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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96화 (9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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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도 된장찌개 먹을 거야?”

“응! 밥도리랑 같이 먹을 거야.”

그러고 보니 내가 직접 다연이에게 된장찌개를 해준 적은 없었다.

다연이가 먹어본 된장찌개는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된장찌개가 전부였다. 그것도 내가 먹고 있는 된장찌개를 몇 숟가락 먹어본 것뿐이다.

우리 식당에서도 팔지 않았고 그 이후로 다연이도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런데 밥돌이와 같이 있으니 이왕이면 같은 메뉴를 먹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만들어 줄게.”

내 몫의 된장찌개도 만들어서 다연이와 밥돌이랑 같이 저녁을 먹으면 될 것 같다. 다연이 된장찌개는 내 몫에서 조금 덜어 줘야겠다.

“밥도리는 어제 먹었던 오빠 음식 맛있었죠? 그래서 또 오고 시펐죠?”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다연이의 말에도 밥돌이는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말했다.

“당연하지! 나는 맛없는 건 안 먹어! 절대!

“오오오..! 맞아요. 밥도리는 맛없는 건 안 먹찌!”

다연이는 영상 속 밥돌이의 모습을 떠올리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밥도리가 이렇게 말했었어. '저는 맛없는 건 안 먹어요. 그래서 광고도 마싯는 것만 해!'"

밥돌이의 성대모사를 하듯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래!”

밥돌이도 다연이의 말에 맞장구친다.

오늘 다시 봐도 둘은 성격이 잘 맞는 것 같다. 나이가 비슷한 친구처럼. 밥돌이가 다연이에게 맞춰주고 있는 거겠지만.

나는 둘이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간다. 지금 된장찌개를 시작해야 다연이가 배고프다고 말하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거다.

원래 저녁을 먹는 시간보다 조금 늦었으니 서둘러야겠다. 그래도 지금은 밥돌이와 이야기하느라 배고픈 걸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음···”

주방으로 들어오면 항상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늘 해오던 방식대로 요리를 하는 것.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메뉴에 없는 음식을 해야하니까.

당연히 된장찌개를 했던 적은 있다. 그래서 요리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늘 했던 음식은 아니었기에 시작하기 전에 잠깐 생각을 하다가 행동으로 옮긴다.

내가 해야 할 건 된장찌개. 하지만 메뉴에 있는 음식도 아니었기에 다른 메뉴들처럼 간단하고 빠르게 조리할 필요가 없다. 대신 느리지만 조금 더 맜있게 만들어야겠다.

“소고기 남은 게 있을텐데···”

나는 냉장고에 남아있을 소고기를 찾는다.

다연이는 고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연이와 온 이후로 냉장고에서 고기가 떨어지는 날은 없었다.

그건 국거리용 소고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냉장고에 남아있던 국거리용 소고기를 꺼낸다.

소고기로 육수를 우려낸다면 조금 더 다연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연이는 고기라면 뭐든 좋아하니까. 게다가 흔히 볼 법한 구수한 된장찌개는 아이라면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테이블에 앉은 밥돌이가 다연이에게 묻는다.

“근데 다연이는 된장찌개 좋아해? 보통 그 나이대 아이들은 안 좋아하던데.”

“음··· 나도 몰라요. 먹어본 적은 있는데에.. 잘 기억 안 나."

다연이의 말에 밥돌이가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 된장찌개가 무슨 맛인지 모르겠네?”

“네.”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런 다연이의 대답에 밥돌이가 미소 지었다.

“그럼 오늘 먹어보면 되겠다. 기대해도 좋을 거야. 된장찌개는 원래 맛있는 음식이거든. 다연이 오빠가 해주니까 더 맛있겠네.”

나는 그런 밥돌이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해주니까 더 맛있을 거다. 그렇게 될 수 있게 열심히 만들어야겠다.

꺼낸 국거리용 소고기는 냄비에 넣고 조금 볶아준다. 그래야 더 좋은 맛이 우러나니까.

그리고 그 위에 참기름도 조금 뿌린다.

