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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06화 (10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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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보육과 교육이라는 차이점이 있겠지만 현실적인 차이점은 바로 나이다.

보통 어린이집은 6살까지. 유치원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7살까지다.

어린이집마다 차이점이 있지만 다연이가 다니고 있는 햇살 어린이집은 6살까지만 다닐 수 있다.

그 말은 내년에 7살이 될 다연이는 새로운 유치원으로 옮겨야 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유치원을 신청해야 됐는데 그 결과 발표날이 오늘이었다.

"나 유치원 가..?"

"응, 내년에."

"내년에..? 그러면 지금 바로 가는 거 아니지?"

"그래, 아니야. 일단 됐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응."

나는 살짝 긴장한 채로 휴대폰을 확인한다.

"휴.."

"왜? 뭔데?"

아직 정확하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다연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뭔가 조급해보이기도 했다.

"됐네. 이 근처에 태양 유치원 알지? 거기로 됐어."

태양 유치원이라면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다연이의 다른 친구들은 어느 유치원에 모집 신청을 했는지 모르지만 혜원이네는 여기로 했다는 걸 알고 있다.

위치도 가깝고 혜원이도 신청했다고 하니 다연이도 여기로 한 거다.

"어··· 거기 좋은 곳이야..?"

"응, 혜원이도 여기로 했데. 혜원이도 됐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러자 다연이가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럼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은 같은 유치원에 못 가는 거야..?"

"음···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 지역에 유치원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이 근처에 있는 곳이고 하나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는데 혜원이네 부모님에게 듣기로 보통은 태양 유치원을 선택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아마 다른 아이들도 같은 유치원을 고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전부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다연이가 중얼거린다.

"오빠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친구들한테 물어보자.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응.. 근데 만약에 다른 유치원이면 어떡해?”

“그러면···”

잠깐 생각해봐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대답을 해야 다연이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맞는 답을 줄 수 있을까. 나름 깊이 고민하다가 나온 답을 다연이에게 말했다.

사실 답이 나왔다기 보단 맞지 않는 답을 하나씩 치우다보니 남은 답이었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면 되지.”

“나중에? 친구들이랑 가치?”

“응, 나중에 만나서 전처럼 집에서 놀면 되지.”

“음··· 뭔지 알게써.”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헤어짐이야 앞으로도 많겠지만 쉬운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재촉하진 않았다.

그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우리는 어린이집으로 왔고 인사를 했다.

“안뇽, 나중에 와.”

“그래.”

다연이 바람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자리를 뜬다.

***

“안뇽하세요!”

“그래.”

어린이집에 도착한 다연이는 빠르게 선생님께 인사를 한 다음,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연이의 선생님은 다연이의 모습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연이를 따라 반으로 들어간다.

헐레벌떡 뛰어들어간 다연이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혜원이에게 달려갔다.

“혜워나!”

“왜?”

혜원이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다연이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했다.

“왜? 나 왜 불러?”

뭔가 중요한 일인 건 맞는 듯 했다. 저렇게 복잡 미묘한 다연이의 표정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우울하다기엔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좋은 일이라기엔 우울한 입을 하고 있다. 혜원이는 여태껏 나름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저런 표정은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유치원···!”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온 탓에 숨을 헐떡이던 다연이가 간신히 말을 잇는다.

“혜원이는 어떤 유치원에 가..?”

“어린이집이 아니라 유치원?”

“응!”

혜원이는 그 둘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얼마 전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분명 좋은 소식이라고 말해줬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유치원에 가게 됐다고 말했었는데 그 때 귤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다.

“어.. 엄마가 말해줬던 것 같은데에..”

혜원이는 손에 쥐고 있던 빵조각을 내려놓고 집중한다. 빵은 선생님이 줬던 건데 혜원이가 일찍 와서 친구들을 기다릴 겸 해서 쥐어준 거다.

“으···”

집중해서 떠올리니 뭔가가 번뜩 하고 생각났다.

“태.. 양···!”

“태양 유치원?”

“마자! 거기에 간다고 했어.”

다연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그래도 혜원이랑 같이 가게 되서 더 신난다.

“다여니도 태양 유치원에 가?”

“응..! 우리 가치 가.”

“오···!”

다연이는 혜원이와 같이 맘껏 좋아한 다음, 다시 앉아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마음 같아선 전부 같은 유치원에 갔으면 좋겠는데 물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눈앞에 보이는 선생님에게 가기로 했다.

내년에 유치원으로 가게 된다면 선생님과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선생님.”

“응, 다연아. 왜?”

“나, 내년에 유치원 간데요오···”

선생님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연이는 이제 7살이 될 거고 햇살 어린이집은 6살까지만 받으니까.

그래도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응, 알고 있어.”

“그럼 이제 선생님 못 보는 거에요···? 그건 시른데···”

“아니야.”

우울한 다연이와 달리 선생님은 평온한 얼굴이다. 평소처럼 살짝 웃고 있기도 했다.

“그러면요..?”

“다연이가 유치원에 가도 선생님이 식당에 놀러가면 되지..!”

“아..! 맞네!”

왜냐하면 식당은 이사가지 않을 거니까 식당에 가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 다연이를 핑계 삼아 더 자주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도 선생님 집 알고 있으니까..! 선생님이랑 가치 놀고 싶으면 선생님 집에 놀러가면 되잖아요!”

