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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9화 (6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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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연이.”

“안녕, 언니.”

둘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인사했다.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헥헥···”

그리고 그 밑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앞발을 들면서 예나를 반긴다.

이러니까 꼭 우리 식당에서 키우는 강아지 같다.

“어··· 이 분은 누구에요?”

낯선 남자에 예나가 내게 물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는 다연이가 대신 대답했다.

“강아지 아빠야!”

“강아지 아빠···?”

강아지 아빠라고 불린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다연이 말처럼 강아지 아빠가 맞긴하다. 강아지도 있었고 그 강아지 아빠인 것도 사실이니까.

“응, 강아지 아빠라서 나한테 강아지 만져도 된다고 해써. 맞죠, 아저씨?”

“맞아.”

강아지는 낯선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예나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들이민다.

다연이는 그런 강아지를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내게서 휴대폰을 가져가 사진을 찍었다.

“예쁜 강아지. 가만히 있어줘. 그래야 예쁜 사진 찍을 수 있어.”

그러나 강아지는 다연이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계속해서 돌아다닌다.

내가 보기엔 이 강아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무턱대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새로 온 예나의 냄새를 맡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강아지가 내게로 왔다.

“우와. 오빠 가만히 이써. 사진 찍을 거야.”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익숙하게 사진을 찍혔다.

자기가 찍은 사진에 만족한 다연이가 흐뭇하게 미소 짓고는 다시 강아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진짜 누구세요?”

“저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요.”

그 대답에 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연이가 강아지 만지고 싶어해서 이 분이 기다려 주신 거야.”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나 대신 예나가 남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내가 왜 그런 건지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으니 예나가 말한다.

“다연이 때문에 기다려 주신 거잖아요. 다연이는 제 동생이기도 하고.”

“그래.”

예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연이와 같이 강아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다연이는 몇 번 쓰다듬다가 말했다.

“강아지 엄청 귀엽다. 나도 강아지 키우면 좋을 텐데···”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흘겨본다.

아이들은 흔히 어렸을 때 동물들을 키우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도 어렸을 때 그랬을 만큼.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각오가 필요한지도 알고 있었고.

"그건 안 돼. 다연이도 알고 있잖아."

"마자···"

그래도 다연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떼를 쓰진 않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말로만 해도 납득 할 수 있는 아이는 다연이 밖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알아."

그렇게 말한 다연이는 다시 강아지를 만지는 데에 집중했다.

다연이 혼자 좋아했다면 다연이에게 그만 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다연이보단 강아지가 노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사람을 좋아하는지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강아지와 남자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안녕, 강아지 아저씨."

다연이가 손을 흔들며 말하자 강아지 아저씨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옆에 있던 강아지는 헤어지는 게 아쉬웠는지 자꾸만 이 쪽을 바라본다.

"나중에 오빠 식당에 또 와요."

"응."

그렇게 헤어질 때까지 가인이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연이는 예나와 놀고 있기로 했다.

한참 놀고 있으니 가인이가 왔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가인이는 시계를 보면서 물었다.

나와 다연이는 약속 시간보다 빨리 나와 있었다. 다연이가 빨리 나가 있자는 말 때문이기도 했고 기다리는 시간을 핑계 삼아 밖에서 다연이와 놀고 싶었던 내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예나는 그런 다연이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빨리 놀고 있었던 것 같았고.

"어디 다연 님을 기다리게 해?"

예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마자, 다연 님이야."

다연이는 그 말을 하고선 쿡쿡 웃었다.

"네가 너무 빨리 온 거야."

"그럼 이제 가자."

"가자!"

그리고 다연이가 일어 선다.

"오빠, 나 갈게."

"그래,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예나 손 꼭 잡고 있어."

"알겠어."

"길 잃어버리면 오빠한테 전화해야 하는 거 알지?"

"알아. 다 외웠어."

나는 그 이후에도 다연이에게 한참 당부하고 나서야 말을 끝냈다.

"누가 보면 어디 멀리 놀러 가는 줄 알겠어요."

"....나도 같이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아저씨. 저희끼리도 다연이 잘 돌볼 수 있다니까요."

"그래도."

식당이라면 하루 정도는 빼먹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이건 그만큼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아저씨, 다연이 어린이집도 혼자 잘 보내시면서. 저희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할게요."

"나, 언니랑 놀다 올게."

아직도 걱정됐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연이를 계속 내 품 안에서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 대신 조심해야 해."

"그 말도 다섯 번 넘게 했어."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는 다연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아이들을 보낸다.

"안뇽, 놀다가 다시 올 거야!"

"그래."

나는 떠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별일 없겠지.

***

"우와··· 학교가··· 엄청··· 크다아···"

예나의 학교 앞에 도착한 다연이가 고개를 들어서 건물을 바라 본다.

다연이는 그 건물을 보면서 오빠 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만세를 한다고 해도 건물보다 작을 것 같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건물의 끝을 보려던 다연이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 간다.

"다연아, 다치면 안 돼."

그런 다연이를 예나가 잡았다.

"미안해."

"다연이가 다치면 나는 아저씨한테 엄청 혼날 걸."

엄청 혼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연이에게는 그렇게 말했다.

"알게써."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 주변을 서성인다.

"우와.. 아무도 업써. 건물은 엄청 큰데 아무도 업따."

이렇게나 큰 건물도 신기한데 여기에 아무도 없다는 건 더 신기했다.

