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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7화 (11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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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응···. 산타 할아버지 진짜로 있어.."

민우는 옆 테이블에 다연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

그저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말한 사실에만 집중했었다.

그 말을 안 할걸. 그냥 밥만 먹고 있을 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연이의 표정이 천천히 밝아진다.

“마자, 산타 할부지 이써. 없는 건 안 되는 거야. 왜냐하면 산타 할부지가 없으면 마리야.. 나랑 친구들한테 선물을 못 주거든..!”

“으응··· 내가 잘못 말했어··· 산타 할아버지 있는데..”

사실 민우도 그 사실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바로 얼마 전에 같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들었던 사실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없고 지금까지 아빠가 선물을 줬다는 걸.

그 배신감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말하는 애들한테 냉혹한 사실을 말해주곤 했었다.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진실을 알게 된 충격이 더 컸기 때문에 별 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았다.

그런데.

“휴, 산타 할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깜짝 놀래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다연이를 보니 갑작스레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앞으로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양심의 가책이 이제야 밀려오고 있었다.

“진짜 있는 거지..?"

다연이 옆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있던 다연이의 친구들이 묻는다.

사실 민우는 다연이의 친구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애들은 특히나 더.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지금 조금 소심하고 조금 마른 민재라는 아이가 민우에게 그렇게 묻고 있었다.

"음···."

그렇기에 당장이라도 사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건 거짓말이고 선물은 아빠가 주는 거라 말하고 싶지만.

"진짜 있는 거 마자. 우리 오빠도 이따고 말했고 미누 오빠도 아까 있다고 해찌. 그러면 있는 게 맞는 거야."

다연이 때문에 절대 말할 수 없었다. 혹시 그 말을 듣고 다연이가 운다면..

"안 돼."

안 된다. 절대.

그 때 뒤에서 민우 엄마가 민우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한테 빨리 산타 할아버지 있다고 다시 말해."

작게 속삭이는 말이어서 다른 아이들은 들을 수 없었다.

"알겠어.. 말하려고 했단 말이야···"

다연이 때문에라도 한 번 더 말해서 못을 박아야 한다.

그런 민우의 심정도 모르고 여전히 반짝이는 눈으로 민우를 보고 있는 다연이.

민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말을 이었다.

"있어."

"진짜지..?"

"응.. 진짜 있어."

"휴··· 진짜 있구나.."

민재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민우의 엄마도 긴장을 덜어낼 수 있었고.

"큰일나는 줄 알았네···"

혜원이 아빠도 그랬다.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더더욱 아니었고. 그래도 문제가 해결돼서 다행이다.

옆에 있던 민우 엄마가 민우에게 작게 말했다.

"너, 집에 가서 보자."

"응···"

꾸짖는 어투로 말했지만 지금 민우가 걱정하고 있는 건 집에 가서 엄마에게 혼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런 것보다 다연이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민우가 뒤늦게 바꾼 말을 다연이가 믿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을 가지진 않을지 걱정된다.

"마찌? 내가 이따고 했었짜나. 미누 오빠도 이따고 했고."

다연이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민우가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맞아."

민우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대답했다.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집에 가서 혼날 일은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빨리 먹어."

"응."

민우 엄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고 민우가 안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휴.. 오빠가 장난친 거구나.."

나는 밀려있던 주문을 모두 해치우고 나서 다시 다연이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혜원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저 오빠가 장난친 거래."

혜원이 아빠는 혜원이를 안심시키고 있었으며 민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밥을 먹고 있다.

그런 분위기와 반대로 다연이만이 평소처럼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걱쩡 마. 산타 할부지가 엄청 마싯는 선물을 줄 거니까."

그렇게 말한 다연이가 입맛을 다신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거지.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혜원이 아빠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 네. 있었죠."

내가 손님을 맞는 사이,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혜원이 아빠가 설명해줬다.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주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큰일 날 뻔했네요."

"후.. 진짜 큰일 날 뻔했죠."

혜원이 아빠가 그렇게 말한 다음 작게 속삭인다.

"혜원이한테 들킬 뻔했다니까요."

그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더 유쾌한 사람인 것 같다. 아무튼 일이 잘 풀렸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혜원이 아빠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슨데. 다연이는 그 날 뭐 다른 계획이라도 있어요?"

"아뇨, 아직은 없네요."

그러자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치 저번 여름 때 캠핑을 제안하는 얼굴 같았다.

"그러면 그 날 같이 저녁 먹을래요? 저희도 크리스마스 때 어디 안 가고 저희들끼리 맛있는 저녁이라도 해 먹으려고 했거든요. 푸짐하게."

"음···"

고민하느라 바로 답을 해주진 못했지만 좋은 생각 같았다.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혜원이와 같이 노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같이 저녁을 준비한다면 혼자일 때보다 다연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밥도리가 준 트리는 엄청 반짝반짝해서.. 손으로 만지고 시퍼."

한편, 다연이는 혜원이 아빠가 그렇게 물었던 것도 모른 채,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트리를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다.