“맞아!”

다연이는 그 말을 들으니 많이 안심할 수 있었다.

사실 새로운 유치원에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계속 볼 수 있다면 걱정할 건 없다.

“이제 하나도 안 무서워.”

오빠 말대로 헤어진다고 해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게 전혀 무섭지 않다.

“다연아, 다연이도 빵 먹을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작은 빵조각을 건넸다.

“네!”

걱정이 날아간 다연이는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빵조각을 받아들었다.

무서운 건 이제 없다. 헤어져도 다시 만나면 되고 다시 만나면, 열심히 놀면 되는 거니까.

***

다연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늘 이럴 때마다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든다. 분명 조금 전만 하더라도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다. 예전에 나 혼자 있었을 때처럼.

식당에 도착하니 그 앞에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다연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어린이집에 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다연이 덕분에 여기 있게 된 거니까.

“냐앙.”

그런 고양이의 머리 위에 참새가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이 놀라며 사진을 찍는다.

“어머, 신기해라.”

나도 처음 봤을 땐 저 모습이 신기했는데 계속 생각해보니 고양이와 참새를 친구가 되게 해준 다연이가 더 신기했다.

정말 드루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냥.”

나를 본 고양이가 반기듯 소리를 낸다.

“그래.”

나도 나름 대답을 한 뒤,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 일 해야지.

.

.

.

며칠이 지나서 주말이 됐다.

어김없이 예나가 일하러 왔고, 다연이는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다.

“내가 마리야···! 오빠랑 가치 밥도리네 집에 놀러 갔어! 밥도리 알고 이찌?”

“응, 민혜 오빠잖아.”

“마자! 거기서 뭐 보여줬는지 아라? 바로··· 밥도리가 방송하는 방이어찌. 그 방은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는 거래. 나랑 오빠한테만 보여줘찌! 이거 엄청 중요한 거야.”

“그래, 대단하네!”

“그러치.”

예나도 밥돌이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지만 다연이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보다 더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대단한 일이어도 다연이의 친구들은 밥돌이의 잘 모르기 때문에 자랑한다고 해도 그리 신이 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 예나가 보이고 있는 반응은 다연이에게 엄청난 것이었다. 마치 유명인이 돼서 모교의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졸업생 같은 모습이다.

그만큼 열의가 넘쳐 보인다.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해.”

“뭔데?”

“밥도리가 마리야···. 밥도리 일기장에 나랑 가치 재밌게 놀았다고 적어써! 엄청 신기하지?”

“큭큭, 그래. 엄청 신기하네. 언니도 그거 봤어. 다연이 대단한데?”

예나가 칭찬까지 곁들이자 다연이는 더욱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밥도리가 그 일기장에 올린 사진이 우리 오빠가 해준 요리라는 거야! 밥도리는 오빠가 한 음식을 제일 좋아하니까!”

다연이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그런 다연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반응에 만족한 다연이는 그제야 흥분된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 뒤로도 다연이의 자랑은 이어졌다. 다연이는 자랑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한 시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다연이의 자랑을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때.

딸랑.

누군가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다연이의 자랑이 끊긴다.

식당으로 들어온 손님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고 예나도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오빠 아는 사라미야···?”

다연이는 모르는 얼굴이다.

나와 예나가 아는 척을 하자 다연이가 살며시 내게 묻던 말이었다.

“응, 사진에 있는 할머니 친구 분.”

“오···.!”

할머니의 친구 분이셨는데 고향이 바닷 마을이신 분이었다. 내가 밥돌이네 집에서 고등어 손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 손질을 저 할머니께 배운 거니까.

“이 꼬맹이가 네 동생이라는 걔냐?”

“네.”

할머니 친구분의 성격은 조금 까칠했는데 나쁘신 분은 아니다.

까칠하게 말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전부 챙겨주셨으니까. 하지만 식당에 자주 오시진 않아서 다연이는 잘 모른다.

저번에 봤었지만 기억은 못하는 것 같다.

“자, 이거.”

여전히 까칠하게 말하면서 뭔가를 건네준다.

“이게 뭐에요..?”

“삼치 회랑 굴. 고향에서 가져왔다. 먹어.”

그리고 휙 돌아서 다시 식당 밖으로 나선다.

“그거 자연산이야. 그러니까 그냥 먹어.”

“어디 가세요? 와서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싫어. 일 있다. 나중에 저녁 때 와서 먹을 거니까 알아서 준비하든지 말든지.”

그렇게 말하고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순간 멍한 얼굴로 할머니가 가시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만큼 갑작스럽다.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도 모를 정도로.

“어··· 할머니는 여전하시네요.”

“그러게.”

정말 이것만 주고 그냥 가셨다.

할머니가 주신 걸 확인해보니 양이 꽤 많다. 회도 그렇고 굴도 그렇고. 꽤가 아니라 엄청 많다.

나와 예나를 따라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것들을 보던 다연이가 말했다.

“우와.. 갑자기 엄청 마싯는 게 생긴 거야.”

다연이는 회와 굴을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맛있다는 걸 알았는지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일단 빨리 머거보자!"

예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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