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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77화 (7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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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어 넣고 애들 부릅시다.”

“네.”

급하게 만든 통발이지만 성과는 있었다.

우리는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리 와 볼래?”

“응?”

다연이는 그렇게 되물으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옆에는 같이 놀던 8살짜리 여자아이도 같이 있었다.

“나도 봐도 돼요?”

“그래.”

보는 건 상관없으니까.

“여기 물고기 잡혔는지 다연이랑 혜원이가 한 번 봐줘.”

“응.”

“네.”

그 말에 아이들이 통발을 번쩍 들었다.

“우와..! 무··· 물꼬기..!”

“물고기가 있어!”

당연하게도 통발 안에는 물고기가 있었다. 검회색의 작은 물고기.

한 마리 뿐이었지만 어쨌든 잡았다.

“우와··· 징짜 신기해···”

다연이는 처음 보는 물고기가 신기한듯 손가락을 가져다댄다.

"으아..!"

그러자 물고기가 재빠르게 움직인다.

"진짜 물고기는 이렇게 생겼구나아···"

다연이는 사진으로 물고기를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 신기해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이렇게 꿈틀 거려.”

물고기에 심취한 다연이는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모습을 따라했다.

“맞아.”

“귀여워.”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던 8살 여자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물고기도 귀여워.”

다연이는 대답하면서 물고기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그러다가 작게 말했다.

“그런데 종이 물고기가 엄청 조금 더 귀엽다. 이 물고기는 미끄러울 것 같아.”

“나는 조금 징그러워.”

8살 여자아이가 덧붙인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통 안에 있는 물고기는 그런 말인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좁은 통 안을 헤엄친다.

“물고기가 그 말 들으면 슬퍼.”

다연이의 말에 여자아이가 대답한다.

“맞네. 미안해, 물고기.”

물고기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다.

그냥 여기서 내보내 달라는 듯 격렬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오빠, 그러면 이 작은 물고기는 어떡해? 우리가 키워..?”

“아니.”

요즘 들어 다연이는 계속 뭔가를 키우고 싶어했다.

저번에 봤던 강아지도 그렇고 참새도 그렇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 때마다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고.

그러나 지금은 적당한 이유가 떠올랐다. 다연이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이유.

“왜?”

“물고기도 친구가 있잖아. 다연이처럼 오빠가 있을 수도 있고.”

“...!”

그러자 다연이의 눈이 커졌다.

이번에는 다연이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연이도 누가 다연이 잡아가면 슬프지?”

“응, 그럴 것 같아.”

“물고기도 똑같아.”

“음···. 그렇구나. 그러면 집으로 가야겠다.”

“맞아.”

그런 다연이를 보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나도 엄마한테 매일 뭐 키워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엄마는 항상 안 된다고 했어.”

“....”

확실히 8살은 뭔가 다르구나. 내 속셈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도 물고기는 보내줄 거야.”

다연이는 물고기를 기억에 가득 담은 다음 혜원이와 같이 다시 돌려보내 준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이렇게 고생하고도 너무 쉽게 보내준 것이 조금 허무했지만 처음부터 이러려고 잡을 거라서 그런 생각은 금새 사라졌다.

“잘 가.”

“안뇽.”

다연이와 혜원이는 물고기를 보내 준 다음 자기들끼리 조금 더 놀았다.

그 동안 나와 혜원이의 아빠는 근처 돌덩이에 걸터 앉아서 쉰다.

“재밌죠?”

그 때 혜원이 아빠가 내게 묻는다.

“....네.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

정말 재밌었다. 다연이를 위해서 물고기를 찾는 것도, 처음으로 계곡에 들어가서 함께 논 것도.

다연이가 없었다면 이런 경험도 하지 못했겠지.

계곡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도, 실제로 계곡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을 거다.

그래서 더 고마웠다.

내가 다연이를 지키고 키우는 게 아니라 다연이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는 것 같다.

