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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03화 (10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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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된 고등어를 프라이팬 위로 올리려던 때 밥돌이가 몸을 들썩이며 말했다.

"아, 맞다···!"

뭔가 잊어버린 게 있는 모양이다.

"..?"

내가 멍한 눈으로 보고 있으니 밥돌이가 대답했다.

"아.. 별 건 아니고··· 아니 별 건가..? 형님 하는 거 보고 있느라 다른 음식들 한다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미역국 하려고 했는데."

“미역국..?”

“네.”

짭쪼름한 고등어 구이와 며칠 전 다연이 생일날 먹었던 미역국. 잘 어울릴 것 같다.

어느 식당의 고등어구이 백반으로도 나오는 조합이었으니까.

나는 프라이팬 위로 올리려던 고등어구이를 다시 내려 놓았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하면 다연이도 좋아할 것 같았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면 얼른 미역국 준비부터 하죠. 고등어는 잠시 놔둬도 되니까요.”

잠시 둔다고 해서 맛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니 조금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재료는 전부 있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끝날 거에요. 제가 할테니까 조금 쉬고 계세요.”

“아뇨, 저도 같이 할게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밥돌이의 말을 그냥 넘기고 서둘러 미역국을 준비한다.

물론 고등어구이만으로도 맛있을 거다. 어느 식탁에 올라도 메인이 되는 요리니까. 짭쪼름한 맛 때문에 밥과도 잘 어울리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맛. 특별해서 그렇다기 보단 먹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잘 어울리는 국과 함께라면 더 좋을 거다. 개인적으로 매콤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미역국도 좋다.

“오..! 저도 준비할게요!”

밥돌이의 동생인 민혜도 덩달아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한다.

요리는 아니고 식사를 하기 위한 수저 놓기 같은 준비였지만 음식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잠시 뒤, 미역국은 금방 끝났다. 이제 이대로 끓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전에 다연이를 위한 미역국을 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금방 완성됐다. 시간은 더 짧았지만 맛은 전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 아저씨는 엄청 좋은 거를 많이 가지고 이써요!

거실에서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덩달아서 밥돌이 아버지의 웃음 소리도 들린다. 다연이가 밥돌이와 친한 만큼 밥돌이 아버지와도 잘 맞는 것 같다. 누가 보면 친구인 줄 알 만큼.

“아버지가 애들을 좋아하셔서요. 어머니 아니었으면 동생이 더 많이 생겼을 지도 몰라요.”

다연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그럴 것 같다. 밥돌이의 성격이 누구랑 많이 닮았는지도 알겠다.

다른 준비들이 끝나고 이제 고등어를 굽기 시작한다. 불에 달아오른 프라이팬 위에 기름을 잔뜩 얹은 다음, 싱싱한 고등어를 올라준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푸른빛의 띠던 고등어가 점점 구워져 간다.

이렇게 고등어를 실내에서 굽게 된다면 다른 것들보다 냄새와 연기가 더 많이 난다. 미리 환기를 하고 있었지만 자욱하게 덮는 연기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오..”

밥돌이와 민혜는 아직 내 뒤에서 구경하는 중이다.

고등어를 손질하는 거라면 신기할 수 있지만 굽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그래도 신기해하는 것 같으니 별 말 없이 계속 굽는다.

“오.. 마싯는 냄새.”

언제 왔는지 다연이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다 놀았어?”

“아니, 마싯는 냄새가 나서."

미역국에 고등어까지 굽기 시작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완성되면 부를게. 놀고 있어."

"음··· 알게써."

그리고 다시 거실로 사라진다.

민혜는 그런 다연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귀여워···"

아무래도 다연이가 배고파 하는 것 같으니 얼른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밑에 깔아놓은 기름이 지글거린다. 지글거리는 기름은 고등어의 겉면을 익혀가고 다연이 말처럼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르게 만든다. 흥건한 기름이 사방으로 튈 수 있으니 뚜껑을 잠시 덮어두고 기다린다.

"빨리 먹고 싶네요. 고등어 냄새를 맡으니까 더 배고파지는 것 같아요."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밥돌이가 말했다. 동생인 민혜는 어느 새 다연이와 같이 놀고 있는 중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끝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하니 밥돌이가 잠시 멍하게 서서 나를 본다. 그리고 말했다.

