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74화 (74/181)

-------------- 74/181 --------------

“그러면 우리 방학 때 혜원이랑 같이 노는 거야?”

이미 다 들었으면서 다연이는 내게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나한테 확인 받고 싶은 거겠지.

“응, 맞아. 같이 놀러 가서 하룻밤 자고 온데.”

“오···! 나는 아빠 집이랑 우리 집에서 자는 거 말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그러고 보니 다연이는 외박을 해본 적이 없다. 어딜 놀러 가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래서 더 신나 있는 것 같다.

“우오···. 나는 혜원이랑 같이 가면 밤까지 같이 놀 거야. 같이 놀다가 같이 자야지.”

“나도 그렇게 할 거야!”

혜원이도 밝은 얼굴로 말했다.

먼 곳으로 놀러가는 것도 신나는데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가는 것이니 다연이와 혜원이는 더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혜원이를 보고 있던 혜원이의 부모님이 나에게 말했다.

“요즘 캠핑 용품 같은 건 인터넷에서 빌릴 수 있대요. 자세한 건 가르쳐 드릴게요. 생각보다 간단하고 비용도 괜찮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돈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다. 어차피 다연이와 놀러가려 생각했었고, 여기 계산대의 두둑한 현금은 다연이가 번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나 혼자 였다면 이렇게나 모으지 못했을 거다. 그러니까 다연이를 위해 쓰는 게 맞다. 무엇보다 다연이가 나와는 다르게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나는 어렸을 적 어딘가로 놀러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면 어느 날이 괜찮아요? 식당 쉬어야 할 거 잖아요.”

“음··· 저는 아무 날이나 상관없어요. 휴가 내기는 회사가 더 힘들 건데요.”

“저희는 어린이집 방학하는 날에 가려고 했거든요. 그럼 그렇게 해도 될까요?”

“네.”

“그럼 방학하는 날에 가는 걸로. 더 늦으면 장마가 겹칠 수도 있으니까요."

곧 있으면 장마 기간이긴 하다. 일기예보를 확인했지만 그 날에 비소식은 없다.

옆에서 우리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다연이가 말했다.

“나는 너무 좋아! 방학하는 날이면 빨리 가는 거잖아!”

“맞아.”

다연이는 그 사실이 좋은지 후후, 하며 숨을 과장되게 내쉬었다.

“다연아, 그럼 내가 엄마 아빠랑 같이 놀러갔던 거 말해줄까?”

“응!”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고선 조금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다연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간다고 결정하길 잘한 것 같다. 사진도 많이 남겨야지.

시간이 지나고 혜원이 부모님이 늦은 저녁 식사를 마쳤다.

“크으.. 역시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잘 먹었어요.”

“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매번 맛있어지는 것 같네요.”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요.”

혜원이와 다연이는 계산을 마칠 때까지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영상은 보는가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이거 봐. 나는 참새랑 친구야. 이건 참새가 우리오빠 머리에 앉은 거.”

“오.. 저번에 참새 보고, 엄마한테 물어봤어. 참새랑 친구할 수 있냐고. 그런데 참새는 사람을 싫어한데.”

“우리 참새는 나랑 친구니까 괜찮아. 나중에 또 같이 참새보자.”

“응.”

뭔가 귀여운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다연이도 자랑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친구가 된 참새에 대해 자랑하고 있는 중이고.

“혜원아, 이제 가야지.”

“알게써.”

그 말에 혜원이는 의자에서 주섬주섬 내려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안녕, 나 갈게.”

“안뇽!”

아직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아까보단 많이 가늘어졌다.

다연이는 혜원이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놀러 가면 엄청 재밌겠다. 맞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연이와 다시 식당으로 들어온다.

***

시간이 흐르고 다연이의 어린이집 방학까지는 하루가 남았다.

비록 짧은 방학이지만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놀러 가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대부분 신나있다.

물론 아이들만 신난 건 아니다. 어린이집의 선생님들도 조금 들떠 있었다.

“정인 씨는 방학 때 무슨 계획있어요? 요즘 만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방학은 짧고, 그 동안 어린이집 청소나 다른 업무도 있지만 작게나마 쉬는 시간이 생긴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저는 부모님 댁에 가려고요. 못 본지 오래돼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뭔가가 다리를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든다.

밑을 내려보니 다연이가 서 있다.

“응, 다연아. 왜?”

그러자 다연이가 종이를 내밀었다.

“물고기 접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원래 물고기 엄청 많이 만들었는데 기억 안 나요.”

“그래, 다시 가르쳐 줄게.”

한 동안 물고기를 잔뜩 접고 다녔었는데 잊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만큼 정인도 이 어린이집에 근무한지 오래됐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다연이와 비슷한 시기에 어린이집으로 왔으니까.

선생님은 물고기를 다 접어주고 나서 다연이에게 종이를 건네준다.

"자, 다 됐어."

"우와··· 선생님은 엄청 빨라요. 나보다 훠얼씬 빠른 거 같아."

다연이는 경외에 젖은 눈빛으로 말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다연이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일이 맞다.

"그래?"

"네!"

정인은 방금 전까지 방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인지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문득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다연이는 방학 때 뭐하기로 했어? 오빠랑 같이 놀러 가?"

"네!오빠랑 혜원이랑 혜원이 엄마 아빠랑 놀러 가요!”

그 말에 정인은 살짝 놀랐다.

