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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4화 (11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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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말이 없는 다연이. 그게 뭔지 살펴보고 있는 것 같다.

“이거는··· 화분이지..?”

“응! 이제부터 다연이가 키워.”

화분은 처음 선물 받아 보는 것일 테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 된다.

선물의 정체가 뭔지 깨달은 다연이는 테이블에 화분을 내려놓고 식물을 툭 건드려본다.

“이거는 무슨 화분이야..?”

“스투키! 다육 식물이면서 공기정화에 도움이 되지! 어때? 이 선물 좋지?”

꽃집 직원 같은 설명에 다연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식물을 향해 다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스투키를 쓰다듬는다.

“응? 이거 좋지···?”

세진은 혹시 다연이가 싫어할 까봐 불안한 듯 목소리가 살짝 작아졌다.

“맨들맨들해..”

기다란 스투키는 자랑스럽게 화분에 꽂혀 있었는데 다연이는 그런 스투키가 고양이라도 되는 듯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진이 설명을 잇는다.

“이거 물 한 두 달에 한 번만 줘도 된대. 그늘에 두면 되고.”

“네에.”

그 말에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세진은 다연이가 관심이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여름에 햇빛 잘 드는 곳에 놔두고 물도 잘 주면 새순이 날 수도 있대.”

“새수니?”

“아니.. 아기 스투키..? 이렇게 말해야 알려나?”

“오..! 뭔지 알 것 같아요. 아기 스투키..!”

다연이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흥미가 생긴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이제야 이 선물이 어떤 건지 완벽하게 이해한 다연이가 화분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다연이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세진이 물었다.

“선물 어때..? 좋지?”

“화분은 처음 받았어요. 인형은 엄청 많이 선물 받았는데.”

확실하지 않은 다연이의 말에 세진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을 했다.

그 모습이 옆에 있는 나와 밥돌이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크다. 세진이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다연이가 말했다.

“인형이 선물 받은 것도 엄청 좋은데 화분도 좋아! 우리 집 옥상에도 화분 두 개나 있는대..!”

“진짜···?”

“네! 빨강이랑 파랑이에요. 그런데 이제 이 화분도 생겨따.”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야 조금 안심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좋아요. 나한테 선물 줘서 감사합니다아.”

다연이는 화분을 옆에다 두고 고개를 숙인다.

여태까지 많이 받았던 인형 선물도 좋지만 화분 같은 특이한 선물도 다연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우리 집 옥상에 있었던 식물들 때문에 더 친숙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는 블루베리와 토마토를 수확하기도 했으니까.

“진짜.. 좋은 거지..?”

“네!”

“휴.. 다행이다. 싫어할 줄 알고 철렁 했었네.”

세진이 깊은 숨을 몰아쉬었고 다연이는 다시 선물 받은 화분을 집어들었다.

기다란 초록색 스투키 세 개가 있는 화분. 설명을 들어보니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식물인 것 같다.

그러니까 다연이를 위해서는 아주 적격인 선물이었다. 선인장처럼 물을 가끔 줘도 될 뿐 아니라 선인장 같이 가시도 없으니까. 다연이가 애정을 주기에도 적당한 식물이다.

세진을 보고 있던 밥돌이가 말했다.

“선물 센스가 이상한 줄 알았더니··· 그래도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내가 이거 선물로 좋다고 했지? 이거 봐라. 다연이가 좋아하잖아.”

세진의 뻐기는 듯한 말투에 다연이가 말했다.

“마자. 나 이거 조아. 옥상에 빨강이랑 파랑이가 있으니까 얘 이름은 초록이로 하면 되게따!”

“좋네, 초록이! 아주 좋아.”

다연이는 초록이를 들고 우선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로 옮겼다.

“일딴 여기 놔둘 거야. 오늘 집에 가면 초록이라고 이름 적어 줘야지.”

“그래! 너무 좋다!”

좋아하는 다연이의 모습에 신난 세진이 처음 보다 더 해맑게 미소지었다. 그와 반대로 옆에 있는 밥돌이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진다. 잠시 그러고 있던 밥돌이가 내게 말했다.

“형님! 다연이, 제가 준 인형도 잘 가지고 있죠?”

“응, 엄청 좋아해. 내가 사준 인형 다음으로.”

다연이는 선물 받은 인형이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사준 인형 두 개와 밥돌이가 선물해 준 밥 인형을 좋아한다.

“휴, 혹시 지겨워졌으면 다육이라도 하나 선물해 줘야 하나, 했는데. 아직 좋아해서 다행이네요.”

“크크, 그것도 잠깐이야. 내가 준 초록이보면 네가 준 인형은 쳐다도 안 볼 걸? 초록이는 이름도 있다고!”

세진이 아주 자신만만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연이가 말한다.

