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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31화 (13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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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다행스럽게도 다연이가 넘어질 때 손에 접시가 없었기 때문에 크게 다치진 않았다.

넘어진 것도 엉덩방아만 찧은 것이라 괜찮았고. 다만 다연이가 놀란 것이 큰 일이었다. 옆에 있는 학생들도 전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괜...찮아..?”

순식간에 조용해진 식당 안. 그 적막함 속에서학생 한 명이 나지막히 입을 연다.

다연이는 멍한 얼굴을 했고 학생들도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어..”

다연이가 작게 소리를 내면서 일어선다.

나는 그런 다연이의 주변을 살폈다. 도대체 뭐에 걸려서 넘어졌을까.

그렇게 지켜보다가 다연이가 넘어진 곳에서 입을 틀어 막고 있는 어떤 여학생이 보였다. 테이블에서 삐져 나온 발을 보니 그 학생의 발에 걸려서 넘어진 것 같다.

“괜찮아..? 미안..”

그 학생이 다연이에게 말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연이도 자기가 왜 넘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오히려 다연이는 자기보다 더 놀란 얼굴을 한, 학생에게 말했다.

“나는 괜차나. 김빱도 없어서 안 쏟아써.”

다연이가 어른스럽게 옷을 툭툭 털며 일어선다. 다른 학생들이 다연이를 넘어지게 만든 그 학생에게 비난의 눈빛을 쏟아내려던 찰나, 다연이가 크게 말했다.

“나느은 진짜 괜차나···! 김빱도 안 쏟고, 아프지도 않아찌! ...사실 쪼금 아팠는데 괜차나. 이제 안 아프니까.”

“그래도··· 미안..”

학생이 계속해서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주변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여전히 곱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던 다연이가 상황을 짐작하고선 말했다.

“진짜아 괜차나요! 나는 안 아픈 사라미야.”

그렇게 말하고선 발을 건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갠차나.”

“고마워..”

내가 보기엔 별 거 아닌 일이지만 학생들에겐 조금 다른 모양이다.

그냥 학생 발에 잘못 걸려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연이는 그만큼 학생들에게도 소중했던 것 같다.

예나의 말을 빌리자면 답답한 학교 생활 속에서 다연이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일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다연이 왜 이렇게 착한 거야···”

“그러게···”

주변에서 그런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왜 이렇게 착한 거야.

나는 그렇지 않은데 다연이는 나랑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흠..!”

그런 말들을 들은 다연이가 의기양양한 자세로 허리를 쭉 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칭찬들이 좋기는 한 모양이다.

다연이는 자신만만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나에게 걸어왔다.

“나 잘해써?”

“응, 엄청 잘했네. 진짜 착해.”

만약에 나였으면 다연이처럼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했는데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대견해 보인다.

“흠흠! 내가 착한 거는 다 오빠한테 배워찌!”

학생들은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를 보면서 부모 같은 미소를 짓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대견한 모양이다.

“그래.”

상황이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다.

의도치 않게 다연이에게 발을 건 여학생도 다연이의 쓰다듬을 받고 나서는 표정도 달라졌고, 그 학생을 보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오히려 쓰다듬을 받은 그 학생을 부러워하는 것 같이 보인다.

다연이는 주변 상황을 한 번 쭉 훑은 다음, 내게 말했다.

“내가 오늘 손님 엄청 마니 올 거라고 해찌? 너무 많아서 줄까지 선다고 말해써찌?”

줄을 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손님들이 엄청 많이 왔다.

거의 대부분은 이 앞의 학생이었다. 손님들이 많아 찾아온 이유에는 보충 수업의 영향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이야기를 엿들어보니 방학 동안 다연이를 못 봐서 빨리 오고 싶었다는 말도 있었다.

“응, 다연이 말이 맞네.”

그러자 다연이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는다. 여태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쉬어도 된다.

그렇게 다연이가 잠시 쉬고 있으니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서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반기는 다연이의 목소리 뒤로 학생은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 줄 지어 들어온다.

“어..? 선생님..?”

이미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이 그 손님들을 보면서 말했다.

선생님이라면 지금 앉아서 식사 중인 학생들이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밖으로 나와서 식사를 한다는 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니까.

