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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작은 손을 흔들고 있으니 여자가 달려와서 아기를 품에 안는다.
“땨!”
“미안해···”
거의 울기 직전의 얼굴이다.
품에 안긴 아기는 그런 여자의 마음도 모른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아기는 서툰 손놀림으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따아..!”
“안뇽.”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아기는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여자는 아기가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본 다음에야 안심하는 얼굴을 한다.
“가.. 감사합니다.”
여자는 나를 보고 고개를 숙인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다 했어요.”
내 말에 다연이와 혜원이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서 당당하게 여자를 바라본다.
자기들이 좋은 일을 했다는 건 알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아가가 있어서 안녕, 이라고 했어요.”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자기들이 아기랑 같이 놀아줬다는 뜻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마워, 얘들아.”
“흠..!”
여자의 말에 아이들은 더욱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아이들도 서로가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재워 놓고 잠깐 쉬고 있었는데 희연이가 없어졌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데리고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여자는 계속해서 감사 인사를 했다.
아기의 엄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니는 아가 엄마에요?"
다연이가 그렇기 물으니 여자는 그제야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나는 아기 언니야."
"아가 언니···!"
다연이는 그 사실이 신기하다는 듯 여자를 보다가 다시 나를 본다.
"우리 오빠도 엄청 큰데 언니도 엄청 크네..!"
다연이는 자기 생각을 전부 말로 하진 못했지만 아마도 나와 다연이의 역할과 여자와 아기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오빠 분이셨네요. 희연이는 늦둥이에요. 저희 엄마도 많이 힘드셨죠."
그래서 그런 거구나. 품에 안긴 아기는 다시 내려오고 싶다는 듯 버둥댔다.
"알겠어, 언니들이 좋은가 보네."
"내가 언니···!"
"우리가 언니야..!"
다연이와 혜원이는 언니라고 불렸다는 것이 좋은 듯 아기에게 더 자상하게 대했다.
“안녕, 아가. 나는 언니야.”
다연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기의 볼을 쓰다듬는다.
“오..! 부드러워..!”
나는 아기가 아기를 귀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때 여자가 내게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만약 희연이를 잃어버렸으면···”
여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여자가 어떤 기분일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다연이를 잃어버렸을 때 다급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나 때문이었기에 더 미안했다.
“괜찮아요. 찾았잖아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네···”
“아따따!”
아이들과 놀고 있던 아기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박수를 치면서 웃는다.
“아기 너무 귀여워..!”
그렇게 박수를 치고 있던 아기는 자기의 흥에 못 이겨 뒤로 넘어진다.
쿵.
넘어지는 것도 귀여웠지만 아기의 표정은 순간 굳어버렸다.
“괜찮아, 괜찮아. 울면 안 돼.”
그런 아기를 여자가 위로해줬고 아기는 금세 다시 웃었다.
“꺄..!”
“먹을 거라도 좀 드리고 싶은데. 혹시 그래도 될까요?”
여자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고.
“나 과자 엄청 많으니까 괜찮아!”
“나도요!”
아이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여자는 뭔가를 해주고 싶었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어디에서 지내고 계세요? 제가 나중에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어서요.”
“괜찮습니다. 안 받아도 돼요.”
나는 거절했지만 나 대신 혜원이가 대답했다.
“우리는 저기에서 자요. 나중에 아가랑 같이 놀고 시퍼요.”
“나도!”
다연이와 혜원이는 자기들이 언니가 됐다는 게 좋은 것 같다.
방금 만난 아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그래, 고마워.”
“아가가 귀여워서 나도 고마워요!”
“너희들도 귀여워.”
여자는 환하게 웃고선 잠시 후, 아기를 데리고 사라졌다.
“후아··· 아가가 엄청 귀여웠어.”
“얼마나 귀여웠어?”
“이이만큼..! 아가는 너무 작아서 이렇게 뒤뚱뒤뚱 걷잖아!”
다연이가 아기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면서 말했다.
너무 귀엽잖아.
“그렇구나.”
“맞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텐트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아이들과 놀다 오는데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걸렸다. 중간에 일어난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혜원이 부모님들이 일하시는데 너무 놀기만하다 온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텐트 가까이 다가가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다.
“엄마?”
혜원이가 그렇게 말했지만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혜원이 아빠가 구석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아빠, 뭐해?”
“어, 혜원이랑 다연이랑 왔구나?”
어느 새 옷도 갈아입었다.
“뭐야?”
“우리 혜원이, 물고기 보고 싶다고 했었지?”
“응.”
“다연이도 물고기 본 적 없다고 했었고.”
“맞아. 내가 말했어.”
그 말을 들으니 이제야 뭘 만드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물고기 잡으러 가야지! 그래서 통발을 만들었어.”
혜원이의 아빠가 완성된 통발을 번쩍 들면서 말했다.
페트병을 이용해서 만든 통발. 그 안에는 미끼로 쓸 빵 조각이 들어있었다.
“우와···! 이걸로 물고기 만날 수 있어요?”
“응, 여기로 물고기가 들어오는 거야.”
페트병을 보고 있던 혜원이가 말했다.
“그.. 그러면 빨리 가자! 나도 물고기 보고 싶어.”
“그래, 옷 갈아입고 가자.”
“응!”
이 근처에 계곡이 있다고 미리 들어서 다연이가 입을 여벌의 옷도 준비해뒀다.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난 뒤, 계곡으로 향한다.
“그런데 엄마는 왜 자고 있는 거야?”
“피곤하대. 그래서 엄마한테 텐트 지키라고 했지.”
“음···.”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혜원이가 말했다.
“혹시 엄마도 가고 싶은 거면 어떡해?”
