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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20화 (1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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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법이··· 있구나..!"

새삼 놀란 얼굴을 한 혜원이는 뭔가 대단한 진리라도 깨우친 사람처럼 박수를 치며 말했다.

"...."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좋아하니까 괜찮은 건가.

그 때 혜원이의 아빠가 말했다.

"오..! 그러면 다연이 허락만 맡으면 다연이 오빠 빌려주는 거야?"

"네, 원래는 안 되는데 혜워니라서 특별히 빌려주는 거에요. 다른 사라믄 안 되는 거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음··· 좋아. 그러면 엄청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다연이한테 부탁하면 되겠다. 그렇죠, 지훈 씨?"

장난스런 목소리로 웃으며 묻는 혜원이 엄마에게 대답했다.

"네···"

"근데 해야 하는 게 하나 이써요."

힘없이 대답하는 내 말을 이어서 다연이가 눈을 부릅 뜨고 말한다.

"뭔데?"

"나한테 마싯는 거 줘야해요. 그리고 오빠한테도 엄청 마싯는 거 줘야해."

다연이는 자기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강한 긍정을 담은 고갯짓이다.

"크크, 알겠어. 맛있는 거 많이 줄게. 그러면 빌려 줄 수 있는 거지?"

"아..! 그리고 나도 가치 불러야 돼! 혜워니도 가치 나랑 놀아야 하고, 오늘 놀았던 거기도 또 가야 돼. 그리고 또.. 다음에는 오빠도 가치 가는 거지..! 그러면 빌려도 돼요."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긴 다연이가 그제야 후련한 얼굴을 한다.

"다연이... 이제 보니까 협상하는 데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혜원이의 부모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다연이만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쌍이 뭐야?"

"바꾸는 거. 다연이 바꾸는 거 잘한다고."

"오..! 그거 마찌. 나는 전부 다 잘해."

만족스러운 협상을 마친 다연이와 혜원이네 가족은 그제야 의자에 앉아서 식사할 준비를 한다.

그 동안 나는 미처 끝내지 못했던 요리를 마무리한다.

따뜻하게 잘 익은 고기를 접시에 덜어낸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을 때, 혜원이 아빠는 아이들이 먹을 고기를 먹기 좋게 썬다.

곧이어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음식들. 새우 구이와 샐러드, 스테이크 모두 다연이에겐 친숙한 음식이다.

어디에선가 먹어본 적도 있고, 또 좋아하는 음식들.

그 음식들을 마주한 다연이가 혼자 작게 읊조렸다.

"와···! 엄청 마싯는 거다."

맛있는 음식들이 펼쳐져 있는 테이블 위로 혜원이의 손이 올라온다.

"아저씨, 이제 먹어도 돼요?"

"응, 먹어도 돼."

"와아··· 맛있게 먹을게요!"

혜원이가 먼저 포크를 들었다.

"나도 같이 했는데.."

시무룩한 아빠를 뒤로 하고 기대감에 젖은 손짓으로 집어든 건 갈색빛으로 노릇하게 구운 스테이크였다.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는 스테이크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반듯하게 자른 스테이크의 불그스름한 속살이 보인다.

덜 익은 듯 보이지만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속살이 소고기 특유의 맛을 더 잘 살려줄 거다.

"암."

혜원이가 소고기 조각을 입에 문다. 그리고 작게 오물거렸다.

"마시써?"

다연이가 물으니 혜원이는 놀란 눈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지금은 고기를 먹는 데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도 빨리 머거야지."

혜원이의 반응을 보고 잔뜩 기대를 한 다연이가 포크로 고기 한 조각을 집어든다.

그리고 나도 다연이를 따라서 고기 조각을 집어 먹었다.

"오..! 마시따아!"

살짝 태우듯이 구워내서 빈틈없이 가로막힌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져서 소고기 본연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쌀쌀한 바깥 온도에도 잘 맞게 따뜻한 음식이다.

"이러케 마싯는 걸 하고 있었다니···! 나도 안 놀러가고 여기에서 요리할 걸..!"

