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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75화 (7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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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게따.”

다연이가 그 말을 다섯 번째 말할 때쯤 우리는 캠핑장의 근처까지 왔다.

“가기 전에 장 보고 가요.”

“네.”

캠핑장으로 가기 전에 장을 봐야 했기에 우리들은 근처 마트에 내린다.

“여기도 재밌을 것 같아.”

“그랬으면 좋겠네.”

지금 다연이를 보니 아무것도 안 해도 재밌다고 말할 것 같다.

다연이는 뭔가 특별하게 논다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혜원이와 멀리까지 놀러 왔다는 게 좋은 것 같았으니까.

벌써 부터 웃음이 터질 것처럼 잔뜩 미소 짓고 있다.

“가자.”

“응.”

나는 다연이 말을 따라, 안으로 향한다.

안은 넓고 사람들도 많았다.

“뭐 먹을지 생각해봤어요?”

혜원이의 엄마가 그렇게 물었지만 나보다 남편의 말이 더 빨랐다.

“당연히 삼겹살이랑 라면이지!”

“질리지도 않니?”

“하나도 안 질려!”

그 말에는 혜원이가 대답했다.

나와 다연이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본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건 처음이다. 내 주변이 아니라 내 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는 늘 혼자였다. 다연이가 오고 나서 조금 달라졌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던 다연이는 금세 적응한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느은..! 전부 다 맛있어요!”

“정말? 전부 다 먹을 수 있어?”

“네!”

“우와, 대단하네.”

다연이도 밝은 혜원이네 가족과 함께 있으니 나랑 같이 있을 때보다 더 밝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것도 이렇게 배우는 것이 대견 할 뿐이다.

“엄마, 나도 이제부터 전부 다 먹을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

“응! 나도 다연이처럼 다 머글 거야!”

혜원이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편식을 하는 모양이다. 다연이는 그런 걱정 없이 잘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갑시다!”

혜원이 아빠가 들뜬 얼굴로 말했고 우리는 서둘러 물건들을 담는다.

“고기랑 라면은 담았고··· 웬만한 건 다 챙긴 것 같은데. 뭐 빠뜨린 건 없으려나?”

“이써.”

“뭔데?”

엄마의 말에 혜원이가 대답했다.

“까자! 맛있는 과자가 없잖아!”

“그렇네.”

아이들은 과자가 있는 코너로 가서 먹고 싶은 과자들을 쓸어 담는다.

아이들이 과자 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문득 다연이와 처음 마트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와 비교하면 다연이도, 나도 많이 달라졌다. 다연이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고, 나는 다연이가 없었으면 하지 못할 경험들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다연이랑 같이 있었던 시간들이 전부 좋은 기억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거도 엄청 맛있어!”

“나는 초콜릿도 먹을 거야.”

아이들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웬만하면 다연이에게 많은 걸 허락해주지만 그런 다연이에게도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과자의 양은 내가 직접 정해 놓았다.

아무리 먹성이 좋은 다연이라고 해도 하루에 내가 정해준 것보다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특별한 날이니까.

“오빠, 나 이것도 사도 돼?”

“엄마, 나도 이거랑 저거랑 먹을 거야.”

오늘 같은 날은 과자를 많이 먹어도 괜찮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니까.

“응.”

“그래, 다 담아.”

허락이 떨어지자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렇게 많이 담아도 결국엔 다 못 먹을 거다.

우리는 먹을 만한 소시지와 물 같은 것들을 더 담은 다음, 밖으로 나선다.

“빨리 가서 먹고 싶다!”

“나도오.”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차에 올라탄다.

이 곳에서 캠핑장까지는 가까웠다. 짐들이 많아서 조금 답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짠! 여기야. 혜원이는 아빠랑 같이 와본 적 있지?”

“응! 아빠랑 가치 와서 놀았찌!”

혜원이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우와···.”

다연이는 여기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다연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긴 하지만 경험해 본 건 비슷할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다연이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나는 유치원도 안 다녀봤기 때문에.

“나무가 많아. 그리고 바닥이 전부 흙이야..!”

아무리 다연이라고 해도 흙바닥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그냥 설레는 기분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도 많네.”

그리고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다.

“빨리 자리 잡고 있어. 나랑 지훈 씨는 짐 들고 갈 테니까.”

“알겠어, 빨리 와.”

나는 혜원이 아빠와 같이 짐을 들고 아이들을 뒤따라 간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혜원이 아빠가 내게 묻는다.

“다연이랑 놀러 오시는 건 처음이죠?”

“네.”

“많이 들은 말씀이겠지만 어렸을 때 많이 놀아야 돼요. 애들은 빨리 크니까요.”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다연이가 온지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걸 보면 금방 큰다는 말이 맞다.

“우리 혜원이도 손가락만 했는데 벌써 저렇게 걸어다닐 줄은 몰랐어요.”

아무리 작아도 손가락 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다연이도 빨리 클 거예요. 많이 놀아주고,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전부에요.”

“네.”

혜원이 아빠는 자세하게 묻지 않았다. 그저 먼저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줄 뿐이다.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그렇게 할게요.”

솔직히 구체적으로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대로 하는 게 맞는 방법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내가 다연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끔 들었지만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제나 결론은 부족하게나마 이렇게라도 키우는 거였다.

