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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9화 (11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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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아··· 다연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진짜 요리사가 됐구나..!"

"마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그게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이 재밌어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전부 꿈이 있지만 다연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돌적인 아이는 드물테니 저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그러고 있을 때, 혜원이네 부모님이 나를 툭툭 치며 말했다.

"오.. 선물 좋은데요? 다연이, 요리사 되고 싶어 한다는 건 혜원이한테 들었어요."

"네, 그냥 다연이가 저번부터 계속 말해서 저걸로 준비한 거에요. 혜원이도 자기 선물 좋아하는데요, 뭘."

둘 다 선물에 만족해서 다행이다. 서로에게 자랑하기 바쁘면서도 자기 선물에 아쉬워하지 않으니까.

"나는 엄청 머싯는 요리사라고 말해찌. 너무 머싯어서 사람들이 먹고 시퍼하는 요리사."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본다. 나는 그런 요리사가 아닌데.

"그래."

"마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다연이가 다시 장난감 칼을 집어 넣는다. 이제 자랑 시간이 끝난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놀러 갈게. 요리 잘하고 있어요."

"걱정 말고 놀다 와."

"네."

혜원이네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선다.

"안뇽."

이번에는 내가 요리하는 것보다 키즈 카페에서 노는 게 더 기대가 됐는지 예나네 집에 맡겼을 때와 다르게 순순히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내가 얼마나 재미썼는지 말해 줄게. 엄청 재미쓰면 나중에 오빠랑 또 갈 거야."

"그래."

다연이가 그 말만 남겨두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이 떠나고 문이 닫혔다. 이제 혜원이네 집에 남아있는 건 혜원이의 아빠와 나 밖에 없다.

"후··· 이제 좀 조용해졌네요."

혜원이네 아빠가 아주 살짝 후련한 얼굴을 한다.

아무리 자기 딸이라도 아직 어리니까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지훈 씨도 좀 후련하죠? 없으면 보고 싶은데 옆에 있으면 놀러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모든 아빠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소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니까.

다연이에게서는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했지만. 귀찮게 하지 않으려 다연이도 노력했었으니까. 물론 나는 하나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가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으니까 우리는 여유를 좀 즐기면서 준비해보죠."

"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얻게 된 혜원이네 아빠가 후련한 미소를 지으면서 요리를 준비한다.

천천히 준비를 하면서, 혜원이 아빠가 내게 말했다.

"이럴 때는 몰래 게임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맞죠? 저희끼리도 놀고 그래야 더 친해질 텐데요."

혜원이 아빠는 게임에 관심이 있는지 집 곳곳에 그런 흔적들이 있었다.

물론 그 흔적들마다 혜원이의 솜씨로 보이는 스티커들도 같이 붙어있었지만.

혜원이네 집은 대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이었다.

아이가 있는 흔적이 다분했고 집도 일반적인 가족들이 지내는 그런 흔한 집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혜원이네 부모님은 젊은 나이에 혜원이를 낳았으니 그리 여유있게 살진 못했을 거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보는 전체적인 혜원이네 집과 가족은 그랬다.

"집이 예쁘네요."

"예쁘죠! 혜원이가 있으니까요! 지훈 씨네 집도 그렇지 않아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우리 집도 혼자 살 때와는 다르다.

"그렇네요."

"크크, 애들이 낙서를 많이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이제 요리 시작해 볼까요?"

"네."

두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저녁 메뉴는 고기류 위주의 음식들이다. 거기에 새우나 다른 메뉴들도 넣어줄 거지만 메인은 스테이크다.

사실 아이들과 잘 맞는 음식은 아니다. 그리 건강한 메뉴도 아니고 아이들이 먹기엔 조금 질리거나 느끼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보통 아이들에게나 그랬고 다연이와 혜원이는 조금 달랐다.

우선 다연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고기라고 대답할만큼 고기를 좋아한다.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고기라면 가리지 않는다.

혜원이도 못지 않게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다른 음식보다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해주는 걸 더 좋아할 거다.

"일단은 스테이크 말고 다른 메뉴들부터 시작합시다! 그럼.. 새우부터 구워볼까요?"

"네, 그러죠."

스테이크는 가장 마지막에 구울 예정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올 때에 맞춰서 따뜻한 고기를 먹일 수 있을 테니까.

혜원이 아빠의 신호에 맞춰서 요리를 시작한다.

겨울 날이라 약간 찬 기운이 맴도는 집 안이 순식간에 따뜻한 훈기로 채워진다.

더불어서 먹음직스런 새우 냄새도 스르르 흘러 들어온다.

새우 구이는 혜원이 아빠의 몫이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을 장식할 스테이크가 내 몫이었기 때문에 혜원이 아빠가 이런 사이드 메뉴는 자신이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저도 꽤 잘하죠? 우리 집에서 요리는 전부 제가 맡고 있습니다!"

꽤 자신감 넘치는 혜원이 아빠의 말처럼 프라이팬 위에서 새우가 열심히 뒹굴거린다.

부지런하게 뒹구면서 천천히 익어가는 새우. 동그랗게 말린 새우가 노랗게 익어간다.

"네, 맛있겠네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새우를 보고 있으니 캠핑 가서 새우를 맛있게 먹었던 다연이가 떠오른다.

그렇게 몇 가지 음식들을 더 준비한다. 샐러드도, 입가심할 수 있는 과일들도 준비했다.

마치 레스토랑 같기도 했지만 레스토랑의 요리사는 아니었다. 그냥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후.. 이 정도면 얼추 완성됐네요."

마지막으로 세팅까지 예쁘게 됐다.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린다.

