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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돌이의 방송이 시작됐다.
먼저 밥돌이는 오늘 준비한 음식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한다. 다연이도 바로 앞에 과자 하나를 두고 방송을 본다.
그래도 먹방을 보는 건데 영상과 함께 먹을 과자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집 구석에 쌓아 놓은 다연이의 과자 중 하나를 가져왔다.
과자를 뜯고 앞에 놓았을 때 영상 속 밥돌이가 말했다.
“이거 전부 동생한테 추천 받은 분식집에서 사온 거 거든요? 근데 이거 진짜 맛있어요. 진-짜.”
밥돌이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자기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강하게 말했다.
“광고는 아니에요. 요즘 뒷광고 말 많은 거 아는데 정말 아니에요. 사실 예전에는 가끔 갔었거든요? 그러다가 먹방하면서 발이 좀 뜸해졌는데 최근에 다시 가니까 예전보다 더 맛있어졌더라고요!”
“마자!”
다연이가 밥돌이의 말에 대답하고 나서 나를 본다.
“밥도리가 오빠 음식 진짜 마싯대! 말로만 진짜가 아니라 지이이인짜! 이렇게 말했어!”
다연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가면서 힘주며 말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보니 정말인 것 같다.
나는 그런 다연이의 말을 듣고 있다가 계속해서 열심히 고개를 젓고 있는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이는 밥돌이가 왜 그렇게 좋아?”
“밥도리는 엄청 맛있는 밥을 만들잖아! 그리고 밥 먹을 때는 엄청 많이 먹어. 그리고 엄청 마싯게. 그래서 너무너무 좋아. 나는 밥 잘 먹는 사람이 조아. 또 오빠처럼 밥 잘 만드는 사람이랑!”
나는 다연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문득 민우와 다연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에게도 이 사실을 말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리야..! 밥도리랑 같이 밥 먹는 게 내 꿈이야..! 밥도리랑 가치 밥을 먹는 거지."
“그러면 아까 밥돌이한테 말하지.”
“괜찮아! 오늘은 방송한다고 해짜나. 나중에 오면 그 때 물어봐야지.”
“그래.”
역시 다연이는 착하고 똑똑하다.
다연이는 다시 영상에 집중한다. 영상 속 밥돌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식당에 애가 있더라고요. 제 동생한테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어요.”
“내 이야기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연이의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영상 속 밥돌이가 말을 잇는다.
“제 팬이라고 했어요! 이 놈의 인기. 어디 안 가요. 맞죠?”
“맞아!”
다연이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사진 보여드릴게요. 얼굴은 안 나오게···”
밥돌이가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사진을 보여준다.
식당 앞에서 찍은 사진. 다연이 얼굴은 가렸다.
“여기는 식당 앞이에요. 분위기가 좋죠? 애기랑 사장님이 풍기는 분위기랑 잘 어울려요. 식당으로도 좋지만 여기서 사진만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동네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는 곳이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댓글들은 다연이가 귀엽다고 하는 말들이 전부였다. 간간이 식당 이름에 대해 묻는 글도 있었고.
다연이는 귀엽다고 하는 글을 읽어달라 말했고 나는 글자들을 읽어준다.
"맞아, 밥도리도 나 귀엽다고 했으니까."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당연한 말을 한다는 것처럼.
하지만 자만은 없었다. 그냥 칭찬을 좋아할 뿐이다.
“알겠어요, 여러분. 다 말씀 드릴테니까 일단은 음식부터 먹으면 안 될까요? 너무 배고파서.”
밥돌이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먹어도 돼, 밥도리."
다연이의 말처럼 밥돌이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연이도 과자를 집어 먹는다.
밥돌이는 정신 없이 먹는 와중에도 음식 소개부터 시작했다. 거기다 뒤따라오는 맛에 대한 설명까지.
정말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떡볶이가 진짜 맛있네요. 다른 곳이랑 아예 맛이 달라요. 뭐라고 해야 하지.. 기분 좋은 매콤함? 그런 맛이 나서 더 좋네요."
다연이 어깨 너머로 영상을 보고 있던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할머니의 레시피와 직접 만든 고추장이 있으니 당연히 맛있을 거다. 게다가 떡볶이는 내가 자신 있어 하는 음식이니까.
"밥도리가 맛있게 먹으니까 조타."
"나도."
내가 만든 음식이 칭찬 받는 건 좋으니까. 어린 아이 같지만 그래도 좋다.
밥돌이가 주걱 같은 숟가락을 가져와서 떡볶이를 한 입에 후루룩 털어 넣는다.
"오..! 이렇게 한 입 가득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나는 저렇게 먹으면 엄청 배불러서 더 못 먹을 거야.”
영상을 보던 다연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먹방을 계속하던 밥돌이가 말했다.
“그러면 애기 이야기 해드릴게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말에 다연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되게 귀엽더라고요. 싸인 해달라고 해서 싸인을 해줬더니 선물이라고 이걸 줬어요.”
“내가 준 물고기다!”
밥돌이는 물고기를 팔랑거리며 한참 자랑을 하더니 뒤에 있는 팬들의 선물 옆에 놓아둔다.
"그리고 성격도 되게 밝아요! 저랑 좀 잘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자주 가야겠어요."
"자주 와!"
이번에는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밥돌이는 화면을 보고 말했다.
"지금 보고 있지? 내일도 갈게."
"오세요..!"
꼭 다연이가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다연이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면서 과자를 먹는다. 밤돌이가 음식을 먹을 때에 맞춰서 다연이도 과자를 집어 먹었다.
충분히 포식한 밥돌이는 긴 숨을 내쉬더니 방송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럼 안녕 밥순이들. 내일 봐요."
"안뇽."
다연이도 인사를 하고 방송은 막을 내린다.
