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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23화 (12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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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매워야 하는데. 그렇게 밥돌이가 깜짝 놀라고, 다연이가 웃고, 그걸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음..?”

그런 계획과는 달리 밥돌이는 그냥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을 뿐이었다.

“아..! 이 김밥이 아닌 거군요..!”

그렇게 말한 밥돌이가 다른 김밥을 집어 들어서 먹지만 똑같은 반응을 보일 뿐이다.

원래 밥돌이가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청양고추를 넣겠다는 생각을 한 거고.

그렇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 할 줄은 몰랐다.

“어..? 이것도 아닌데···”

밥돌이는 이제 다연이의 장난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다연이는 여전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서 있다.

결국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밥돌이는 다연이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아..! 다연이가 음식을 너무 잘해서 청양고추를 넣었는지도 몰랐나 보네..!”

“정말···?”

밥돌이의 말에 다연이는 슬쩍 손을 치우고 고개를 내밀었다.

“당연하지..!”

잠깐 생각해보던 다연이가 중얼거린다.

“음··· 그럴 수도 이쓸 거 가타.. 나도 너무 마싯으면 잘 모르지이.”

“그래..! 나도 그랬던 것 같네! 다연이가 해준 김밥이 너무 맛있어.”

밥돌이는 슬쩍 웃는 다연이를 보고 나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혹시 처음에 먹었던 게 고추가 많이 들어간 김밥인가요..?”

“응, 맞아.”

“아.. 어쩐지 조금 매콤 하더라니.. 저는 원래 그런 김밥인 줄 알았네요.”

“청양고추 꽤 많이 들어갔는데?”

“원래 매운 걸 좀 좋아해서 그런지 몰랐어요..”

다연이에게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못해서 실망한 듯 보인다. 그에 반해 조금 자신감을 회복한 듯 보이는 다연이가 얼굴을 감싸쥐던 양손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밥도리 이제 떡꾹 머거보자. 이거 엄청 마싯을 거에요.”

“응..! 알겠어.”

장난도 끝났으니 이제 제대로 식사를 시작할 시간이다. 원래 우리도 같이 먹으려 했지만 우선은 밥돌이의 반응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다연이가 그러길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머찐 요리사라고 해써···”

다연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밥돌이의 평을 기다린다.

“자··· 그럼 먹어 볼게요..”

밥돌이가 커다란 덩치를 움직여서 숟가락을 집어 든다. 덩치가 큰 탓인지 숟가락이 작아보인다.

곧이어 숟가락 위로 올라간 국물과 떡. 거기다가 떡국에 얹어 놓은 고명도 추가해준다.

광고 사진 같은 모습이다. 그만큼 맛깔나고 먹고 싶게 만든다.

“암..”

떡국을 입에 문 밥돌이가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고급 레스토랑에 온 손님처럼 먹는다.

솔직히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지만 다연이가 만든 음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린다는 의미 같았다.

“마시써요···?”

긴장한 듯 보이는 다연이가 작게 묻는다. 밥돌이는 기다릴 틈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응! 너무 맛있는데? 김밥도 그렇고 떡국도 그렇고, 진짜 맛있어요. 국물 맛은 깊고 김밥도 제 취향입니다! 저는 청양고추를 넣은 게 훨씬 더 제 휘향에 맞습니다!”

“오··· 장난치려고 했는데에··· 밥도리는 매운 게 더 조쿠나..?”

“응, 그런 것 같아!”

얼떨결에 밥돌이 취향의 김밥을 만든 것 같다. 오히려 그게 더 좋다니.

밥돌이의 대답을 듣고 감명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던 다연이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내가 엄청 마싯는 매운 김빱 만드러 줄게요!”

그렇게 말한 다연이가 다시 주방을 후다닥 달려갔다. 그런 다연이를 바라보고 있던 밥돌이가 말한다.

“진짜 맛있어요. 다연이 정말로 요리사 시켜도 되겠는데요?”

“.....맞아.”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주접을 떠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떡국도 물을 끓이는 것처럼 다연이같은 어린이가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도와준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다연이는 레시피를 전부 알고 있었을 뿐더러 요리의 주도도 다연이가 했다.

그리고 김밥도 이제는 익숙하게 잘한다.

“저 농담 아니고 진짜에요. 다연이도 요리하는 거 좋아하니까요. 게다가 엄청 맛있기도 하고!”

