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29화 (129/181)

-------------- 129/181 --------------

“뭐? 뭐 했는데?”

만세하고 있는 다연이와 밥돌이를 보고 있던 예나가 물었다.

“떡꾹.”

“떡국?”

“응.”

밥돌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예나와 친구들에게 휴대폰을 쥐어준다. 알아서 확인해라는 의미였다.

“이거 보고 있어.”

“네..”

한 눈에 봐도 잔뜩 신이 나 보이는 밥돌이가 아이들을 보다가, 다시 나를 본다. 얼마나 잘 됐길래 저런 얼굴일까.

그 때 밥돌이가 상기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고에요!”

밥돌이가 엄지 손가락을 내밀면서 말을 잇는다.

“그리고 더 좋은 건 제가 그 영상을 다연이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 중심의 요리 리뷰 정도로 편집을 했다는 거죠! 그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다연이도 좋아하는데, 영상 자체의 주인공은 제가 되는 겁니다!”

평소에 영상들을 즐겨보지 않는 나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깊이 생각해보기도 전에 밥돌이가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면··· 흥행의 요소가 ‘다연이와 요리 리뷰’가 아니라 ‘요리 리뷰와 다연이’가 됐다는 거죠!”

“아···”

한 마디로 어린 아이의 요리가 주 컨텐츠가 아닌, 밥돌이의 다양한 요리 리뷰가 주 컨텐츠가 된 셈이었다.

다연이는 지속적으로 밥돌이의 영상에 출연하진 않을 거니 영상의 주인공이 밥돌이 자신이 된 건 지속적인 영상 흥행에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있었다.

“너느은... 복덩이야!”

“하하!”

다연이는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웃고 있었다.

정말 모른다기보단 처음부터 듣지 않았다. 그냥 분위기에 윕쓸려서 계속 웃고만 있다.

“마찌!”

다연이가 그렇게 웃고 있을 때, 예나와 친구들은 밥돌이가 준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끝까지 영상을 본 아이들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와··· 진짜네요?”

“당연히 진짜지! 올린지 몇 시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조회수가 10만이야!”

나는 저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밥돌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상관없을 것 같다. 밥돌이의 성격으로 봤을 때 거짓말을 할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저 표졍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드디어 영상을 끝까지 본 예나와 친구들이 말한다.

“댓글에 다음 리뷰는 뭐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그러니까! 나 다시 떡상했다니까! 다연이 덕분에 영감을 받았다고!”

“조아!”

다음 리뷰는 다연이의 요리가 아니겠지만 애초에 저 컨텐츠의 뮤즈가 되어준 게 다연이였으니 밥돌이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마자, 나는 복덩이라고 해짜나.”

“그래!”

밥돌이가 다연이에게 다시 격하게 악수를 했다. 무슨 연예인을 만난 열렬한 팬 같았다.

아까도 그랬지만 조회수가 더 오른 모습을 본 밥돌이는 방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악수를 한다.

한 물간 1인 방송인이 다시 재기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

“나 진짜 전부 다 해줄거야?”

다연이가 밥돌이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한 말 때문이었다.

무슨 부탁이든 밥돌이가 무한정 들어준다는 말. 사실상 노예계약을 자처한 셈이었다.

물론 밥돌이가 싫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먼저 제안했을 정도로. 지금 밥돌이는 다연이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지 고민하고 있었고, 혹시 해줄 수 있는 뭔가가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그걸 해주러 식당을 뛰쳐 나갈 것만 같았다.

"당연하지! 진짜 뭐든 말해. 전부 다 해줄 거니까!”

“평생 동안 ..?”

“어··· 평생은 아니지만 엄청 많이 들어줄게. 적어도 백 개 이상!”

다연이에게 가장 큰 숫자는 100이다. 그걸 알고 있는 밥돌이가 다연이의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로 예를 들었다.

그러니까 밥돌이가 들어주는 소원은 거의 무제한이라는 말이다.

“조아! 백 개는 엄청 많은 거지.”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밥돌이와 학생들, 그리고 옆에서 웃고 있는 선생님에게 준비된 수제비를 차례대로 나눠준다.

밥돌이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라 조금 늦었지만 아직 많이 식지는 않았다.

수제비가 더 식기 전에 얼른 가져다 준다.

“우와..! 일단 비주얼은 합격인데요?”

다연이의 선생님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비주얼은 그럭저럭 좋다. 냄새도 그렇고.

“좋아··· 아주 좋아요. 제가 더 자주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밥돌이는 다연이와 노느라 배고팠는지 다소 멍한 얼굴로 말했다.

우선 먹기 전의 반응은 전부 좋다. 특히 밥돌이의 반응을 보니 김치 수제비를 메뉴에 추가로 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메뉴였고 만드는 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니까.

재료 또한 별 것 없었다. 나도 주문을 받자마자 떠올려서 만든 것이니 새 메뉴로 기본 수제비와 같이 올리는 것도 좋겠다.

“잘 먹을게요.”

다연이가 불러온 손님들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와 다연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자에 앉아있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식당 경영의 아주 중요한 점 중 하나였기에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본다. 혹시라도 거슬리는 점은 없는지.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보통 손님들이 아니었기에 그런 점이 있다면 전부 말해주겠지만 그럼에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흠···”

숨을 들이 마시니 기본 수제비 중에서 특히 자극적인 김치 수제비의 냄새가 코를 훅 찌른다.

