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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5화 (6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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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보 아니거든?"

이야기하고 있던 민재와 하민이가 지민이를 보며 말했다.

"바보 맞아. 바보들."

지민이는 그런 민재와 하민이를 한심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해써?"

그 때 혜원이와 놀고 있던 다연이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인형에 대해 설명하는 중이었는데 다연이의 뒤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지민이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인형 말해줘."

"응!"

다연이는 힘차게 대답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수박이한테는 원래 수박 냄새가 나써! 그런데 마리야, 이제는 오빠가 수박이 빨래해서 안나."

"그렇구나."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민이와 민재에게서 등을 돌렸다.

여자아이들은 모두 인형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둘만 남은 하민이와 민재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본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여자아이들은 인형에 대한 생각을, 남자아이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민재가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어떻게 해야 악당을 물리치지..."

그 작은 목소리를 알아들은 아이는 하민이 밖에 없었다.

두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살짝 떨어져서 대화를 나눈다.

"그 형아는 우리보다 두 살이나 많아. 그래서 같이 악당을 물리쳐야 해."

하민이의 말에 민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민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혼자서는 안 된다.

친구들과 살짝 떨어져 있는 민재와 하민이는 곧 뒤로 더더욱 멀어진다.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위험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한다.

"생각하자. 우리 엄마가 많이 생각하면 엄청 좋은 방법이 생각한대."

"응."

민재가 논문을 발표하는 박사처럼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하민이도 그런 민재의 비장한 얼굴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방법을 생각할 거야."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기에 집중한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는 것 같다.

치열하다.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민재와 하민이는 자신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있었다.

"끄응...."

수많은 생각의 씨앗들이 머릿속을 떠 다닌다.

마치 민들레 씨앗 같은 그것들은 이내 작은 뭔가의 형태로 서서히 발아한다.

"오..!"

추상적이게나마 실현된 생각이 저마다의 톱니바퀴에 맞물리기 시작한다.

민재와 하민이 모두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표정이 좋다.

오랜 고민 끝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엄처엉 좋은 생각이 나...!"

그렇게 얽히고설킨 생각들은 곧, 하나의 거대한 아이디어로 탄생된다. 그렇게 얻은 방법이 바깥으로 출력되려던 순간.

"아..."

픽, 하고 아이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6살짜리 꼬마 아이들이 떠올리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들이었다.

5년의 기나긴 인생을 살면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한 뇌는 금세 식어 버린다.

당연히 그럴싸한 생각도 동시에 사라졌다.

"모르게따아...."

하민이와 민재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 잊어버렸어."

"나도...."

"내가 8살이면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민이는 문득 8살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민재와 하민이는 그렇게나 대단한 형아를 상대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그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린 둘은 더욱 실망한 얼굴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더 이상 좋은 방법은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무력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잠시 그 자리에 있던 하민이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스티커..."

그러다가 문득 스티커가 눈에 띤다.

하민이가 처음 발견하고 다연이에게 물었던 스티커.

저것 하나 때문에 하민이와 민재는 지금 어꺠를 축 늘어뜨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인형은 나한테 엄청 소중한 거야!"

기나긴 시간 끝에, 인형 설명을 마친 다연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혜원이와 지민이도 그런 시선에 걸맞게 반응한다.

"우와...! 나도 다연이랑 지민이한테 말해주고 싶은 장난감이랑 인형 엄청 많은데! 나중에는 우리 집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

"나도. 귀여운 인형 많은데. 다연이랑 혜원이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하민이는 아이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스티커를 가리키며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아, 나 저 스티커 한 장만 가져도 돼?"

문득 튀어나온 말이었다.

8살 형아가 준 스티커였으니 한 장 가지고 있는다면 기분이 조금 나을 것 같다.

악당의 흔적이니까.

그러자 다연이가 입을 열었다.

"안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민이는 살짝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 된다고 말하는 다연이도 처음 본다.

낯설지만 그런 모습의 다연이도 싫진 않았다.

그 말에 민재도 덩달아 움직임을 멈췄다.

민재도 다연이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얼어있는 하민이 대신 민재가 물었다.

"그거는 민우 오빠한테 선물 받은 거야. 그래서 내가 가지고 이써야 돼. 하민이한테 스티커 주면 민우 오빠가 '다연이는 내가 준 선물 싫어했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이써."

다연이는 순수했다. 단순하게 민우 오빠에게 받은 선물을 다른 친구에게 줬다간 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민우 오빠가 다연이한테 준 거니까 다른 친구들이 아니라.

그건 다연이가 다른 친구들을 많이 좋아한다고 해도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으응..."