요즘 부쩍 요리에 자신감이 붙은 다연이가 호기롭게 외쳤다.

비록 여기에 있어도 다연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테지만 마음만은 이미 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였으니까.

"그래쓰면 나는 엄청 더 머찐 요리사가 될 수도 이썻는데..!"

"그래, 다연이 말이 맞아."

"응."

내 대답에 만족한 다연이가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는다.

다음은 새우 구이다. 노릇하게 잘 익은 새우.

다연이가 처음으로 새우를 먹은 때는 저번에 혜원이네와 같이 캠핑에 갔을 때다.

그 때, 다연이도 그렇고 혜원이도 새우를 맛있게 잘 먹었기에 이번 저녁에도 새우 구이를 준비했다.

"이거 까죠."

"그래."

다연이가 새우 구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다연이 몫의 새우 껍질을 깠고, 덩달아 혜원이가 먹을 새우 껍질도 까준다.

"우와··· 맛있게 먹겠씁니다."

"그래."

아이들이 오기 전에, 나와 혜원이 아빠도 맛을 본다는 명분 아래 새우 구이를 먹어 봤었다.

껍질을 까자마자 올라오는 새우의 향과 먹자마자 입 안 가득 퍼지는 맛.

캠핑을 가서 먹었던 새우 구이보다 더 맛있다. 물론 그 때의 새우 구이도 지금 못지 않게 맛있었지만 조절이 힘들었던 불의 세기로 약간 탄 것도 있었다. 물론 그 쓴 맛은 캠핑의 분위기 덕분에 그리 신경 쓸만한 맛이 아니긴 했지만.

새우 구이의 맛으로만 볼 때는 지금이 훨씬 잘 됐다. 그만큼 맛있다.

그 때 혜원이가 말했다.

"우와··· 새우도 엄청 맛있어요.. 이것도 아저씨가 해서 맛있는 거에요?"

그 말에 다연이가 먼저 대답했다.

"응! 마싯는 건 오빠가 다 한 거야. 예전에도 마싯는 새우 만들었잖아."

"마자! 감사합니다, 아저씨."

혜원이가 새우를 오물거리면서 말했다.

새우는 내가 아니라 혜원이 아빠가 구운 건데도.

"이거 내가 한 건데···"

작게 중얼거린 혜원이 아빠가 고기를 깨작깨작 집어 먹는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 와중에 혜원이네 엄마가 키즈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 자기야. 오늘 키즈 카페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아니."

그렇게 말한 혜원이 엄마가 살짝 들뜬 얼굴로 말을 이었다.

"거기에 있는 남자애들이 우리 혜원이랑 다연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더라."

"정말요?"

내가 물으니 다연이가 대신 대답했다.

"마자. 우리끼리 놀려고 했는데 자꾸 따라와써."

아이들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 와중에 혼자 신이 난 혜원이의 엄마가 말을 이었다.

"남자 애들이 애기들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같이 놀자고 하더라. 예쁜 건 알아가지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관심 없다는 듯 고기를 먹는 데에 집중한다.

"우리 어렸을 때 생각나지?"

"아뉘···"

혜원이 아빠는 여전히 축 늘어진 얼굴로 고기를 먹는다.

원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혜원이네 엄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다연이 보고 싶어서 식당에 찾아온 애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네, 있었어요."

"키즈 카페에서도 그 애 못지 않게 남자 애들이 다연이를 따라다니던데요. 같이 놀자면서요."

이러다 식당에까지 찾아오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다연이의 보디가드는 민우나 어린이집 아이들이면 충분했다.

"다연이가 오빠 분을 닮아서 인기가 많네요."

그러면서 큭큭 웃더니 식사를 이어나간다.

그 많던 음식들은 금새 사라졌다. 아이들이 전투적으로 식사를 한 탓도 있지만 혜원이네 부모님들도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우와··· 맛있어요. 진짜 나중에 다연이한테 지훈 씨 빌려야겠네요···"

포만감에 숨을 훅 내쉬면서 말했다.

