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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8화 (6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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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그랬지만 지금 예나는 평소보다 더 밝아보인다.

숨을 헐떡이면서 말하는 게 마치 반드시 다연이랑 같이 놀러 가야만 하는 것 같다.

왜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야, 좀 같이 가.”

그런 예나 뒤로 예나의 친구가 뒤따라 온다.

민우의 누나라고 했던 그 학생이었다. 오늘은 민우 누나 한 명만 있다.

늘 같이 오던 다른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휴, 안녕하세요. 아저씨."

예나의 친구가 밝은 얼굴로 인사한다.

예전에 민우 누나의 이름을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이름을 떠올렸다.

"안녕, 가인아."

"어? 아저씨, 제 이름 기억하시네요."

"당연하지."

"여태까지 이름을 안 부르시길래 잊은 줄 알았어요."

"설마."

사실 잊고 있었다.

예나의 다른 친구들 이름도 가르쳐 줬지만 잘 생각나진 않는다.

가인이의 이름을 간신히 기억해냈던 이유는 단연 민우 덕분이었다.

민우가 다연이에게 했던 행동 때문에 자연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언니들은 어디갔어?"

다연이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물었다.

"오늘은 우리만 왔어. 왜? 다른 언니들도 왔었으면 좋겠어?"

가인이가 그렇게 물었다.

다연이는 그 말에 살짝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니야, 다른 언니들도 좋은데 언니 두 명도 좋아."

다연이가 눈치만 잔뜩 는 것 같다. 가인이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 텐데도.

"다연아, 그래서 언니랑 같이 놀러 갈 거지?"

"음... 언니 학교에 가는 거야..?"

"응."

그 말을 듣고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다연이는 예나가 뭐든 하자고 하면 좋아했었는데.

"그런데 나는 언니 학교 갈 때, 어린이집 가야 하는데."

"그건 괜찮아. 주말에 갈 거거든."

"주말이면... 내일?"

"응."

다연이가 살짝 놀란 얼굴을 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마리야.... 왜 가야 되는 거야?"

예나와 노는 걸 좋아하는 다연이라고 해도 이번 말은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예나가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한 말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예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 못했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음... 다연이랑 놀고 싶어서...?"

"오... 진짜?"

"응."

내가 다연이 옆에 있으면서 느꼈던 거지만 다연이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와 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도.

다연이의 그런 성격이 아버지의 집에 있을 때 친구들을 만들 수 없었던 것과 관련있다고 생각했다.

다연이는 나와 같이 살게 되면서 친구가 생겼던 거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예나의 그 말에 배시시 미소를 짓더니 다연이가 말했다.

"그러며언... 나, 내일 입을 예쁜 옷 고를 거야. 언니랑 같이 놀러 가는 거니까! 오빠, 나 예쁜 옷 고르고 있을게!"

"응, 뛰지 말고. 다치니까."

"응!"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집 안으로 통통 뛰어들어갔다.

다른 곳으로 놀러가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게다가 학교는 다연이가 늘 궁금해했던 곳이었으니까.

"그럼 들어가자."

"네."

나는 아이들과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예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다연이를 학교에 데리고 가려는 거야?"

그 말에 예나가 살짝 웃었다.

분명 다연이와 노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다연이 데리고 나쁜 짓 할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뭘 할 건데?"

"다연이랑 같이 놀면서.. 사진도 찍고, 인별에다가 올리기도 하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뭐, 그런 거 할 거예요. 다연이도 늘 학교에 오고 싶어했잖아요."

그렇긴 했다.

초등학생인 민우가 식당에 온 이후부터는 더욱.

"뭐.. 친구들 있을 때 다연이랑 같이 놀고 싶지만... 다연이는 어린이집에 가야하기도 하고 애들이 많이 몰리면 다연이도 힘들 거잖아요."

"다연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그건 괜찮을 거야."

물론 내 눈엔 연예인만큼 예뻤지만 다연이는 그냥 분식집 사장의 동생일 뿐이다.

축제 때, 식당 홍보로 줄을 세워 놓긴 했어도 처음보는 학생들이 몰려들 정도는 아니다.

"어..."

내 말에 예나가 말을 흘렸다.

"아저씨. 다연이는 이미 우리 학교에서 연예인 인데요..?"

"응..?"

우리 둘 다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다연이가 예나 학교에서 연예인이라니. 다연이는 예나의 학교는커녕 다른 학교도 가본 적 없다.

게다가 6살 아이가 고등학교의 스타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왜 그렇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 다연이 인별 팔로우 수 늘어난 거 아세요?"

"응, 알아."

최근 다연이 인별 계정의 팔로우 수가 늘어나긴 했다.

특히 다연이가 인별에 활발하게 사진을 올렸을 때. 물론 지금도 천천히 올라가고는 있었다.

내가 인별을 해본 적이 없어서 원래 그렇게 늘어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거 다 저희 학교 애들이에요..."

"...?"

"아저씨, 누가 봐도 팔로우 수가 너무 빨리 올라가지 않았어요?"

원래 그렇게 빨리 늘어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연이라서 그랬구나.

"몰라. 나는 그게 정상인 줄 알았어."

"아.. 어쨌든 학교에 애들 많을 때 다연이 데리고 가면 난리 날 거예요. 제가 주접 떠는 걸 수도 있겠지만."

예나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지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학생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과 유독 누군가를 찾는 것 같은 학생들의 눈빛.

그리고 학생들이 가끔 다연이에게 주곤 했던 사탕들도.

"그럼 그 날, 학교에는 아무도 없어?"