혜원이의 말에 아빠가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한테 물어봤어. 엄마가 우리끼리 갔다오래. 피곤해서 자고 싶대.”
“아.. 그렇구나···”
아빠는 그런 혜원이를 대견하게 바라보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혜원이가 저렇게 착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다연이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다연이를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을지 잘 몰랐으니까. 그건 공부를 해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혜원이처럼 좋은 친구와 같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오빠, 계곡에도 물고기가 살고 있어? 바다에만 사는 게 아니라?”
“응, 물 속에는 물고기가 살고 있어.”
“오···.”
다연이에게도 계곡이 있다고 전날 밤에 말했지만 물고기에 대한 생각은 못한 모양이다.
물고기하면 바다 밖에 몰랐던 것 같다.
“우와, 물고기를 진짜 보는 건 처음이야···!”
“그래, 오빠가 잡아줄게.”
“응.”
다연이가 이렇게 말하니 조금 오기가 생긴다.
내가 직접 물고기를 잡아주고 싶다.
“다여나, 근데 계곡물은 어엄청 차가워.”
혜원이가 계곡에 먼저 간 선배로써 다연이에게 조언을 해준다.
다연이는 계곡이 처음이었기에 그런 혜원이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얼마나 차가운데..?”
“음.. 내가 저번에 아빠랑 가치 갔는데 마리야··· 계곡에 발을 넣었거든? 그런데···”
혜원이는 상상 속에서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었는지 사실적인 표정과 동작으로 다연이에게 설명했다.
“아, 차거! 라고 했어.”
“오···. 엄청 차갑구나아..”
다연이는 그런 혜원이의 행동에도 집중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에도 이렇게 반응하는 다연이가 귀여웠고 별 거 아닌 걸 이렇게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혜원이도 귀엽다.
곧 우리는 계곡에 도착했다.
“물이··· 엄청 많다..!”
계곡물은 맑았고 사람들도 꽤 있다.
“물고기도 많겠지?”
다연이가 물었지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물고기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응?”
“그래, 많을 거야.”
일단 가 봐야 아는 거지만.
우리는 조금 위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다연아, 위로 올라가려면 발을 담가야 돼.”
다연이는 본격적인 물고기 잡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입구에서 얼어있었다.
혜원이의 사실적인 연기 때문이다.
“어··· 엄청 차가우면 어떡하지?”
“많이 안 차가워.”
막상 그 말을 해줬던 혜원이는 물에 잘 들어갔다.
“다연아, 나도 처음에는 차가웠는데 지금은 괜찮아.”
“응..”
꼭 혜원이의 말 때문만은 아닐 거다.
이런 계곡이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물고기 보고 싶으면 들어와야 돼!”
“응.”
그리고 다연이가 결심한듯 물에 발을 담근다.
“오···!”
“어때?”
“시원하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한 다연이를 보고선 그제야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조금 올라가다가 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여기서 물고기 잡아보죠.”
“네.”
명분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온 거지만 아이들은 당연히 물고기만 잡고 있지는 않았다.
자기들끼리 놀고 있다.
“물이야..!”
물이 종아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곳이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 때 혜원이와 잘 놀고 있던 다연이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괜찮아?”
아이들이 놀다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걱정되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크게 넘어진 게 아니라 그냥 엉덩방아를 찍었을 뿐이다.
다연이도 아프다기보단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차··· 차가워어···.”
다연이는 굳은 얼굴로 나를 본다.
“으아··· 혜원이가 왜 차갑다고 했는지 알게따···.”
그래도 얼마 안 가 다시 표정이 밝아진 걸 보면 괜찮은 모양이다.
나는 다연이가 놀고 있는 중에도 물고기를 찾기 위해 온 계곡을 뒤지고 다녔다.
다연이에게 진짜 물고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맨 손으로 잡는 건 쉽지 않았지만.
미리 놓아둔 물통으로 만든 통발은 마지막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으아!”
물고기 찾는 걸 포기하고 다연이와 같이 놀려고 마음 먹었을 때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에 놀란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 다연이 앞에는 다연이보다 한 두살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가 물총을 들고 서 있다.
아마도 다연이가 저 물총에 물을 맞은 것 같다.
나는 다연이에게 다가간다.
“괜찮아?”
“응, 그냥 놀랐어.”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는 웃고 있었다.
“그거 엄청 멋있다. 뭐야?”
“물총! 미안, 너 맞추려고 한 거 아닌데.”
“괜찮아!”
물총을 든 여자아이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당당하고 멋있게 보인다.
“그럼 대신 이거 가지고 놀게 해 줄게!”
“정말···?”
“응! 그리고 나는 8살이야.”
“나는 6살.”
“내가 언니네!”
아이들은 금방 친해진다고 하더니 벌써 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나는 다연이와 놀아주려고 하다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다시 되돌아간다.
나 없이도 다연이가 재밌다면 그것도 나름 좋았으니까.
“원래 친구들 생기면 아빠나 오빠는 뒷전이니까요.”
뒤에서 혜원이 아빠가 말했다.
이런 일이 익숙한 모양이다.
“그리고 물고기는 맨손으로 못 잡아요. 애들 보여줄 가재 같은 게 있는지 찾아보죠. 가재가 여기 있을 리는 없지만요.”
혜원이의 아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가재처럼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한 뭔가를 찾자는 말이겠지.
우리는 그 말에 한참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뭔가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통발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먼저 확인하고 물고기가 있으면 다시 물에 집어넣어서 아이들보고 꺼내게 해요.”
“네.”
역시 아빠 경력이 꽤 있어서 그런지 좋은 방법을 많이 알고 있었다.
나는 다연이 대신 먼저 통발을 확인하기 위해 끄집어 올린다.
“어..?”
“오.”
통발을 확인한 나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