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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32화 (13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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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이라함은 당연하게도 눈이었다. 다연이는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건 처음 본다.

눈 자체를 처음보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은 특히 많이 온 것 같다.

“오··· 눈이 마니 와서 엄청 춥꾼.”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춥다.

창문에 손을 얹어보던 다연이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이미 어제부터 알고 있었다. 티비 속 예쁜 언니가 말했었고 휴대폰으로도 찾아봤다.

그래서 오빠가 눈이 엄청 많이 올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말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찌. 그러케 말했었어.”

다연이는 그 때의 말을 회상하면서 중얼거렸다.

준비는 별 것 없었다. 옥상에 있는 의자를 안 쪽으로 집어 넣거나 식당 앞에 쌓인 눈을 쓸 때 필요한 빗자루를 찾아 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어제의 일을 떠올리다가 깜빡하고 미처 하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고양이 물!”

어제 분명 고양이가 마실 물 담아 놓는 통을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잊어버렸다. 바깥에 놔두면 얼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어떡하지..”

비록 다연이가 맡은 일은 아니었다. 오빠가 했어야 하는 일인데 오빠가 잊어버렸다.

고양이가 먹는 물이 얼어버린다면 고양이는 물을 먹지 못할 것이다. 물을 못 먹으면 목이 마를 것이고, 목이 마르면 우리 식당을 지키지 못할 거다.

그렇게 된다면 식당 주변에는 나쁜 고양이들이 가득 차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안 돼..”

안 된다. 다연이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빠를 깨우는 수 밖에 없었다.

“깨우자아.”

다연이는 재빨리 결정했다.

***

“빨리 나가야 돼..!”

오늘은 다연이가 나를 깨워서 일어나게 됐는데 평소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를 빨리 해야한다고 말했으며 다급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고양이 물 그릇 때문이라는 걸 듣고, 그냥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왜 빨리 안 나가..?”

다연이가 묻는다.

“물이 얼었으면 나가는 길에 바꿔주면 되지.”

“..?”

담담하게 대답하자 다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고양이가 물을 못 먹잖아..? 물을 못 먹으면 우리 식당 못 지켜.”

“....? 그게 무슨 말이야?”

“고양이가 식당 못 지킨다는 말···.”

다연이의 시선에 맞춰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나서야 다연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다연이가 했던 말의 의미는 사실 실제 다연이의 말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물을 못 먹으면 목이 마를 것이고, 그러면 식당을 못 지킨다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얼른 물을 채워줘야 한다는 의미.

“그래..”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최대한 다연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린이집 가야 하니까 빨리 갔다 오자.”

“응!”

사실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고양이 물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다연이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을 절대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지금 당장 해치우는 게 낫다.

다연이는 나를 따라 밖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다음에는 말 잘 들을게. 그런데 지금은 빨리 고양이 물 바꿔줘야 해.”

“그래.”

다연이는 지금 자기가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고집을 피운다고 하더라도 다연이 역시 자기만의 신념이 있을 테니 나도 다연이의 말에 동의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고양이의 흔적을 살핀다. 그리고 옆에 놓인 물그릇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리 얼어짜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고양이 물 그릇에 있던 물이 얼었다. 이럴 줄 알고 어제 안 쪽으로 옮겨 놓으려 했었는데 잊어버리고 못했다.

“오호··· 물이 엄청 세게 어러써.”

다연이가 주먹을 쥐고 얼음이 된 물을 나름 세게 두드려봤지만 물은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먹만 아플 뿐이다.

“아야.... 빨리 나오길 잘한 거 가타. 이렇게 세게 얼었으면 고양이는 물을 하나도 못 마셨게찌.”

그 때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고양이가 등장했고, 다연이는 그런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마찌, 고양이?”

그 말을 들은 고양이가 자신의 물 그릇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발 한 쪽을 높이 든다. 그리고 얼음을 향해 세게 내려찍었다.

그 솜방망이를 아무리 세게 내리쳐도 당연히 언 물은 깨지지 않는다. 그저 찹,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조금 튀었을 뿐이다.

그렇게 발을 내려친 고양이가 다시 다연이를 바라본다. 마치 이렇게 세게 때려도 안 부서지니까 빨리 물을 바꿔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알게써, 고양이. 빨리 바꿔줄게.”

우리는 단단히 언 고양이 물을 버리고 새 물로 채워준다. 얼음이 된 물은 옆에다 치워 놓았다.

얼음은 한 뼘 정도 쌓인 눈 속에 파묻히고 말았지만 언젠가는 녹을 거다.

물을 채워주는 건 다연이가 직접했다.

“자, 고양이. 물 새로 채웠어.”

직접 가져다 주자 고양이는 다연이가 채워준 물을 핥짝인다.

“근데 고양이는 안 추워..?”

“안 추울 거야. 털 많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날 보는 눈빛이 마치 춥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고. 그리고 다시 다연이를 본다.

“아니야, 고양이는 추울 것 같아.”

다연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고양이는 그제야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 이 고양이는 사람 말을 알아 듣는 것 같다.

“마찌. 엄청 추워서 떨고 이써.”

“응···.”

고양이가 이렇게 똑똑한 동물인지 몰랐는데. 아니면 얘가 특히 똑똑한 건가.

“근데 고양이 마리야.. 식당 안에는 드러가면 안 되지..?”

“응, 음식 만드는 데에 들어가면 안 돼.”

“마자, 그거는 내가 생각해도 안 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잠시 생각하던 다연이가 묘책을 떠올렸다.

