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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3화 (11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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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다연이는 그렇게 외친 다음 밥돌이와 어떤 남자를 가리켰다.

손 끝은 부들부들 떨렸으며 입도 벌리고 있다. 분명 처음 보는 남잔데 다연이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다.

“착한 사람? 나 말하는 거야?”

밥돌이와 같이 식당으로 들어온 남자는 밥돌이와 비슷한 키에 살짝 말랐다.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다연이에게 되물었다.

“네..! 차칸 사람. 맞는 것 같아...”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다연이는 정말 자기가 아는 사람인지 확신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말 끝도 얼버무린다. 어디서 봤던 거지.

“안녕하세요, 형님.”

다연이가 그렇게 멍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밥돌이가 인사했다.

“응, 어서 와.”

처음 했던 말을 들어보면 저 남자도 다연이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연이도 알고 있는 걸 보면 혹시 유명한 사람인가.

“차칸 사람··· 맞아..?”

다연이가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한 손에 휴대폰을 쥐고, 눈은 동그랗게 뜬 채 고개도 갸웃거린다.

다연이의 말에 잠깐 생각하던 남자가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착하진 않은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입으로 자기가 착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은 실제로 착하지 않기도 하고.

그 말에 다연이는 더욱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틈에 밥돌이가 말했다.

“얘는 제 친굽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요. 다른 데에서 살고 있는데 휴방하고 놀러왔어요. 온 김에 들린 거고요.”

“여기 말고 맛있는 곳 많은 텐데 왜 여기 왔어.”

그렇게 말하니 먼저 밥돌이가 놀란 얼굴을 했고 뒤이어 다연이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다연이가 내 옷자락을 잡아 끌며 말했다.

“그거는 이상한 말이야.”

“...미안.”

왠지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여기에 있는 식당 다 가 봐써. 그런데 우리보다 맛있는 데는 없써찌.”

“맞아.”

밥돌이가 맞장구 친다.

“거기는 조금 마싯었따. 붙타는 고기. 민우 오빠 있는 고기 식땅.”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다연이 말대로 우리는 쉬는 날마다 근처 식당에서 외식을 하곤 했었다.

그 때마다 다연이의 맛평가 또한 이어졌는데 다연이의 말에 따르면 내가 한 음식보다 맛있는 곳은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했던 곳은 지금 다연이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민우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고깃집이었다.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말이 맞다는 듯 말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만큼 확신이 넘쳤다.

밥돌이가 말을 잇는다.

“맞아요. 제가 할 말을 다연이가 다 해주네. 형님이 만들어 주신 거 엄청 맛있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제가 방송에까지 썼으니까 말 다 해죠.”

“마자, 밥도리는 맛 없는 건 절때 안 먹찌.”

그렇게 몇 번 더 확실하게 말한 뒤에야 다연이와 밥돌이가 의자에 앉았다.

둘이 생각보다 죽이 잘 맞는다.

“아, 그러고 보니 얘가 누군지 설명을 안 해줬네요.”

자리에 앉은 밥돌이가 같이 온 남자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얘는 저랑 친한 방송하는 애에요. 이름은 세진이에요. 김세진.”

“오.. 김세지인..”

다연이가 혼자 중얼거리다가 세진에게 묻는다.

“아저씨, 그 아저씨 맞죠? 내 일기장에 ‘나쁜 말 하지 마세요!’ 이러케 적은 차칸 사람.”

나도 몰랐는데 다연이 일기장에 그런 글이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들어 다연이는 한글이 많이 늘었지만 일부러 댓글은 읽지 못하게 했다. 혹시나 나쁜 말이 있을까봐 그런 거였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었던 모양이다. 다연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착한 것 같다.

“맞아, 그거 읽었나 보네?”

“네!”

그렇게 말하고선 큭큭, 하며 웃는다. 그리고 밥돌이가 말했다.

“사실 얘도 다연이 팬이거든요.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아, 그리고 형님 요리 맛있어서 온 것도 당연히 맞고요.”

“그래.”

다연이의 팬이라니. 다연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유명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연예인이라도 되는 건 아닐까.

“오··· 내 팬이야.”

“그래! 저번에 밥돌이가 방송에서 처음 다연이 얘기했을 때부터 팬이었지!”

