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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81화 (8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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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다아···”

오이 냉국을 한 입 마신 다연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곧 켁켁거렸다.

“으에··· 매워어···”

매운 국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다연이는 빠르게 식혜로 입을 가져다 댄다.

“후우··· 그래도 마싯따···”

어찌됐든 만족하니 다행이다.

“이게 맛있어? 아니면 식혜가 더 맛있어?”

“식혜! 식혜가 더 맛있어. 솜사탕으로 국물을 만든 것 같아.”

나는 다연이의 표현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 표현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달콤하고 중독성있는 맛이니까.

“이제 먹자.”

“응.”

간단한 시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한다.

이렇게 반찬과 국을 놓고 있으니 꼭 학생시절로 되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는 그 중, 콩자반 하나를 집어서 먹는다.

달콤한 소스와 퍽퍽하게 씹히는 콩. 콩자반 특유의 매력있는 중독성이 느껴진다.

하루종일 집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맛이다.

“으···”

다연이의 목소리에 옆을 둘러보니 다연이가 서툰 젓가락질로 콩자반을 힘겹게 집고 있는 중이었다.

“숟가락으로 먹어.”

“오..! 그런 방법이 있구나..!”

뒤늦게 좋은 방법을 깨달은 다연이가 숟가락으로 맛있게 퍼먹는다.

그러는 모습이 꼭 먹방 영상 속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그랑 땡 몇 개를 다연이에게 주고 그 대신으로 다연이가 안 먹는 오징어 젓갈을 가져온다.

붉은 빛의 오징어 젓갈. 나는 왠만해선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었기도 하고 해산물도 좋아해서 오징어 젓갈도 물론 좋아한다.

씹으면 느껴지는 쫀득한 식감과 양념 특유의 맛까지.

밋밋한 반찬들 속에서 자극적인 오징어 젓갈을 먹으니 입 안이 환기되는 기분이다.

“오빠는 이거 맛있어?”

다연이가 손가락으로 오징어 젓갈을 가리키며 물었다.

“응, 맛있어.”

“그럼 나도 먹을까?”

“아니, 다연이가 먹기엔 조금 매울 거야.”

“으.. 매운 거···”

평소의 다연이라면 바로 먹었을 테지만 방금 전에 오이 냉국의 매운 맛을 보고 난 직후라서 그런지 거부했다.

“나는 식혜 먹을래.”

“그래.”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연이의 식판에 남아있는 젓갈들을 모두 나에게로 옮겼다.

덕분에 오징어젓갈은 독점하게 됐다.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나는 식판의 음식들을 모두 비웠다.

평범한 반찬이고 국물이었지만 분명 맛있었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는 기분이다.

이런 맛은 내가 요리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흉내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오이 냉국을 쭉 들이킨다.

“큼···”

입안에서 톡톡 튀는 냉국의 시큼한 맛. 아삭한 오이가 덤으로 씹히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입안을 말끔하게 청소해주니 이제야 식사가 완전히 끝난 것 같다.

“크하···!”

옆에 있던 다연이도 개운한 소리를 낸다.

그릇 채 들고 쭉 들이키던 식혜를 꿀꺽 삼킨다.

“마시따!”

다연이도 만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잘 먹었습니다! 엄청 맛있어요!”

주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난 뒤에, 우리들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혜원이네 가족은 이제 막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머리에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연이는 그 모습을 보고선 히죽히죽 웃었다.

우리들은 모두 씻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텐트도 접고 하루 동안 머물렀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그 동안 아이들은 구석에 앉아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

.

.

정리를 얼추 끝내고 의자들만 자리에 남겨 놨다.

당장 가도 되지만 조금만 더 쉬다가 가자는 생각이었다.

“오빠. 우리 사진 찍자.”

“사진?”

“응, 나중에 시간 많이 지나면 잊어버릴까봐. 안 잊으려면 사진 찍어야 돼.”

“그래.”

아까 전에 혜원이와 나눴던 대화는 아마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벌써 내 휴대폰에는 다연이가 찍은 다른 사진들로 가득 찼다.

전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던 앨범이 여러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전부 다연이와 관련된 사진이었다. 다연이가 찍었거나 다연이를 찍은 사진들.

내가 휴대폰을 주자 다연이를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옆에 붙어 있던 혜원이도 덤으로 주변을 돌아다닌다.

주변을 전부 찍고 나서 다연이는 나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어제 만났던 언니하고도 사진 찍고 싶은데 혼자서는 가면 안 되잖아.”

다연이는 이 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기억에 많이 남은 모양이다.

“그래, 가자.”

그래서 나도 다연이의 말을 들어줬다.

잠시 후, 나는 다연이를 따라서 어제 만났던 8살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건네자 그 쪽에서도 인사가 돌아왔다.

나는 뒤로 살짝 떨어져서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이제 우리 가야 한대···”

“나도..”

아이들은 전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 찍고 싶어. 나중에도 기억하게.”

“응.”

마치 졸업식의 학생들을 보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헤어짐에 슬퍼하는 학생들처럼.

충분히 사진으로 남긴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

“헤어지기 싫은데..”

“나도. 그런데 엄마가 그랬어. 만나면 헤어져야 한대.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대.”

8살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목소리를 작게 흘렸다. 8살 아이치고는 성숙한 생각이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다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음.. 알겠어.”