"후.. 재미써따."
다연이도 유명한 새 친구가 생긴 것이 좋은 모양이다.
.
.
자기 전에 다연이는 평소처럼 일기를 쓴다.
물론 쓰는 건 나고 다연이는 말해줄 뿐이다.
"일기장에 사진 올려줘. 내가 엄청 좋아하는 밥도리 라고 적어줘."
"그래."
나는 다연이의 말을 그대로 적어서 올린다.
옆에서 누워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오빠도 신기하지? 밥도리랑 가까이 살았다는 거랑 예나 언니 친구가 밥도리 동생이라는 거."
"응, 많이 신기해."
실실 웃던 다연이가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후··· 나는 이제부터 밥도리랑 친구야.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말해야지."
유명인과 친구가 된다는 건 그만큼 흔하지는 않은 일이니 다연이도 좋은 듯 했다.
게다가 밥도리랑 성격도 잘 맞아서 더 그런 것 같고.
"아, 댓글 달았다."
"진짜? 엄청 빠르넹."
거의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어, 밥돌이네."
"우와..! 빨리 읽어줘."
"음···"
밥돌이의 댓글을 보니 앞으로도 다연이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식당에 자주 놀러갈게. 또 보자. 밥 이모티콘."
"밥!"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
.
.
다음 날, 아침. 식당에는 학생들로 붐빈다.
어제 밥돌이의 방송 때문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밥돌이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 알고 있었던 눈치였다. 그래서 어제 밥돌이의 방송에 나왔던 음식이 우리 식당의 음식이라는 것도 알게 된 것 같고.
다연이도 등원 준비를 하면서 예나와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있다.
다연이는 그 중에서 밥돌이의 동생에게 손짓한다. 이리 오라는 말이었다.
“왜?”
다연이는 기어이 구석으로 가더니 예나 친구에게 말했다.
“언니, 밥도리 아저씨 동생이라며..? 다 들었어..!”
“음.. 어제 오빠한테 들었어. 미안, 원래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내 옆에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게 말해도 전부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왜 말 안 해써..! 나 밥도리 엄청 조아한단 마리야···!”
“미안, 다연이가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말해줄 걸.”
“그래!”
“대신 집에 밥돌이 굿즈 있거든? 그거 줄게.”
“굿쯔..? 그게 뭐야?”
“밥돌이 캐릭터로 만든 거. 밥돌이 인형있어. 그거 가져다 줄게.”
“오···! 그거면 완전 좋아!”
무서운 표정을 짓던 다연이는 그새 웃으며 말했다.
“뭐야? 둘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아직 예나 친구가 밥돌이의 동생이라는 걸 모르는 듯 밥돌이의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그냥.”
“언니, 다른 언니도 몰라?”
“응, 근데 오늘 안에 말해줄 거야.”
“오···”
대화를 듣던 예나가 말했다.
“무슨 이야기하고 있어?”
“아무 말도 아니야!”
밥돌이의 말처럼 동생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연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밥돌이의 동생을 보면서 물었다.
“아! 근데 언니 이름이 뭐였더라?”
“나? 벌써 잊어버렸어?”
“아.. 아니. 그건 아닌데에.. 어.. 나도 그냥! 그냥 물어보는 거야.”
“음···. 그래. 이제 잊어버리면 안 돼.”
“응.”
“내 이름은 장민혜야.”
“알게써. 안 잊어버릴게.”
다연이는 기억에 새겨 넣으려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갈게.”
“응, 안뇽.”
“안녕.”
짧은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다.
다연이는 그런 아이들을 보다가 나에게 말했다.
“아, 배고프다. 나 밥 먹고 시퍼.”
“...그래. 조금만 기다려.”
“응.”
문득 최근에 다연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 배고프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싶따.”
다연이가 작게 말했다.
.
.
.
그 날 저녁, 밥돌이는 어제 했던 약속대로 우리 식당에 다시 왔다.
물론 손에는 카메라도 없었고 어제처럼 음식을 산더미로 사가지도 않았다. 그냥 보통 손님들처럼 가볍게 식사를 하러 왔을 뿐이다.
“안녕!”
“안뇽!”
밥돌이가 밝게 인사한 뒤, 테이블에 앉는다. 다연이는 그런 밥돌이를 어제처럼 신기하게 보고 있다.
나는 밥돌이에게 주문할 거냐고 물었고 밥돌이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음··· 기름진 음식은 어제 많이 먹었고.. 자극적인 것도 너무 많이 먹었는데···”
나도 어제 밥돌이의 방송을 봤기 때문에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먹방을 찍는 1인 방송의 경우엔 자극적인 음식들을 많이 먹으니까. 방송이 없는 날이나 끼니에라도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밥돌이에게 말했다.
“그러면 된장찌개는 어때요?”
“된장찌개..! 좋죠! 그런데··· 된장찌개는 메뉴에 없는데요?”
“해드릴게요. 메뉴에는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으니까요. 어제 다연이랑 놀아주시기도 했고.”
다연이는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밥돌이만 멍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거면··· 네! 된장찌개로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된장찌개면 맵고 짠 음식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했다.
어제 마음껏 먹었던 음식들과는 다른 종류의 맛이니까. 게다가 된장찌개를 할 재료들도 있으니 금방 만들 수 있다.
그 때 밥돌이를 보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나··· 밥도리랑 같이 밥 먹고 시퍼요. 지금..! 먹어도 돼요?”
어제 다연이의 꿈이라고 했던 말이었다.
지금은 일 때문에 온 게 아니니까.
“그럼! 당연하지!”
“오···!”
신난 다연이가 밥돌이의 맞은편에 앉는다. 그리고 크게 말했다.
“나도 된장찌개 줘!”
그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