“응, 나도 농담 아니야. 다연이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지.”

“오··· 그러면 이제부터 다연이가 새 주방장이군요..! 그러면 더 자주 와야겠어요.”

아직은 그냥 다연이일 뿐이겠지만 나중에 더 큰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진짜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라도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방에서 열심히 김밥을 말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오빠! 매운 고추는 어디에 이써?”

“꺼내줄게. 잠시만 기다려."

“응!”

밥돌이의 칭찬에 한껏 신이 난 다연이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

다연이가 밥돌이를 대접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김밥이 완성됐다.

적당히 잘라서 처음 내놓는 김밥처럼 식탁으로 내놓는다. 그러고 난 다음, 나와 다연이도 식사를 하기 위해 제 몫의 떡국을 가지고 나온다.

“이거 머그면 7살이 된다고 해찌.”

“크크, 맞아. 알고 있었네?”

얼떨결에 새해 첫 떡국을 함께 하게 된 밥돌이가 말했다. 우리는 오늘을 위해서 새해 첫 날에도 떡국을 먹지 않고 있었다. 이왕이면 밥돌이와 같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샹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연이도 격하게 동의했었고.

그리고 다연이에게는 떡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었다.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이야기.

“나는 이제 7살이야.”

“그래.”

나도 다연이와 같이 떡국을 먹는다.

맛을 보긴 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때면 늘 긴장된다. 잘 만들어졌을지, 어딘가맛이 이상하진 않을지, 하는 걱정이 계속해서 든다. 물론 그런 걱정도 음식을 한 입 먹을 때면 금새 사라졌지만.

다연이와 같이 만든 떡국을 한 입 먹는다. 따뜻한 떡국이 조금 쌀쌀한 식당 안의 온도와 비교돼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 거기다 쫄깃한 떡과 간이 잘 된 국물까지 전부 다 좋다.

솔직히 다연이가 간장 국을 만드는 바람에 조금 걱정했었다. 미리 맛까지 보고 밥돌이에게 내놨음에도 직접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먹어볼 때까지 불안함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먹어보니 알겠다. 잘 만들었다.

“이거.. 내가 만드러서 엄청 마시따! 아.. 아니, 나랑 오빠가 가치 만드러서 마시써.”

그렇게 말하면서 떡국을 열심히 먹는다.

떡국과 같이 만든 김밥도 맛있다. 밥돌이의 취향에 맞춰서 청양고추를 넣은 김밥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평범한 김밥의 맛에 매콤한 매운 맛을 곁들여주니 잘 어울린다. 특히 밥돌이나 나처럼 평범한 김밥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 괜찮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분식집은 청양고추를 넣은 김밥을 팔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 식당은 그러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보다 맛있는데.

그 때 다연이가 김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거 엄청 매운 거자나. 먹으면 혀가 아파.”

“오빠는 괜찮아. 다연이가 먹으면 아프지만.”

“오··· 엄청 세서 그런 거구나..”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다연이도 빨리 커서 매운 것도 빨리 먹을 수 있길 바라는 것처럼 서둘러 떡국을 먹는다.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늘어 날테니까.

“한 그릇 더 줘!”

후다닥 한 그릇을 비워낸 다연이가 더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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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나는 이제 9살이야.. 민우 오빠보다 한 사리가 더 많치···”

식사를 끝낸 다음, 다연이가 의자에 기대어 그렇게 말했다.

다연이는 떡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맛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러고 보니 차라리 떡국의 양을 늘린 게 잘한 일이었다. 밥돌이와 다연이가 먹는 양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

“흠흠, 다연이도 꽤 먹는 구나?”

아예 떡국을 만든 냄비를 옆에 둔 채 먹고 있는 밥돌이가 말했다.

“그러치, 나는 마니 먹는 사라미야. 왜냐하면 엄청 마싯기 때문이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아까보다 더 기운이 좋다.

밥돌이는 떡국을 담아 놓았던 냄비를 몇 번이나 숟가락으로 긁어 먹은 다음에야 만족한 듯 숨을 내쉬었다.

“잘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줄도 몰랐어요.”

“헉..! 나도 몰라써···”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식사를 했으니까.

누가 본다면 몇 분 안에 먹어야 하는 미션이라도 있는 줄 알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렇게 포식을 끝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선다. 밥돌이가 확인해야 할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준 트리는 괜찮았어요?”