선생님들이야 가끔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그런다는 건 조금 낯선 일이다. 그래서 지금 학생들이 이렇게 당황스런 얼굴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학생들! 여기에 다 있었네!”

그 중에서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소리쳤다. 학생들이 대하는 분위기나 다른 선생님이 부르는 호칭으로 봤을 때 교감 선생님인 것 같았다.

교칙에 어긋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교감 선생님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면서 빈 자리에 앉을 뿐이다. 학생들을 타박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뭐합니까! 배고픈데 빨리 앉아서 밥 먹죠! 줄서느라 점심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교감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는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같은 자리에서, 그것도 교내 급식이 아니라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식당에서 마주하는 건 충분히 껄끄러운 상황이다.

“네..”

그럼에도 결국 교감 선생님의 재촉에 못 이겨 자리에 앉는다.

의자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연이는 그냥 그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의자에서 벌떡 내려온다.

다연이가 보기에는 재밌을 수도 있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학생들이 선생님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조용해졌으니까.

다른 아이라면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다연이 성격에 그러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잔뜩 신난 얼굴이다.

“내가 아는 사라미야..!”

그렇게 말한 다연이가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다연이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작년 여름에 예나와 같이 학교로 놀러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선생님들을 만났다고 했었는데 아마 다연이는 그 때 알게 된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어, 그래! 그런데.. 너 누구니?”

그러나 다연이의 인사에 반응하는 건 교감 선생님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친화력이 좋아보였는데 푸근한 인상까지 하고 있어서 처음보는 다연이도 교감 선생님에게 그리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다연이는 밝은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다연인데요!”

“..?”

“?”

그렇게 잠시간의 적막이 오간 끝에 다연이는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늘어 놓았다.

이 중에 아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과 그래서 인사를 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었다.

“허허, 선생님들은 벌써 여기 단골이셨군요! 그럼 이야기 나누시죠! 아, 그 전에 먼저 주문부터 합시다. 저는.... 수제비! 학생들 보니까 다 그것만 먹네요!”

교감 선생님이 다시 호탕하게 웃는다. 그 때 교감 선생님의 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더니 휴대폰을 꺼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전화가 왔네요! 그러면 알아서 주문하시고! 저는 잠깐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조금 요란했던 교감 선생님이 나가고 나서야 다연이는 예전에 봤다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선생님들은 다연이와 만났던 날 이후로도 우리 식당에 자주 찾아왔었다.

“오랜만이네.”

“마자요. 예나 언니 선생님은 요즘에 마니 안 와써.”

그러면서 살짝 삐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미안, 내일부터는 자주 올게.”

“응..! 그래야 차칸 사람이에요!”

“그래.”

다연이는 충분히 친목을 도모했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선 다시 나에게로 왔다.

“자주 오라고 내가 말해써.”

그러면서 자랑스런 얼굴을 한다.

“잘했네.”

“그러치.”

식당 홍보 겸 서빙 담당인 다연이가 만족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선생님들 주문하는 거··· 내가 무러볼까?”

다연이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아직 7살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을 맡겨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문은 꼬이면 절대 안 되는 거니까.

“내가 하면 잘할 거 가튼데··· 나는 한 번도 안 해봐짜나. 한 번 해보면 좋을 거 가튼데···”

다연이는 너무나도 주문을 받고 싶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런 얼굴로 물으면 거절할 수 있을 사람은 정말 몇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고.

“알겠어. 대신 여기. 종이 줄 테니까 선생님한테 여기에 써달라고 해.”

“응!”

우선 이렇게 말하고 다연이가 제대로 주문을 받는지 뒤에서 지켜봐야겠다.

“열씨미 할게!”

우렁차게 말한 다연이가 아주 당당하게 걸어간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내가 주문 바들 꺼에요! 뭐 먹을 거에요?”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들은 금새 표정이 풀어져서 다연이를 마치 자신의 학생인양 다정하게 대했다.

덕분에 다연이도 긴장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연이가 주문을 받아왔다.

“어때? 머싯찌?”

“응, 멋있어.”

처음에 내비쳤던 자신감처럼 잘 받아왔다. 그 덕에 다른 선생님들도 다연이에 대한 호감이 는 것 같았다.