“우와···”

다연이는 새로운 사람의 등장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론 재밌는지 안절부절해 하고 있었다.

밥돌이와 친한 사이면 세진이라는 남자도 꽤 유명한 사람일까.

“아, 그러고 보니 다연이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구나. 나는 먹방을 안 하니까. 다연이는 먹방만 좋아하잖아.”

“마자요. 나는 마싯게 먹는 걸 조아하지. 그리고 밥 엄청 많이 먹는 거랑.”

다연이의 취향은 언제나 그렇듯 확고하다. 그래서 밥돌이 영상을 처음 봤던 때부터 지금까지 밥돌이를 좋아한 거지만.

“나는 방송할 때 쓰는 이름도 똑같아. 세진.”

“오호, 알게써요. 근데 오빠도 모르는 사라미야?”

“응, 나도 몰라.”

“오.. 신기하다. 그러면 내가 휴대폰한테 물어볼게요.”

다연이가 생각하는 휴대폰은 만능이다. 뭐든지 찾을 수 있는 도구였는데 그럼에도 가장 먼저 나에게 물은 다음 휴대폰을 썼다.

다연이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이, 나는 세진에게 묻는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게임 방송합니다! 구독자도 꽤 많아요.”

게임 방송이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대강 어떤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 때 다연이가 말했다.

“우와! 나 봐써! 밥도리 친구 엄청 유명한 사라미다! 밥도리만큼은 아닌데 유명해. 오빠 이거 봐.”

다연이 말처럼 꽤 유명한 사람이다. 구독자도 많고 올린 영상들도 많다.

“호호.. 유명한 사람. 나랑 친구해요. 그러면 나는 엄청 유명한 친구가 두 명이 되지···!”

“그래!”

“우리 악수해요!”

지금 같은 다연이의 말을 들으니 꼭 다연이가 친구를 골라 사귀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랑 친구가 되고 싶어했지. 다연이는 착했으니까.

“우와.. 엄청 유명한 친구가 두 명이 돼따··· 이거는··· 이거는 엄청.. 대단한 거야.”

다연이는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세진보다 다연이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맞은 편에 앉은 세진이도 다연이보다 더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귀찮아하는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나도 다연이랑 친구가 됐어···! 밥돌이가 매일 자랑하는 것만 지겹도록 들었는데 내가 다연이 친구가 되다니···”

세진의 손도 다연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렇게나 유명한 사람들은 다른 유명인을 만나도 별 다른 반응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세진이 유명인을 만난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런 세진을 보고 있던 밥돌이가 말했다.

“원래 안 데리러 오려고 했었는데 특별히 데리고 와 준거야.”

“고.. 고맙다..”

아직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서 감격에 젖어 있던 다연이는 곧 정신을 차리고 둘에게 말한다.

“유명한 아저씨는 우리 식당에 밥 머그러 왔다고 했죠?”

“아니.. 다연이 보러 왔는데···.”

세진이 멍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밥돌이가 툭 치면서 속삭인다.

“야, 밥 먹으러 왔다고 해..! 다연이는 그걸 더 좋아한다고.”

그러자 곧 정신을 차리곤 말했다.

“밥 먹으러 온 거 맞아.”

“그러면 엄청 잘 온 거야!”

“왜..?”

“우리 오빠가 요리 엄청 잘 하거든! 우리 오빠가 만든 음식 머그면 아마 엄청 좋아서 박수 칠 거에요!

엄청 좋아서 박수를 친다니. 처음 들어보는 맛 표현이다.

“진짜? 그러면 빨리 먹어야겠네!”

다연이의 높은 텐션에 덩달아 신이 난 세진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다음 세진과 밥돌이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여기 뭐가 맛있어?”

“음··· 전부 맛있긴 한데···”

밥돌이가 메뉴판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하.. 저는 왜 자꾸 형님이 해주신 된장찌개가 생각이 나죠? 너무 먹고 싶어요.”

처음 밥돌이가 우리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은 이후로 된장찌개를 메뉴에 추가할 건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필요없는 메뉴는 되도록이면 빼려고 하는 상황이었지만 밥돌이의 반응도 괜찮았고 재료도 특별하게 뭔가 필요한 건 아니라서 메뉴에 새로 추가했다.