참기름 덕분에 약간 고소한 냄새가 난다. 그 위에 덧씌워지는 소고기 향까지.

충분히 볶아주다가 물을 넣는다.

솨아아.

물 위로 떠다니는 기름기가 보인다. 고기 덕분에 냄비 안의 물 색깔이 옅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뚜껑을 덮어두고 된장찌개에 들어갈 재료로 눈을 돌린다.

양파와 버섯, 애호박, 고추 등등. 부족한 재료는 집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부..”

김치찌개에 들어간 두부도 좋지만 된장찌개도 나름 좋다. 구수한 맛에 더해지는 두부의 포근한 식감. 다연이는 두부를 좋아하니까.

재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순서대로 썰어준다.

모든 재료들은 칼로 손질할 때 저마다의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애호박은 조금 단단하고 양파는 부드럽지만 시원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두부를 썰 때 전해지는 포근한 느낌이다.

다연이의 표현에 따르면 솜사탕을 써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묘하고 좋다.

재료 손질이 끝났을 무렵, 냄비에 받아놓은 물이 끓기 시작한다.

보글보글 끓는 물 속으로 준비한 재료들과 된장, 고추장을 약간 섞어서 푼다. 다연이의 몫에는 고추장을 아주 조금만 넣었다.

그제야 제대로 된 된장찌개의 냄새가 난다.

“흠.”

구수하고 편안한 냄새. 식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위에 마지막으로 두부를 넣는다. 물이 끓으면서 두부를 흔든다.

들썩 거리는 하얀 두부에 된장찌개 특유의 색깔이 스며들고 완전히 된장찌개의 색으로 뒤덮여졌을 때 불을 끄고 된장찌개를 가져간다.

내가 요리를 하고 있는 중에도 다연이와 밥돌이는 서로 대화하는 중이었다.

“나는 엄청 오래 전부터 밥도리 영상을 봐써요. 치킨 먹는 것도 봐꼬, 파전 먹는 것도 봐꼬.”

“그래? 다연이는 왜 내 영상이 좋아?”

“많이 먹으니까! 그리고 인형 같아서!”

밥돌이도 다연이의 칭찬이 듣기 좋은지 큭큭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발 밑에 놓아둔 종이 가방 하나를 들어보인다.

“다연이가 나를 좋아해줘서 선물 주려고 가지고 왔어.”

“오..! 선물.”

나는 그 때 완성된 된장찌개를 가지고 테이블로 왔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오, 된장찌개!”

다연이는 다시 된장찌개를 보며 말했다.

“오빠, 밥도리가 나한테 주려고 선물 가지고 왔대.”

“그래.”

다연이가 밥돌이를 좋아하는 만큼 밥돌이도 잘 대해줘서 다행이다.

“그럼 이건 나중에 갈 때 줄게. 지금은 밥부터 먹자.”

“네!”

나는 다연이 몫의 된장찌개를 그릇에 덜어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만큼 더 맛있게 보인다.

“내가 먼저 먹어볼게.”

다연이가 수저를 들고 말했다. 그리고 된장찌개를 크게 떠서 후후 분 다음 먹는다.

“어때?”

“오오··· 마시따아.”

“진짜?”

“응!”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입이 데일 정도로 빠르게 먹지는 않았다.

저번에 튀김을 먹다가 다시 뱉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저도 먹어볼게요.”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던 밥돌이가 말했다.

밥돌이는 대식가 답게 숟가락 가득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담고선 한 입에 먹는다. 별로 뜨겁지도 않은 모양이다.

“오..!”

“마싯지?”

“맛있다!”

밥돌이는 밥도 크게 뜬 다음, 먹는다.

“밥도리가 밥을 먹어.”

“그래.”

몇 번 우물거리던 밥돌이가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맛있습니다! 매일 자극적인 것만 먹다가 이런 된장찌개를 먹으니까 진짜 좋네요. 울 것 같아요!”

그렇게 말했지만 울 것 같은 얼굴은 아니다.

“울면 안 돼. 밥도리.”

“그래, 안 울게!”

그리고 계속해서 식사를 한다.