바로 저번에 선물해줬던 트리 때문이었는데 우리 식당엔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밥돌이가 다시 가져가기로 했다.

“응, 다연이도 좋아했어.”

“우리 집에 트리가 이써서 친구들이 부럽따고 말해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다연이를 데리고 트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밥돌이는 실망한 다연이를 위로해주느라 지치고 배도 불러서 나른할 텐데도 힘이 넘쳐 보인다.

“일단 확인만 하고 나중에 차로 가져가야 겠어요.”

자신있게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던 다연이는 후다닥 달려오더니 밥돌이와 나를 앞질러서 식당 앞에 있는 트리로 재빠르게 다가간다.

트리 밑에는 다연이가 밥을 주곤 했던 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었고, 트리 위에는 작은 뭔가가 있었다. 너무 작아서 자칫하면 못 알아봤을 정도다.

“저게 뭐야..?”

다연이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트리로 가까이 다가갔고.

“저게 뭐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밥돌이가 나에게 물었다.

트리 위에 있는 작은 뭔가의 정체를 알아낸 다연이가 다시 되돌아와서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말했다.

“쉬잇··· 저거 참새야··· 참새 자니까 나중에 가져가요···”

말로만 들었을 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트리 위에서 자고 있는 참새와 밑에서 지키고 있는 고양이라니.

하지만 여태까지 있었던 일 때문에 나는 쉽게 납득했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건 밥돌이 뿐이었고.

“네..? 참새가 저기에서 자고 있다고요···? 그럼 밑에 있는 고양이가 잡아먹잖아?”

“아니야··· 참새랑 고양이는 친구지··· 그래서 괜찮아.”

밥돌이는 여전히 이해 못하는 눈치였지만 다연이의 만류에 다시 식당 안으로 향했다.

“어··· 형님,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거든요··· 나중에 설명해주실 거죠?”

지금은 그냥 다연이의 결정에 따르고 나중에 설명해줘야 한다.

“응, 말해줄게.”

식당에 도착한 다연이는 휴대폰으로 트리 사진을 찍으러 갔고, 나는 밥돌이에게 설명을 시작하려 한다.

아마 트리는 참새가 잠에서 깨고 난 뒤에야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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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 지도 며칠이 흘렀다. 이제 다연이는 7살이 된 것에 익숙해졌고, 어린이집의 방학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전에 밥돌이와 같이 찍었던 영상은 아직 편집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꽤 재밌는 영상이 뽑혀서 더 공을 들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공을 들인 영상은 늦어도 내일 쯤이면 올라갈 거라고 했다.

나와 다연이도 온 힘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던 만큼, 영상의 반응이 궁금하다.

“헤헤..”

한편 밥돌이의 지난 영상들을 보면서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던 다연이는 이내 그것도 지겨워졌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어디 가려고?”

“바까테 갈 거야. 고양이랑 놀아야지.”

그렇게 말하고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어린이집에 가질 않으니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조심해.”

“응!”

다연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창문 너머로 다연이를 주시한다. 이렇게 추운데도 바깥에서 노는 게 그렇게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연이를 지켜본다.

***

바깥으로 나선 다연이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고양이를 만지고 있다.

고양이는 그런 다연이의 손길이 좋은지 온 몸을 다연이에게 맡기고 있다.

“고양이는 엄청 부드럽다아..”

그렇게 말하면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을 때.

“어..?”

저 멀리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눈에 띠었다. 실제로는 처음으로 본 무언가였는데 티비에서는 자주 본 기억이 있다.

“어···..?”

그 뭔가를 계속 지켜보던 다연이는 조금씩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저것의 정체가 정확하게 뭔지.

멀리 있는 무언가는 열심히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다. 하지만 다연이는 그 종이가 뭔지에 대해서 관심 없다.

단지 종이를 나눠주고 있는 그 무언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 저거 마자. 그거야!”

그것의 정체를 확신한 다연이가 크게 외쳤다.

여태까지 다연이가 많은 인형을 선물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티비에서만 본 적 있는 그 캐릭터가 지금 다연이의 눈앞에 있었다.

“수바기..!”

종이를 나눠주고 있는 뭔가는 바로 다연이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수박이였다. 다연이의 최애 캐릭터 수박이.

"수바기다아..!"

잔뜩 신이 난 다연이가 발을 동동 굴리며 감격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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