오늘은 학교를 안 가는 날이라고 예나에게 들었긴 했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언니, 나도 여기서 언니들이랑 같이 공부하고 싶다. 여기서 공부하면 엄청 똑똑해지겠지?"

그 말에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고 있던 예나와 친구가 대답한다.

"아니··· 엄청 힘들 걸···"

"왜?"

"여기 오면 계속 시험 쳐야 하거든."

"시험이 뭐야?"

다연이는 시험이 뭐든 학교에 와서 공부한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나와 친구는 아니었지만.

"음···. 뭐라고 해야 하지···. 다연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확인하는 거야."

"오··· 엄청 중요한 거구나.."

"응··· 언니는 시험을 못 쳐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단다···."

예나와 친구는 그때를 떠올리듯 잠시 조용해졌다.

다연이는 그런 언니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냐하면 다연이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을 것 같아. 우리 오빠가 나 똑똑하다고 했었거든."

다연이는 오빠가 그렇게 말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연이도 열심히 공부할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 생각해보니까 다연이가 시험 못 쳐도 아저씨는 안 혼낼 것 같아."

"나도 아저씨 같은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인이가 그렇게 말했다.

"후후.. 그런데 오빠는 다연이 오빠라서 안 돼. 이거는 안 되는 거야."

다연이는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왜인지 자신만만한 얼굴도 하고 있었다.

"큭큭. 그래, 안 되는 거야."

다연이는 오빠가 좋았으니까.

그렇게 주변을 계속 거닐던 아이들은 예나의 지시에 따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에 학교라는 걸 드러내면서 예나와 가인이가 번갈아 나오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이 사진은 오늘 인별에 올릴 거다. 목표는 당연히 학교 친구들이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다연이도 그러는 편이 더 흥미 있어 할 것 같았고.

게다가 학교에서 찍는 사진이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다연아, 조금 더 예쁜 척 해줘."

"이렇게?"

나무 앞에 선 다연이가 브이를 하며 말갛게 웃는다.

"너무 좋아!"

예나는 사진사처럼 찍었다.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그만큼 다연이는 예뻤고 귀여웠다.

"더 예쁜 척 해줘!"

점점 신난 예나가 다연이에게 주문을 했고.

"나 엄청 에뻐!"

다연이도 최선을 다해 포즈를 취한다.

"언니가 예쁘다고 했으니까 나는 엄청 예쁜 사람이야!"

연이은 촬영이 끝나고 다연이는 만족한 듯 고개를 까딱거린다.

"다연 님. 물 마시세요."

촬영을 끝낸 다연이에게 물을 내민다.

"응!"

물통을 받은 다연이는 물통을 열기 위해 몇 번 꼼지락대다가 다시 가인이에게 물을 내밀었다.

"열어줘. 나는 밥 많이 안 먹어서 아직 힘이 없어."

"큭큭. 그래."

물통을 열어주고 있을 때, 다연이는 문득 학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연이에게 학교는 신비한 곳이다. 저 안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다.

"다연님, 물통 열었습니다."

"언니, 그런데 나 저 안에는 들어가면 안 돼?"

"어디? 학교 안?"

"응."

둘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오늘 날이 좋아서 바깥에서 찍는 것도 좋지만 안도 좋을 것 같다.

"돼.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

"응!"

그리고 아이들은 후다닥 학교 안으로 향했다.

빈 교실과 책상. 비어있는 학교는 생각보다 더 운치 있었다.

늘 여기에서 공부만 하다가 놀러와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오.. 나도 언니 자리에 앉아볼래."

수위 아저씨께 이야기를 하고 들어왔었기에 이왕이면 예나의 교실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들어오게 된 거다.

"우와.. 나는 엄청 똑똑이야. 여기서 공부하면 나도 언니처럼 똑똑해지겠지?"

"아니, 나보다 훨씬 똑똑해질 걸."

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연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귀여워···"

엄청 귀엽다.

이번 사진은 진짜 모델처럼 나왔다.

이미 다연이 외모는 아동 모델을 아득히 넘어서고도 남지만 이번에는 사진도 잘 찍혔다.

"진짜··· 너무 귀엽다아···"

"나는 다연이 사진 다 뽑아서 교실 전체에 다 도배하고 싶어."

아주 조금 소름 끼치는 말이었지만 그 모습을 상상해보고 나선 예나도 그러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그러진 않을 거지만.

한참을 교실 안에서 놀던 다연이는 칠판에다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어디에 뭐가 있나 살펴보기도 했다.

"이 그림은 지우지 말자."

"사진으로 찍어."

둘은 다연이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그 흔적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교실 밖까지 나간 다연이는 계단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걸어가던 다연이는 미소를 잔뜩 지은 얼굴로 주변을 살피다가 문득 어느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연이가 보고 있는 방향은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

"어···"

다연이가 목소리를 흘리자 계단 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누구니..?"

그 목소리에 예나와 가인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나가 있던 방향에선 다연이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천천히 다연이 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다연인데요···"

당연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러자 반대쪽에서 목소리가 멎는다. 처음의 담담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조용하다.

"언니, 저 언니 어디 아픈가 봐."

다연이가 예나를 보면서 말했다.

다연이에게 간 예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이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예나가 1학년 때 담임이셨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고3을 맡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도 학교에 있는 것 같고.

그 옆에 다른 남자 선생님도 계셨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입을 틀어막고 다연이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예나에겐 익숙한 행동이다. 다연이를 처음 본다면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야··· 너무 귀엽잖아···."

그 말을 들은 다연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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