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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6화 (6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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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한테 물어보자..!”

하민이가 떠올린 방법은 정말 좋은 방법이었다.

적어도 하민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연이의 오빠에게 그 악당에 대해 물어 본다면 가르쳐 주지 않을까.

그러면 물리칠 방법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민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알겠다고 대답했다.

딱히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은 행동으로 옮겼다.

“선생님.”

“응?”

“우리 1층으로 내려가도 돼요?”

“왜...?”

“아저씨한테 물어볼 거 있어서요.”

“그게 뭔데?”

“악당을 물리치는 방법이요!”

선생님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

.

결국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낸 아이들이 1층으로 내려갔다.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저씨가 있는 주방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저씨는 일을 많이 해.”

“응.”

그렇게 벽 뒤에 서서 아저씨를 한참 지켜보던 아이들은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쉬기 시작할 때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기다린 이유는 아저씨가 바쁘지 않을 때 물어봐야 잘 들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의 머리으로는 떠올리기 힘들 생각이었지만 다연이 때문인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아저씨.”

아이들이 작게 말했다.

***

“아저씨.”

지금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복도에서 남자아이 둘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름이 뭐였는지 잠시 생각한 후에야 머릿속에서 다연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민이랑 민재. 맞지?”

“마자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연이 만큼은 절대 아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왜 왔어? 다른 친구들은?”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이써요..!”

아이들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이도 종종 이런 목소리로 나에게 말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늘 다연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간식으로 먹고 싶은 메뉴에 대해서라든지 아니면 그 진지한 목소리로 나에게 계속 다연이와 같이 있을 거냐고 물었다.

매번 그럴 거라고 대답했는데도 다연이는 가끔 확신을 받고 싶었던 것처럼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런 생각들을 그만두고 눈앞의 아이들에게 다시 묻는다.

“궁금한 게 뭔데?”

아이들은 뭔가 대단한 말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는 모습이 진지했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한다.

“민우 형아가 누구에요?”

그러나 하민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뭔가 사고라도 친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차라리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민우는 저번에 다연이를 찾아왔던 그 아이다. 예쁘다면서 혼자 식당까지 찾아온 아이.

다연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이 그 아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너희들이 민우를 어떻게 알아?”

“다연이가 말해줬어요. 저기 위에 스티커가 있었는데 민우 형아가 줬데요.”

아이들이 민우가 준 스티커를 본 모양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이들에게 민우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민우는 8살 남자애야. 저번에 우리 식당에도 왔었어.”

아이들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되물었다.

그 모습이 약간 범인을 쫓는 형사 같기도 했다. 그게 아니면 악당을 쫓는 영웅 같거나.

“민우 형아는 잘 생겼어요?”

그렇게 물은 아이는 민재였다.

조금 소심한 것 같던 다연이의 설명과는 달리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응.”

그 나이대 아이들 중에서 잘 생기거나 예쁘지 않은 아이는 없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헉...”

그러자 아이들이 놀란 얼굴을 한다.

꽤 충격적인 대답인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은 살짝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던 둘은 다시 나에게 물었다.

처음 내가 질문했을 때보다 더 진지한 눈빛이다.

“혹시.. 다연이는 민우 형아가 좋대요..?”

그렇게 묻는 아이들은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다.

여기가 그리 덥진 않을 텐데. 손으로 땀을 훔친 아이들이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알 수 있었다.

얘네들이 다연이를 좋아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조금 뿌듯한 기분이 든다.

다연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당연히 나도 좋았으니까.

나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다연이가 좋아?”

갑자기 질문이 되돌아오자 아이들이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눈을 맞춘다.

“네에...”

둘 다 그렇게 말했다.

“그래.”

다연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찝찝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민우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아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물쭈물하던 아이들이 다시 내게 물었다.

“아저씨, 그래서 다연이는 민우 형아 좋아해요...?”

그만큼 중요한 질문이었다는 뜻이겠지.

딸랑.

내가 말하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있던 종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나와 아이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

아이들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안녕, 민우야.”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민우의 엄마와 함께였다.

“아... 악당이다..!”

아이들은 민우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물론 민우는 듣지 못했다. 그냥 아이들끼리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저 아이들 딴에는 민우가 악당인 모양이다.

“아저씨, 다연이 어디있어요?”

민우가 그렇게 물었다.

그 때 아이들에게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민재가 말했다.

“다연이는 놀고 있어...요.”

“마자. 다연이 놀고 있어서 못 와.”

끝에 존댓말을 섞은 민재와는 달리 하민이는 무덤덤한 얼굴로 반말을 했다.

민우가 자기들보다 형이라는 걸 아는데도.

그러나 민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한 번 시선을 준 뒤, 다시 내게 묻는다.

“다연이 보고 싶어요.”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심술이 난다. 왜 그런 건진 모르겠다.

내가 다연이의 오빠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 아이들의 편을 들어야겠다.