"엄청 맛있었어요! 엄청 잘 머겄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마싯을 줄 아라써. 오빠가 해쓰니까."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고선 자기들끼리 놀기 위해 거실로 달려갔다.

이제 테이블에는 어른들만 남아있다. 뛰어가던 아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혜원이네 아바가 말했다.

"...이제 어른들끼리 놀까요?"

다른 대답을 찾으려 했지만 딱히 다른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대답했다.

"...네."

.

.

.

"우와··· 혜워니 선물도 엄청 재밋네···! 나중에 내 꺼도 가치 가지고 놀자."

"구래."

어른들끼리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흘렀고 아이들도 이제 지친 듯 보인다.

"하.. 오늘 재밌었다."

다연이나 혜원이가 했을 말 같지만 아이들이 아니라 혜원이네 엄마가 한 말이었다.

"후, 이렇게 후련하게 털어 놓은 건 지훈 씨가 처음이에요."

"네."

많은 이야길 했지만 나는 그냥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랬는데도 혜원이 부모님은 조금 후련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있다.

"사실 저희는 친한 친구가 많이 없어서요."

"네."

했던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혜원이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이렇게 일찍 결혼을 하게 됐고, 왜 친구가 없게 됐는지,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

흔한 이야기라고 했다.

흔한 이야기였지만 그 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나 뿐이라고 했었고. 지나치게 조용한 이 성격 덕분에 오히려 더 편했다고 말했다.

"흠.. 더 친하게 지내요."

"네."

무미건조하게 대답했지만 나도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랬다.

여느 어린 부부처럼 어린 날의 일로 혜원이가 생기게 됐고 또 결혼하게 됐다는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

하지만 흔해서 더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는 흔하다는 말로 넘길 정도로 쉽지 않았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고, 취업을 하고.

다른 상황이지만 나랑 비슷한 점은 많았다. 그래서 더 배울 점도 많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혜원이네 부모님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로."

"네, 진짜로."

그리고 그 일로 친구도 별로 못 사귀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일로 험담을 하는 이도 있었기에 고등학교의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내가 처음이라고도 말했다.

자기도 왜 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이들은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른 채 자기들끼리 인사하기 바빴다.

다연이도 오늘 원없이 놀았던 탓인지 후련하게 인사했다.

"안뇽. 어린이집에서 보자아."

"응, 안녕."

아이들의 귀여운 인사가 끝나고 우리는 배웅을 받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맛있는 음식도 얻어 먹었고, 혜원이네와도 조금 더 친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만 당연하게도 후회하진 않는다. 그냥 더 친해져서 좋을 뿐이다.

"오늘 진짜진짜 재미써따. 고기도 마니 먹어서 조아."

"다행이야."

"다행이지이."

다연이가 내 말을 따라하면서 집으로 걸었다.

.

.

.

그렇게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새 새해가 밝았다.

새해까지 잠들지 않겠다면서 눈을 부릅 뜬 다연이는 허무하게 잠들었고, 지금 새해를 넘긴 둘째 날에 우리들은 여전히 식당 안에 있다.

"아이.. 나는 안 자려고 했는데에."

다연이는 이틀 전, 새해로 넘어갈 때 잠을 잤던 일이 분한지 뾰루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지금 우리가 식당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장사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다연이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고 또, 다연이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연이도 그러고 싶다고 허락했었고.

"나 진짜 안 자려고 했는데.. 갑짜기 인형이가 생각나써. 그래서 눈 감고 인형이 생각했는데··· 근데 갑짜기 자써."

어제 다연이는 인형을 껴안고 잠들었다. 아마 이틀 전의 변명을 하는 것 같다.

"원래 안 잘 수 이썼는데. 인형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

"맞아."

내가 대답하니 다연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다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식당 문이 열린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었다.

"안뇽, 밥도리!"

"안녕, 다여니!"

다연이가 반갑게 밥돌이를 맞이했다.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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