다연이가 없었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내가, 지금 이렇게 나로서 있는 것도 전부 다연이 덕분이다.

“앞으로는 더 재밌을 거예요.”

“네.”

“훨씬 더.”

.

.

.

계곡에서 노는 걸 끝낸 뒤, 씻기 위해 샤워장으로 향했다.

이 곳은 샤워장도 구비되어 있어서 편하게 씻고 나올 수 있었다.

“후···”

나는 머리를 털며 혜원이 아빠와 함께 샤워장 밖으로 나온다.

다연이는 혜원이 엄마가 씻겨 준다고 해서 맡기고 왔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 집 앞에 다연이와 혜원이가 같이 서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고 있다.

“안뇽, 오빠.”

“안녕. 뭐해?”

“아줌마가 이거 줬어.”

다연이가 뭔가를 내밀었다.

“자두네.”

“응, 오빠 먹어.”

“아니야, 다연이 먹어.”

다연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두를 다시 가져간다.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굴까. 집이 있는 걸 보면 이 캠핑장의 주인인가.

“이 분 누구세요?”

나는 혜원이 아빠에게 작게 물었다.

“아, 캠핑장 주인 아주머니세요. 남편 분이랑 두 분이서 운영하고 계세요.”

“아..”

그렇구나.

나는 서둘러 감사인사를 전했다.

“자두, 감사합니다.”

“뭘요. 애기가 예뻐서 준 건데.”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연이는 내게 자두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거 지금 먹어도 돼?”

“응.”

“껍질은?”

“껍질도 그냥 먹어도 돼.”

“음··· 알겠어.”

다연이 주먹보다 큰 자두를 한 입 베어문다.

다연이 딴엔 크게 베어 문 거지만 자두에 난 이빨 자국은 자그마했다.

“음···”

음미하면서 먹는 다연이의 볼이 찰랑거린다.

자두면 조금 신 맛이 날 수도 있을 텐데.

“어때, 맛있어?”

“으에···”

다연이가 자두 조각을 뱉어낸다.

“너무 시다아···”

“아, 미안. 애기야.”

자두를 준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다른 자두 하나를 건네준다.

“이건 안 실 거야. 먹어 봐.”

“네에···”

다시 깨문 자두는 그리 시지 않은지 잘 먹는다.

“오..! 맛있따!”

와구와구 먹는 다연이를 지켜보고 있으니 혜원이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저 분 되게 좋은 분이세요. 그래서 여기 손님들도 많은 것 같고.”

“그런 것 같네요.”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겠다.

“그리고 여기 일요일 아침에는 아주머니가 직접 밥을 해주세요.”

“정말요?”

“네, 일요일 아침에만요. 메뉴는 사장님 마음대로에요. 당일까지는 절대 말씀 안 해주세요.”

이런 곳도 있다니.

캠핑장 주인은 캠핑장 관리만 하는 건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아니면 이 곳만 그런 건가.

그 때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아주머니가 나와서 말했다.

“내일 밥 먹으러 와요. 맛있을 거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올게요.”

내일은 아마도 늦잠을 자게 될 거 같은데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와··· 그럼 내일 뭐 먹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다연이가 아주머니께 묻는다.

“그건 말하면 안 돼.”

“왜요?”

“몰라야 더 재밌거든.”

“...?”

다연이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애기도 선물 받았을 때 있지?”

“네.”

“뭔지 알고 받는 선물도 좋지만 뭔지 모르면 기대감이 생기거든.”

“오···.”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지만 다연이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 내일 아침 먹을래!”

“그래, 일어날 수 있으면 오자.”

“응!”

아마도 못 일어날 것 같지만.

우리는 다시 텐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줌마가 자두 많이 줬어.”

다연이는 양손에 하나씩 자두를 쥔 채 걸어온다.

나도 입에 하나를 물고 있었다.

“그래. 많이 먹어.”