푹 신 김치와 매콤한 청양고추를 듬뿍 넣은 매운 수제비. 밥돌이가 그 수제비를 가만히 노려본 다음, 한 숟가락 크게 집어 들었다.

“오··· 딱 좋아.”

냄새를 맡은 밥돌이가 혼자 그렇게 말한 다음, 열심히 퍼 먹기 시작한다.

“마싯게따···”

내 옆에 있던 다연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분명 방금 전에 수제비를 먹었는데도 다연이의 눈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다연이가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좋아할 줄이야. 이 많은 수제비를 새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던 내 배도 아직 꺼지지 않았는데.

“먹고 싶어?”

내가 그렇게 물으니 다연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이.”

“왜? 배불러서?”

그렇게 물으니 다연이가 대답한다.

“배부른 거도 마자. 그런데 저거는 엄청 맵자나. 저거는 안 먹어봐도 알 것 가타. 내가 머그면 너무 매워서 뱉을 거야.”

지금 다연이 눈에 다른 일반 수제비는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나마 관심이 가는 건 김치 수제비 같은데 그것도 먹고 싶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예전의 다연이라면 아무리 매워도 한 입만 달라고 했을텐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몇 번 겪어서 그런 건지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다연이를 보고 밥돌이가 말했다.

“이거 줄까? 저번에도 매운 거 잘 먹었잖아.”

잘 먹진 않았지만 밥돌이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이! 안 머거.”

그러면서 자기 입을 틀어막는다.

“크크, 알겠어. 나는 그냥 다 해주고 싶어서.”

밥돌이가 작게 웃고는 다시 땀을 흘리면서 수제비를 먹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상기된 밥돌이의 표정을 보니 지금 다연이가 돈을 달라고 해도 지갑을 전부 털어서 줄 것 같다. 그 정도로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이다.

다연이랑 과자를 먹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 둘 식사를 마쳤다.

나는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다가가서 수제비의 후기에 대해 묻는다.

“수제비 마시써써요?”

다연이가 선생님에게 묻는다.

“응! 진짜 맛있어요! 나중에 또 와도 수제비 시킬 정도로요!”

“음.. 조아. 진짜 마싯는 거 가타요.”

“이런 식사용 메뉴 많이 늘려주세요! 그러면 많이 와서 많이 먹을 게요.”

“흠흠..! 선생님이 마니 먹으러 오면 우리 오빠가 해줄거에요!”

“그래, 많이 올게! 지금도 많이 오지만.”

“마자! 선생님은 많이 오지. 마니 오는 이유도 내가 알아요. 마싯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연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우선은 다연이는 선생님과 놀게 내버려두고 아이들과 밥돌이에게 묻는다.

아무래도 밥돌이는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더러 학생들은 우리 식당의 주 손님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어땠어?”

“늘 말했던 것처럼 맛있습니다. 아주 아주 맛있어요. 제가 봤을 땐 형님께 필요한 건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밥돌이가 애써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뭔데..?”

“시간이요. 필요한 건 다연이가 빨리 자라서 이 식당의 수셰프가 되는 시간 밖에 없습니다.”

수셰프란 주방에서 셰프 다음으로 지휘가 높은 사람을 말한다. 당연히 고급 레스토랑에만 존재하는 지휘체계이고. 그러니까 밥돌이가 농담섞인 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만약에 요리사가 된다면 더 좋은 데로 가야지.”

“아..! 그것도 맞습니다!”

정리하자면 밥돌이도 수제비의 정식 메뉴 승격에 찬성한다는 의미였다.

이어서 아이들에게도 물었는데 모두 좋다고 했다.

“진짜 좋아요! 저는 아저씨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새 메뉴를 개발하실 줄은 몰랐는데.”

예나가 그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으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면 수제비를 메뉴로 넣어야겠다. 아직은 주변 사람들에게만 허락 받았기 때문에 천천히 손님들의 반응도 살펴봐야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선생님과의 대화를 끝낸 다연이가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아, 마따. 언니한테 말해주고 시픈 거 이썼는데.”

“뭔데?”

“우리 식당에 수바기 친구 놀러온 거?”

“수박이?”

“응!”

다연이의 말에 의아해 하고 있던 예나가 다시 묻는다

“수박이 친구···?”

충분히 의심스러울 만한 단어였다. 수박이는 티비 속 캐릭터였으니까. 저렇게 고개를 갸웃거릴만 했다.

“그래!”

“친구 누군데..?”

“이름 말해줄게. 어··· 이름이 뭐였더라..”

다연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장..민호라고 해써. 이름이 그거야.”

“장민호..?”

이름을 되뇌던 예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 친구들에게 말했다.

“아..! 걔 맞지? 유도.. 한다는 애?”

그러자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도를 한다니. 그래서 몸이 좋았던 거구나.

아이들이 맞다고 대답하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다연이가 물었다.

“..? 언니 아는 사람이야?”

“알진 않고.. 그냥 같은 학교 다니는 후배지.”

“오··· 후배가 뭔지 모르는데 대단한 거 가타··· 그러면 내가 뭐 물어봐도 돼?”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하다.

뭘 물으려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응..? 그래, 물어 봐.”

예나가 그렇게 말하자 가만히 보고 있던 다연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새 주변 사람들도 다연이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조용하고 축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다연이가 말했다.

“그 사람··· 수바기 친구 아니지..? 거짓말 한 거지?”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