“조은 생각이 나따.”

“그래?”

“응!”

다연이는 그 좋은 생각을 나에게 말했고, 나도 그 생각이 꽤 괜찮은 것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 어린이집 갈 준비부터 하고 하자.”

“응.”

자신있게 대답한 다연이가 집으로 도도도 달려간다.

.

.

.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다연이의 손에는 핫팩 하나와 해져서 이제 입을 수 없는 내 낡은 옷이 들려 있었다.

방금 전에 다연이가 생각해낸 방법은 식당 옆 골목에 고양이가 머물 곳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내 옷과 핫팩을 이용하면 눈이 녹을 때까지는 고양이가 추워하진 않을 거다.

떨고 있는 고양이가 진짜일지 연기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야앙.”

고양이가 다연이에게만 애교를 부리며 다가온다. 그리고 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보금자리에 올라선다.

“고양이도 조아해서 다행이야.”

아직도 고양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준비해 놓은 걸 좋아하니 이대로 놔둬도 될 것 같다.

“이거.. 따뜻한 거 나중에 차가워지면 오빠가 바꿔줘.”

“응.”

“고양이가 오빠 안 조아한다고 안 바꿔주면 안 돼.”

“그래.”

고양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맞지만 그래도 핫팩 정도는 줄 수 있다. 특히 다연이의 부탁이라면 안 들어줄 이유도 없다.

“조아. 이제 가자아. 빨리 친구들이랑 눈 싸움하고 시퍼.”

“그래, 가자.”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도 온통 눈이었다. 지금까지 여기에 살면서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처음 본다.

“우아, 눈이 엄청엄청 만타!”

이리저리 눈을 만지면서 걸어오니 금방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어린이집 앞에는 미리 도착한 다연이의 친구들이 눈덩이를 던지면서 놀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다연이를 넘겨준 다음,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돌아서려던 때에 다연이가 나를 부른다.

“왜, 다연아?”

“나..! 나중에 친구들이랑 가치 우리 집에서 눈싸움해도 돼? 뒷마당에서!”

“친구들한테 물어봤어?”

“응!”

물어볼 시간도 없었을 것 같은데 선생님과 대화하는 그 짧은 사이에 전부 물어본 모양이다.

뒷마당이라면 놀기엔 조금 좁긴 할텐데 아이들이 작아서 상관없을 것 같다.

“그래, 그렇게 해.”

“와..!”

나는 다연이에게 허락을 하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

.

.

오후가 되어도 눈은 녹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침과 비교해선 쌓인 눈이 아주 조금 줄어들었지만 중간에 더 내려서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가끔씩 고양이의 핫팩을 갈아줬고, 식당 앞의 눈을 치웠다. 오늘은 눈이 와서 그런지 식당에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따뜻한 유자차나 마시면서 간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매출 걱정에 편히 쉬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다연이의 홍보 덕분에 매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다연이의 홍보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

어찌됐든 내가 해야할 고민은 다연이가 모은 손님이 다시 흩어지지 않게 붙잡을 만한 메뉴 선정과 내 요리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뿐이었다.

“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창밖을 본다.

이제 다연이를 다시 데리러 갈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는데 식당 창문 너머로 익숙한 뒷통수가 눈에 띤다. 우리 식당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뒷모습이 조금 초라해 보였다.

“응..?”

단번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뜻 밖이었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추측하는 것도 어렵다.

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서 우리 식당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왜 여기에 있어?”

쭈그리고 앉아있는 아이는 민우였다. 다연이를 좋아하고 이제 9살이 된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

한 살 더 먹은 것뿐인데 8살일 때보다 뒷모습이 더 초라해보인다.

“다연이 기다려요.”

“?”

민우와 더 대화를 나눠보니 왜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다연이랑 놀고 싶어서 왔어요.”

그 말 그대로 놀기 위해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다. 초등학교는 아직 방학일 뿐더러 이번에는 허락도 받고 왔다고. 그런데 다연이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아직 어린이집도 안 끝났는데."

"다연이 언제 오는지 몰라서 빨리 왔어요."

"....다연이가 그렇게 좋니?"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민우가 대답한다.

"네."

너무 당연한 듯한 대답이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민우라서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보여준 행동을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다연이를 만나러 이렇게 막무가내로 온 것도 민우라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민우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유자차까지 쥐어줬다. 다연이를 좋아해주니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손님이 없어서 조금 심심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같이 기다리면 될 테니까.

.

.

.

다연이는 어린이집을 마친 다음, 친구들과 같이 뒷마당에서 놀고 있다. 물론 거기엔 민우도 함께였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식당 안에는 손님 몇 명만 있었다.

“...”

일하는 것도 좋지만··· 쉬는 게 더 좋다. 그렇게 의자에 기대고 있을 때, 식당 문이 열린다. 조금 더 쉬고 싶었는데.

“뭐냐, 놀고 있냐?”

“아뇨, 일하고 있었습니다.”

들어온 손님은 아는 할머니였다. 예전에 굴과 회를 가져다 주셨던 바닷마을 출신인 할머니.

그 때 이후로 자주 오시긴 했다. 거의 전부 다연이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였지만.

오늘도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딱 봐도 놀고 있었구만. 자, 이제 일해.”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를 준다.

“이게 뭐에요?”

“팥. 다연이 팥죽 만들어 주라고.”

“...”

오늘은 특히 뜬금없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할머니는 원래 이런 분이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 때, 분명 뒷마당에서 놀고 있어야 할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팥쭉?”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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