많이 고민한 뒤, 뒤늦게 추가한 메뉴였지만 생각보다 매출도 좋았다. 우리 식당은 다연이 덕분에 젊은 손님들이 훨씬 많았지만 나이가 있는 손님들은 된장찌개도 즐겨 먹었으니까.

그 뒤로 밥돌이는 우리 식당에 자주 찾아와 된장찌개를 먹었다. 말하는 걸 보니 지금도 먹고 싶어하는 것 같고.

“그러면 된장찌개? 저거 할까?”

“음··· 그렇다고 된장찌개만 먹기엔 맛있는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해야 되지..”

밥돌이다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다연이가 옆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그러며언.. 다 머그면 되지..!”

“그렇네! 다 먹으면 되는 거구나!”

“마찌!”

생각보다 간단하게 답이 정해졌다.

옆에 있던 세진은 많이 시켜도 다 못 먹는다며 불평했지만 밥돌이에겐 상관없는 질문이었다.

“다 못 먹는게 뭐야? 음식을 남긴다는 게 말이냐?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업찌!”

밥돌이의 말에 다연이가 더 흥분해서 말했다.

“그런데 너 원래 휴방 때는 많이 안 먹잖아.”

“원래는 그런데.. 여기 왔는데 어떻게 그래. 모처럼 왔는데. 맞지? 다연아?”

“그거또 마찌! 밥도리는 맞는 말만 하는 사람이야!”

“그렇지!”

둘이서 죽이 잘 맞는다.

밥돌이는 다연이 말을 따라서 밥이 포함된 음식을 제외한 거의 모든 메뉴를 시켰다.

“형님! 된장찌개부터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밥부터 먹으면서 천천히 다른 메뉴도 먹고 싶거든요!”

“그래, 그렇게 해줄게.”

주문이 갑자기 늘었다. 나는 곧바로 된장찌개를 하려고 하다가 뭔가 생각나서 밥돌이에게 말한다.

“할머니한테 바지락 받은 게 조금 있는데. 된장찌개에 넣어줄까?”

“오..! 바지락! 좋죠. 아주 좋아요. 야, 너도 괜찮지?”

세진에게도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나는 서둘러 요리를 준비한다.

바지락을 넣은 된장찌개. 향도 맛도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요리를 준비하려고 할 때 세진이 다연이를 불렀다.

“아, 다연아. 잠깐만 와 볼래? 다연이 만나면 주려고 선물 가져왔는데.”

“선물..!”

그 말에 신나서 달려간다.

“선물 뭐에요?”

“별 건 아닌데···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거 가져왔어.”

그런 세진을 보고 밥돌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그런 거지.

그 때 밥돌이가 나에게 말했다.

“얘 선물 센스가 진짜 꽝이에요. 나쁜 건 아닌데 어떻게 저걸 선물할 생각을 했는지···”

“그래도 고심해서 사 온 거거든.”

그런 말에도 다연이는 해맑은 얼굴로 세진을 보고 있다.

선물은 세진이 가져온 종이 가방 안에 있었는데 주섬거리며 안에 든 선물을 끄집어 낸다.

그러는 사이, 나는 밥돌이에게 물었다.

“어떤 선물인데?”

“하··· 애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 아닌 건 확실해요.”

그래도 다연이는 좋은지 미소를 잔뜩 띠우고 있다.

“뭔데 뭔데? 무슨 선물인데?”

잠깐 뜸을 들이다 종이 가방 안에서 선물을 꺼낸다. 그 선물은.

“응?”

나는 선물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말했다.

첫 번째로 왜 저걸 선물로 준비한 건지 이해되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뭐든 좋아하는 다연이라고 해도 저걸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

해맑게 웃던 다연이가 선물을 보자마자 굳었다. 그리고 굳은 채, 선물을 두 손으로 받는다.

“쨘! 멋있지? 화분이야!”

세진이 준 건 화분이었다. 스투키라는 식물이 심어져 있는 화분이라고 밥돌이가 설명했다.

기다란 초록 식물 세 개가 꽂혀 있었는데 나름 귀엽게 생기긴 했다. 다연이가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

선물을 정체를 알게 되고 갑자기 말이 없어진 다연이가 멍하니 화분을 바라본다. 마치 석상 같기도 하다.

그 잠깐 사이의 침묵에 모두가 긴장한 채, 다연이의 말을 기다린다.

한 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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