나도 된장찌개를 맛본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두부를 조금 떼어내서 밥과 함께 먹는다.

“오빠도 맛있찌?”

“응, 맛있네.”

부드럽게 씹히는 두부와 따뜻한 된장찌개가 잘 어울린다.

“고기도 이따!”

다연이는 그 중에도 고기를 골라서 집어 먹는다.

오물거리다가 밥과 함께 꿀꺽 넘긴다.

“정말 맛있어요!”

여전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하는 밥돌이는 벌써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밥 더 가져다 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만 먹을 수가 없네요.”

밥돌이의 과장된 반응에 다연이가 물었다.

“밥도리는 된장찌개가 엄청 맛있어요?”

“응! 이거 먹으니까 우리 할머니가 했던 된장찌개가 생각나네!”

“할머니?”

“응, 내가 처음 먹방 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었거든! 할머니가 요리를 너무 잘하셔서 배부른 지도 모르고 계속 먹었었지!”

“음.. 그러면 지금 밥도리 할머니는 어디에 있어요?”

다연이의 말에 밥돌이는 잠깐 말을 멈추고 다시 이었다.

“돌아가셨어. 그래서 그 된장찌개는 앞으로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하신 건 비슷한 맛이 나네요.”

“그러쿠나..”

“더 자주 와야겠어요!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말이지만 그것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더 무슨 말을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다연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질문하는 걸 멈추고 된장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부쩍 쌀쌀해진 바깥의 날씨와는 다르게 식당 안은 따뜻했다.

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

.

밥돌이는 식사를 끝내고 나서야 수저를 내려놓았다.

“크하!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 밥돌이의 옆에는 빈 밥그릇 네 개가 쌓여있다.

“밥도리는 진짜 많이 먹어.”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지.”

밥돌이의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것 같다. 어제 방송에서도 저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잘 먹었습니다!”

밥돌이는 된장찌개와 밥값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선다.

손에는 종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밥돌이를 배웅하기 위해 앞에선 다연이는 의도와는 달리 종이 가방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아, 그래. 다연이한테 선물 준다고 했었지?”

“네!”

“그럼 바로 줄게. 기대해도 좋아.”

“오..”

다연이는 눈을 반짝였고 밥돌이는 종이 가방에서 선물을 꺼낸다.

“쨘!”

호기롭게 외쳤지만 다연이는 선물을 확인한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우와... 동그라미네에.."

밥돌이가 꺼낸 하얀 무언가를 보면서 다연이가 말했다. 목소리도 조금 작아졌다.

"응..? 아, 뒤집어졌네. 자, 이거 인형이야."

"오..!"

그건 동그라미가 아니라 인형이었다. 밥 모양의 캐릭터 인형.

"동생이 선물 준다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들고 왔지."

"우와.. 너무 조아..!"

다연이가 인형을 만지면서 말했다.

밥돌이는 그대로 식당을 떠나갔고 다연이도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안뇽!"

다연이는 그 인형이 마음에 들었는지 인형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우와, 인형이 두 개다아."

"좋겠네."

"응!"

밥 인형도 다연이처럼 웃고 있었다.

.

.

.

다시 찾아온 주말, 평소처럼 예나가 일하러 나왔다.

"밥도리 인형이다아..."

다연이는 옆에서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박 인형과 밥 인형이 보디가드처럼 다연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다연이 옆에서 학생들의 아침을 위한 메뉴로 뭘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아침 장사를 시작한 이상 팔만한 적당한 메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아침 손님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고민하던 예나는 문득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이는 아침에 뭐 먹고 싶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거."

"음... 월요일에는 샌드위치를 먹고 시퍼. 맛있잖아."

예나는 샌드위치가 너무 평범하다고 중얼거린 뒤, 다연이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건?"

"어... 밥! 밥도리처럼 생긴 밥! 그러며언.. 밥 샌드위치! 밥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거지!"

다연이의 그 말에 예나가 살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밥 샌드위치..? 좋은데!"

"그러치!"

다연이 스스로도 그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보며 외쳤다.

"오빠, 나 밥 샌드위치 해죠!"

그게 뭔지 모르는 나만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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