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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90화 (9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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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나는 갑작스런 예나의 말에 되물었다. 알바라면 이미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말에 나 대신 다연이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네."

"다른 알바는?"

"그건 그만 두려고요."

"왜?"

"저 이제 거의 고3이에요. 그러니까 공부해야죠. 지금 편의점 알바는 너무 힘들어요. 주말로 옮길 수도 없어서 그냥 그만두려고요."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새 학기구나.

이렇게 보니 정말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다연이랑 처음 만났을 때는 올해 초봄이었는데 벌써 가을이 됐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래, 여기서 일해."

"오···!"

내 말에 다연이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사실 안 그래도 알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손님들도 많아졌고.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다연이의 일기장 덕분에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혼자하긴 힘드니 알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예나라면 더 괜찮고.

"근데 저 주말이랑 평일 며칠 밖에 못하는데. 학교 때문에요."

"그래, 알고 있어. 어차피 손님이 늘 많지는 않으니까."

"오오..! 언니, 오빠 식당에서 일해?"

다연이가 신난 얼굴로 묻는다.

다연이 입장에선 예나가 이 곳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 더 자주 볼 수 있으니까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저씨, 정말 그렇게 해도 돼요?"

"응."

"우오아···!"

눈이 빠질 듯 크게 뜨는 다연이가 곧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조아조아. 그러면 올 때마다 언니랑 놀아야지!"

그러면 알바를 쓰는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당연하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되지?"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응."

.

.

.

아이들이 떠나고 다시 찾아온 주말.

오늘은 특히 쌀쌀하다. 이제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 실제 날짜로는 겨울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체감으로는 벌써 겨울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연이는 어제와 다르게 빈 식당 가운데 서서 한 손에는 어묵을 들고 있다.

"후우···"

다연이가 옅게 바람을 불자 어묵에서 피어오르던 뜨거운 김이 흩날린다.

그리고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호호.. 마싯는 맛이야."

그러면서 웃더니 남은 어묵을 마저 해치운다.

"궁물."

다연이가 어묵을 오물거리면서 말했고 나는 식당의 종업원처럼 어묵 국물을 종이컵에 따라준다.

"뜨거우니까 오래 놔뒀다가 먹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침부터 다연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원래라면 머리가 부스스한 채로 복도에 앉아있을 텐데.

"언니다!"

그 때 다연이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창밖에서 걸어오는 예나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뇽."

"응, 안녕."

다연이와 인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소리는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예나가 우리 식당에서 알바를 시작하는 첫 날이다.

덕분에 다연이의 환영도 받을 수 있었고.

게다가 예나는 예전부터 우리 식당에 자주 드나들 뿐더러 가끔 돕기도 했기 때문에 따로 가르칠 것도 없었다.

“언니, 뭐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아저씨가 더 바쁠 수 있을지.”

그 말에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한 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음.. 아저씨. 제가 생각해봤거든요?”

“뭘?”

“식당이 잘 돼서 다연이가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방법이요.”

여전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예나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아저씨 식당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거요.”

우리 식당이 흥하는 방법. 당연히 나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전단지도 돌려 봤고 새 메뉴도 만들었다. 하지만 다연이를 키우게 되면서 돈이 더 많이 필요해진 건 사실이었다.

요즘은 다연이 덕분에 식당 매출도 많이 늘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매출 고민은 꾸준히 해야 하는 법이다.

“일단은 식당 홍보를해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래.”

예나는 이어서 설명했다. 어떤 방법을 써야 될지.

그리고 지금 식당이 잘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바로 다연이죠!”

그 말에 두 개째 어묵을 먹고 있던 다연이가 멈칫하며 이 쪽을 본다.

어묵에서는 잘 우려낸 국물이 톡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어묵 먹는 사람이야.”

“그래, 그거 먹고 있어.”

다연이는 눈치를 보더니 다시 어묵을 먹기 시작한다.

그 틈에 나는 예나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지금 식당이 잘 되고 있는 이유는 다연이 때문인 게 맞다. 다연이가 아니었다면 축제가 아닌 날, 식당 앞에 줄을 선 모습은 볼 수 없었을 거다.

그렇다면 뭘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보 수단 중에 제일 좋은 건 바로 다연이 일기장이죠.”

그 말에 다연이가 대답한다.

“내 일기장은 다른 사람들이 다 봐. 내가 초콜릿 먹고 싶다고 적으면 내일 사람들이 나한테 초콜릿 줘.”

다연이에게 일기장은 마법의 일기장 같은 거다. 원하는 걸 적으면 다음 날 그게 생기니까.

홍보를 하려면 다연이의 일기장을 이용하는 편이 좋을 거다.

“그래서 급한 건 홍보가 아니에요. 다연이 일기장은 계속 있을 거니까.”

그 말을 들은 다연이가 혼잣말을 했다.

“오늘은 맛있는 어묵을 먹었다고 적어야지.”

“그러면 뭘 해야 되는데?”

예나가 대답한다.

“새 메뉴죠!”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메뉴는 충분하다. 이제 어묵도 생겼으니 메뉴는 이미 많은 편이다.

“메뉴 많은데.”

“완전히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 메뉴를 개편하자고요!”

“개편?”

“네! 제가 생각해 봤거든요? 지금 튀김은 너무 구식이에요. 제 친구들은 그런 걸 안 먹고 싶어 한다고요.”

그 말에 옆에서 가만히 듣던 다연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선 목소리에 힘을 싣고 말했다.