"그러면 이제 아내한테 전화할까요?"

아직 스테이크는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시간도 있으니 지금 전화하면 시간이 딱 맞을 거다.

"네, 그럼 저도 지금 시작할게요."

"오.. 알겠어요. 지훈 씨가 만든 건 저도 좀 기대되네요."

혜원이네 아빠는 살짝 웃은 다음, 전화를 걸었다.

"응, 지금 오면 될 것 같아."

그러더니 전화기 너머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여기 엄청 재미따!"

다연이 목소리였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진짜 재밌긴 한 것 같다.

"빨리 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제는 내 차례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스테이크를 완성시켜야 한다.

사실 혜원이 아빠가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기 전부터 요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혜원이네가 준비한 좋은 고기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놓았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기 전에 미리 간이 배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간을 해 놓은 스테이크를 톡톡 쳐서 소금과 후추의 맛이 더 잘 스며들게 해준다.

"오.. 벌써부터 맛있을 것 같은 건 뭐죠? 고기라서 그런가···"

나는 혜원이 아빠의 기대를 받으면서 요리를 이어나간다.

사실 나는 스테이크를 요리하는 법을 잘 모른다. 당연하게도 스테이크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대신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영상을 참고했다.

그 영상 속에서 이렇게 간이 배도록 하는 과정을 시즈닝이라고 했다.

"고기라서 그런 거 맞을 거에요."

그렇게 간을 하는 과정이 얼추 끝이 났으면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가득 두르고 달궈질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충분히 달궈졌다 싶으면 흥건한 기름 위로 스테이크를 얹는다.

치이이익!

강렬한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어가기 시작한다.

참고로 스테이크의 겉면은 살짝 태우듯 익혀야 된다고 한다. 이유는 고기 안에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와..! 소리가..!"

혜원이네 아빠가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기는 누구에게나 기대감을 들게 만드는 법. 그만큼 강렬하고 기대감을 짙게 만드는 소리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맛있게 익어가는 스테이크.

양면은 이미 완전히 익었다.

그렇게 스테이크 옆면까지 모두 확실하게 구워준 다음, 적당한 때에 밖으로 꺼낸다.

"잘 됐는지 한 번 볼까요?"

"그래요!"

혜원이 아빠의 말에 따라서 고기를 자른다.

스르르.

부드럽게 잘리는 스테이크. 그 사이로 불그스름한 고깃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겉은 알맞게 익었고 속은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렇게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었다.

"시식··· 해 봐야겠죠..?"

혜원이 아빠가 잔뜩 기대한 눈으로 묻는다.

"네, 해 봐야죠."

나는 혜원이 아빠가 스테이크를 맛보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고기 조각을 건넨다.

방금 구워내서 아직 따뜻한 고기. 나는 그것을 바로 입에 넣었다.

"오···! 맛있어..!"

혜원이 아빠의 말처럼 맛있다.

육즙을 단단히 가둔 고기를 한 입 베어무니 고기 안에 머금고 있던 물이 주르르 새어 나온다.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는 다음 고깃 조각을 탐하듯 중독적이다.

"지훈 씨, 오늘 스테이크 처음 해보신 거라고 했죠?"

"네, 그래도 요리하기 전에 영상 한 번 봤어요."

"영상 한 번 본 걸로 이 정도 퀄리티의 스테이크를 만들었다고요? 와.. 지훈 씨 부르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과한 칭찬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혜원이 아빠는 크게 감명 받았는지 계속해서 칭찬을 이어나갔다.

육즙이 가득 들어있다느니 역시 식당 사장님은 다르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애들도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혜원이 아빠가 싱긋 웃는 걸 보니 나도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게 요리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오빠!"

여전히 신난 얼굴을 한 채, 아이들이 달려온다.

표정을 보니 키즈 카페가 정말 좋았긴 했던 모양이다.

"우리 혜원이, 왔어?"

"응!"

다연이도 후다닥 달려와서 나를 올려다본다.

"나 와써!"

"그래, 재밌었나 보네."

"응! 근데 그거는 모야?"

다연이는 내가 요리하고 있는 스테이크를 가리키며 물었다.

"스테이크. 다연이랑 혜원이 먹으라고 만들고 있었어."

내 말에 다연이가 감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혜원이 아빠가 말을 잇는다.

"다연이, 아직 오빠가 만든 스테이크 안 먹어 봤지?"

"네."

"아저씨는 먹어 봤거든? 근데··· 진짜 맛있어!"

다연이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진다. 그리고 곧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선 말했다.

"후후··· 우리 오빠는 마싯는 요리를 엄청 잘하는 사람이라서 그러치. 아저씨도 그거 아라서 우리 오빠한테 요리해 달라고 말한 거자나요!"

"큭큭, 맞아. 다연이 오빠는 최고니까."

"그거또 마찌. 최고 오빠야."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혜원이 아빠의 반응에 만족하고 있을 때 혜원이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다여니는 부럽따···"

"왜?"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맛있는 고기 못 만드는데···."

혜원이의 팩트 공격에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뭐라 할 말을 못 찾고 있었고, 혜원이네 부모님은 조금 당황스런 얼굴을 한다.

혜원이를 위로하기도,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런 조용한 상황 속에서 오직 다연이만이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칠 듯 보이는 다연이가 마침내 입을 연다.

"괜차나. 괜차는 거야."

"진짜..?"

"응! 왜냐하면 혜원이도 마싯는 고기 먹을 방법이 이꺼든!"

"뭔데···?"

다연이의 말에 모두가 집중한다. 그 때 다연이가 잔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 빌려줄게!"

기다리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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