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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30화 (13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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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닌 척 했지만 사실 다연이는 아직까지 의심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저번에 왔던 수박이는 다시 오지 않았고, 그 대신 민호가 수박이의 선물을 가지고 왔다. 물론 민호는 수박이의 말과 그 때 있었던 일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수박이를 두 눈으로 못 봤다. 정작 수박이에게는 둘이 친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건 다연이에겐 생각보다 큰 허점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렇게 의심하고 있을 정도로.

예나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고,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연이가 갑작스레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다연이의 목소리와 예나의 반응을 미루어 봤을 때, 대강 상황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그 오빠··· 수바기 친구 아니지..? 마찌?”

“어··· 다연이는 왜 그렇게 생각해?”

예나는 당장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지 다연이에게 되묻는다. 그 사이에 적당한 대답을 생각하려는 속셈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냥 나는 아라. 뭔가.. 아닌 거 가타.”

가만히 고민하던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일딴 첫 번째는 그 오빠가 엄청 큰 어른이랑 비슷하다는 거지. 근데 어른들은 수바기 나오는 티비 안 봐. 그건 우리 오빠가 안 봐서 알고 이찌. 그런데 그 오빠는 수바기랑 친구라고 해써. 그래서 이상한 거야...."

“오..”

다연이의 추리력에 감탄한 예나가 작게 소리를 낸다.

“그리고.. 또···”

잠시 생각하던 다연이가 말했다.

“아.. 기억 안 난다··· 그래도 이상해.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해써.”

7살의 수준에서 생각해봤을 땐 꽤 예리한 추측이었다. 사실 추측보단 직감에 더 의존한 추리였지만 다연이의 입장에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을 사용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다연이가 논문에 실려도 좋을 만한 논리를 쏟아내는 사이, 예나는 대답할 모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다연아.”

“응?”

“걔··· 수박이 친구 맞아.”

“...!”

다연이는 그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커다란 눈을 했다.

사실 다연이도 반쯤은 민호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진짜?”

“응···”

“왜..?”

“왜냐하면··· 나도 봤거든.”

“...! 무슨 마리야..?”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예나가 다시 입을 연다.

“걔가 수박이랑 같이 있는 거.”

“오···! 진짜?”

“응··· 내가 다 봤어..”

다연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조금 힘든지 예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쿤!”

그런 예나와는 반대로 다연이는 이제야 확신을 하게 된 것 같았다.

민호는 진짜 수박이 친구였고 민호가 가져다 준 선물들은 수박이가 준 선물이라는 것을.

다연이는 생각보다 쉽게 납득을 했다. 어쩌면 민호가 진짜 수박이 친구라는 걸 이해시켜 줄만한 근거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나에게 물어봤던 걸 수도 있겠고.

“휴···”

예나가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이제 알겠어?”

“응! 그 오빠는 수바기 친구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거지..! 사실 나도 조금 몰랐는데 언니 말 들으니까 알게따. 그 오빠 말이 마자. 수바기는 다른 일이 이써서 못 온 거지이···”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뭔가를 꺼냈다.

다연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연이가 꺼낸 그것이 민호에게 받은 선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연이가 꺼낸 건 수박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스티커였는데 예상대로 저번에 미호가 준 선물이었다. 다연이는 그 선물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은 채, 멍하니 바라본다.

“이게.. 선무리야. 진짜 수바기가 준 선물..!”

이제 다연이는 완전히 민호의 말을 믿는 것 같다. 저 눈빛을 보면 알겠다.

뒤에서 예나가 내게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고 입모양으로 물었다.

오히려 더 잘했다. 스티커를 보면서 감탄하는 다연이의 모습을 보면 그게 맞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후··· 빨리 수바기 만났으면 좋게따.”

다연이가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날의 수제비 시식은 만족스럽게 끝났다.

.

.

.

수제비를 테스트한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며칠이라함은 아직 햇살 어린이집의 방학이 끝나기 전을 말했는데, 다연이가 아직 식당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건 나한테 죠.”

“그래.”

나는 다연이에게 김밥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그러더니 다연이는 도도도 달려가서 손님의 테이블에 접시를 놓는다.

“마싯게 드세요.”

그러자 손님들이 귀엽다며 난리였다.

지금 다연이는 우리 식당의 서빙을 맡고 있다. 처음엔 요리를 하고 싶다고 했었지만 당연하게도 지금 다연이가 요리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신 한다고 한 것이 바로 서빙이었다.

서빙을 한다고 해도 뜨거운 건 맡길 수 없었기에 김밥이나 데일 위험이 없는 튀김을 서빙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다연이는 서빙을 한다는 사실에 만족한 것 같았다.

자기도 식당에 뭔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김밥과 튀김 매출이 확 뛰었다.

“휴.. 열씨미 일해따..”

다연이가 흘러내리지도 않는 땀을 닦는 척하면서 말했다.

“오늘 손님 많은 거야?”

“응, 오늘은 많네.”

사실 평소와 비슷했지만 왠지 그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음.. 그런데 내 생각에는 손님들이 더 마니 올 거 가타.”

“왜?”

“아까 어떤 언니가 그랬거든. 어제부터 예나 언니 학교가 어.. 뭐를 했데.”

“보충 수업?”

“응! 마자, 보충 수업.”

벌써 그 날인가. 나와 다연이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바깥으로 향했다.