"형님, 반말하셔도 됩니다. 존댓말 쓰시는 게 더 불편해요."

밥돌이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반말이라. 누군가에게 반말을 써본 적이 없어서 잠깐 고민했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에게 반말로 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래도 밥돌이가 이렇게 말했고 나도 그 말이 불편하지 않았다. 상대가 밥돌이라면 더.

“그래.”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됐다. 바뀌는 건 말 뿐이었지만 정말 단순하게 말 뿐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잠시 후에 뚜껑 밑에서 거의 튀기듯 구워지고 있던 고등어를 한 번 뒤집어준다.

살짝 묵직했고 뒤집을 때는 더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올라왔다.

“우와.”

오랫동안 구워진 고등어의 겉면이 살짝 터지듯 찢어져 있었다. 노릇한 갈색의 겉면 사이에서는 잘 익은 고등어의 속살이 옅은 노란빛을 띠고 있다.

지글거리는 기름 때문인지 유난히 환한 주방의 형광등 빛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고등어는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졌다. 적어도 뒤집은 고등어의 한 쪽 면은 그랬다.

지글지글.

나머지 한 쪽 면도 세차게 튀는 기름을 땔감 삼아 열심히 익어가고 있다.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고등어는 당장이라고 밥 한 술과 같이 먹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고등어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밥돌이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물었다.

“이거 완성되면 사진 찍어도 돼요? 저희 시청자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어서요.”

“응.”

사진 찍는 거야 힘든 게 아니니까.

조금 더 기다리다 완전히 익었을 때쯤 노릇한 고등어를 들어서 접시로 옮겨 담는다.

뒤집개 끝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푸른빛을 띠던 고등어는 이제 진한 갈색의 먹음직스러운 생선 구이로 바뀌었다.

뜨거운 열기에 말려올라간 꼬리 끝과 살짝 벌어진 껍질 사이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 고등어구이가 완성됐다.

“잠깐만요. 얼른 찍을 게요.”

나는 밥돌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다연이를 부르기 위해 뒤돌았다.

“밥 이제 먹는 거야?”

다연이는 미리 의자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감에 젖은 눈빛으로 나를 본다.

“응, 거의 다 됐어.”

밥 먹는 걸 좋아해서 평소에도 항상 준비되기 전이 미리 의자에 앉아서 밥을 기다리긴 했지만 여기서도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럴 때면 도대체 어떻게 미리 알고 자리에 앉아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냥 빨리 밥을 먹고 싶어서 그런 건가.

아무튼 식사 준비가 끝났다.

미역국도 각자 알맞게 덜어냈고 고등어 구이도 두 접시 준비해서 적당한 거리에 놓아뒀다.

밥돌이네 가족도 전부 모였고 다연이도 밥 먹을 준비가 전부 끝났다.

“오.. 사장님이 요리를 잘 하시네!”

“그러게. 생선은 처음 만져봤을 텐데.”

밥돌이의 부모님이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밥돌이의 성격은 부모님을 닮은 것 같다. 밥돌이의 동생이 민혜는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준비된 밥상을 멍하니 보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나, 이제 이거 먹어도 돼? 배고픈데.”

“그럼! 빨리 먹자!”

다연이는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 이거는 내 생일에 오빠가 해줬던 거다아.”

“맞아.”

미역국을 가리키며 말하고선 후루룩 먹는다.

“캬! 마시써.”

“그래! 많이 먹어라!”

“네!”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전투적으로 국물을 들이켰다.

나는 다연이가 고등어를 먹을 수 있도록 살을 발라준다. 기름에 덮인 겉면과는 달리 속에는 담백한 하얀빛을 띠고 있었다. 살짝 노랗기도 한 속살을 젓가락으로 가득 집어서 다연이의 밥그릇 위에 올린다.

“이거 맛있는 거야. 많이 먹어.”

“응, 오빠도 많이 먹어야 돼.”

"그래."

그리고 나도 다연이 말처럼 따뜻한 밥 한 술 위에 두툼한 고등어 살을 올리고 한 입 먹는다.