텐트에 도착한 우리는 그제야 쉰다.

잔잔한 바람이 시원하고 나른한 오후의 냄새가 따뜻하다.

다연이는 혜원이와 같이 의자에 앉아있다. 여기에 오자마자 잠들어서 별로 졸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다연이와 달리 지금 나는 졸음이 몰려왔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음···”

처음으로 느껴보는 나른함이다.

피곤에 쩔어서 드는 잠이 아닌, 이상하게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나는 잠에 들었다.

***

다연이는 지금이 상황이 너무 좋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옆에 혜원이가 있다는 것도 좋다. 오빠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도.

원래 오빠는 바빠서 낮잠을 못 잔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자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후··· 좋아.”

다연이는 의자에 기대서 바로 앞에 있는 나무를 바라본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이파리. 바람에 따라서 움직이도 있던 이파리는 스르르 다연이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다연이는 그 이파리를 손으로 집었다.

초록색 이파리 위에 개미 한 마리가 있다.

“개미도 집에 가야지.”

다연이는 개미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개미 엄마를 떠올리면서 이파리를 바닥에 놓아둔다.

그러고 다연이는 다시 생각했다. 지금이 너무 좋다고.

“방학이 좋아···”

그래서 방학이 좋았다.

그렇게 의자에 기대서 혜원이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가 다연이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다연이는 옆에 있던 혜원이를 바라봤지만 혜원이가 건들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럼 누굴까.

고개를 들어서 바라본 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안녕.”

“안뇽.”

아까 전, 계곡에서 봤던 8살 언니다.

언니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미소 지으면서 다연이를 보고 있다.

“왜 왔어?”

“너희랑 놀고 싶어서. 그런데 목소리는 왜 조용히 말해..?”

“오빠가 자고 이써.”

다연이는 오랜만에 낮잠을 자는 오빠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작게 말한다.

“아··· 그렇구나..”

“응.”

“그럼 우리 텐트로 가서 놀자.”

“우와··· 진짜?”

“진짜.”

다연이는 계곡에서 새로 만난 언니가 좋다.

우리랑 잘 놀아주니까. 그리고 물총도 가지고 놀게 해 줬다.

그래서 다연이는 언니를 따라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데 안 돼..”

“왜?”

이유는 오빠 때문이었다.

저번에 오빠가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오빠랑 못 만나게 될 수도 있어.’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비록 이 언니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처음 봤다.

오빠 말을 듣지 않고 그냥 따라갈 수는 없었다.

“오빠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거든···.”

“나 모르는 사람 아닌데..”

다연이의 말에 8살 언니도 조금 주눅이 들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다연이가 말했다.

“그러면 오빠한테 물어볼게.”

“오빠 자고 있다며?

“어··· 그냥 물어볼래.”

분명 오빠는 자고 있다.

다연이는 오빠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니랑 같이 놀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오빠한테 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활짝 열려 있는 텐트 입구. 오늘 오빠랑 다연이가 잘 공간이다.

지금은 오빠 혼자서 자고 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이불도 없이 자는 오빠.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빠는 항상 몸을 웅크린 채 잔다.

예전에 물어봤을 땐 오빠가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잤다고 했다.

“후···”

다연이는 텐트 앞에 서서 고민에 빠진다.

저렇게 곤히 자고 있는 오빠를 깨울 수는 없었다. 뭔가 못된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 심장이 마구 뛰고 긴장이 된다.

“다여나.”

혜원이가 작게 불렀지만 다연이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냥 어떻게 해야 오빠를 깨우지 않고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지만.

한참 생각하던 다연이는 오빠에게 작게 말했다.

“오빠···”

그러나 오빠는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도저히 모르겠다.

오빠를 깨워야 할지, 그냥 놀러가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언니한테 못 논다고 말해야 할지.

다연이는 같이 놀고 싶은데.

그렇게 고민하던 다연이는 이내 결심하고 오빠가 자고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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