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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8화 (11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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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죠! 내일이 크리스마스니까요."

"네, 오늘 미리 사둬야해서요."

"지훈 씨가 장난감 코너에 오신거면 당연한 건데 생각도 안 하고 물었네요."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싱긋 웃는다. 그러고 다연이 선생님과 여러가지 대화를 나눴다.

다연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크리스마스 때 뭘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는 혜원이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고선생님은 고향에 내려갈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훈씨는 다연이한테 그거 선물로 주시려고요?"

"아, 네."

나는 손에 쥔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우와, 다연이가 좋아할 것 같아요. 지훈 씨도 센스가 좋네요."

"저는 다연이가 좋아할지 조금 걱정되서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선생님도 괜찮은가 보네요."

"네! 다연이가 어린이집에서도 계속 요리사가 될 거라고 말했거든요!"

내가 고른 선물은 자그마한 요리 장난감이었다. 요리 도구가 있고 요리 과정을 흉내낼 수도 있는 장난감.

요리사가 되고 싶다던 다연이의 다짐은 날이 갈수록 더 확고해졌고 그런 다짐이 내가 고를 선물에 도움을 줬다.

평소에 다연이도 이런 걸 가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걸 선택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다연이가 당연히 좋아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럼에도 조금 걱정 됐었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대답을 듣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저번에는 다연이가 직접 김밥도 만들었잖아요!"

"어··· 알고 계셨어요?"

다연이의 선생님은 우리 식당에 거의 매일 오시긴 했지만 그 날은 본 기억이 없다.

다른 일이 있으셨나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물으니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저녁이라도 먹을까 해서 갔다가.. 학생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구경만하다 갔어요."

그 날 손님들이 많이 오긴 했다. 식당에도 발 디딜 곳이 부족해서 줄까지 섰으니 말 다 했지.

그 많던 학생들이 다연이의 김밥을 얻기 위해서 경쟁했었던 때가 생각난다.

"제가 끼어들 틈이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살짝 웃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작스레 다연이가 기다리고 있는 게 생각났다.

서두를 필요 없이 예나와 잘 놀고 있겠지만 늦으면 왜 늦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다. 들키면 안 되는 일이니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

선생님에게 대강의 상황을 설명하니 선생님이 대답했다.

"아, 저도 볼 일 끝났어요. 같이 가요."

"네."

나는 다연이에게 줄 선물을 챙기고 장난감 코너를 나선다.

계산을 마친 뒤, 나름의 포장도 끝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니 쓸만한 포장이 완성됐다. 이 정도면 되겠지.

우리는 일을 모두 끝낸 다음, 밖으로 향했다.

집까지 가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연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지금 다연이는 어디에 있는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제 조카 선물 사주려고 왔어요."

장난감 코너에서 만난 이유에 대해 물으니 그렇게 대답했다.

선생님의 손에도 장난감이 들려있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이라 그런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내 편견이기도 했지만.

"조카도 어리나봐요."

"네, 다연이 보다 더 어려요."

그러면서 웃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금방 집으로 도착했다. 다연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선물을 숨겨놔야 했기 때문에 집부터 들렀다 가야한다.

"벌써.. 도착했네요."

"네."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우울해보인다. 내 착각인 것 같지만.

"그럼 저도 집에 가야겠네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도 축 쳐진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런 뒷모습을 보니 그냥 보내기 미안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다연이를 잘 챙겨주셨는데도 나는 마땅한 뭔가를 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언제나 다연이에게 뭐든 해주려고 했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선생님이 돌아가려던 때 내가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네?"

원래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움을 많이 받아왔으니 나도 뭐라도 하고 싶었다. 말 뿐이라도.

그래서 말했다.

"나중에 저희 식당에 오세요.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그리고 좋은 재료가 생기면 선생님께도 드려야겠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의 도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았던 것 같다. 그러면 안 됐는데.

그러자 축 늘어져 있던 선생님의 표정이 밝아진다.

"네! 알겠어요!"

내 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서 다연이를 다시 데리러 갔다.

"뭐해써? 친구랑 놀아써? 아니면 밥 머거써..?"

다연이는 뭐가 그리 궁금했는지 내가 오자마자 이것저것 물었다.

다연이가 보기엔 내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 모양이다.

"놀았어."

"우와··· 재미게따. 나도 오빠 친구 보고 시픈데."

"나중에 보자."

"얼마나 나중에..?"

최대한 늦게.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보자."

"응··· 알게써."

다연이가 알아채기 전에 얼른 친구를 만들어 놔야겠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다보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다연이... 벌써 가···? 조금 더 놀다가면 안 돼?"

뒤에 서 있던 예나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모처럼 다연이랑 둘이서 놀게 됐는데 헤어지는게 아쉬운 모양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언니랑 재밌었잖아.."

"흠··· 재미써찌. 그러면··· 조금 더 놀까..?"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나를 본다. 허락을 구하는 거다.

"그렇게 해. 어차피 급할 건 없으니까."

"알게써. 그러면 조금만 더 놀자."

다연이는 선심 쓰는 것처럼 말했지만 표정을 밝았다. 다연이도 예나와 노는 게 좋은 모양이다.

"그래! 그럼 빨리 들어와. 아저씨도 오세요!"

"그래."

나도 다연이를 따라 예나네 집으로 향했다.

***

시간이 흐르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 됐다.

다연이는 어젯밤 한참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이유는 당연히 산타 할아버지 때문이었는데 저번에 친구들이랑 말했던 것처럼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보다는 어떤 선물을 받을 건지가 훨씬 중요했다.