그 말을 듣고 하민이가 대답했다. 고개도 작게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지민이가 방금 전처럼 나지막하게 말했다.

"진짜 바보야."

뒤에서 보고 있던 민재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민이도 그렇고 민재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진짜 바보인 것 같다. 그래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살폈다.

처음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이유였다.

친구들이 각자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인형 귀여워."

수박 인형을 보며 웃으면서 쓰다듬는 혜원이.

"바보 맞아."

그리고 인형에서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는 지민이.

"...."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민재와 하민이.

가만히 친구들을 지켜보던 다연이는 친구들의 집중이 흩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 위해선 인형 말고 다른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것도.

동시에 다연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뭔가가 있었다.

이걸 보여준다면 친구들도 다시 재밌어 할 것 같다.

다연이가 떠올린 생각은 바로...

"얘들아."

"응?"

다연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 속에서 다연이가 말했다.

"우리 옥상에 놀러 가자!"

다연이는 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옥상을 엄청 넓고 재밌으니까. 다연이는 처음 오빠랑 같이 옥상에서 놀았을 때가 생각났다.

엄청 좋았었는데.

"빨강이랑 파랑이도 있어!"

"...빨강이가 뭐야..?"

"빨강이는 토마토야!"

다연이의 대답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써 설명해줬지만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옥상에 가면 알려줄게. 빨리 올라가자!"

"응...!"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연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물론 선생님도 함께였다.

"우와..."

옥상으로 올라간 친구들은 반사적으로 감탄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연이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머시따.."

“우리 집에는 옥상 없는데에..”

친구들이 작게 말했다.

다연이를 친구들의 그런 말을 듣는 것도 좋았다.

왜냐하면 친구들의 집에 없는 옥상을 다연이가 구경시켜줄 수 있으니까.

그러면 틀림없이 친구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좋으면 다연이도 좋다.

“따뜻해.”

지민이가 하늘 위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이 특히 귀여워 보였다.

자그마한 아이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모습은 늘 그랬듯 귀엽다.

다연이도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들이 귀엽다고.

다연이가 좋아하는 옥상을 친구들도 좋아한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그러며언.. 내가 빨강이랑 파랑이 보여줄게.”

다연이는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빨강이와 파랑이. 다연이가 식물에 붙인 이름이다.

서툰 글자로 그렇게 쓰여있다.

“여기에서 마싯는 게 나온대. 그래서 나도 오빠랑 같이 키우고 있어! 이렇게 쓰다듬으면 더 예뻐질 거야.”

다연이가 짧은 손을 뻗어서 식물의 이파리를 쓰다듬는다.

다연이는 이렇게 하면 더 빨리 클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연이도 오빠가 다연이를 쓰다듬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식물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커서 마싯는 거 나오면 내가 다 먹을 거야!”

그런 다연이의 뒤를 따라서 아이들도 식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선생님은 보통의 아이들 답지 않은 모습에 조금 놀랐다.

저 나이대 아이들이면 보통 식물의 이파리를 뜯는 걸 더 좋아할 텐데.

다연이처럼 착한 아이가 있으면 다른 친구들도 따라 하는 구나.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옥상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는 함부로 뛰어다닐 수 없었지만 옥상은 다르다. 아이들에겐 운동장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통통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문득 난간을 가리켰다.

“저기에 새가 이써.”

“저거는 참새야. 나랑 오빠랑 가치 낫게 해줬던 참새.”

“우와..!”

혜원이가 말을 이었다.

“참새는..! 짹짹, 이렇게 해.”

혜원이가 참새를 흉내내며 말했다.

다연이는 그런 혜원이가 웃겼다. 진짜 참새 같아서.

“마자, 짹째기야.”

참새는 그런 아이들이 자신을 봐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렀다.

아이들은 그런 참새를 바라보며 한참 참새 흉내 내기에 열중했다.

그러다 참새가 날아가자 아이들은 날아가는 참새에게 말했다.

“안녀엉. 잘 가, 짹째기야.”

그렇게 다시 아이들만 남게 된 옥상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도도도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틈에서 민재와 하민이는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다.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다연이와 그 악당에 대한 생각이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각자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다.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둘 중 하민이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몸을 한 번 들썩인다.

옆에 있던 민재가 그런 하민이에게 시선을 준다.

“왜 그래?”

“어... 엄청 좋은 생각이 나써..!”

하민이 답지 않게 들뜬 목소리다.

민재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덩달아 놀란 눈으로 하민이를 바라본다.

“좋은 생각이 뭔데..?”

약간 호흡이 빨라진 하민이가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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