이유는 다연이가 식당으로 오는 손님들을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보충 수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이 많이 올 거라면서. 다연이 바람처럼 손님들이 그렇게 극적으로 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다연이는 설레는 얼굴로 나보다 먼저 바깥으로 가서 학교가 있는 곳을 올려다봤다.

“오..!”

먼저 나간 다연이가 작게 소리를 질렀다.

“왜?”

“온다..! 손님이 온다아!”

다연이가 손가락으로 학교 쪽으로 가리켰다. 뒤늦게 따라나선 내가 다연이의 손가락을 따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어···”

“손님이들이 오고 이써!”

점심 시간에 맞춰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다연이가 그렇게 외쳤다.

다연이의 바람처럼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

다연이가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탄하기 전, 예나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교무실에서는 나름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중 평교사 사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 선생이 입을 열었다.

“....요즘 아이들이 급식을 안 먹습니다.”

그 말대로 요즘 학교 급식소는 평소보다 학생들이 확연히 적었다.

물론 오늘은 보충 수업의 첫 날이지만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총 두 가지 였는데 첫 번째는 아이들이 방학을 하기 전부터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급식 신청을 안 하는 건 또 아니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보충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문제가 됐다. 왜냐하면 보충 수업 때는 점심 밖에 먹지 않는데 점심 급식 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늘 있던 문제였다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유독 이번 학기에만 심했다. 이 문제가 두 번째 이유였다.

“....”

다른 선생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말에 딴지를 걸었다간 어떤 말이 되돌아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거죠?”

방금 전에 말했던 나이 많은 선생님이 되물었다.

사실 교무실 안에 있는 선생님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묻고 있는 선생님을 제외하고선 모두가 다 알고 있다.

“...”

“네? 몰라요?”

그래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유는 아까와 똑같았다.

“하···”

그 선생님 무리들 중에서는 예전에 다연이와 만났던 남자 선생님도 있었다.

다연이의 팬이고, 식당 사장님처럼 조용한 성격을 가진 남자 선생님. 저번에 다연이에게 싸인을 받기도 했었다.

‘빨리 가고 싶다.’

남자 선생님의 머릿속에는 이 생각 하나 뿐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바로 밑에 있는 식당에 새 메뉴가 생겼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수제비!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무조건 급식이 아니라 다연이가 있는 식당으로 가야만 했다. 물론 내일도 시간은 있지만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다. 오늘 저녁까지도 마찬가지고.

그냥 당장 가고 싶었다.

그 때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이 어떤 식당에 많이 간다고 하던데···”

남자 선생님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그러고 있을 때 청천벽력 같은 말이 떨어졌다.

“이렇게 된 거 우리라도 급식을 먹어야 됩니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죠! 그리고 학생들한테도 가급적이면 급식소에서···”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자신은 그저 지금 수제비를 먹고 싶을 뿐인데.

그렇게 무표정으로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저기 구석에서 누군가가 겉옷을 입으면서 일어선다.

이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었다.

“엇, 어디 가십니까?”

앞에서 연설을 하던 나이 많은 선생님이 묻는다. 그러자 더 나이가 많은 교감 선생님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허, 밥 먹으러 갑니다.”

“아직 급식소는 준비 중일 텐데요..?”

하지만 교감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옷을 껴입으며 말했다.

“급식소 안 갈 건데요?”

평소에 장난기도 많고 행동도 좀처럼 종잡을 수 없었기에 다른 선생님들은 교감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럼 어디로..?”

“아, 저 밑에 있는 식당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새 메뉴도 있다고 하던데.. 같이 가실래요?”

“...”

여태까지 급식을 먹어야 한다고 열띤 연설을 늘어 놓던 선생님이 굳은 얼굴을 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그러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교감 선생님을 따라서 밖으로 나선다.

“...다행이다.”

남자 선생님이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일어선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

“손님이 엄청 많다아···!”

다연이가 학생으로 가득 찬 식당을 보면서 말했다.

오늘 말고도 식당에 손님이 많을 때는 종종 있었지만 오늘은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왜냐하면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가 수제비였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으로 선보인 메뉴였는데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거기다 김밥까지 더해서 잘 나가고 있었다.

“다연아, 김밥.”

“응!”

뜬금없이 김밥이 잘 팔리는 이유는 아마도 다연이가 서빙을 하기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다연이는 김밥을 서빙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학생들과 놀고 있었다.

“오.. 다연이 서빙 잘하는데?”

“마찌. 나는 전부 다 잘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잘해.”

“마자마자.”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김밥을 가지고 간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분주했지만 다연이가 걷는 길은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쭉 갈라졌다. 그래서 다른 손님들보다 키도 작은 다연이가 사람들의 틈에 묻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김빱을 잘 주는 사라미지.”

그렇게 다연이의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지고.

“다연아, 여기!”

“네!”

사람들의 반응도 더 격해진다.

맛있는 음식에 아주 좋은 볼거리. 의도치 않게 흥행의 요소를 갖추게 된 셈이었다.

“김빱을 들고 간다!”

그렇게 격양된 목소리로 걷던 다연이가.

털썩.

뭔가에 걸려서 뒤로 넘어졌다.

“어..?”

그 순간 식당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냥 아이가 넘어졌을 뿐인데 모두의 눈이 다연이를 향해 있었다.

“아야..”

그 틈에서 다연이의 목소리만 나지막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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