저번에 혜원이를 맡긴 적은 있어도 두 가족이 그렇게 친한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 재밌겠네.”

“엄청 재밌을 거예요! 그래서 어제 잠이 안 왔어요. 소풍 갈 때랑 똑같이!”

정인은 들뜬 다연이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연이는 너무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다.

“오늘은 잘 자야할 텐데.”

“네!”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이 좋았다.

빨리 선생님이랑 오빠가 엄청 친해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친하지만.

“다여나!”

“혜워나!”

그 때 혜원이가 크게 인사했다.

“선생님, 나는 갈게요!”

그리고 다연이는 혜원이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조그마한 아이 둘이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다. 혜원이가 먼저 입을 연다.

“우리 내일 놀러가지!”

“그러치!”

다연이는 난생 처음으로 놀러가는 게 좋았고 혜원이는 엄청 친한 친구랑 같이 놀러가는 게 좋다.

“이만큼 재밌을 거야!”

“아니야, 이이만큼 재미써!”

팔을 높이 뻗으면 말하다가 문득 혜원이 뒤에 있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뇽!”

다연이는 그런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 다연이가 어린이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에게 물고기 접는 법을 물어보고 혜원이랑 인사하느라 조금 늦었다.

“안녀엉.”

그런데 지민이의 표정이 조금 어둡다.

평소에도 표정 변화는 크게 없지만 다연이는 지금 지민이가 다른 때와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연이는 그런 지민이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지미나, 너는 방학 때 어디 가?"

"나는 놀이공원 가기로 했어."

"놀이공원···!"

"엄청 재미써."

"응!"

사실 다연이는 놀이공원이 뭔지 잘 모른다.

엄청 재밌다는 건 알고 있지만 뭐하는 곳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반응해야 할 것 같아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재미게따."

"나, 다 들었어. 다연이랑 혜원이랑 같이 놀러 간다고 했잖아."

"응."

"나도 같이 놀고 싶은데···"

지민이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다연이는 혜원이랑도 친하지만 지민이와도 친하다. 둘 다 똑같이 친하다고 생각했다.

지민이랑 같이 놀러가지 않는다고 친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대신 나중에 우리집에서 같이 놀자! 혜원이랑 셋이서!"

다연이는 혼자 남겨지는 게 얼마나 슬픈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민이를 위로해준다.

혼자 있으면 많이 슬프다. 그래서 다연이는 아빠랑 같이 있을 때도 가만히 누워있는 아빠 옆에 있었고 엄마랑 있을 때도 엄마 손을 잡았다.

물론 지금은 그런 때는 하나도 기억 안 날 정도로 좋지만.

"우리가 내일 전화할게!"

옆에 있던 혜원이도 덩달아 말한다.

"응."

그 말에 지민이의 표정도 밝아졌다.

다연이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그래도 같이 놀고 싶었는데.."

지민이가 그렇게 말한다.

그 모습을 보고 다연이가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혜원이랑 지민이랑 똑같이 좋아! 그래서 친구인 거야!"

다연이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 말에 지민이도 살짝 웃는다.

다연이는 지민이가 웃었다는 게 좋았다.

어쩌면 오빠도 다연이가 있으면 언젠가는 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지금 같이 놀아."

"응."

그리고 아이들이 작은 발놀림으로 뛰어간다.

***

드디어 방학 날이 됐다.

장은 가는 길에 보기로 했으니 나와 다연이는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식당 앞으로 나왔다.

'내일까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쉽니다.'

식당 문에 그렇게 적어 놓은 종이를 붙였다. 내가 지금까지 장사를 하면서 휴일이 아닌 날애 쉬어 보는 건 처음이다.

그 글자 밑에는 작게 물고기와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색깔이 알록달록하다.

"이거는 내가 그린 건데. 엄청 예쁘다."

"그래."

당연히 그 그림은 다연이가 그린 거다.

글을 쓰고 있던 내 옆으로 와서 다연이가 색연필로 그렸다.

지금, 나와 다연이는 혜원이네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나는 차가 없었기에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다연이가 빨리 나가자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고.

"오빠, 나 멋있지?"

다연이가 내 앞에서 자기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포즈를 취한다.

이번에 놀러간다고 동그란 모자를 샀는데 다연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응, 멋있네."

그 말에 다연이가 히죽히죽 웃는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 왔는지 참새 한 마리가 다연이 앞에 통통 날아왔다.

"참새다아."

기다리는 동안 참새를 보는 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일은 없었기에 다연이는 멍하니 참새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다연이의 손가락 위로 올라오는 참새.

"우와..! 예쁜이 참새가 내 손가락에 올라왔어!"

"그렇네."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정말 신기했다. 이러고 있으니 다연이가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오는 숲의 정령이 된 것 같다.

참새와 친한 숲의 정령. 이미지도 얼추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잘 어울린다.

"오빠, 사진!"

"그래."

나는 다연이 바람대로 사진을 한 장 찍어준다.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나중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랑 같이 일기장에 올릴 거야!"

"그래."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내가 해줘야 한다. 물론 그러는 것이 귀찮은 건 전혀 아니다.

"참새!"

어느 새 다연이의 모자 위에까지 올라가서 통통 거린다.

설마 다연이는 내 동생이 아니라 정말 숲의 정령인 걸까.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선다.

"안녕하세요!"

"안뇽하세요!"

오늘도 밝은 혜원이네 가족이다.

아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