"고3이 공부한다고 있을 거긴 한데... 괜찮을 거에요. 많이 없거든요. 그리고 다연이는 저희 학년에서 특히 유명한 거지 고3은 괜찮을 거예요."

예나의 학년에서 유명하다는 건 예나와 친구들 때문이겠지.

"원래 다연이 인별은 저희들끼리만 보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자꾸 물어봐서요..."

예나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은데. 나는 다연이가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좋다.

"괜찮아. 그런데 전부 다연이 좋아하지?"

"네! 조금 있으면 다연이 팬클럽까지 만들어 질 것 같다니까요?"

"그래."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다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좋다.

그나저나 다연이 때문에 학생 손님이 늘었던 거면 저 계산대 안에 들어있는 돈이 다연이가 번 돈이었구나.

축제 때도 다연이 덕분에 매출이 많이 올랐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 혼자 장사를 했다면 절대 이만큼 벌진 못했을 거다. 물론 다연이를 키운다고 나가는 비용도 나름 크지만 그래도 다연이가 있는 게 더 좋다.

"역시 복덩이라니까."

나는 가끔하곤 했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정말 복덩이가 맞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할머니들이 쓰시던 말을 따라 쓰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빠!"

그 때 다연이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후다닥 뛰어내려온 다연이의 한 손에는 예나와 놀러 갈 때 입고 갈 것으로 보이는 옷이 있었다.

"나, 이거 입고 갈 거야! 이거 어때?"

"에쁘다. 대신 이것도 같이 입고 가."

내가 가리킨 건 다연이의 겉옷이었다. 얼마 전에 산 옷이었는데 두껍던 봄 날의 겉옷과는 달리 조금 얇다.

"이거 입으면 더워."

"그래도."

다연이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곧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 오빠가 하라고 하는 건 해야 돼."

"추울 수도 있으니까. 더우면 예나한테 주고."

"응."

그런 다연이를 본 예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예쁘네. 그거 입고 가면 되겠다."

"정말? 나 이거 입으면 예뻐?"

"응, 딱 좋아. 그렇게 입고 가면 좋은 사진 나오겠는데..?"

"우리 사진도 찍어?"

"응! 그러니까 엄청 예쁘게 하고 나와야 해."

"오··· 나는 예쁘게 하고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데···"

"음.. 다연이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나와도 되겠다. 그대로 나와도 예뻐."

"그렇구나···"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 둘이서만 가?"

"아니, 우리 셋!"

그 말에는 가인이가 대답했다.

"우오···"

다연이는 알겠다고 말한 뒤, 작은 발걸음으로 도도도 걸어서 사라진다.

그러자 예나와 친구는 그제야 자리에 앉는다.

"후아··· 아저씨, 저희 밥 주세요!"

"그래."

나는 예나와 친구의 아저씨고 다연이의 오빠지만 지금만은 식당의 사장이다.

다시 일할 시간이 돌아왔다.

.

.

.

"예쁜 옷 입었어."

오늘은 다연이가 예나를 따라 학교로 놀러가는 날이다.

예쁜 옷을 입은 다연이가 옷자락을 나폴거리면서 나와 같이 걸어간다.

날도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분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다. 그래도 나는 다연이에게 겉옷을 챙겨줬다.

"이거 입다가 더우면 예나한테 주면 돼."

"알겠어. 근데 오빠는 그 말 세 번째 하고 있는 중이야."

다연이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나도 다연이를 따라 가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오늘은 식당을 열어야 하는 날이다.

그리고 다연이도 그렇고 예나도 그렇고 내가 오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었다.

오늘은 자기들끼리 놀고 싶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식당 앞에서 예나와 친구를 기다리기로 한다.

"오빠는 여기에 앉아."

다연이가 식당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오빠 무릎에 앉을 거야."

우리는 예나가 정한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기에 다연이 말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후하···"

다연이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거리를 살펴본다.

아주 가끔 이렇게 앉아 있으면 다연이가 없었던 때가 떠오른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나 혼자 이 곳에 있었을 때를.

그 때는 우울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런 감정들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겐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이었지만 나에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우울하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그리고 외롭다는 말도.

그래서 더 힘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이제는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 같고 우울한 일이 생긴다면 우울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더 좋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 보다는.

"오··· 강아지다···"

다연이가 산책하는 강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런 것들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었다.

"강아지 만져볼래?"

다연이의 말을 들은 견주가 그렇게 말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나이다.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우와.. 그래도 돼요..?"

"응, 천천히 만져야 강아지가 안 놀래."

"네, 해볼게요,"

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어떤 종인지는 모른다.

다연이는 조심스럽게 강아지에게 다가간다.

강아지는 냄새를 몇 번 맡더니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부드럽다아···"

다연이는 강아지를 처음 만져본다.

그래서 그런지 더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오빠, 인형 만지는 것 같아···!"

"그래."

다연이가 만지기 시작하자 강아지도 점점 적응된 듯 온 몸을 비비고 난리가 났다.

다연이는 그런 난리도 좋은지 양손으로 강아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동생이 귀엽네요."

견주가 그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그 남자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매번 다연이가 귀엽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왜 그런 건지는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만지고 있을 때 다연이가 불쑥 일어나 저 먼 곳을 바라본다.

안 봐도 왜 그러는 건진 알 수 있었다. 예나가 오고 있는 모양이다.

"언니!"

강아지는 다연이가 보고 있는 방향을 같이 바라본다.

그리고 다연이처럼 예나를 부른다.

"멍!"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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