다연이에 대한 호감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곧 우리 식당의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내가 한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주문은 거의 전부 수제비였다. 교감 선생님을 따라서 한 것 같기도 했고, 주변 학생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 수제비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수제비는 자신있다. 오늘도 잘 팔리고 있었으며 평도 괜찮았으니까. 게다가 요리를 하는 내가 수제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선생님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 마싯게 잘 해야 돼..!”

“응.”

다연이의 응원까지 들으니 더 자신감이 샘솟는다.

열심히 해야지.

.

.

.

“후..! 맛있습니다! “

열과 성을 모두 쏟아부어서 만든 수제비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수제비를 완벽하게 비운 교감 선생님이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말했다.

“학생들이 왜 이렇게 학교에서 도망치나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마자요. 전부 다 우리 오빠가 한 음식이 마싯대요.”

“나도 맛있어!”

“조아요!”

다연이는 교감 선생님과도 묘하게 성격이 잘 맞다.

“잘 먹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말했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교감 선생님이 저렇게 말하니 조금 안심한 얼굴을 했다.

“이제 가야겠군요.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너무 맛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간 것 같네요! 여기저기서 얼마나 나를 들들 볶든지!”

가볍게 던지는 교감 선생님의 말에 주변 다른 선생님들이 조금 위축된 듯 보였다.

“이번에는 김치 수제비를 먹었으니 다음에는 그냥 수제비도 먹어봐야겠군요!”

다른 선생님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교감 선생님은 이제부터 우리 식당에 자주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뇽! 또 와요!”

“그래, 다음에는 교장 선생님도 모시고 와야겠구만!”

호탕한 웃음을 짓는 교감 선생님을 따라서 다른 선생님들도 적당한 인사를 남기고선 식당을 나선다. 맛있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그제야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들이 나가는 걸 눈을 끝까지 확인한 예나가 말했다.

“휴··· 저는 급식 안 먹는다고 뭐라 하실 줄 알았는데 안 그러셨네요.”

그 말에 예나의 친구가 대답한다.

“나는 우리 잡아갈 줄 알았어···”

“3학년 영어 쌤도 있던데.. 교감 선생님 아니었으면 진짜 잡아갔을 걸.”

열심히 식사를 하는 와중에 유독 표정이 어두운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영어 선생님이었던 모양이다.

구겨진 얼굴도 음식을 먹으면서 금새 다시 풀어졌지만.

그렇게 안심한 학생들도 하나, 둘 식당을 나선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다연이도 서빙해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오면 내가 요리해 줄게요! 김빱 만들기!”

“그래! 안녕. 또 올게.”

“안뇽.”

드디어 학생들이 전부 되돌아갔다. 그렇게 식당은 다시 텅 비었다. 그만큼 마음도 후련했고.

학생들을 배웅해 주고 난 뒤,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던 때, 다연이가 말했다.

“나는 엄청 머찐 진짜 요리사가 될 거야. 요리할 수 있을 때까지 김빱 갖다주는 거랑 주문 받는 거 할게.”

그 말을 하는 다연이의 표정이 진지했다. 정말로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확신을 가진 것 같다.

예전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어 했지만 저 표정을 보니 이제 확실하게 생각을 굳힌 것 같다. 그 모습이 대견할 뿐이다.

“그래, 오빠도 도와줄게.”

“조아. 내가 엄청 대단한 요리사가 되면 오빠한테 돈 전부 줄게!”

“오..”

이런 말은 녹음을 해야 하는데.

“그래, 꼭 기억할게.”

대신 기억하기로 했다.

***

그 날로부터 시간이 더 지나서 오늘은 어린이집의 방학이 끝나는 날이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다시 어린이집에 간다는 의미였다.

그 때문인지 오늘 다연이는 일찍 일어났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오랜만이다.

“호오.. 추워..”

평소보다 쌀쌀한 공기. 어제, 오빠가 오늘 눈이 올 거라고 말하긴 했었다. 그래서 추운 모양이다.

다연이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서 훅, 하고 커튼을 걷는다.

“오···! 하얀색..!”

기대감에 걸맞게 창밖은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놀지 말고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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