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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73화 (7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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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씨.”

혜원이 아버지의 목소리다. 나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는다.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지금 다연이 데리러 가셨어요?”

평소보다 조급한 목소리다.

“아뇨, 이제 가려고요.”

“그러면 혹시··· 혜원이를 맡겨도 될까요?”

평소의 기운 넘치는 목소리와 달리 조금 조심스러웠다. 부탁하는 입장이니 당연한 말이기도 했지만.

“네, 상관은 없는데 무슨 일이세요?”

“아···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아내도 일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요. 원래 오늘은 제가 데리러 가는 날이라서 제가 전화드렸어요.”

맞벌이를 한다면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일이 예상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혜원이네 가족에게는 받은 것이 많다. 굳이 그런 일이 없었어도 거절하진 않았겠지만.

“그럼 제가 데리고 있을 게요.”

“하···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걱정했었는데···”

늘 행복해보였던 혜원이 가족에게서 이렇게 걱정스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육아는 쉬운 게 아니니까. 그것도 맞벌이라면 더 그럴 거다.

나도 혼자 다연이를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다연이가 있어서 더 재밌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괜찮기도 했고. 아마 혜원이 가족도 같은 생각일 것 같다.

“언제 오실 거에요?”

“음.. 7시 조금 넘어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7시라. 많이 늦는 모양이다.

“그럼 혜원이 밥도 제가 먹일 테니까 천천히 오세요.”

“아··· 감사합니다. 진짜요.. 믿고 맡길 곳이 없어서 걱정했었는데.”

그런 혜원이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보통의 육아는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는 보통 사람들의 육아.

예전에는 자기의 일만으로도 바쁘면서 아이까지 키운다는 것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었다. 모든 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가끔 식당을 찾아오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그래도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왜 아이를 낳고 키우는지. 어렴풋하게 였지만.

“천천히 오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혜원이 아빠를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대한 빨리 갈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네.”

그러고 전화가 끊어졌다.

바깥에는 아직 비가 쏟아지고 있다. 혜원이를 데리러 가는 건 상관없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우산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

우산은 굳이 두 개나 필요하진 않았으니까.

“일단 가자.”

다연이는 내가 안아서 오면 되니까 상관없다.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오자.

나는 다연이에게 선물 받은 우산을 펼쳤다.

노란색 우산. 저번에 다연이가 직접 골라준 우산이다. 처음에는 튀는 색이어서 조금 어색했지만 지금은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다연이가 선물해준 우산일 뿐이다.

아직 장마도 아닌데 이렇게나 쏟아지는 거면 장마가 시작됐을 땐 얼마나 더 쏟아질지 걱정된다. 그래도 지금은 아이들을 데리러가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나는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

.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내가 인사를 하니 다연이의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처럼 오랜만에 만난 건 아니지만 표정이 밝았기에 그냥 네, 라고 대답했다.

“혜원이 아버님께 연락 받았어요. 혜원이도 대신 데리러 오신 거 맞죠?”

“네, 다연이랑 같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선생님이 사라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혜원이와 다연이를 데리고 다시 나왔다.

다연이는 나를 보고서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오..! 아줌마랑 같이 왔어?”

“아니, 오늘은 혜원이랑 같이 갈 거야. 혜원이 부모님이 바쁘셔서 우리 집에 있을 거거든.”

“어···!”

입을 벌리고 있던 다연이가 박수까지 치면서 말했다.

“우와! 오늘은 혜원이랑 밤까지 노는 거구나!”

“그건 아닌데.. 음··· 그래도 오랫동안 놀 수 있어.”

“와!”

이렇게나 좋아하는 걸 보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그러면 우리 엄마는 언제 와요?”

그렇게 좋아하는 와중에 혜원이가 물었다.

“저녁 먹고 다연이랑 놀고 있으면 올 거야.”

“그렇구나.”

혜원이도 다연이랑 같이 놀게 된 것이 좋아 보였지만 당연하게도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래도 얼마 가지 않아서 안심했다.