“아니야, 나는 밥돌이 인형 아직도 조아하고 아프로도 조아해! 그리고 초록이도 좋고.”

양 손을 허리에 얹고 확고한 목소리였다. 마치 나는 둘 다 좋아하니까 싸우지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 받은 얼굴을 하던 밥돌이가 말한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혹시 다연이가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무조건 사준다! 얼마가 들어도 사줄게!”

많이 감동 받은 것 같다. 자기가 준 선물을 잊지 않아 준 것도 고마운데 다연이가 이렇게 말까지 해주니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 정말?”

티비 속 캐릭터처럼 자신만만하게 서 있던 다연이는 밥돌이의 제안에 조금 놀란 듯 멍한 얼굴을 한다.

“응! 내가 무조건 사 줄게. 이렇게 좋아하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오···! 알게써. 나도 기억하고 이쓸게! 밥도리는 내가 밥도리 인형 좋아하면 엄청 기분 좋다고!”

다연이가 사달라는 걸 사준다는 약속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밥돌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한다니. 보통 아이들이라면 사고 싶은 것부터 말했을 텐데. 역시 다연이는 천사다.

“너무 착해···”

밥돌이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감동 받은 눈을 했고 옆에 있던 세진은 그런 말을 들은 밥돌이가 부러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 다연이와 세진, 밥돌이 셋이서 서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이에 나는 요리를 시작하기로 한다.

다연이가 받은 선물을 구경하느라 늦었다. 해야할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얼른 시작해야 한다.

우선 바지락 된장찌개부터.

된장찌개에 넣을 바지락은 미리 해감을 해뒀다. 그러지 않았다면 해감만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거다.

애초에 바지락은 손님들께 내는 된장찌개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미리 준비해둬서 다행이다.

오늘 새로 온 세진에게 좋은 기억을 주고 싶었다. 다연이를 보려고 여기까지 왔고, 또 맛집이라며 밥돌이를 따라왔으니 밥돌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오빠는 요리 엄청 잘해요! 그러니까 엄청 마싯게 먹을 거야. 아마 그릇까지 다 머글지도 몰라요!”

“그래? 그럼 다연이 말만 믿는다?”

“네!”

옆에서는 다연이가 열심히 세진의 기대감을 끌어올려 주고 있다. 최대한 열심히 만들어서 다연이의 말에 보답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된장찌개의 레시피란 별 것 없다. 육수에 갖가지 재료들을 넣고 끓여주는 것. 그리고 할머니께서 주신 바지락을 넣으면 기본적인 된장찌개가 완성된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과정에 정성을 쏟는 것 뿐이다. 일반적인 손님을 대할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니까.

넣을 수 있는 재료는 최대한 다양하게,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된장찌개를 할 때 쌀뜨물을 준비한다면 더 좋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굳이 된장찌개가 아니더라도 다른 주문들이 많이 밀려 있으니까.

대신 미리 만들어 놓은 것들을 꺼낸다.

“어? 형님, 이건 뭐에요?”

그 때 내가 내놓은 뭔가를 발견한 밥돌이가 물었다.

“멸치 볶아서 간 거. 이렇게 하면 찌개할 때마다 국물 안 우려도 되거든.”

“아, 좋네요.”

된장찌개가 메뉴에 더해지면서 조금 더 간편하고 맛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쓰기로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내가 했던 말처럼 매번 국물을 우려낼 필요가 없고 조금 더 맛있어지니까. 이렇게 해서 더 짧은 시간에 음식이 완성되고 더 맛있어진다면 이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연이가 모은 손님들이 늘어가면서 좋은 음식으로 그 손님들을 붙잡고 싶기도 했고.

“이거 봐! 밥도리도 우리 오빠 요리하는 거 물어보지? 왜냐하면 엄청 마싯으니까!”

“그러네!”

별 거 아닌데 이렇게 치켜 세워주니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나는 이어서 요리를 해 나간다.

만들어 놓은 멸치 간 것을 물에 풀고 된장도 같이 풀어준다. 그리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는 도중에 더 깊은 맛을 위해 마늘도 빻아서 함께 넣어준다.

그리고 잠시 후, 물이 끓으면 미리 썰어둔 애호박과 양파, 고추, 대파, 두부와 바지락을 추가한다.

바지락은 할머니께 처음 받았을 때 다연이와 같이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여태까지 먹었던 바지락 중에 가장 맛있었다.

시장에서 사 온게 아니라 할머니 고향에서 직접 가져온 거라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아무거나 좋아하는 다연이도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비린 향이 나는 바지락인데도.

아무튼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도 좋으니 평소처럼 잘 만든다면 맛도 좋을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네.”

한창 요리를 하고 있을 때 밥돌이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마자요. 크리스마스는 산타 할아버지가 오는 날이지이.”