헤어지는 걸 싫어하는 다연이도 천천히 배워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헤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다연이는 이어서 아기에게도 인사한 다음, 다시 돌아온다.

“안녕, 아가야.”

“따아···”

아쉬워하던 아기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던 다연이도.

생각해 보면 하루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도 떠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마지막으로 의자까지 챙기고 나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아이들이 아쉬워하는 걸 보니 내 기분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고 있을 때 다연이가 말했다.

“우리 가기 전에 사진 찍자. 나, 집에 가서도 사진 보고 싶어.”

다연이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첫날에 봤던 나와 할머니가 찍은 사진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됐든 지금은 다연이의 말을 들어주는 게 먼저였지만.

“그래, 그럼 아주머니한테 찍어 달라고 하자.”

“응.”

다연이의 부탁에 나오는 아주머니. 우리는 그 앞에 서서 다연이의 말대로 사진을 찍는다.

“오오··· 이거는 계속 가지고 있어야지이···”

다연이는 내 휴대폰을 들여다 보면서 작게 말했다.

“그래, 재밌게 놀았니?”

캠핑장 주인 아주머니가 물었다.

“네! 엄청 재밌었어요..! 또 오고 싶어.”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꼭 또 놀러와.”

“네에.”

짧은 인사를 끝으로 우리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밖에 안 되는 휴가였지만 왜인지 나에게는 그 하루가 일주일처럼 길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머리를 기대고 생각했다. 다연이 말처럼 재밌었고, 또 오고 싶다고.

집 앞에 도착한 우리들은 짐을 가지고 내렸다.

“안녕, 다연아. 우리 방학 끝나고 보자!”

“응, 안뇽!”

“안녕!”

요란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혜원이와 정말 헤어졌다.

어제 놀았던 것과 오늘 아침에 놀았던 일이 조금 피곤했는지 다연이는 오늘 길 동안 선잠에 들었다.

차 안에 잠드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종종 잠에서 깼지만 덕분에 놀러 갈 때와는 달리 차 안은 조용했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게 더 실감 됐다.

멀어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보던 다연이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 그러면 우리 남은 방학 동안은 뭐 해?”

“오빠는 일해야 돼. 그래야 다연이랑 계속 잘 살지.”

다연이는 저번에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려는 듯 눈을 살짝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자. 그러면 나는 뭐하지?”

“오빠랑 같이 식당에 있으면 되지.”

“예전처럼?”

“응.”

다연이는 그러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살짝 짓고선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빈 식당으로 들어간다.

휑한 식당 안. 이렇게 오랫동안 식당을 비워 보는 건 처음이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색다른 기분이 든다. 물론 좋은 쪽으로.

나는 짐을 정리하고 남은 음식도 냉장고에 넣기 위해 위 층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다연이에게 물었다.

“오늘 재밌었어?”

“응. 그런데 8살 언니랑 아기랑 헤어지는 건 재미 없었어.”

작별 인사를 할 때 많이 아쉬워하던 다연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연이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언니가 만나면 헤어진다고 했자나?”

“응.”

“그러면 나, 혜원이랑 친구들이랑도 헤어져야 돼?”

조금 난감한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응, 언젠가는 그래야 할 거야.”

“음··· 계속 못 보는 건 아니지..?”

“응,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만나면 다시 헤어지고. 그럴 거야.”

“그러면 헤어지는 건 나쁜 게 아니구나?”

다연이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걸 싫어한다. 그건 나랑도, 친구들이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다연이가 이렇게 묻는다는 건 조금씩 헤어짐에 적응하고 있다는 말닌 것 같았다.

헤어짐이 나쁜 게 아니란 것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었다.

“나쁜 거 아니야. 그리고 헤어져도 다시 만나면 되잖아. 다연이가 전화해서.”

“오··· 맞아.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더 친해지는 거구나..!”

“그래, 맞아.”

다연이가 환하게 웃는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커다란 교훈을 깨달은 다연이는 내가 짐과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는 동안 조용히 내 뒤에 있었다.

정리를 끝낸 뒤에 돌아봤을 때, 다연이는 그 자리에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차 안에서 잤지만 피곤은 아직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 만큼 재밌었다는 의미니까 만족스러웠다.

나는 바닥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다연이를 안아 들었다. 방에 눕히기 위함이다.

방에 누워서 이불을 덮은 다연이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재밌어서 다행이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

.

캠핑을 하러 갔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 동안 다연이는 거의 식당의 마스코트가 되어 있었다.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다녔을 때와 다르게 늘 식당에 붙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가끔은 서빙까지 했다.

“애기는 방학이 끝났나요?

그러다 보니 다연이와 비슷한 나이대 아이들의 부모님과도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근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였다. 지금은 아이없이 여자 혼자 식당에 왔다.

“아뇨, 다연이는 할 게 있다고 위 층에 있어요.”

“아, 여기 사시는 구나.”

“네.”

내 말처럼 다연이는 지금 위 층에 있다.

확인하고 싶은 게 갑자기 생겼다고 했는데 뭔지는 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갔다 오면 말해주겠지.

그렇게 말하니 괜히 나도 궁금해진다.

“애기랑 둘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

한편 다연이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오빠한테 말했듯이 옥상에서 할 게 있기 때문이다.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부터 다연이의 얼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웃음.

마지막 발을 내딛고 옥상에 올라선 다연이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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