“다연이 놀고 있으니까 나중에 오면 말해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니 날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갑자기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런 걸 바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민우, 너 사장님 방해하지 말고 이리 와. 이번에도 민폐끼치면 다음부턴 안 올 거야.”

“응....”

민우의 어머니도 저번에 있었던 일을 들은 모양이다.

그런 어머니의 말에 민우가 힘없니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하민이와 민재는 또 다시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물론 나한테는 들릴 정도의 목소리다. 민우는 들을 수 없었지만.

“우리가 지켜써...!”

“응.”

둘은 묘하게 단합이 잘 되어 보인다.

이번에는 하민이와 민재가 이긴 것 같다. 얼마나 더 신경전이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다음에도 다연이 지키자.”

“알게써.”

이번에도 다 들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등을 돌렸다.

둘은 원래 저렇게 친한 모양이다. 성격은 많이 다른 것 같던데.

나는 아이들을 다시 위로 올려보내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올라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있을래요.”

나는 그게 민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가짐이 좋다.

“그래.”

나는 아이들을 복도 쪽에 앉히고 민우 어머니에게 주문을 받는다.

민우의 어머니는 저번에 미안했다는,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늘 그렇듯 괜찮다고 말했고.

“그럼 저희는 제육 하나랑 김밥 한 줄 주세요.”

“네.”

나는 제육덮밥을 만들기 위해 다시 주방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거기서 계속 있을 거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기서 보고 있을 게요.”

나는 아이들의 시선을 등에 업고 요리를 시작한다.

재육덮밥은 요리를 할 때마다 늘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겹살을 프라이팬이 굽는 것도, 삼겹살의 노릇노릇한 냄새가 천천히 주방을 덮는 것도 좋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기 전, 고추장과 간장, 마늘 같은 재료들을 넣고 섞어 놓은 고깃덩어리를 꺼낸다.

매운 향이 감돈다.

코 끝을 찌르는 매운 향 때문에 재채기가 나올 것처럼 코가 간지럽다.

김치찌개나 다른 매운 향이 있는 요리를 할 때면 늘 그랬지만 오늘은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재채기를 참으면서 고깃덩어리를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매운 향은 더더욱 주방을 가득 채운다.

그리 심한 건 아니었지만 복도 쪽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에... 에...”

민재가 재채기를 하려 하다가 멈추고 코를 슥슥 문지른다.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하면 안 돼. 엄마가 요리하고 있을 때는 재채기하면 안 된다고 했어.”

“응.”

그리고 코를 더욱 세게 문지른다.

나는 다시 제육덮밥 만들기에 집중한다.

프라이팬 위에 양파나 대파 같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으니 더욱 풍성해진다.

나는 그대로 골고루 프라이팬에 고기와 채소들을 구웠다.

“우와... 아저씨 요리 진짜 잘한다.”

“마자. 아저씨 음식 엄청 맛있었어.”

“소풍에서 먹은 것도 맛있고 오늘 먹은 떡볶이도 엄청 맛있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는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아저씨가 가장 요리를 잘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축제 때도 아저씨 식당에만 줄이 이만큼 서 있었어.”

하민이가 팔을 넓게 벌리며 말했다.

“우와... 진짜?”

“응.”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요리를 하는 것이 먼저니까.

나는 완성된 제육을 밥 옆에 놓아둔다. 잘 지은 밥 옆에서 모락모락 김을 만들어내는 제육의 조합이 좋다.

그래서 제육덮밥이란 메뉴를 넣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내놓아도 좋지만 나는 민우와 어머니를 위해서 계란 프라이도 하나 얹어주기로 한다.

아니, 두 사람이니까 두 장 얹어줘야겠다.

“여기 음식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완성된 제육덮밥을 내놓았다.

맛깔스런 계란 프라이까지 올라가 있으니 안 그래도 맛있어보이는 제육덮밥이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다.

“맛있겠다...”

제육덮밥에 눈이 팔린 민우가 말했다.

“나도 먹고 싶어..”

그리고 복도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아이들도 말했다.

키가 작아서 보이진 않는 것 같지만 냄새는 열심히 맡고 있는 중이었다.

잘 비빈 제육덮밥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난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야무지게 음식을 먹는 민우 뒤로 다른 손님이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지훈 씨.”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혜원이의 부모님이다. 이제 부모님들이 하나씩 오시는 모양이다.

그 뒤로도 아이들의 부모님이 하나, 둘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할 뿐이었고.

부모님들이 오시고 다연이도 친구와 함께 집에서 내려왔다.

통통 튀는 발걸음이 지금까지 재미있게 논 모양이다.

“오빠! 나 엄청 재밌었어.”

그렇게 말하면서 다연이가 내려오자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다연이에게로 쏠린다.

“다연이다!”

그런 아이들 중 가장 큰 소리로 부른 건 민우의 목소리였다.

다연이는 반갑게 인사했고 민재와 하민이는 그런 민우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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