왜냐하면 산타 할아버지는 무조건 있으니까. 무조건.

"무조건 이써."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을 번쩍 뜬다.

일어나자마자 했던 말답게 다연이는 어제 밤 동안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만 계속했었다.

무슨 선물을 줬을까. 물론 받고 싶은 선물이 있었다.

바로 요리 장난감이었는데 저번에 갖고 싶다고 혼잣말을 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뭐가 무조건 있어?"

옆에 있던 오빠가 말했다.

"산타 할부지가."

"..그래. 있어."

그리고 오빠는 산타 할아버지가 거실에 선물을 두고 갔다고 말했다.

다연이는 그 말을 듣고, 후다닥 달려간다.

"우와···! 진짜 이짜나..!"

오빠 말대로 거실 한구석에 놓여있는 선물 상자.

다연이는 다시 재빠르게 다가가 선물 상자를 집어 들었다.

"산타 할부지가 나한테 준 선무리야!"

오빠가 그 모습을 묘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열어 봐."

"열어죠."

"그래."

아직 선물 포장을 뜯는 게 힘든 다연이 대신 다연이의 오빠가 선물 포장을 뜯는다.

다연이가 보기에 생각보다 포장이 훨씬 더 멋있었다.

만약 민우 오빠가 말했던 것처럼 오빠가 선물을 사 가지고 오는 거라면 포장이 이렇게 멋있고 예쁘진 않을 거다.

왜냐하면 오빠는 이런 거 잘 못하니까. 특히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예쁘게 하는 건 못한다.

그렇기에 이건 무조건 산타 할아버지가 가지고 온 거다.

"자, 이제 쉽게 뜯을 수 있으니까 선물이 뭔지는 다연이가 확인해봐."

"알게써."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심호흡을 몇 번한 다연이가 포장지를 훅, 하고 뜯어낸다.

다연이가 원하는 선물은 요리 장난감이다. 제발 그 장난감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눈을 뜬다.

그리고 다연이의 눈앞에 있는 건.

"요리사 되는 장난깜이다!"

다연이가 원하는 그 선물이었다.

나중에 커서 요리사가 되기 위해선 무조건 필요한 것이다. 지금부터 연습해야하니까.

"선물 좋아?"

벌써 요리사인 다연이의 오빠가 물었다.

"응!"

당연히 좋다. 다연이가 원하는 선물이었으니까.

"너무 조아! 내가 엄청 가지고 시픈 장난감이었는데. 이제 내꺼다!"

"휴, 다행이네."

왠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한숨을 내쉬었다.

꽤 티나는 한숨이었지만 한창 선물이 정신이 팔려있던 다연이는 그런 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냥 지금이 엄청 신날 뿐이다.

"너무 조은 장난감. 이제 내 꺼야!"

다연이가 선물을 안으면서 말했다.

***

"나는 요리사지이. 그것도 엄청 좋고, 요리 잘하고, 차칸 요리사."

다연이가 장난감 칼을 들고 말했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물론 다연이는 내가 아니라 산타 할아버지가 준 줄 알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리고 나는 이걸로 배추를 자르는 사라미지."

그리고 장난감 칼로 모형 배추를 썬다.

그렇게 다연이가 열심히 놀고 있을 때 혜원이네에서 전화가 왔다.

크리스마스 날,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네, 바로 갈게요."

나는 받았던 전화를 끊고 다연이와 같이 혜원이네 집으로 향한다.

"오.. 내가 받은 선물, 혜원이한테 자랑해야지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다연이와 같이 금방 혜원이네 집에 도착했다.

혜원이네 집은 포근하고 일반적인 가정집의 분위기였다.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뇽하세요오."

혜원이네 가족이 반갑게 맞이 해준다.

우리가 오늘 저녁으로 먹을 음식은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여러가지 요리들이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음식과는 다르지만 다연이도, 혜원이도 고기류를 좋아해서 그렇게 결정했다.

물론 그런 음식들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혜원이네 엄마가 아이들을 근처 키즈 카페로 데리고 가서 놀게 하려고 한다.

그 사이에 우리가 요리를 하고.

다연이에게도 이런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끝냈다.

"얼마나 있다가 오면 될까?"

혜원이 엄마가 남편에게 물었다.

"음··· 두 시간..? 그 쯤이면 되지 않으려나."

"그래, 그러면 그 정도 놀다가 전화줄게."

"응."

어른들이 그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아이들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다연이는 무슨 선물 받았어? 고기? 아니면 인형? 나는 엄청 예쁜 장난감 받았는데."

혜원이가 자신감이 섞인 목소리로 선물 받은 장난감을 보여준다.

핑크빛을 띤, 보통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장난감이었다. 혜원이의 자랑스런 표정과 함께 혜원이네 부모님도 만족스런 얼굴로 혜원이를 보고 있었다.

혜원이네 산타 할아버지는 혜원이의 부모님이니 뿌듯하게 볼 수 밖에 없겠다.

다연이는 그 말을 듣고 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받은 선물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가져온 장난감 칼을 자신있게 꺼내든다.

"나는 요리사가 되는 장난감 바다써. 엄청 귀엽꼬 좋은 거지!"

다연이가 보여준 장난감 칼을 보고 혜원이가 놀란 얼굴을 한다.

그 모습을 본 다연이는 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몸을 부풀리며 거만한 자세로 말했다.

"엄청 머싯는..!"

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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