“당연하지. 저번에 말했잖아. 해달라는 건 전부 해주겠다니까!”

“오··· 너무 조아···”

“그리고 줄 것도 있고.”

“줄 꺼..? 줄 게 뭐야..?”

“있어. 비밀인데 나중에 가면 줄게.”

예전부터 밥돌이가 다연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패턴은 간단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확실하다.

바로 선물을 주는 것이다.

선물을 줄 것이라 기대하게 해 놓고 뭘 선물할 건지는 말하지 않는 패턴. 매번하는 패턴이지만 다연이에게는 아주 잘 먹혔다.

“비밀..! 그러면 빨리 와. 알게찌요?”

“그래! 바로 간드아!”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호오··· 밥도리 아저씨가 또 선물을 주다니..!”

늘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다연이는 기분 좋은 모양이다.

“뭘까? 오빠, 뭐지? 무슨 선무리지..?”

그러는 사이, 품 안의 고양이는 지금 이 따뜻함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아파보이지도 않는다. 다행이다.

“몰라. 그래도 좋은 거 겠지.”

“그치..! 항상 조은 거 줘짜나. 초록이랑··· 인형이랑.. 하.. 너무 많아서 말 못 하게따.”

다연이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고양이가 먹을 밥을 조금 더 채워주러 간다.

바깥에서 배고팠는지 먹는 양이 많다. 아까부터 밥을 더 달라고 밥그릇을 툭툭 치고 있었기에 더 채워주려고 한다.

“오빠, 눈 아직도 마니 와?”

다연이가 묻길래 나도 주방에 간 김에 창 밖에 내려다봤다.

다연이의 입장에선 눈이 많이 온다면 밥돌이가 찾아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다연이는 눈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눈을 좋아하긴 했지만 어제 친구들과도 원없이 놀았기도 했기에 별 다른 미련은 없다.

그냥 밥돌이가 올 때 만큼은 눈이 적게 오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말해죠.”

“응.”

그렇게 내려다본 창 밖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거기 차 못 오게 막으세요!”

간간이 경찰의 목소리도 들리고 깊은 눈밭을 걷느라 울상인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정말 말 그대로의 아수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밥돌이가 올 수 있을까.

“어때? 눈 쪼금만 내려?”

거짓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들킬 일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기보단 다른 말을 꺼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다연아.”

“응?”

“우리 내려가자. 식당 문 열고 밥돌이가 기다려보자.”

“음..”

잠시 고민하던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게써.”

.

.

.

식당으로 내려온 뒤에 다연이도 상황을 알아차렸다.

사방에서 내리는 눈과 갈피를 못 잡고 그저 하염없이 걷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 그 속에서 밥돌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는 방에 놓아두고 왔다. 상태도 괜찮아졌고 이제 몸을 녹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아서 다연이도 미련없이 내려왔다.

“누니··· 나쁠 때도 이꾸나..”

거의 에베레스트 산에 몰아치는 눈보라였다. 그 정도로 눈발이 세차게 흩날린다.

[삐비빅!]

“호루라기 소리다아.”

간간이 호루라기 소리도 들린다.

상황을 짐작해 봤을 땐, 방금 전에 앞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경찰이 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가령 신호등이 멈췄다던지.

그 때 다연이가 물었다.

“밥도리··· 올 수 있을까..?”

조금 불안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 상황에서 뭐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밥돌이네 집과 우리 식당이 가깝긴 했으나 지금 이 상황을 뚫고 오는 건 정말 에베레스트 등산과 비슷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깥의 사람들의 복장도 그랬다. 얇은 패딩은 없다. 모두 하나 같이 두꺼운 패딩과 장갑, 단단한 신발 같은 것들을 껴입고 있었다.

“아마도..”

“나 티비에서 봐써.”

내 말을 들은 다연이가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뭘 봤다고 말하는 걸까.

“응?”

“눈보라 치면 사람들이 으아아! 하면서 없어지지. 밥도리도 그렇게 돼?”

“아니..”

도대체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연이가 보는 것들에도 관리를 잘 해놔야겠다.

다연이가 밥돌이를 기다리며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오늘은 수제비가 마니 팔릴 것 같아.”

마치 신들린 듯한 예상이었다.

“정말?”

“응, 오늘은 추우니까.”

“그래.”

지금까지 다연이 말을 들어서 손해본 건 없으니까 일단 다연이 말대로 해야겠다.

국물은 그 때가서 준비할 수 있으니 우선은 반죽을 많이 준비하면서 밥돌이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리고 고생한 밥돌이를 위해서도 수제비를 만들어주면 좋을 거다.

“고양이는 잘 있겠지?”

“응, 궁금하면 가서 확인해도 돼.”

“응.”

그런 시시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

퉁.

식당 문이 우렁차게 열린다.

“후우···”

그리고 덩치 큰 누군가가 식당 안으로 발을 딛었다.

온 몸을 옷으로 감싸안고 있었다. 목에는 목도리가 있었고, 손에는 두툼한 장갑이 있다. 그리고 한 쪽 손에는 봉지에 담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 사람은 마치 우주 비행사 같은 몸놀림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문을 닫는다.

다연이와 나는 두꺼운 옷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다시 문이 굳게 닫히고 바깥에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문에 가로막혀 잘 들리지 않을 때, 그제야 비로소 그 사람이 모자를 벗고 목도리를 내렸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나 왔다!”

“밥도리!”

설산을 헤치는 산악인처럼 밥돌이가 도착했다.

맛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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