“그럼 이제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네.”

나는 선생님께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작은 우산은 혜원이가 썼고 다연이는 내가 안아서 갔다.

"후아."

식당에 도착한 다연이는 내 품에서 내려와 얼굴에 튄 빗물을 손으로 스윽 닦아낸다.

혜원이도 나에게 우산을 주고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늘 밝은 혜원이였지만 부모님이 없어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조금 조용하다. 그래도 다연이랑 놀다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고 아이들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다연이는 그저 혜원이와 놀 생각에 신나서 어쩔 줄 몰라했고 혜원이는 그런 다연이의 손짓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

"다연아, 복도에서 놀고 있어. 위 층으로 가지 말고."

"응, 알겠어. 오빠 말 잘 들을 거야."

"그래."

위층으로 가면 내가 아이들을 볼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들을 자기들끼리 놀게 놔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늘 하던 고민. 다연이에게 저녁으로 뭘 먹일지에 대한 고민이다. 간단하고 가벼운 고민이지만 나름대로 중요하다.

오늘은 혜원이도 있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씨일수록 우울해질 수 있는 법이니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물론 나는 비 오는 날이 좋지만 보통의 아이는 그렇지 않을 거다.

나는 손님들을 맞으며 시간을 보낸 뒤, 저녁이 가까워져서야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아, 오늘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음··· 이써. 소시지!"

소시지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소시지와 계란말이까지 반찬으로 해서 아이들에게 줘야겠다.

"밥 먹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아이들 반찬으로 줄 소시지와 계란말이를 시작한다.

처음은 계란말이다.

계란 세 개를 그릇에 푼다. 그리고 묽게 풀어진 계란을 휘휘 저어준다.

"오빠가 계란이를 하나 봐."

그러다 뒤에서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방향을 바라보니 다연이와 혜원이가 나란히 고개를 빼꼼 내밀고선 나를 보고 있었다.

"계란이는 마시써."

아이들이 많이 배고픈 모양이다. 시간도 조금 늦었으니 빠르게 마무리를 한다.

풀어진 계란에 대파와 소금을 넣은 뒤 프라이팬에 슬쩍 올린다.

치이이.

프라이팬 위에 계란을 올리자 들리는 소리. 이 소리는 늘 그렇듯 더 배고프게 만든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동그란 계란이···"

"오빠가 소시지도 준다고 했는데에."

그런 아이들의 말을 들으니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계란이 익기 시작할 때, 나는 끝에서부터 계란을 말기 시작한다.

천천히 구르면서 커지는 계란. 겉은 타지도 않았고 속에 넣었던 대파도 보기 좋게 장식되어 있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모양만은 제대로 만들어졌다.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계란말이를 그릇 위로 옮겨둔다. 조금 식길 기다렸다가 먹기 좋게 잘라야겠다.

그 동안 나는 소시지를 만들기로 한다.

다연이가 말한 소시지는 타원형의 비엔나 소시지를 말하는 거다. 나는 그걸로 문어 모양의 소시지로 만들거다. 모양도 귀엽고 다연이가 좋아할 테니까.

나는 타원형의 소시지를 칼로 자른다. 부드럽게 잘려나가는 소시지.조금씩 준비가 되어감에따라 기대감도 차오른다.

완성된 소시지를 보고 다연이가 좋아해 줄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눈빛만 봤을 때는 무조건 좋아해 줄 것 같지만.

프라이팬을 스윽 닦은 다음 그 위에 식용유를 뿌린다.

반들반들한 프라이팬. 그 위로 소시지를 올리자 서서히 다리가 말려들어가기 시작한다.

“문어다! 저 위에 문어가 있어!”

“소시지 문어야! 우리 오빠는 잘 만들어.”

소시지 전체에 윤기가 돌고, 문어처럼 다리가 바짝 올라갔다.

이제 완전한 문어가 됐다.