“나는 오징어 튀김이랑 고구마 튀김 좋아! 맛없다고 한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미안..”

고개 숙인 예나의 모습을 본 다연이는 찡그린 표정을 풀고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근데 다른 튀김도 맛있을 거야. 새로운 튀김.”

다연이가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바꿔야 하긴 한 모양이다. 하긴 튀김 구성은 할머니가 정한 이후로 바꾸지 않았으니까. 오래되긴 했다.

“봐요. 다연이도 새 튀김이 맛있을 거래잖아요.”

그런 다연이의 모습을 보고 예나도 다시 미소 짓고선 말했다.

다연이가 저 말을 한 이유가 나를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오빠가 했던 튀김도 맛있어.”

“그래.”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바꾸자. 당장의 매출엔 도움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면 나름대로 괜찮을 거다.

“근데 무슨 튀김할 거야?”

다연이의 물음에 예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것까지는 생각 못한 모양이다.

“음.. 이제 생각해보자.”

“나는 생각한 거 있는데.”

그 때 다연이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저 표정을 보니 먹고 싶은 튀김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한테도 말한 적 없었는데. 뭘까.

“뭐 생각했어?”

그러자 다연이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솜사탕 튀김!"

다연이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연이가 말을 잇는다.

"또 새우 튀김!"

이번에는 그럴듯한 튀김 이름을 댔다.

"다연이는 그게 왜 먹고 싶은 거야?"

"당연히 솜사탕은 맛있자나. 튀김은 뭐든 마싯으니까 솜사탕도 튀김으로 먹으면 맛있을 거야. 오빠가 튀김은 뭘 튀겨도 맛있다고 해써."

다연이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솜사탕이 튀김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면 또 한참이 걸릴 것 같다.

"새우 튀김은?"

"새우가 맛있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다.

예나와 다연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는 동안 나는 적당한 튀김 거리를 떠올렸다.

기존의 튀김들은 어울린다기 보단 각자 먹었을 때 맛있었다.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튀김 만두랑 김말이 튀김을 넣자. 야채 튀김은 그대로 두고."

"오..! 좋아요!"

"솜사탕 튀김이면 더 좋은데 안 그래도 좋아!"

아무래도 솜사탕이 왜 튀김이 안 되는 건지 말해줘야 될 것 같다.

.

.

.

일주일 뒤, 다시 예나가 출근하는 날이다.

사실 그 날 이후로 메뉴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다.

나 역시도 바뀌어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온 메뉴 중엔 떡꼬치도 있었다. 물론 떡만 꽂은 게 아니라 떡과 잘 어울리는 새 튀김도 꽂았다.

이건 예나의 아이디어였다. 굳이 여기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잠깐 들려서 먹을 수 있게.

오늘은 그 메뉴들의 시식 날이었다. 필요한 재료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예나가 지난 일주일 동안 바빴기 때문이다.

"언니는 언제 오는 거야? 나는 빨리 마싯는 게 먹고 시퍼."

"그럼 다연이는 먼저 튀김 먹어볼래?"

"응!"

사실 다연이는 먼저 새 튀김을 먹어봤다.

그 때도 맛있다며 소리쳤지만 벌써 그 기억은 전부 잊은 것 같다.

"몇 개나 먹을래?"

"나는 그거 다 해줘도 다 먹을 수 있는데."

"....그래. 오빠가 알아서 할게."

"응."

다연이의 먹성은 알아준다. 성인이 되면 나만큼 먹을 것 같다.

일단 몇 개만 해야겠다.

불을 켜고 기름에 온도를 높인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옅게 들려오고 온도가 적당하게 올라가면 튀김을 넣는다.

이렇게 있으니 다연이에게 처음으로 튀김을 해줬었던 때가 기억난다.

그 때는 지금처럼 편안하게만은 있지 못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묵 먹어도 돼?"

"...응."

지금은 먹고 싶은 건 모두 먹는다. 다연이에게 이 식당은 뷔페같은 곳이다.

지나다니다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다연이가 어묵을 두 개나 먹기 전에 얼른 튀김을 완성시켜야겠다.

기름이 끓는 묵직한 소리. 그리고 기름 위에 떠 있는 튀김이 핑그르르 돈다.

먹음직스런 노란빛깔은 더욱 허기를 치솟게 만든다.

살짝 차가운 식당 안의 공기가 끓는 기름과 치솟는 불길의 온도에 조금씩 녹아간다.

밤새 싸늘했던 주방이 끓는 기름에 다시 적셔질 때쯤 완성된 튀김을 꺼낸다.

좋은 냄새. 튀김이 완성된 걸 알아차린 다연이가 급하게 뒤돌았다.

"이제 먹자."

다연이는 내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달려가서 젓가락을 가지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나 지금 배고파."

다연이의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 있다. 왜냐하면 방금 전에도 어묵을 먹었기 때문에.

"그래, 많이 먹어."

"응."

다연이가 튀김 하나를 낚아채듯 집어 든다.

김말이 튀김이다. 김으로 감싸인 당면. 튀김과 김, 그리고 당면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특히 김말이는 내가 준비한 튀김 중에서도 떡볶이 국물과 가장 잘 어울린다.

이렇게 보니 예나 말대로 튀김을 바꾸길 잘한 것 같다.

"맛있게 먹을게!"

다연이가 튀김을 먹는다.

늘 보던 순간이지만 늘 똑같이 긴장된다.

"오..!"

다연이는 옅은 목소리를 내더니.

"퉤."

튀김을 그대로 뱉어냈다.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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