고민을 끝낸 나는 혜원이 아빠한테 말했다.

"네, 그렇게 해요."

"오..! 좋아요! 그럼 크리스마스 때 뵙죠. 무슨 요리를 할지는 생각해 볼게요. 지훈씨도 생각해 보세요!"

"네."

크리스마스 땐 식당도 쉬니까 그러는 것도 좋겠다.

옆에서는 다연이가 계속해서 트리를 자랑하는 중이다.

"밥도리 친구가 나랑 오빠한테 트리를 줘써. 트리는 나한테만 주는 게 아니라 오빠한테도 가치 주는 선물이지. 반짝반짜기도 가치 마리야."

"여기 들어오기 전에 우리 같이 트리 봤잖아. 어엄청 예쁜 거 나도 알아!"

"나도 봤는데 예뻤어."

다연이의 영혼의 단짝인 혜원이와 지민이가 맞장구 치며 말했다.

그 말에 더 기분 좋아진 다연이가 발을 동동 굴리며 외친다.

"그러면 우리 또 트리 보러 가자아! 참새가 와쓸 수도 있고 고양이가 와쓸 수도 이써. 트리랑 가치 있으면 참새랑 고양이가 더 예쁘게따."

"그래! 가자!"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간다. 혜원이 아빠도 그 뒤를 따라 나선다.

"저는 애들 보고 있을게요."

"네."

"크리스마스 전 날에 제가 연락드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혜원이 아빠가 밖으로 사라졌다.

창 너머에 있던 다연이는 때마침 다가온 고양이를 친구한테 소개하는 중이었다.

"재밌게 놀아서 다행이네."

그 때 창 밖에서 놀던 다연이가 나와 눈을 마주친다.

눈을 마주친 다연이가 작게 손을 흔든다.

"그래, 안녕."

그리고 나도 다연이를 따라 손을 흔들었다.

.

.

.

"힝···"

크리스마스 전 날, 다연이는 평소답지 않게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옆이 있돈 예나는 그런 다연이와 반대로 표정이 밝다.

"나도 가치 가면 안 돼..?"

"안 돼. 대신 금방 갔다 올게. 그 때까지 예나랑 같이 놀고 있어."

지금은 다연이를 맡기러 예나네 집으로 온 상태다. 그 때문에 예나의 표정은 밝았던 거다.

다연이 역시 예나네 집에서 노는 게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차라리 예나와 같이 나를 따라나서고 싶어했다.

"나도 가고 시픈데에···"

다연이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오늘은 다연이 말을 들어줄 수 없다.

그러면 안 될만한 이유도 있었고.

"아저씨가 안 된대. 대신 나랑 같이 놀자. 진짜 재밌을 걸? 다연이, 우리 집에서는 놀아본 적 없잖아."

"언니랑 노는 것도 재밌는데···. 오빠 따라가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 언니랑 가치 가면 더 재미꼬.."

다연이는 그냥 내가 가는 곳이 궁금한 모양이다.

그 이유로는 내가 했던 변명 때문일 수도 있을 거다.

"오빠가 오늘 친구 만나러 간대··· 나도 오빠 친구 보고 싶따."

마땅한 변명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다연이의 궁금증을 더 키운 셈이 돼 버렸다.

평소에 연락하던 친구가 없어서 더 그런 모양이다.

"...일단 여기서 놀고 있어. 빨리 올게."

"음··· 알게써. 빨리 와."

"그래."

저렇게 말했지만 다연이도 예나랑 같이 노는 걸 좋아한다. 다연이에게 예나는 친언니 같은 존재니까.

나는 다연이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서 내가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연이에게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할 일은 바로 다연이의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말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혜원이네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전 날까지 선물을 미리 준비해둬야 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자 가는 거고.

'휴··· 이제 가 보자.'

다연이의 반응을 보니 최대한 빠르게 갔다 와야 의심을 안 할 것 같다. 캐 묻지도 않을 것 같고.

일단 빨리 다녀와야겠다.

.

.

.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서 큰 마트에 도착했다.

미리 정해둔 선물이 있었기 때문에 올 때보다 더 빠르게 걸어서 아이들 장난감을 팔고 있는 코너로 향했다.

형형색색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색깔들. 그 중에서 나는 망설임 없이 한 가지 장난감 앞에 선다.

"좋아할까."

여태까지 많이 생각해봤지만 아직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예나에게도 물어봤고 육아의 선배 격인 혜원이네 부모님에게도 물어봤다. 좋은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조금 불안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장난감을 집었다. 그 때.

"어..? 다연이 오빠 분이다."

나긋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부드러우면서도 반가움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나에게 인사를 한 사람은 다연이의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전에 옆집에 살았었고 지금도 나름 친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얼굴이 묘하게 밝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모양이다.

"뭐하러 오셨어요?"

다연이의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우연히 이렇게 마주쳤으니 선생님께도 내가 주기로 한 선물이 괜찮은지 물어봐야겠다.

나는 선생님의 말에 대답한다.

"다연이 크리스마스 선물 사러요."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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