“큭큭, 맞아. 그리고 나도 다연이한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기도 하지.”

“선물···?”

또 선물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연이는 그 말에 다시 신난 것 같은 얼굴을 했고.

“사실 다연이랑 형님, 둘 다 한테 주는 선물이야. 음.. 그러고 보니 선물이라고 할 것도 아니네. 별 거 아닌 거니까.”

“뭔데? 무슨 선물인데요..?”

다연이의 물음에 밥돌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음··· 미리 알면 재미 없으니까 나중에 말해줄게.”

“우··· 미리 아는 거도 재밋는데에··· 그래도 밥도리가 말한 거니까 기다릴게요!”

“좋아!”

무슨 선물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은 된장찌개가 우선이니 그것부터 마무리한다. 된장찌개는 거의 다 끝났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다 꺼내면 된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된장찌개에 담긴 바지락이 입을 전부 열었다.

“음.. 마싯는 냄새.”

다연이 말처럼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예전에 다연이가 밥돌이와 처음 만났을 때 먹었던 된장찌개와는 미세하게 다른 냄새다.

지금은 소고기 육수를 쓴 것도 아니고 그 때와 다르게 청양고추도 들어갔으니까. 된장찌개는 약간의 매콤함도 있으면 더 좋았기에 고추도 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짙은 된장 냄새 속에 아주 약간 매콤한 향도 느껴진다. 구수하기만 한 냄새와는 많이 다르다. 식욕을 더 북돋아주는 것 같다.

“와.. 빨리 먹고 싶다.”

밥돌이의 기대처럼 된장찌개가 완성됐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그 속에서 춤추는 두부와 다른 재료들. 그리고 입을 살짝 벌린 바지락까지. 모든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다.

금방이라도 진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에 밥 한 술 크게 먹고 싶어지는 조합이다.

“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세진과 밥돌이도 기대를 많이 한듯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된장찌개부터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이대로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해야 할 음식이 산더미다. 얼른 시작해야지.

나는 그렇게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

지훈이 주방으로 사라지고 홀에선 세진과 밥돌이가 방금 나온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우와.. 냄새 진짜 장난 아니다.”

“먹어 봐.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걸.”

“그건 이미 다연이 만났을 때부터···”

“그냥 먹어.”

다연이에 대한 말을 시작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일단 식사를 시작한다.

먼저 앞접시에 찌개를 덜어 놓고 먹는다.

“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을 때부터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이 물씬 풍긴다.

밥돌이는 이 맛이 그리웠다. 밥돌이네 어머니가 된장찌개를 잘 못한다는 것과 밥돌이의 된장찌개는 이런 맛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 그리움에 한 몫 거들고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충분히 맛있다.

항상 자극적이고 산더미처럼 많은 양만 먹던 밥돌이에겐 이 식당의 요리가 꽤 마음에 든다. 사실 꽤가 아니라 아주 마음에 든다.

가끔 그리울 만큼 생각나는 음식도, 무표정에 까칠해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식당 주인 형님도, 그리고 화룡정점의 다연이도 좋다.

마지막 장점이 특히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것들은 기억에서 쉽게 잊혀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특히 좋은 것 뿐이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국물. 살짝 매콤해서 더 좋다.

맞은편에 앉아서 먹고 있는 세진도 마찬가지인 듯 개운한 소리를 낸다.

“크으, 맛있다! 왜 여기 오자고 했는지 알겠네.”

“그렇지?”

밥돌이는 얼른 식사를 이어나간다.

그 다음은 바지락. 형님이 특별히 넣은 재료였는데 기대가 된다.

푹 끓여서 그런지 바지락의 살이 껍질에서 부드럽게 떨어져 나온다. 밥돌이는 바지락 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노란빛의 속살. 바다향이 물씬 나는 것 같다. 된장찌개와 바지락의 조합은 늘 옳다.

전에 해준 소고기도 물론 좋지만 밥돌이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음.”

잘근잘근 씹히다가 부드럽게 넘어간다. 거기다 밥 한 술과 찌개 한 숟가락까지 같이 더해준다면.

“크으.”

감탄이 절로 새어나온다. 최고다.

그렇게 한참 된장찌개의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뭔가가 밥돌이의 시야에 들어온다. 작고 귀여운 뭔가 였는데 밥돌이는 그것이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연아..?”

다연이였다. 테이블 밑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자기를 올려다보고 있다.

“어.. 밥도리 아저씨..”

“응?”

그리고 다연이가 말했다.

“나··· 된장찌개 한 입만 주라...”

“응..?”

“엄청 마싯겠따... 한 입만 주세요...”

갑작스런 말에 잠시 대답을 못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세진이 대답했다. 밥돌이의 심정을 대신하는 말이었다.

“귀여워..”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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