입에 넣자마자 짭짤한 고등어의 맛이 느껴진다. 고등어 혼자 먹기에는 많이 짠 편이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적당하게 잘 어울린다.

말 그대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거기다 미역국도 한 숟가락 든다.

“음.”

“마싯지?”

“응, 맛있네.”

다연이도 같은 생각인듯 숟가락 가득 밥과 생선살을 담고선 크게 한 입 왕, 하고 물었다.

“마시따.”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연이가 먹는 걸 확인한 다음, 내 젓가락은 다른 반찬 위를 기웃거렸다. 담백한 고등어구이도 좋지만 입가심을 할 매콤한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빨갛게 잘 익은 배추김치를 집었다. 나는 먹음직스런 붉은 색을 내고 있던 김치를 한 입에 먹는다.

“오..”

“맛있죠? 우리 엄마가 김치는 잘하시거든요.”

내 반응에 밥돌이가 대답한다.

정말로 맛있었다. 김치 특유의 깔끔한 매콤함과 중독성 있는 끝 맛.

내가 여태까지 먹어본 김치들 중에서도 특히 맛있었다.

“...진짜 마시써?”

김치를 먹고 있던 나를 보고 다연이가 물었다.

“응, 진짜 맛있어.”

“그럼.. 나도 줘.”

다연이는 매운 걸 못 먹는다.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 다연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매운데?”

“음··· 그럼 조금만 줘. 나는 참을 수 이써.”

다연이는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나 먹고 싶어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 조금만 줄게.”

내가 작게 자른 김치를 주자 다연이가 아기새처럼 받아 먹는다.

그리고 곧 눈을 커다랗게 뜬다. 그런 다연이를 밥돌이의 다른 가족들도 보고 있었다.

“오···! 마시따아!”

다연이가 맛있다고 말하니 밥돌이의 어머니는 그때서야 안심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대회장의 셰프 같은 얼굴이다.

“휴, 그래. 많이 먹어.”

“네!”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물 줄까?”

“응, 이거 어엄청 마싯는데 조금 매워.”

“그래.”

다연이는 내가 준 물을 마시고 개운한 얼굴로 컵을 내려 놓는다.

“캬하! 마시따!”

그렇게 전투적인 점심 식사가 끝났다.

밥돌이의 가족들은 전부 고등어구이에 대해 칭찬을 했고 나는 별 거 아니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진짜 내가 한 거라곤 고등어를 손질하고 구운 게 전부였으니까.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쉬고 계세요.”

민혜의 말에 나는 거실에 앉아서 다연이가 노는 걸 지켜본다.

밥돌이의 아버지가 아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확실히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이 많이 있었다.

다연이는 그것들을 툭툭 건드리면서 놀고 있다.

잠시 그러고 놀고 있던 다연이가 뭔가 궁금한게 생겼는지 밥돌이의 무릎을 툭 치면서 묻는다.

“그런데.. 밥도리는 어디에서 밥 먹어요?”

“나? 아까 먹었던 테이블에서 먹지.”

“아니, 그거 말고. 밥도리 영상 찍을 때.”

다연이는 그게 많이 궁금했는지 눈을 반짝이면서 묻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니 다연이가 전에 밥돌이의 영상을 보면서 어디서 찍었는지 궁금하다며 혼잣말을 했던 게 생각났다.

그 말에 밥돌이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궁금해? 어딘지 가 볼래?”

“네..!”

다연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밥돌이의 아버지가 한 마디 거든다.

“그 방은 쟤 친구도 안 들어보냈던 덴데 다연이는 복 받았구만! 우리도 허락 받고 들어가야 되는데!”

“아이, 아버지. 그건 안에 장비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저게 다 재산이라고요.”

“어쨌든! 이건 다연이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우리 가족 아니면 못 들어가는 데라고!”

“오···! 그러쿠나!”

그 말을 들은 다연이가 더 설레는 얼굴로 대답했다.

“빨리 가요, 밥도리! 오빠도 같이 가!”

“그래.”

우리는 밥돌이의 안내를 받으면서 안으로 향했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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