그런 것들을 핑계 삼아서 다시 다연이를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그건 다연이에게도, 나에게도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나에게 다연이는, 바꿀 수 있는 내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특별한 게 있는지 찾고 있었다.

“그럼 애들 앉을 의자부터 펴고 텐트를 칩시다.”

“네.”

혜원이 아빠의 조언에 따라서 캠핑 준비를 시작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할 차례다. 놀러 왔으면서 일을 한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했으나 혜원이 아빠와 같이 한다면 금방 끝날 거다.

혼자였으면 한참 걸렸을 거다.

“여기에 앉아서 과자 먹고 있어.”

“응.”

나는 다연이에게 그렇게 말한 뒤,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바닥에 널려있는 천조각과 기다란 막대기들. 조금 복잡해 보인다. 금방 끝낼 수 있을까.

그 때 작은 손가락이 내 다리를 툭툭 찌른다.

다연이였다.

“오빠, 나도 도와줄까?”

“아니, 괜찮아. 저기에 앉아서 과자 먹고 있어. 금방할게.”

“응.”

다연이는 나에게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의자로 총총 걸어가서 앉는다.

“그럼 여기서 보고 있을게. 나는 오빠랑 아저씨가 잘하는지 보는 사람이야.”

“그래.”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팔짱을 낀다.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던 혜원이도 똑같이 팔짱을 낀다.

“응, 잘해야 돼. 나도 아빠 잘하는지 감시하는 사람이야. 잘 못하면 내가 고기 다 먹어야지.”

아이들이 키득거리면서 우리를 지켜본다.

그런 거라면 잘 해야겠지.

“오늘 고기 먹으려면 잘 해야겠네요.”

“네.”

그렇게 아이들의 감시를 받으며 텐트를 친다.

“휴···”

3~40분 동안 텐트만 친 것 같다.

혜원이 아빠는 두 개나 하려니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린 거라고 말했다.

“나중에 다연이랑 둘이서 왔을 땐 혼자 할 수 있겠죠?”

“네,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땀이 났지만 나무 그늘 밑에 있으니 땀은 금방 식었다.

그 동안 다연이는 뭘하고 있었는지 시선을 옮긴다.

“쿠우···”

다연이와 혜원이는 팔짱을 낀 그대로 의자에서 잠들어 있다.

오늘 놀러 가는 것 때문에 어젯밤은 잠을 설쳤다. 지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차라리 지금 자두면 다연이 바람처럼 오늘 밤까지 놀 수 있을 것 같다.

텐트 말고도 여기에서 먹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마치 서로 맞춘 것처럼 동시에 잠에서 깬다.

“흐암··· 나 잤나 봐···”

“나도 잤어···”

비몽사몽한 눈을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당연하겠지만 여기는 다연이가 늘 눈을 뜨던 집이 아니다.

놀러온 곳이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다연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우아..! 나 잤어. 많이 많이 놀아야 하는데에.”

다연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혜원이 엄마가 말했다.

“그러면 여기 한 번 둘러보고 올래? 혜원이랑 다연이 오빠랑 같이.”

“네! 그렇게 할래요!”

나도 같이 준비해야 하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괜찮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지훈 씨도 여기 구경하고 오세요. 온 김에 힐링해야죠.”

“.... 네, 그러면 갔다 올게요.”

“천천히 놀다 와요.”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같이 주변을 거닐기 시작한다.

캠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방금 전에 잠깐 훑어본 것처럼 방학을 맞아서 가족들이 많이 왔다.

“우와··· 여기에 어엄청 큰 집이 이따아···!”

다연이가 커다란 텐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꽤 크다. 적어도 5~6명 정도는 묵을 수 있을 것 같다.

대가족이 놀러온 모양이다.

“오···”

아이들이 큰 집을 보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자박자박 흙을 밟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다연이가 걷는 소리보다도 훨씬 작았다.

“안녕.”

다연이는 어느 새 시선을 돌려서 작은 발소리의 주인에게 인사했다.

“땨아.”

작은 주인도 대답한다.

“아가가 여기에 있어.”

작은 발소리의 주인은 다연이 말처럼 아가였다.

작고 뽀송뽀송하다는 말이 잘어울리는 아기. 뒤뚱뒤뚱 걷는 게 꼭 펭귄 같다.

아기는 그렇게 걸으면서 천천히 다연이에게로 다가간다.

걷게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아기 같은데 왜 여기에 혼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주변에 다른 보호자는 안 보이지 않는다.

“아가야는 엄청 귀엽다.”

“너무 작아서 아기야.”

아이들은 자기보다 훨씬 작은 아기에게 손가락을 툭 찌른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꺄아.”

아이들의 행동에 아기는 간지러운지 환하게 웃는다.

“아가 엄마는 어디에 있지?”

“오빠, 우리 아가 엄마 찾아주자.”

막 걸음마를 뗀 아기이니 멀리서 오진 않았을 거다.

“그래, 그러자.”

여기 주변에 있을 것 같으니 잘 데리고 있기만 해도 금방 올 것 같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자 한 명이 급하게 튀어나온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여자였다.

“희연아!”

아마도 이 아기의 이름인 것 같다.

“아가 여기에 있어요!”

다연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그런 다연이를 보고 혜원이도 같이 손을 들었고.

“땨땨!”

아기도 작은 손을 번쩍 들었다.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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