소시지가 익어가면서 풍기는 냄새가 좋다. 특히 아이들이 설레기엔 충분한 냄새였다.

“우리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자!”

“응.”

아이들이 도도도 달려나와서 의자에 착하고 앉는다.

나는 완성된 소시지를 그릇에 담고 계란말이를 먹기 좋게 자른다.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그 위에 케첩까지 뿌리면 맛있는 계란말이와 문어 소시지가 완성된다.

“밥 먹자.”

“나는 준비 다 했어!”

“저도요!”

준비가 다 된 아이들에게 밥을 퍼서 나눠준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 거리면서 문어 소시지와 계란말이를 보고 있다.

“잘 먹겠습니다!”

“나도 잘 먹을 거야!”

그리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먼저 문어 소시지를 집어 든 다연이가 웃으면서 잠깐 바라 보더니 문어 다리 중 하나를 왕 하고 물었다.

“문어 맛이 나는 거 같아!”

문어를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했지만 다연이의 표정을 보니 그런 건 상관없어 보인다.

다연이는 한참을 오물거리다가 계란말이도 하나 집는다.

예쁘게 잘 말린 계란말이도 다연이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계란이도 마시써.”

“맛있는 계란이.”

그렇게 아이들이 막 식사를 시작하고 있을 때, 식당 문이 급하게 열린다.

“혜원아.”

혜원이의 아빠였다.

예상보다 더 빨리 왔다. 허겁지겁 온 모양인지 옷차림이 조금 흐트러져 있다.

“아빠!”

그리고 뒤이어 또 문이 열린다.

“혜원아!”

“엄마!”

혜원이의 엄마였다. 둘의 얼굴을 보니 의도하고 온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혜원이가

는 엄마를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폭 안긴다. 아무리 다연이와 노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더 좋은 법이다.

둘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고맙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괜찮다고 말할 뿐이다.

“밥 다 먹었어요!”

“나도 다 머거써!”

아이들은 빈 밥 그릇을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릇을 받아서 싱크대에 놓아둔다.

“그럼 놀고 있어.”

“응!”

혜원이의 부모님도 식사를 할 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다연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희는 김치찌개 두 개 주세요.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깔끔한 김치찌개가 당기네요.”

“네, 바로 해드릴게요.”

둘은 그제야 원래의 표정과 말투로 돌아왔다.

나는 둘에게 줄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고 안심한 혜원이 부모님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다 혜원이 엄마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아, 혹시 다연이는 이번 방학 때 어디로 놀러갈 생각이에요?”

“아, 방학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안 있으면 어린이집의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 때 어디론가 놀러 가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아직 결정한 건 없다.

“놀러 가긴 할 건데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다연이가 놀러갈 만한 곳들을 잘 알지 못했기에 아직까지 정확하게 결정된 건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혜원이의 부모님이 서로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다연이랑 같이 골라보려고요.”

“음··· 저희는 캠핑 가기로 했거든요. 평소에도 가끔 가기도 해서요.”

캠핑이라. 그것도 재밌겠다.

나중에 다연이에게도 물어봐야지.

그 때 혜원이의 엄마가 말했다.

“혹시 저희랑 같이 갈래요? 1박 2일로 갔다 올 건데 캠핑용품은 빌리면 되니까요.”

그 말에 옆에서 영상을 같이 보고 있던 다연이가 고개를 바짝 들었다.

“혜원이랑 같이 놀러 가는 거야..?”

“다연이랑 놀러 가?”

그리고 누가 봐도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우리 같이 놀러 간데!”

“와!”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다연이가 저렇게 좋아하니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될까요? 번거로우시면 안 그래도 되는데.”

“저희는 좋죠! 그리고 하나도 안 번거로워요! 오늘 혜원이도 대신 봐주셨는데.”

“그러면··· 다연이도 같이 갈게요.”

“좋아요!”

다연이랑 같이 있으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좋다.

다연이는 저 뒤에서 나를 보며 맑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동생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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